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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1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1화

이기어검

 

 

검은 ‘손으로 쥐고’ 휘두르거나 찌른다는 것.

그게 일반적인 상식이자 법칙이었다.

그런데 상식을 벗어난 법칙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츠츠츠츠츠!

검이 별개의 생명체가 되었다.

정확히는, 무신의 의지에 의해 움직였다.

 

‘이건 꿈에서도 못 그리던 건데.’

 

어떤 의미로는 기가 찼다.

믿기지가 않아서.

 

‘호오.’

 

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은데, 검이 자유롭게 허공을 활보했다.

어둠 속에서 보았던 검의 비행.

그것과 똑같았다.

 

‘놀랍군.’

 

검만 덩그러니 허공에 떠 있는 게 뭐 그리 위력적이겠느냐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순수한 내공의 힘만 쓰는 만큼 일단 속도가 다르다.

콰콰콰콰콰쾃!

눈 깜짝할 새 적의 목을 따는 압도적인 속공.

그뿐인가.

궤도가 자유자재로 꺾여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검이 날아간다.

 

‘검이 활과 동일 선상에 놓이는 거지.’

 

근거리 무기를 원거리 무기도 되게끔 하는 것.

이기어검이라면 가능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활보단 못해.’

 

한계가 있다.

일정거리 이상 벌어지면 검을 제어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기어검의 진정한 비기를 익히면 그것도 다 커버된다는 거지.’

 

진정한 비기까지 일깨울 수 있을까.

무신은 자신 있었다.

해오던 대로만 해나가면 될 것이다.

그때.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별안간 폭풍이 몰아쳤다.

 

‘뭐야?’

 

바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폭풍 역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뀐 경우는 처음이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섬광처럼 번쩍이는 번개.

급기야 저 뒤에선 물이 고이고 저 앞에선 불이 피었다.

무신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어떻게 된 거지?’

 

물.

불.

바람.

벼락.

하나 같이 망령의 숲에서 나올 수 없는 성질이었다.

그 순간.

 

[화경(化境) - 검천(劍天)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신검합일과 이기어검의 도어검이 만든 합작.

무신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검천부터는 인간을 뛰어넘는 경지… 그래서 환경이 이렇게 변한 건가.’

 

폭풍은 금세 사그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가만 보면 참 이상한 세계라니까.’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무신은 검이 허공 위로 떠오를 즈음에야 퍼뜩 눈을 떴다.

도어검이 아니었다.

검의 변화.

1급 사자의 검을 뛰어넘는 물건이 나오는 것이다.

콰쾃!

검 위로 치는 섬광이야 이제 익숙했다.

이내 작업을 마친 검이 낯선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불그스름한 빛깔.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름만은 특별했다.

 

[망령의 검]

 

무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령이란 곧 자신.

저승의 체계로만 따지면, 사자들보다 훨씬 못한 존재였다.

 

‘이게 1급 사자의 검보다 가치가 높다고?’

 

상승경지 때마다 검의 수준도 올라갔으니 ‘가치의 높고 낮음’은 결코 틀린 해석이 아니었다.

게다가 직접 쥐어 봐도 알 수 있었다.

 

‘기운이 달라.’

 

분명, 1급 사자의 검보다 좋은 물건이었다.

 

‘뭐지? 사실은 망령이 사자보다 높은 존재인 건가? 아니면 원래 나란 사람이 특별한 존재라서?’

 

급기야 말도 안 되는 망상까지 넘어가던 무신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무슨 검이 됐든 상승경지를 이뤘으면 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망령의 검을 매만지고 있는데…….

 

“검을 들어라.”

 

기척도 없이 찾아왔다.

새로운 검으로 도어검을 연마하려던 무신이 고개를 돌렸다.

 

여인.

 

수만 년 만의 재회였다.

그녀는 이미 검을 들고 있었다.

 

“몇만 년 만에 보는 건데 그래도 인사는 하고 시작… 칫.”

