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화
신선
이제는 망령의 숲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나무를 제외하면, 초원이라 할 만한 어떠한 요소도 없었다.
콰콰쾅!
이 와중에도 폭발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다 나무까지 뽑혀 나갈 기세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멀쩡하지.’
무신은 시험 삼아 검을 한 번 휘둘렀다.
강기를 넣어 제법 무겁게.
콰콰콰콰콰콰콰쾅!
지진보다 더하게 지면이 뒤집어져도 나무만은 끄떡없었다.
가지만 흔들거릴 뿐이었다.
‘저놈도 나처럼 10만 년 넘게 성장한 거야. 못 버티는 게 더 이상해.’
그나저나 참 놀랄 노 자였다.
환골탈태에 이를 만큼 수련만 할 생각이었지 진짜 환골탈태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직도 얼떨떨했다.
‘내공 순환이 엄청 빨라졌어.’
운기조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가락 몇 번 까딱하면 금세 내공이 쌓였다.
발현까지도 그저 찰나.
인간 병기가 따로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호오.’
환골탈태의 진가.
무신을 15년 동안 삼류무사에 머무르게 한 ‘재능 없는 몸’이 사라지고 ‘강골’이 드리웠다.
외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츠츠츠츳!
가볍게 펼친 쾌검의 초식이 순식간에 막장을 밟았다.
콰쾅!
거기에 엄청난 파괴력까지.
물론, 기분 탓이었다.
‘외공이 상승한 건 맞는데 강골이 됐다고는 볼 수 없지.’
실체가 없으니까.
망령이니까.
만약 인간으로서 환골탈태를 했다면…….
‘죽이는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한껏 기대에 부푸는 무신의 앞에, 돌연 섬광이 쳤다.
검의 변화.
무신은 백어검으로 얼른 검을 허공에 올렸다.
콰쾃!
저번과 다르게 작업이 꽤 오래 걸렸다.
체감으로는 거의 몇 시간.
왜 그런가 싶었는데, 검의 형태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건 또 무슨 검이야?’
길어진 검신.
뭉툭해진 검병의 양 끝.
왠지 모를 냉기.
‘냉기?’
불그스름한 빛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옵션이었다.
그러고 보니 감촉도 약간 꺼슬꺼슬했다.
[영령의 검]
영령.
망령을 좀 더 높여 부르는 지칭.
검의 이름을 보니 조금은 납득이 갔다.
‘죽은 존재는 차가우니까… 검에도 냉기가 있단 건가.’
무신은 검을 더 단단히 꼬나 쥐었다.
적응하려는 게 아니었다.
이제 곧…….
“오랜만이구나.”
예상대로였다.
여인이 왔다.
별것 아닌 인사에 무신은 감격했다.
“다짜고짜 칼부터 들이대더니 그렇게 인성이 나쁜 건 아니었…….”
거기까지였다.
이미 검을 들고 있는 무신에게, 여인이 백어검을 이용해 일격을 날렸다.
‘망할 년!’
예상치 못한 전개에 무신이 어렵사리 그 공격을 막았다.
그의 눈살이 씰룩거렸다.
‘백어검을 써?’
첫 만남에선 검강.
두 번째 만남에선 신검합일의 도어검.
지금은 백어검.
무신의 성장에 따라 여인의 수준도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차악!
그는 연거푸 날아드는 그녀의 검을 쳐내며 생각했다.
‘저년 진짜로 심검도 쓰는 거 같은데?’
수준을 맞춰주는 게 맞다면, 결코 틀린 추측이 아니었다.
첫 만남에서 분명 없던 검을 만들어냈으니까.
무신이 바짝 검을 당겼다.
‘우라질.’
여인이 수준을 맞춰주는 것이든 실력을 감추는 것이든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콰콰콰쾅!
그녀의 발재간에 따라 두 쪽으로 갈라지는 초원.
아니, 폐허.
설마 환골탈태까지 한 것일까.
‘음, 저번보다 가슴이 좀 커진 거 같긴 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여인의 백어검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그 큰 나무가 순간 기우뚱했으니까.
환골탈태고 뭐고 무신은 더 이상 그녀에 대해 추측하지 않았다.
딴짓하다간 곧 죽을 상황이었다.
그러길 3만 년.
대충 그쯤 됐겠다 하고 콕 찝은 게 아니라 정말 3만 년이 넘었다.
‘전생에 사이코였을 거야, 저년.’
무신은 대련이란 것에 신물이 났다.
여인이 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좋은 대련이었다.”
3만 년 전에는 인사를 하더니 이번에는 인사와 함께 살짝 눈웃음까지 쳤다.
그리고는 돌아서는 여인을, 무신이 붙잡았다.
“야 이년아!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
여인이 다시 돌아섰다.
살랑거리는 머리칼 뒤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그녀의 얼굴에, 무신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유림이다.”
하고 눈을 살짝 찡긋.
도도한 줄만 알았더니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나는 최무신!”
“무신. 멋진 이름이구나.”
여인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있었던 듯 없었던 듯.
넋을 놓고 있던 무신이 중얼거렸다.
‘원래 천사였는데 날개 떼고 이직을 했나.’
회귀하게 된다면, 적어도 미인계에 걸려들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세상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근데 유림이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당연했다.
애초에 무신이 아는 저승의 존재는 염라나 사자 정도였다.
‘다음에 오면 납치를 해서라도 제대로 물어봐야지.’
그러나 그 다음이 또 언제일까.
사실, 조금 막막했다.
생사경(生死境) - 검선(劍仙).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해 인간이 아닌 신선으로서 발돋움하는 경지
그 다음이라 표현하기엔 너무도 까마득했다.
