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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9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9화

대련

 

 

길게 늘어뜨린 은색의 머리칼.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호수를 박아 넣은 듯한 눈.

오뚝하게 솟은 코.

옅은 자색으로 젖어 있는 입술.

조막만한 얼굴 아래 사슴의 그것처럼 뻗은 목선.

쇄골이 훤히 드러난 백색의 드레스.

성녀가 실존한다면 이러할까.

무신은 숨이 막혔다.

무어라 입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여인이 대뜸 말했다.

 

“검을 들어라.”

 

얼떨떨하게 서 있는 무신을 뒤로하고 여인이 갑자기 드레스를 찢었다.

허벅다리가 훤히 드러나게.

 

“지금 무슨… 크윽!”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여인의 검이 날아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무신은 그대로 어깻죽지를 베였다.

 

‘망령인데 왜 고통이 느껴지는 거야?’

 

의문은 금세 풀렸다.

저승에서의 첫날.

유리라는 7급 사자의 검에 베여 아예 골로 간 망령도 있었으니까.

 

‘잠깐.’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분명 맨손이었는데?’

 

검을 생성하는 것.

그것은 심검(心劍), 혹은 무형검(無形劍)이란 절대적 경지를 이뤄야만 가능했다.

설마 저 여인이…….

 

‘심검이나 무형검의 경지라고?’

 

의문을 파헤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차악!

여인이 검을 또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무신은 가까스로 몸을 틀어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그녀의 검 위로 가공할 만한 기운이 솟았다.

검강.

농도야 말할 것도 없고 그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강해… 하지만 그 정돈 나도 한다.’

 

상황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얼 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신도 불꽃을 다시 살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여인의 검강에 필적하는 그의 검기가 허공을 집어삼킬 듯 솟아올랐다.

그녀가 말했다.

 

“과연.”

 

다짜고짜 검을 들이댔으니 쳐 죽일 년임에 마땅하나 무신은 순간 그 마음이 흔들렸다.

청아한 목소리에 젖은 저 아름다운 미소.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염병, 이래서 미인계가 무서운 거구나.’

 

무신은 퍼뜩 정신 차리며 검을 단단히 꼬나 쥐었다.

그리고 여인과 대치했다.

 

‘검강만 보면 나와 비슷한 수준이야.’

 

그 말인즉, 여인의 내공도 500갑자에 달한단 뜻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년일까.

 

‘알 바 모르겠고, 내공이 비슷하다면…….’

 

관건은 검술.

이번에는 무신이 먼저 나섰다.

콰쾅!

500갑자의 내공이 실린 검강이었으니 가뜩이나 난장판이었던 초원이 아예 두 쪽으로 갈라졌다.

실체가 없는 곳의 붕괴.

어떤 의미로는 장관이었다.

 

“제법이구나.”

 

그러나 여인은 가볍게 무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

 

‘백운격은 안 통한단 건가.’

 

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수야 많았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

보다 더 내공을 순환시키며 그가 더 높게 검강을 뽑아냈다.

물론, 크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파괴력만은 확실하다.

내공의 성질이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시작은 쾌검이었다.

이어 환검의 다양한 초식을 이용해 몰아세운 후, 중검으로 무겁게 내리꽂았다.

그러나 여인은 멀쩡했다.

미소까지 띄우며.

 

‘좋아.’

 

그런데 무신도 웃었다.

 

‘싸울 상대가 생겼잖아?’

 

이 또한 결국 대련.

늘 바라던 것이다.

 

‘마침 몸도 근질근질하던 참이었거든.’

 

무신은 흡사 광인(狂人)처럼 여인을 몰아 세웠다.

콰콰쾃!

갖가지 초식에 섞여 그의 검강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그러나 그녀도 당하고만 있지 않고 생전 보지도 못한 검술로 그를 위협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

 

제아무리 고수라도 한 번씩은 엇박자가 나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여인에게는 그게 없었다.

차악!

그녀의 검은 항상 빈틈만을 노리고 들어왔다.

무신은 연신 감탄했다.

 

‘쾌검과 환검의 배분도 완벽해.’

 

그뿐인가.

중검의 위력은 가히 망령의 숲 전체에 내리꽂히는 수준.

미모만큼이나 매력적인 실력이었다.

 

‘더 재밌어지잖아.’

 

뛰어난 상대와 맞붙는 것.

모든 무인이 꿈꾸는 순간이었다.

무신 역시 다르지 않았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잔뜩 신이 난 그 생각은, 반 만 년이 지나서도 끝을 맺지 못했다.

5천 년 동안 대련이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5천 년 또한 과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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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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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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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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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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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박 1만 년을 채우고서야 여인이 검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진 것은 아니었다.

 

“또 보자꾸나.”

 

다음을 예고했다.

그리고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독한 년.’

 

대련도 대련 나름이었다.

정도껏 해야지 1만 년이나 하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그러나 무신은 만족했다.

 

‘덕분에 감각이 많이 올랐어.’

 

검술이면 검술.

검강이면 검강.

혼자 익힌 탓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거나 놓친 부분들이 모두 채워졌다.

 

‘외공과 내공의 조화도 더 좋아졌고.’

 

단순히 내공을 견디기 위한 외공의 조화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사람이 검이 되고 검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을 위해선 두 가지가 ‘하나의 상태’를 이루어야 한다.

물론, 신검합일은 새로운 경지를 위한 발판이었다.

 

검천(劍天), 혹은 화경(化境).

 

일류와 검치가 한 단계 차이였으나 전혀 다른 경지였듯 검귀와 검천도 마찬가지였다.

그 성질부터 달랐다.

 

깨달음.

