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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5화

계승

 

 

유림의 검.

검신.

그리고 계승.

알림이 말하는 신(神)적인 힘이 그것들임을 무신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애초에 다른 것은 예로 들 수도 없었다. 시스템의 ‘감히 열어볼 수 없다’란 말은 백운격이나 귀곡심법 따위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문제라기보다는… 걸려.’

 

감히 열어볼 수 없다 함은, 그만큼 대단하기는 하나 위험하기도 하단 뜻이었다.

게다가 ‘강제’로 개방하겠느냔 뒷말도 문제였다.

 

‘뭔 일 나는 거 아냐?’

 

이를 테면, 세수나 할 법한 작은 대야에 양동이로 받아야 할 물을 붓는 것이다. 받을 공간이 없으니 당연히 물이 넘칠 것이고.

무신이 고개를 저었다.

 

‘양동이가 아니라 호수는 돼야 돼.’

 

유림의 검.

망령의 숲에서 이룬 22만 년의 힘은 그 정도로 크다. 어쩌면 호수로도 모자라 바다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무신은 우두커니 서서 알림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시도는 해봐도 돼.’

 

그가 기억하기로 알림은 제법 똑똑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즉각 경고.

삼 세 번은 안 되도 딱 한 번은 무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상황 나름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은 그럴 기회도 안 온다지만… 싯팔, 모르겠다.’

 

정말 에라 모르겠다 무작정 들이대려는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계산은 있었다.

하나. 계승이라는 것.

둘. 계승은 심법이 아니라는 것.

셋. 심법이 아니므로 주화입마 등의 걱정은 없다는 것.

그가 당당히 외쳤다.

 

-강제로 개방.

[심법이 아니므로 주화입마에는 걸리지 않으나…….]

 

예상한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이상의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개방하시겠습니까?]

 

22만 년 만에 얻은 새 생명이었다.

그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달려들 만큼 무신은 무모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은 해봐야 했다.

왜 위험이 따르는 것인지.

이번에도 답은 쉽게 나왔다.

 

‘후아.’

 

무신은 볼품없는 자신의 꼴을 내려다보았다. 184㎝에 71㎏로 체격은 제법 좋았으나 근육이라고는 막일 몇 주 하며 기른 자잘한 핏대가 전부였다.

근골?

타고나기를 무(武)에 적합하지 않은 약골이었으니 더 말해야 입만 아팠다.

그가 봐도 지금의 자신에게 유림의 검은 어울리지 않았다.

 

‘검신에 올라야만 계승할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무공과 계승은 엄연히 다른 의미였다.

무사의 자격.

강호(江湖)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가 되면, 끄나풀이라도 유림의 검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신도 사람이었다. 당장 이 상황이 아쉽지 않다 한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물러설 줄도 알아야 했다.

이유야 이전과 같았다.

 

‘또 22만 년 동안 갇힐 순 없잖아.’

 

그 시간 덕분에 검신의 경지에 올랐던 것?

한 번으로 족하다.

 

‘굳이 두 번 오르는 건 시간 낭비지.’

 

아니, 두 번 올라야 한다.

이세계 중원.

바로 이곳에서.

 

그때.

 

[단, 특정한 상황에 대해 임의로 발동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가진 신(神)적인 힘의 성질입니다.]

 

특정한 상황.

임의.

모호한 말이었으나 무신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요소였다.

 

‘가령 목숨이 위급한 순간에 발동된다 치면… 나쁠 것 없는 정도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무인에게 있어 특정한 상황은 아무래도 위급한 순간이 제일 컸다.

그는 알림을 끄고 무공창을 열었다.

사실, 신(神)적인 힘보다도 그것이 더 중요했다. 무공은 당장 지금부터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놀랍군.’

 

무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공창을 바라보았다.

측정 불가.

찌르기부터 인내력까지의 모든 무공이 그러한 등급을 달고 있었다.

 

‘외공과 내공은 딸려도 무공의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등급은 유효하단 건가.’

 

당장 찌르기와 베기만 하더라도 1억 번을 넘게 했다. 22만 년 동안 다른 무공에 곁들어진 것까지 더하면 모름지기 100억 번도 더 될 것이다.

