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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8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8화

500갑자

 

 

검기가 단순히 검에 기를 맺히게만 한다면, 검강은 그 기가 보다 단단해지고 예리해지도록 한다.

더 간결하게 말하면, 증폭의 차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검강은 검기보다 훨씬 맹렬한 기운을 뿜어낸다.

지금, 7급 사자의 검에 드리운 기운도 그렇다.

 

‘아니. 검기가 맞아.’

 

여전히 검이 강렬한 기운에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무신은 더는 의심치 않았다.

 

‘일단 알림이 검치까지만 울렸고…….’

 

검강이었다면, 검치에 이어 그 윗 경지까지 바로 도달했어야 했단 뜻이다.

게다가.

 

‘겉보기엔 증폭된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기는 오로지 검에만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7급 사자의 검의 효과인 듯싶었다.

 

‘내공이 증폭되는 효과라도 붙어 있는 모양인데.’

 

그러나 정말 그럴지언정 믿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했다.

 

‘일반적인 검기와 달라. 농도가 짙어도 너무 짙어.’

 

이세계에서 내내 삼류무사였던 자가 일반적이고 안 일반적이고 그걸 어찌 알겠느냐마는, 고수들의 대련을 몇 번 구경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봤던 ‘검치들’은 결코 이만한 검기를 내지 못했다.

 

‘이 정도면 바위도 우습게 자르겠는데.’

 

시험해 볼 물체가 없어 그렇지 바위가 아니라 강철도 자를 수준이었다.

시각적인 것만으로도 그게 느껴졌다.

 

‘왜 이렇지?’

 

검기의 농도는 짙으면 짙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만큼 공격력이 높아지니까.

다만, 그 이유가 궁금했다.

 

‘1만 년 동안 운기조식했다고는 하지만…….’

 

개중 8~9할의 시간이 내공을 느끼기 위한 준비였다.

결코 내공을 축적하진 않은 것이다.

나머지 1~2할의 시간 또한 매한가지였다.

 

‘느낀 내공을 발현시키는 데 썼으니까.’

 

결과적으로, 내공축적의 시간은 길어야 몇 년이었다.

무신은 더욱 의아했다.

 

‘근데 농도는 거의 몇십 년도 더 쌓인 것 같아.’

 

이유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귀곡심법의 위력인가.’

 

습득이 어려운 대신 내공이 폭발적으로 상승.

귀곡심법의 특징이었다.

 

‘이걸 남은 28만 년 동안 쌓으면…….’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얼마나 괴물이 될지.

 

‘그나저나 귀곡심법을 익혔는데 다음 경지가 검귀라니… 어쩌다 보니 아귀가 맞네.’

 

검귀(劍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움직임이 마치 귀신과 같다 하여 붙여진 명칭.

무신은 저도 모르게 희락에 젖었다.

 

‘검귀만 되도 끗발이 되지.’

 

이세계에서 실력 좀 있다 하는 이들이 딱 검치에 그쳤다.

검강을 부리는 검귀는 그보다 높은, 가히 웬만한 세가의 가주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소규모 세가라는 전제하.

 

‘나 진짜 많이 성장했구나.’

 

삼류무사에서 검치의 위치까지.

무신은 감회가 새로웠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곳에, ‘직접’ 발을 디디고 있었다.

 

‘여기서 안주할 순 없어.’

 

검치가 대단키는 하나 29만 년을 채우기에는 한없이 모자랐다.

무신은 보다 위, 보다 더 위, 그 위의 위를 보고 싶었다.

 

검신(劍神).

 

만천하를 호령한다는 그것에 비하면, 검치는 그냥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그때.

콰콰쾃!

섬광이 쳤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그제야 떠올랐다.

 

검의 변화.

 

무신은 얼른 검에서 손을 뗐다.

7급 사자의 검이 허공 위로 솟았다.

콰쾃!

계속된 섬광과 함께 검의 외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병이 길어지며 양손으로 쥐기가 더 좋아졌고, 검신은 특유의 불그스름한 빛이 한층 짙어졌다.

