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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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화
왕과 왕
수만 개의 칼날이 온 세상을 잠식했다.
마치 하늘을 수놓는 별처럼.
츠츠츠츠츠츠!
점점 더 날카롭게 변하는 소리는 흡사 맹수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검선.
인간이 아닌 신선.
그것만이 펼칠 수 있는 검술이었다.
‘…….’
본인이 벌인 일임에도 무신은 눈앞의 광경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비단 무형검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반대쪽 손에도 쥐어진 심검.
그리고 두 개의 검이 하늘을 따라 순식간에 어디로든 비행하는 천어검.
그가 간신히 입을 뗐다.
‘꿈을 꾸는 기분이군.’
환골탈태도 한 마당에 꿈이라고 못 꿀 게 없었다.
츠츠츠츠츠츠츠츠!
그러나 사위를 맴도는 수많은 검무 앞에서, 무신은 비로소 진짜 현실과 마주했다.
[생사경(生死境) - 검선(劍仙)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유명세가나 문파의 직계 혈통.
천마의 자제.
자질.
강골.
재능.
영약
내단.
그 갖가지 여건들이 만족되어도 쉽사리 오를 수 없는 경지.
무신은 한동안 알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삼류무사였던 게 아직도 엊그제 같은데… 진짜 사람 일은 모른다니까.’
그러나 그 모를 일을 만들기 위해 20만 년에 가까운 세월을 달려왔다.
무신은 새삼 또 자신이 얼마나 둔재인지 깨달았다.
‘망령이라서 습득이 느렸던 것도 있을 거야.’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근데…….’
언젠가도 그랬듯 한 가지 의문인 게 있었다.
검선.
그것을 과연 검의 끝이라 할 수 있느냔 것이다.
검신이라 지칭하며.
무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인들이 정해둔 법칙.
그가 이러니저러니 따질 게 못 되었다.
게다가 검신이란 게 따로 있다고 증명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모르겠다.’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영령의 검을 허공에 띄웠다.
검도 마지막 경지에 올려줄 차례였다.
‘염라의 검이 나올까?’
내내 고대하던 것.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검이 튀어 나왔다.
[신령의 검]
영령이 망령을 높이 부르는 말이라면, 신령은 영령을 높이 부르는 말이다.
단계적으로는 검의 등급이 높아진 게 맞다.
게다가 신선과 신령.
관계가 아주 없지도 않다.
‘염라의 검은 없는 거였나.’
무신이 피식 웃었다.
사실, 애초에 염라의 검이 있고 없고도 확실치 않은 문제였다.
‘설령 있다고 해도 한낱 망령이 염라의 검을 쥔다는 것도 말이 안 돼.’
검선?
그래봤자 속세를 떠난 도인에 불과하다.
저승이란 곳의 우두머리와는 비교할 게 못 된다.
그때.
“잘 지냈느냐?”
여인, 아니, 유림이 왔다.
무신은 별달리 놀란 기색 없이 그녀에게 인사했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오랜만이다.”
“그래. 반갑구나.”
청아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권위적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좀 언밸런스했다.
검을 꺼내들려는 유림에게, 무신이 물었다.
“자, 잠깐! 설명 좀 해줘!”
“무엇을?”
“너는 누구고, 왜 나랑 대련을 하고, 그냥 전부 다!”
유림이 대답은커녕 뜻 모를 미소만 지으며 검을 만들었다.
심검.
역시 처음부터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심검도 원래 가능했었던 거지?”
“좋을 대로 생각하려무나.”
“좋을 대로는 뭐가 좋을 대로… 크읏!”
유림이 심검에 더해 무형검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사방을 꿰뚫는 매서운 칼날.
한가로이 입을 나불거릴 때가 아니었다.
“멋진 실력이구나. 수고했다.”
유림은 4만 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무형검을 지웠다.
심검은 이미 그녀의 손을 벗어나 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멋진 실력을 가질 수 있을 게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묻는 무신의 목소리는 상당히 퉁명스러웠다.
4만 년이 넘는 대련.
욕을 안 한 게 다행이었다.
유림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그의 심검과 무형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끝이 아니란 뜻이다. 그럼 또 보자꾸나.”
모호한 말만 남기고 유림은 그대로 사라졌다.
무신은 머리가 복잡했다.
‘끝이 아니라고?’
검선이 검의 끝이라고 ‘무인들이 정해둔 법칙’이 있는데 어찌 끝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검선은 분명 검신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무신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사실 그는 아직도 의심하고 있었다.
생사경.
검선.
그것과 검신과의 관계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신선의 경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검신이란 게 이해가 안 돼.
물론, 도출되는 결과는 이전과 똑같다.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러나 방법만 없을 뿐 시도는 해볼 수 있다.
‘29만 년까지 아직 10만 년은 더 남았어. 뭐가 됐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야. 될 때까지.’
되지 않으면?
검선 이상의 경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깨끗이 포기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럼 또 보자꾸나.”/(이탤릭)
유림의 마지막 인사가 무신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녀는 항상 그 말을 지켰다.