그게 지금 이렇게 어불성설의 등급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위력은 망령의 숲에서처럼 안 나오겠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앞서 말했듯 외공과 내공의 격차가 천양지차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신은 만족했다.

매우, 아주, 많이.

 

‘다른 무인들과는 시작점이 다른 거니까.’

 

당장 그 자신과 비교해도 그랬다.

회귀 전 15년 동안 삼류무사로 있으며 찌르기와 베기는 고작 하급에 머물렀다. 기초 검술은 최하급에 불과해 그 초식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초급 검술?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수기검 남궁천도 측정 불가까지는 안 될 거야.’

 

수기검(收氣劍) 남궁천.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의 맹주로도 거론됐던 이세계 최강의 검객 중 하나.

물론 그도 대부분의 무인들처럼 무공 등급을 숨겼다.

그러나 그래봤자 정점 언저리였을 것이다.

무신과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 개방된 무공에 한해선 내가 그보다 강하다고도 할 수 있겠어.’

 

비단 ‘적어도 지금 개방된 무공’만은 아니었다.

차차 외공을 키우고 내공을 늘리면 대부분의 무공에서 그를 찍어 누를 것이다.

 

‘망령의 숲에서의 힘은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이건 다 가져온 거나 다름없어.’

 

단지 내공의 부재.

그뿐이었다.

 

[이제부터 중원(中原)에 대한 배경 설명이 있겠습니다.]

 

무공창 이후로는 회귀 전과 동일했다. 이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무신은 그 모든 과정을 읽지도 않고 넘겼다. 이미 다 알고 있음을 떠나 애초에 들을 것이 없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

무림맹.

혈교.

녹림.

하오문.

살막.

마교.

검술.

도술.

창술.

부술.

선술.

봉술.

심지어 입문에서 삼류,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으로 넘어가는 경지의 기준점까지.

이세계를 포괄하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대뜸 딴 세상에 던져놓고 혼자 알아서 살아가란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삼류무사 15년의 비운이 시작됐을지도 몰랐다.

 

‘뭘 알았어야 정석으로 갔든 변칙으로 갔든 어쩌든 했지.’

 

그러나 지금은…….

정석이나 변칙을 떠나 모든 방면에서 ‘길’을 알고 있었다.

 

‘이세계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야.’

 

무신은 주먹을 불끈 쥐며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상태창.

 

명령어가 어색하지 않았다.

작은 부분에서도 회귀의 이점이 쌓여 나가고 있었다.

 

[최무신]

경지 : 없음

경력 : 1년 차

나이 : 25세

신장 : 184㎝

체중 : 71㎏

무골 : 약골(弱骨)

 

본래 상태창이라 함은 스탯을 동반하는 게 보통이나 이 시스템은 그렇지 않았다. 스탯도 스킬, 즉, 무공으로 적용되게 돼 있었다.

 

‘정신력이나 인내력처럼 말이지.’

 

그러고 보면 두 무공 역시 측정 불가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역시나 22만 년의 영향인 듯싶었다. 외딴 공간에 그만큼을 갇혀 있었으니 정신력이나 인내력이 안 높아지고 배기겠는가.

무신은 신장과 체중 아래에 있는 무골에 집중했다.

 

약골(弱骨).

 

회귀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는 몸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당장 환골탈태는 불가능해. 자력으로 외공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

 

자력으로 외공을 키우겠다는 것.

한마디로 수련.

그러나 망령의 숲에서처럼 몇백 년, 몇천 년 반복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때의 감각을 지금 이 몸에 적응만 시키면 돼.’

 

게다가.

외공을 떠나서도 무골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만 얻으면 돼.’

 

그것.

무골을 단숨에 강골로 바꿀 수 있는 영약.

대륙력 1550년 3월 3일 오늘을 기준으로, 6월 3일 전까지는 오로지 무신에게만 얻을 기회가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6월 3일이 돼서야 비로소 발견되니까.’

 

물론, 그는 그것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확실히 회귀 시점을 이세계 진입 첫날로 한 게 이득이 커. 시작부터 가져갈 게 많아.’

