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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7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7화

귀곡

 

 

내공(內功).

다른 말로는 기(氣).

검치에 도달하기 위한 한 가지는 바로 그것이었다.

 

‘후아.’

 

무신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운기조식을 통해 축적한 내공을 단전에 쌓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

물론, 망령에게 단전이 있을 리 만무했다.

 

‘새어나가지 않게 두르고 있을 수밖에.’

 

내공을 쌓기 용이하기 때문에 단전을 쓰는 것이지 무조건 그 법칙을 따를 필요는 없었다.

얼마든지 다른 길도 있었다.

 

‘역시 안 잡혀.’

 

이세계의 많은 무사들도 실패하는 것.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운용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무신도 개중 하나였다.

 

‘어렵겠는데.’

 

내공의 운용은 단순히 기를 가지는 게 아니라 느끼고 발현 시키는 것.

무신에겐 그 감각이 전무했다.

 

‘제기랄.’

 

몇 개월을 가부좌만 튼 채 있었다.

그러나 발현은커녕 느끼는 것조차 어려웠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

 

수년간의 수련으로도 안 될 일을 몇 개월에 끝내겠다는 건 욕심이었다.

무신은 나름대로 위안을 삼으며 꿋꿋이 허리를 폈다.

당연히, 결과는 여전했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설마 선천지기가 완전 바닥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타고나기를 무인의 체질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빈 깡통일 수 있다.

 

‘없으면…….’

 

무신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만들면 돼.’

 

선천지기는 그래봤자 재능의 한 부분일 뿐이다.

노력.

즉, 후천지기로도 얼마든지 내공의 운용은 가능하다.

 

‘마음을 가벼이 하고 몸속에 있는 흐름을 찾아라.’

 

내공은 교본과 달리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있는데, 흐름을 찾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를 테면 깨달음.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치겠군.’

 

확실히 내공은 외공과 달랐다.

차라리 팔통을 허벅지처럼 키우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이세계에서 내공을 쓰는 무사들만을 ‘진짜배기’라 불렀던 게 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내공을 쓰는 게 진짜배기가 아니라 내공과 외공의 조화를 이룬 게 진짜배기야.’

 

몇 갑자의 내공도 받쳐주는 육신, 즉, 외공이 있어야 진정한 빛을 발한다.

주구장창 내공만 쌓는 게 장땡은 아닌 것이다.

 

‘외공은 어느 정도 완성됐어.’

 

1천 년을 오로지 외공만 수련했다.

실체가 없는 망령이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흡.’

 

무신은 숨을 마셨다.

진짜 호흡하듯이.

 

‘후.’

 

그리고 천천히 뱉었다.

운기조식의 정석에 따라 내공의 흐름을 읽는 것.

심법(心法)이었다.

그러나 결과야 이번에도 뻔했다.

 

‘염병, 그냥 29만 년 묵은 일류외공무사로 끝낼까 보다.’

 

무신은 피식 웃었다.

정말 29만 년 동안 외공만 쌓는다면, 그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내공을 쌓으면 더한 위력을 낸다.

1갑자는 60년.

내공만 무려 4,800갑자가 되니까.

그 정도면 아마…….

 

‘손가락 한 번만 튕겨도 바다를 가르겠지.’

 

무신은 저도 모르게 흥분됐다.

주체할 수 없는 힘.

그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어후, 발현은커녕 아직 느끼지도 못한 놈이.’

 

무신은 다시 무(無)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무(武)에 있으나 운기조식의 시작은 항상 무(無)에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자의 숙명이었다.

 

‘흡.’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후.’

 

이내 꺼졌다.

그것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동안, 무신의 다리는 단 한 번도 가부좌를 풀지 않았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그런데.

망부석처럼 있던 무신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379년.

 

기나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차도가 없는 탓이었다.

물론 고급 검술과 백운격은 700년을 넘게 달려서야 겨우 끝을 냈다.

그러나 그것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건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었고…….’

 

이건 시작도 못해 아예 과정이 없는 경우였다.

무신은 고민에 빠졌다.

 

17대 심법.

 

이세계에서 가장 정통하기로 소문난 심법은 당연히 포함됐으며 숱한 가문이나 문파의 심법까지.

무신은 그것들을 모두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조금만 더 해보자.’

 

말했듯 내공도 깨달음이었다.

깨달음을 얻기에 379년은 어쩌면 짧은 시간일지도 몰랐다.

 

‘하.’

 

그러나 그만큼을 또 꼬박 채워도 의미도 없는 가부좌 자세만 좋아졌다.

내공은 감감무소식이었다.

 

‘17대 심법이 전부 안 되는 경우가 있나.’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게다가 70년도 아니고 700년이었다.

제아무리 자질이 없는 자라도 그쯤이면 내공에 내 자라도 꺼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17대 심법이 나랑 안 맞는단 건데.’