그가 상승경지를 이루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결국 검선 위로도 무언가가 있음이 방증되는 셈이었다.
‘좋았어.’
무신은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천어검.
심검.
무형검.
검선의 힘을 시작으로 검성, 검천, 검귀, 검치 등 여태까지의 수련을 되풀이했다.
복습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 뭐가 됐든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니까.
그렇게 몇백 년이 지난 어느 날.
사방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무신이 가부좌를 푼 것은, 그 바람에 갖가지 성질이 섞일 즈음이었다.
‘뭐야?’
사방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그 틈을 비집고 거대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렸다.
금세 고인 물 주위로 하나둘 바위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내리치는 벼락.
무신에게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화경에 오를 때랑 똑같아.’
당시에는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는 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환각이라 여겼다.
그러나 환각 따위가 아니었다.
나뭇가지.
잎사귀.
열매.
20만 년을 유령으로 살던 나무에게도 실체가 생겼으니까.
심지어 그 뿌리를 잇고 있는 지면도 흙으로 변했다.
‘뭔가 관련이 있어.’
난잡한 상황 속에서 무신은 눈을 감았다.
검술보다는 운기조식에 치중했다.
스으으으으으으으.
몰려드는 내공.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불순물이 있어?’
무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사경에 이른지도 벌써 수만 년째.
그새 내공이 3,000갑자도 더 넘게 쌓였는데 어찌 불순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3,000갑자를 논할 것도 없었다.
‘검치에서부터 불순물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는데…….’
완벽한 기계도 가끔은 오류가 나는 법.
실수였나 싶어 다시 운기조식을 시작했으나 오히려 더 많아졌다.
이제는 불순물을 넘어 심법 자체가 먹혀들질 않았다.
‘이거…….’
갈피를 잡지 못하던 무신이 가부좌를 풀었다.
그리고 ‘자연’을 이루고 있는 망령의 숲을 바라보았다.
물.
불.
바람.
벼락.
바위.
나무.
빗댄 것이 아니라 정말 자연 그 자체였다.
‘설마… 자연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단 건가?’
어불성설이었다.
인간이란 작은 존재가 감히 우러러 볼 수도 없는 자연이란 큰 존재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러나 신선이란 본래 무엇인가.
자연의 벗.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존재.
게다가 몸도 증명하고 있었다.
‘내 내공이 아냐.’
가지각색으로 피어오르는 내공의 꽃.
무신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정말 자연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어.’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왠지 길을 찾은 것 같군.’
그러나 기뻐하기는 아직 일렀다.
찾은 길을 걸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렵지 않지, 그건.’
무신은 자연을 끼고 한 명의 신선으로서 심법을 펼쳤다.
이 순간만큼은 망령도 인간도 아니었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몰려드는 기운에 여전히 불순물이 넘쳐흘렀다.
맞지 않아 아예 튕겨 나가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
·
·
100년.
·
·
·
200년.
·
·
·
300년.
신선을 뛰어넘는 경지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놀랍군.’
무신이 혀를 내둘렀다.
방대한 양의 내공.
갑자 따위로 표현될 수준이 아니었다.
‘유림의 말이 맞았어.’
무신은 행동으로써 그 말을 더 확실히 증명했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한껏 자연의 기운을 끌어모으기 무섭게, 그의 손아귀 안에 검이 하나 생성됐다.
자연검(自然劍).
굳이 명명하자면, 그렇게 표할 수 있는 검술이었다.
무신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연의 기운이 담겨 있는… 검.’
그 위력.
굳이 시험해 볼 필요도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검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이미 망령의 숲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때.
[자연경(自然境) - 검왕(劍王)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자연경.
검왕.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경지였으나 뜻을 풀이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자연과의 경계에 서서 검의 왕이 된다는 것.
무신이 자연검을 높이 들었다.
검신을 타고 솟아오르는 기운 하나하나에 족히 몇십 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박혀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무인도 이것 앞에선 하룻강아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검의 왕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콰쾃!
상승경지에 대한 검의 변화가 시작됐다.
단순히 검신이 붉은 것에 불과했던 기존의 모습과 달리 그 주위로 붉은 물결이 쳤다.
줄기줄기 꿈틀거리는 그것은 마치 성난 맹수 같았다.
이윽고, 알림이 떴다.
[염라의 검]
존재 유무조차 불투명했던 것.
무신이 얼떨떨한 눈으로 그것을 손에 쥐었다.
염라(閻羅).
저승의 왕이라 불리우는 존재의 힘이 무신의 온몸에 휘감겼다.
그때.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다시 섬광이 쳤다.
섬광은 검에 변화가 인단 징조였다.
‘이미 염라의 검으로 바뀌었잖아?’
끝과 시작.
염라의 검은 끝을 위한 시작이었다.
콰쾃!
염라의 검과 자연검이 스스로 허공에 떠오르더니 합을 이루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일체화(一體化).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는 무신에게, 하나가 된 검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검을 쥐었다.
[유림의 검]
유림?
너무나 익숙한 이름에 그가 눈을 부릅뜨는 순간.
[신화경(神化境) - 검신(劍神)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진짜 끝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