음각으로 새겨진 사자란 단어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4급 사자의 검]

 

언젠가 예상한 대로였다.

7급 사자의 검이 있다면, 그보다 높은 사자의 검도 얻을 수 있겠다고.

무신은 조심스럽게 검을 집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뺨을 할퀴는 바람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상승경지를 이룰 때면 항상 찾아왔어.’

 

바람을 무대 삼아 무신이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콰콰쾃!

섬광의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오로지 검과 검기의 화음.

경탄스러웠다.

 

‘검기도 검기지만 검 자체의 힘이… 미쳤어, 이건.’

 

이세계의 숱한 명검들과도 비견할 수 있는 정도였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자가 쓰던 검은 상상이상이겠군.’

 

염라의 대리를 보고 있었던 1급 석영.

흐름대로라면 다음 경지에서 그의 검이 드리울 것이다.

 

‘다만 조금 시일이 걸리겠지.’

 

8,000년을 넘게 달려 내공을 느끼고 발현하기까지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나 ‘검강’은 다른 문제였다.

 

‘단순히 내공만 많이 축적한다고 될 게 아니니까.’

 

순환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다루는 능력이 숨 쉬듯 자유로워야 했다.

물론, 외공도 함께였다.

 

‘내공만 주구장창 뽑다간 그 꼴 나지.’

 

이세계에서 유명한 가문이 하나 있었다.

타고난 선천지기와 각종 심법에 대한 이해, 심지어 단전의 순환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들은 그 힘을 이용해 이세계를 잠식하려 했으나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었다.

정확히는, 죽었다.

방대한 내공을 육신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고로…….’

 

외공수련도 계속 해야 했다.

고급 검술에 백운격까지 끝낸 마당에 무얼 더 하겠느냐마는, 당치도 않을 소리였다.

무신이 이룬 것은 검술이란 태산(太山)을 몇 발자국 오른 것에 불과했다.

 

쾌검(快劍)으로 시작해-

환검(幻劍)으로 누르고-

중검(重劍)으로 찌르는 것.

 

쾌검은 백운격을 익히며 이미 숙달했으나 사실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 끝은 아직 저 멀리 보이지도 곳에 있었다.

문제는 외공수련을 할 초식이 있느냔 것인데, 그야 머릿속에 대강 들어 있었다.

 

‘도서관에 박혀 있던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나.’

 

살기 위해 도망치던 무신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몸으로 익힐 수 없었으니 머리로라도 익혔다.

17대 심법과 귀곡심법.

그 역시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대부분이 실패했던 백운격으로 쾌검의 기반을 다졌고, 전부가 실패했던 귀곡심법으로 검기를 만들었다.

조금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극한이라 불렸던 검술을 죄다 해봐야겠군.’

 

어차피 검술에 귀곡심법처럼 주화입마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습득하느냐 습득하지 못하냐의 문제일 뿐.

후자가 된다면?

될 때까지 하면 그만이었다.

 

‘남는 게 시간이니까.’

 

그때.

 

[누군가가 당신을 경이롭게 지켜봅니다.]

 

무신은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여전했다.

누군가라 지칭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지켜본다는 건 분명 이 안에 있단 뜻인데.’

 

사방은 온통 초원뿐이었다.

있을 만한 곳이라고 한다면 저기 저 나무… 무신은 순간 말을 잃었다.

사방으로 뻗은 가지와 잎사귀.

만개한 열매.

그리고 도무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높이.

저것은 나무가 아니었다.

하늘을 꿰뚫는 하나의 기둥과도 같았다.

 

‘근데 저 위도 하늘이라고 해야 되나?’

 

어둡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푸르르지도 않은…….

 

‘하늘? 천장? 아니면 뚜껑?’

 

괴랄한 상상에 빠지던 무신은 나무를 한참 우러러보다 그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갈수록 그 거대함에 숨이 막혔다.

 

‘장관이다, 장관.’

 

무신은 감탄을 뒤로하고 나무를 빙빙 돌며 ‘누군가’를 찾아보았다.