 

비단 영약뿐만이 아니었다.

사방팔방에 얽히고설킨 기연과 갖가지 인연.

모두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럼 이제 슬슬…….’

 

그는 상태창을 끄고 찬찬히 몸을 풀었다. 막일에 지친 피로를 달래려는 게 아니었다. 이제 약 5분 후면 저기 저 수풀 뒤에서 ‘그놈’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면 충분해.’

 

나뭇가지.

날은커녕 앙상하기 짝이 없어 ‘무기’로는 절대 적합하지 않은 것.

그러나 그에겐 적합했다.

적합하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였다.

 

‘이거만 내가 몇 년을 들었는데.’

 

라고는 해도 나뭇가지는 나뭇가지였다. 그놈의 질긴 가죽을 뚫기엔 수십, 수백 년의 수련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자신 있는 얼굴이었다.

 

‘문제없지.’

 

내공.

그것을 두르면 툭 치면 부러질 듯한 이 나뭇가지도 철검보다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얼마만큼 들어가느냐에 따라 철검 이상도 가능하다.

회귀했을 뿐 약골에 단전도 닦지 않은 그가 어찌 내공을 쓸 수 있겠느냐마는,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가면 그만이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쥔 손아귀에 힘껏 내공을 끌어 올렸다.

운기조식?

귀곡심법?

전혀.

그가 쓰고자 하는 그것은…….

 

선천지기(先天之氣).

 

타고나기를 약골에, 무(武)의 재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에게도 선천지기는 존재한다.

단지, 그 양이 많지 않을 뿐.

그의 눈살이 내 천 자로 좁혀졌다.

 

‘적기는 적군.’

 

손아귀를 타고 올라오는 선천지기의 양은 잘 쳐줘야 나뭇가지를 어렴풋이 가릴 정도였다.

몇 방울만 나오고 마는 경우도 부지기수.

사실 그렇게까지 적은 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선천지기의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에, 곱절이 됐더라도 그의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그마치 3천 갑자의 내공을 다루던 무인이었다.

 

‘형편없어.’

 

혀를 차던 그가 대뜸 피식 웃었다.

 

‘형편없지만…….’

 

한편으론 기뻤다.

밥 먹듯 하는 말이 ‘눈곱만큼도 재능이 없었다’였는데, 이제 와서 보니 선천지기도 있다는 것에.

회귀 전에는 당연히 몰랐다. 내공의 발현은커녕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이것도 말이 안 돼.’

 

입문조차 도달하지 못한 무사가 내공을 발현한다는 것.

유명세가의 직계 혈통 장남도 못할 일이었다.

영약?

아무리 먹어봐야 무(武)에 눈도 뜨지 못한 자가 무슨 수로 내공을 꺼낸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무신은 누구도 가지지 못한 엄청난 재능을 얻은 셈이었다.

 

‘좋아, 좋아.’

 

무신은 나뭇가지에 감긴 선천지기를 바라보다 휙 몸을 돌렸다.

슬슬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어떠한 지점.

회귀 전과 똑같다.

그놈이 오고 있었다.

 

‘그땐 돌아버리는 줄 알았지.’

 

과장이 아니었다.

난데없이 이세계로 진입해서 무공창에 ,배경 설명에, 상태창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와중에…….

마침, 그놈이 왔다.

 

“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집채만 한 크기의 멧돼지.

그놈이었다.

 

‘우라질, 아직도 아련하네.’

 

머리가 터질 것 와중에 멧돼지가 나타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뭐 빠져라 도망쳤다. 들개 한 마리도 못 잡을 마당에 멧돼지를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보통 멧돼지도 아니었다.

파천(派川) 멧돼지.

흉포하기로는 산왕에 버금가며 턱과 이빨은 강철도 뭉개 버린다는,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갑다, 인마.”

 

무신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멧돼지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살랑살랑 손까지 흔들며.

 

“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리고 멧돼지가 코앞까지 오자,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콰콰콰콰쾃!

나뭇가지가 일순 놈의 아가리처럼 잔뜩 분개했다.

툭.

동시에 무언가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놈의 머리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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