 

다짜고짜 달려와 검을 들이대는 여인을, 무신이 마침 준비하고 있던 도어검으로 막았다.

아슬아슬하게.

 

‘빨라.’

 

그녀의 검술이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탓이었다.

그녀도 수련한 것일까.

 

‘응?’

 

오고 가던 교전 속에서, 무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공을 수놓는 검무(劍舞).

그의 것이 아니었다.

 

‘도어검을 쓴다고?’

 

이전에는 도어검은커녕 신검합일조차 보지 못했다.

그저 검강에만 그쳤다.

 

‘대체 뭐 하는 여자야?’

 

그리고, 불현듯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첫 만남에서 여인이 만들어냈던 검.

그게 정말…….

 

‘심검이나 무형검일지도 모르겠어.’

 

맞다고 하면, 왜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일까.

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잡념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츠츠츠츠츠츠!

여인의 검이 살상의 목적을 가진 채 움직이고 있었다.

까딱 놓쳤다간 골로 갈 것이다.

 

‘근데 이번에도 1만 년 동안 하려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더 안 좋은 쪽으로.

 

‘싯팔!’

 

대련은 그보다 반 배 더 많은 15,000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끝이 났다.

상상도 못할 짓을 한 주제에 여인은 쿨하게 돌아섰다.

 

“또 보자꾸나.”

 

이전처럼 인사하며.

무신은 무어라 입을 떼지도 못했다.

 

‘저년, 미친 게 틀림없어.’

 

그래도 ‘여자’라고는 했던 지칭이 대번에 ‘년’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무신이 인심을 쓴 편이었다.

싯팔년이라고는 안 했으니까.

다만…….

 

‘이쁘기는 진짜 더럽게 이쁘단 말야.’

 

로망이란 말로도 부족했다.

가슴에 품고 싶은.

막말이 아니라 도둑질을 해도 용서가 될 것 같았다.

 

‘통성명이라도 해주고 가지 원.’

 

그러나 인성이 워낙 바닥이었기에 그렇게까지 좋은 감정만은 들지 않았다.

떠나간 여인을 뒤로하고, 무신이 털썩 주저앉았다.

15,000년 만의 휴식이었다.

 

‘이제 10만 년도 넘었구나. 여기 들어온 지.’

 

무신은 문득 세월을 돌이켜 보았다.

그러나 돌이켜 본다는 말을 쓰기가 애매했다.

검, 검, 오로지 검뿐이었으니까.

 

‘뭐 어때.’

 

알찼다.

전혀 후회가 없을 만큼.

충분히 돌이켜 볼 가치가 있는 세월이었다.

 

‘더 알차게 보내야지.’

 

그러기 위해선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신은 짧은 휴식을 끝내고 가부좌를 틀었다.

 

검성(劍星).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별이란 것처럼, 극소수의 무인들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였다.

다르게는 현경이라고도 불리고.

검성의 시작은 검천과 마찬가지로 이기어검에 있었다.

도어검?

그것은 이기어검이란 검술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도어검보다 한계를 좁히는 거지. 검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게.’

 

검성의 이기어검을 넘어 다음 경지의 이기어검에 다다르면, 아예 한계라는 것을 없앨 수도 있었다.

외공과 내공이 버텨준다는 전제하.

 

‘거긴 아직 너무 먼 미래고.’

 

무신은 당장의 현실에 집중하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이기어검에 대해 이미 한번 깨달음을 얻었으니까.

고로, 노력만 있으면 된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

전신에 감도는 내공을 느끼며 그가 다시금 어둠을 헤치기 시작했다.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그러나 예상대로였다.

 

‘됐어.’

 

무신은 불과 7,700년 만에 눈을 떴다.

기간 자체만 놓고 보면 너무나도 긴 시간이나 다른 경지와 비교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당장 도어검만 해도 1만 년이 훨씬 넘게 걸렸으니까.

 

‘후아.’

 

고요한 망령의 숲 한복판.