 

내공을 느끼고 발현할 때의 그러한 ‘일깨움’이 필요했다.

당연히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진정한 고수들만이 밟을 수 있는 경지라지.’

 

이세계에서의 15년 동안 겨우 열댓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 정도로 드문 존재였다.

대신, 어려운 만큼 보상은 확실했다.

 

이기어검(以氣御劍).

 

손을 쓰지 않고 검을 움직이는 검술이었다.

생각만으로도, 무신은 가슴이 떨렸다.

 

‘쉽게 되진 않을 거야.’

 

당연했다.

어쩌면 아예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는 없도록 해야지.’

 

무신은 자신 있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내공의 발현도 결국 해냈으니까.

 

‘그나저나…….’

 

그제야 떠나간 여인에 대한 갖가지 의문이 샘솟았다.

근본적인 의문은, 그녀는 도대체 누구냔 것이다.

 

‘싯팔, 통성명은 개나 주고 다짜고짜 검부터 들이댔으니 알 수가 있나.’

 

게다가 그 들이댄 검을 1만 년이 지나서야 거뒀다.

그리고 곧장 자취를 감췄고.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정신은 나갔어. 그건 분명해.’

 

정신 나간 여자였으나 그 빼어난 미모만은 아직도 눈에 아른거렸다.

오죽했으면 성녀로 보였을까.

 

‘근데 검은 어떻게 만들었지?’

 

사실 그게 가장 궁금했다.

 

‘도술을 부린 게 아니라면 심검이나 무형검 둘 중에 하날 썼다는 건데.’

 

심검과 무형검.

검천의 위, 검성(劍星)의 경지에 올라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이었다.

당연히 이기어검보다도 수준이 높았다.

 

‘이기어검은 있는 걸 쓰는 거고 심검이랑 무형검은 없는 걸 만들어서 쓰는 거니까.’

 

까마득했다.

아니, 그 말로도 모자랐다.

 

‘검성… 까짓것 뭐 거기까지도 올라가 준다.’

 

허세라기보다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었다.

검신(劍神)이 되기 위해.

 

‘또 보자고 했지?’

 

여인에 대한 세 번째 의문이었다.

대련을 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빨리 왔으면 좋겠네.’

 

언제 오는지가 궁금했다.

대련.

배운 것을 써먹는다는 쾌감.

1만 년을 반복했는데도 그 맛이 잊히질 않았다.

 

‘목소리를 상승경지 때마다 드러냈으니 재회도 마찬가지인 건가.’

 

그렇다면, 답은 검천.

무신은 더 볼 것 없다는 듯 검을 들었다.

얼른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때.

콰콰콰콰쾃!

별안간 섬광이 쳤다.

 

‘뭐야? 상승경지가 없었는데 왜 섬광이…….’

 

있었다.

1만 년 전에.

 

‘그 여자 때문에 검에 변화가 안 왔구나!’

 

무신은 급히 검을 양손에 올렸다.

콰쾃!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다.

 

[1급 사자의 검]

 

1급이란 숫자가 낯설지 않았다.

이미 예상한 바였다.

 

‘근사하군.’

 

특유의 붉은 검신이 7급이나 4급 사자의 검보다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검 스스로 빛을 내는 느낌이었다.

 

‘이 다음은 뭐가 나오려나.’

 

흐름상 사자 위에 있는 자의 검이 나온다 하면…….

 

‘염라의 검?’

 

무신은 고개를 저었다.

검천이 아무렴 대단한 경지라고는 해도 저승의 우두머리를 끄집어내지는 못할 것 같았다.

 

‘뭐가 됐든 나오겠지.’

 

무신은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아직 숙달하지 않은 초식을 밟아나갔다.

검술을 익히려는 게 아니었다.

신검합일.

검과 몸을 ‘일체화’하기 위함이었다.

·

·

·

시간이 무섭도록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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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천 년.

·

·

·

5천 년.

·

·

·

1만 년.

여인과 대련했던 기간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그러나 무신의 손은 검을 놓지 않았다.

·

·

·

어느 날.

무언가 이상하리만치 가벼운 느낌에, 무신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검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가벼운 느낌은 사라지질 않았다.

 

‘설마…….’

 

여인이 떠나간 지 1만 5천 년 째.

조금, 답을 찾은 것 같았다.

·

·

·

무신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쾃!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춰지지가 않았다.

 

무아지경.

 

내공을 발현할 때 찾아왔던 상태가 무신의 몸을 온통 억누르고 있었다.

점점 무뎌지는 손과 검.

어느 순간, 그 두 개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

신검합일의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거칠었다.

거칠어도 너무 거칠었다.

무신은 지체할 것 없이 가부좌를 틀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방대하다 못해 끓어넘치는 내공이 순환되기 무섭게, 검이 스스로 움직여 그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츠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검의 울부짖음에도 사위는 고요했다.

아니, 그만 고요했다.

그는 여전히 무아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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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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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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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5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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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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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또 500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축적됐을 즈음에야 무신이 비로소 눈을 떴다.

그제까지 그를 맴돌고 있던 검도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그의 눈앞에.

츠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검이 날개라도 단 듯 허공에 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검과 손이 만나는 순간, 엄청난 기운이 몰려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내공 때문이 아니었다.

내공은 아예 발현을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검과 손의 합작이었다.

합일(合一)이 되어.

 

‘이게…….’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그저 들고만 있음에도 검이 스스로 파동을 만들어 허공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콰콰쾅!

여타 무인들이 같은 신검합일을 이룬다 한들 결코 낼 수 없는 힘이었다.

 

도합 4만 9천 년만의 걸작.

 

길어야 수십 년 수련한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과는 노력한 만큼 따라오니까.

당연한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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