무신이 여인의 ‘검의 생성’에 대해 그토록 물고 늘어졌던 이유도 다 거기에 있었다.
심검과 무형검.
모두 검선에 도달해야만 가능한 검술이었다.
‘검선은 이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아.’
아니, 열 손가락도 많다.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만약 검선이 되면…….’
목표를 이룬 것이다.
검선이라 쓰고 검신이라 읽는 게 바로 그 경지였다.
그러나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그게 정말 검술의 끝일까?’
무신은 고개를 저었다.
검선에도 도달하지 못한 자가 뭘 알아 검술의 끝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논하기 위해선 검선에 도달해야겠지.’
시작은 이기어검이었다.
검천의 도어검과 검성의 백어검, 이제는 검선의 그것을 일깨울 차례였다.
천어검(天馭劍).
도어검이 손 밖에서 백어검은 내공이 닿는 곳까지라면, 천어검은 말 그대로 하늘을 이용한 검술이었다.
하늘이 닿는 곳까지 검이 이동하는 것이다.
당연히 거리에 제한은 없다.
하늘은 이 세상 어디에든 존재하니까.
‘말도 안 되는 능력인 만큼 습득도 어려워.’
그러나 천어검은 약과였다.
심검과 무형검이란 나머지 두 검술에 비하면.
‘특히나 무형검은…….’
시뮬레이션만 그려도 아찔하다.
사방에서 움직이는 칼날.
스치는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모두 하나의 검이라면 그 얼마나 놀랄 일인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시작하자.’
무신은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정확히는, 하늘과 조화를 이뤄야 했다.
가능키나 한 일이겠으나 천어검이라는 것도 실상은 백어검은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
온 하늘에 닿을 만큼 내공의 운용력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먼저 그 길을 만들기까지 해야 한다.
미칠 일이었다.
‘후우.’
1만 년.
160갑자가 넘는 내공이 쌓여가는 와중에도 무신은 제자리만 맴돌았다.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신검합일도 같은 1만 년이었다.
그러나 그 세 배가 넘는 시간이 흐를 즈음해서는, 그도 결국 바짝바짝 입이 말랐다.
‘내공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하늘까지 옮기란 거야?’
무신은 잠깐 가부좌를 풀었다.
그새 2,000갑자도 넘게 축적된 내공이, 그가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한 전역을 거꾸로 뒤집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검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어 여기저기 강기를 흩뿌렸다.
어떤 의미로는 장관이었다.
‘하, 미치겠군.’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던 간에, 무신의 머릿속은 수수께끼를 푸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수수께끼.
그러고 보면 참 많은 그것과 마주했다.
검기부터 시작해 검강, 신검합일, 이기어검, 종국에는 환골탈태까지.
그때마다 항상 그랬다.
높디높은 벽에 부딪쳐 헤매고 헤매다 기어코 넘어서고.
지금은 그 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 못 할 거 없어.’
무신은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움직이지도 보이지도 않는 상태.
유일한 감각의 수단이라고는 마음이 전부였다.
‘이거야.’
까놓고 보면, 해답은 시작부터 나와 있었다.
심법(心法).
모든 경지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검선의 오의도 그로 말미암아 일깨우는 것이다.
스으으으으으으으.
무신은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났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겨우 그 정도 걷기도 힘들었다.
어둡기도 어둡거니와 아예 길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길이 없으면 없는 대로 무작정 걸어 나갔다.
일단은 부딪쳐야 했다.
그게 무언가를 일깨우는 방법이었다.
결과야 뻔했다.
한참을 헤맸고 한참을 떨어졌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다.
부모 잃고 돈 한 푼 없이 차디 찬 길바닥에 버려졌던 그때를 생각하면,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견딜 만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느 날, 바람이 그의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갔다.
그가 번쩍 손을 들었다.
바람을 잡기 위해서였다.
실체도 없는 것을 어찌 잡겠느냐마는, 그렇게 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
놀랍게도 손아귀에 정말 바람이 들어왔다.
늘씬하게 빠진 길이감.
냉랭하고 꺼슬꺼슬 촉감.
심지어 익숙하기까지 했다.
만져본 기억이 있었다.
검.
바람이 아니었다.
10만 년을 넘게 함께한 바로 그것이었다.
츠츠츠츠츠츠츠!
검이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무신은 눈을 뜨지 않았다.
허공에 만개한 수천, 수만 개의 꽃.
그 아래 이어지는 길.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소리 없는 탄성을 자아내던 무신이 나무를, 망령의 숲의 그 나무를 떠올리며 비로소 눈을 떴다.
츠츠츠츠츠츠츠츠!
검이 나무 앞에 있었다.
도어검도 백어검도 어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 있었다.
이기어검의 마지막 비기.
천어검이었다.
‘이 느낌 그대로…….’
깨달음의 순간에서 기쁨은 사치였다.
무신은 또 가부좌를 틀었다.
종전에 봤던 꽃과 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다시 찾는 것이야 시간문제였다.
불과 35년.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이 기본이었던 여태까지의 경지와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했다.
무신에게도 재능이란 게 있었다.
그는 가부좌를 풀고 오른손을 살짝 구부렸다.
츠츠츳!
광채를 머금은 검이 나타났다.
이기어검으로 끌어온 영령의 검이 아니었다.
심검(心檢).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무신은 그것을 바로 응용했다.
이번에도 기간은 27년으로 굉장히 짧았다.
츠츠츠츠츠츠츠츠!
허공을 헤집는 수많은 칼날.
그러나 단 한 개도 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무형검(無形劍).
검선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