무신이 무언가에 집중하자 검이 스스로 허공을 누볐다.

그러나 그의 손은 꿈쩍도 않고 있었다.

도어검이 아니었다.

츠츠츠츠츠!

검은 빙글빙글 돌며 춤까지 추었다.

일정거리를 벗어나면 힘없이 늘어지던 도어검과 달리 아무리 멀어져도 빳빳했다.

오히려 더 탄력이 붙을 정도였다.

그때.

무신이 벌떡 일어섰다.

놀랍게도 그런 그를 따라 검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쾃!

맹렬한 기세에 초원이 뭉텅뭉텅 잘려 나갔다.

 

백어검(魄馭劍).

 

검에 넋을 집어넣는, 도어검에서 한 단계 진보된 바로 그것이었다.

특징이야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백어검이란 그 말 그대로 검이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보다 멀리 날아갈 수 있었다.

내공과 연결이 되어 있단 전제하.

콰쾅!

대지가 크게 진동했다.

오로지 검이 만드는 파동이었다.

무신은 백어검에 더욱 내공을 주입했다.

 

‘이걸 도어검과 접목시키면…….’

 

손을 휘젓자 검이 한층 더 빨라졌다.

시각적으로는 이미 쫓는 게 불가능했다.

츠츠츠!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오가는 가공할 움직임.

공격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잘려 나가다 못해 터져 버린 초원이 깊은 바닥을 드러냈다.

 

‘…….’

 

믿기지 않는 광경에 무신은 멀뚱히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근거리와 원거리.

그 경계의 완전한 붕괴.

내공을 될 때까지 끌어 모으면, 검은 가히 망령의 숲 전체를 꿰뚫고 날아갈 기세였다.

그러나 만족은 아직이었다.

대단해 보이는 백어검에도 한계가 있다.

아주아주 먼 바깥.

내공이 닿을 수 없는 구석까지 검을 날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기어검의 진짜 비기에 들어가야지, 한계를 아예 지워 버리려면.’

 

진짜 비기.

거리에 상관없이 검을 부리는 최강의 검술.

아쉽게도 지금은 시기가 좀 일렀다.

 

‘검성부터 올라가야 돼.’

 

검성을 요하는 기준은 딱 두 가지.

이기어검의 백어검, 그리고 ‘육신의 변화’였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어 육신을 무(武)를 다스리기에 최적의 상태로 바꾼다.

나아가 반로환동(返老還童)까지 거치면, 약관의 나이에 이기어검을 부리는 기적을 낳는다.

그러나 망령.

뼈는커녕 태도 없는 몸으로 환골탈태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아니. 가능해.’

 

환골탈태도 결국 외공과 내공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산물.

바뀔 뼈와 빼낼 태만 없을 뿐이지 그렇게 되도록 조화만 쌓으면 그만이었다.

다시 말해, 조화를 쌓는 게 중요하지 쌓은 조화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단 것이다.

환골탈태에 한해서는.

단지…….

 

‘환골탈태하는 기분을 못 느낀다는 게 좀 아쉽군.’

 

말로 형용할 수 없다던 안락함.

무신은 이내 곧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회귀하고 나서 경험하면 돼.’

 

그런데 22,000년 후.

경험은, 회귀를 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왔다.

스으으으으으으.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잔잔한 내공이 무신을 허공 위로 띄웠다.

그리고 혈색이 돌듯 그의 몸에 내공이 휘감겼다.

운기조식과는 달랐다.

팔, 어깨, 배, 다리, 발 등의 특정적인 부분에만 순환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모두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쾃!

내공의 순환이 점점 빨라졌다.

몸이 가벼워졌다.

쾌락에 젖은 듯 기분도 몽롱해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다던 안락함.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현경(玄境) - 검성(劍星)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이윽고 그의 몸이 지면에 내려앉기 무섭게, 직경 수백 키로도 거뜬히 넘을 초원이 통째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는 그저 눈만 한 번 깜빡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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