고개를 한껏 들어 나뭇가지도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애꿎은 목만 뻐근해질 뿐이었다.

 

 

‘애초에 실체가 없는 곳에 숨는다는 게 말이 안 돼.’

 

죄 없는 나무가 그에게 걷어 차였다.

 

‘싯팔, 신경 끄자.’

 

무신은 툴툴거리며 가부좌를 틀었다.

스으으으으으으.

온 몸에서 감도는 내공의 흐름이 느껴졌다.

성질은 각양각색이었다.

빠르고 느리고 뜨겁고 차갑고 무겁고 가볍고.

내공에 불순물이 많단 뜻이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야.’

 

며칠.

몇 주일.

몇 달.

몇 년.

기나긴 시간이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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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1갑자를 쌓을 즈음해선 더 이상 불순물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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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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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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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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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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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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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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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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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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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0년.

자그마치 500갑자의 내공을 쌓고서야 무신은 눈을 떴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날카로운 것이 뺨을 훑고 지나갔다.

상승경지를 이루지 않았는데, 바람이 부는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가 검을 들었다.

콰콰콰콰쾅!

고요하던 땅이 거세게 진동했다.

초원이 우수수 뜯겨 나갔다.

몇십 배는 더 커진 나무도 좌우로 흔들렸다.

스으으으으!

그러나 내공은 아직 꿈틀거리고 있었다.

500갑자를 모두 뿜어내겠다는 듯 맹렬히 포효했다.

콰콰콰콰쾅!

무신이 비로소 검을 휘둘렀다.

 

뇌전격(雷電擊).

 

별도의 초식에 쾌검이 살짝 얹어진 백운격과 달리 오로지 쾌검만을 위한 검술이었다.

츠극!

진즉부터 형성돼 있던 검기와 더해져 뇌전격의 초식들이 사방을 잠식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그 이름 따라 정말 벼락을 내리꽂듯.

소란은 3,765년이 지나서야 겨우 끝이 났다.

그러나 다음으로 가는 과정의 전초일 뿐이었다.

 

월풍격(月風擊).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달처럼 상황에 따라 검의 궤도를 달리 하는 환검의 검술이었다.

물론, 무신은 그 초식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서걱!

그러나 그의 검은 정답을 안다는 듯 돌아갔다.

몸의 감각.

수만 년을 지새우며 쌓인 감각.

그것이 스스로 초식을 만들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광분하던 환검은 초원을 수십 킬로밖까지 날리고서야 사그라졌다.

5,864년만의 일이었다.

 

‘다 왔어.’

 

무신은 그간 억누르고 있던 500갑자의 내공을 모두 발산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이제, 불꽃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집채와도 같은 화염.

뜨겁도록 타오르던 그것이 마지막 검술을 읊었다.

 

박룡격(舶龍擊).

 

거대한 용을 본뜬 중검의 검술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검이 무겁게 내려앉는 순간, 계절의 변화에만 반응하던 나무의 열매가 죄다 떨어졌다.

콰콰쾃!

바쁘다는 듯 제 갈 길만 가는 검 위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연기가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검강(劍罡).

 

검신을 타고 내공이 끝을 모르고 솟구쳤다.

농도가 짙단 말로는 부족했다.

거의 광채를 띠었다.

 

[검귀(劍鬼)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무신은 더욱 흥분했다.

야생마가 초원을 휘젓듯 망령의 숲을 집어 삼켰다.

콰콰콰콰쾅!

그 춤사위는 꼬박 7,000년을 채우고서야 간신히 본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놀랍구나.”

 

아직 식지 않은 검강의 열기를 다독이는 무신에게, 어느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승경지.

그것에 맞춰 누군가가 또 관음증짓을 벌이는 것일까.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목소리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사실, 네 녀석이 포기할 줄로 알았다.”

 

이번만큼은 관음증 짓이 아니었다.

 

“여태 아무도 이곳을 버티지 못해서 말이지.”

 

무신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들었다.

백색으로 빛나는 어떤 신형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무쪼록 반갑구나.”

 

그토록 찾던, ‘누군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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