 

지난 700년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무신은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대신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됐잖아.’

 

안 해보고 판단하는 것과 해보고 판단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것 자체는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문제는, 내공을 전혀 얻지 못했다는 거고.’

 

착잡했다.

손이 있었다면 열 손톱 다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나.’

 

보류해 둔 카드 한 장.

이제는 써야 할 것 같았다.

 

귀곡심법(鬼哭心法).

 

정통한 심법과 달리 거칠고 불규칙하며 운용하기도 상당히 까다롭다.

성공하면 내공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는 하나…….

 

‘실패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버리지.’

 

안 그런 심법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귀곡심법은 특히 더 위험성이 컸다.

이세계의 이름난 고수들도 기피했을 만큼.

해서 암묵적으로는 금기된 심법이었다.

무(武)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뿐.

사실, 조치도 불필요했다.

세상 그 어떤 천치가 제 발로 낭떠러지 앞에 서겠는가.

 

‘해보자.’

 

무신은 스스로 천치를 자처했다.

 

‘그게 나한테 가장 맞는 심법일지도 몰라.’

 

어쩌면 천치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귀곡.

죽은 넋이 밤에 우는 울음.

뜻부터가 망령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서적에서도 죽은 자를 위한 심법이라 나와 있었고.’

 

많고 많은 무인들이 모두 실패했던 건, 아마 그들이 산 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무신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판단했다.

 

‘확실히 정리부터 하고.’

 

아주아주 오래된 기억.

금기심법이라 건성으로 읽은 탓에 내용이 더 가물가물했다.

그러나 머릿속을 한참 헤집으니 하나둘 조각이 모였다.

무신은 새삼 자신의 두 번째 재능을 깨달았다.

 

기억력.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세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의 일도 아직까지 기억이 났다.

선명하게.

 

‘사람은 몇 가지씩 잘하는 게 있다더니.’

 

그게 검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29만 년을 버티기 더 힘들었을 거야. 완성된 상태에선 더 이룰 게 없고, 그럼 내가 여기서 할 게 없어져.’

 

그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삼류무사였던 것도 재능이구나.’

 

그는 곧장 가부좌를 틀었다.

이제부턴 첫 번째 재능을 이용할 시간이었다.

홀로 이 고독의 시간을 버티는 정신력.

그것을 말이다.

 

***

 

이세계 귀곡성(鬼哭城).

저승에 가지 못한 망령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에서, 하인이 성주에게 물었다.

 

“귀곡심법을 익히면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되기는.”

 

성주가 자신과 하인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산 자가 우리와 같은 죽은 자의 힘까지 얻게 되니… 가히 무소불위해지는 게지.”

 

***

 

어두컴컴한 세계였다.

빛 한 줌 없는 그곳에서 무신은 끝없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리에 백지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이따금 눈을 뜨면, 꼭 나무에 열매가 맺혀 있었다.

그걸 500번도 넘게 보았다.

귀곡심법에 들어간 지 벌써 500년도 더 지난 것이다.

 

‘…….’

 

그러나 500년도 약과였다.

17대 심법과 마찬가지로 기어코 700년이 지났고, 급기야 1천 년을 넘어섰다.

결과는 같았다.

아무것도 캐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무신은 가부좌를 풀지 않았다.

 

‘…….’

 

결과는 같아도 17대 심법과는 달리 과정이 있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분명 뭔가가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든 잡고 싶었다.

 

‘…….’

 

어느 날.

여전히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인데, 머리가 복잡했다.

뇌리에 뾰족한 칼날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느낌?

 

무신이 눈을 떴다.

화르륵!

그의 앞에 돌연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는 덥석 그것을 움켜쥐었다.

전혀 뜨겁지 않았다.

따뜻한 정도였다.

 

‘뭐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불꽃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손아귀를 시작으로 몸 전체에.

 

‘이건…….’

 

따뜻하다는 건 착각이었다.

뜨거웠다.

그러다 곧 터질 듯 달아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온몸이 붉게 변했다.

실체가 없음에도 그게 확연히 드러났다.

 

‘…….’

 

무신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부좌를 더 단단히 유지하며 ‘느껴지는 것’을 온 몸으로 순환시켰다.

 

내공.

 

이제야 물꼬가 트인 것이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

귓전을 뚫고 들어오는 내공의 흐름이 이상야릇한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첫날밤의 황홀이 이러할까.

무신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

 

무아지경.

 

맺히고 떨어지는 나무의 열매의 순환처럼 그의 순환도 계속되었다.

·

·

·

1천 년.

·

·

·

2천 년.

·

·

 

3천 년.

·

·

 

4천 년.

·

·

·

5천 년.

·

·

·

순환은 진즉에 끝났으나 그는 좀 더 오롯한 내공을 취하고자 했다.

귀곡심법.

혹여나 불순물이 섞여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물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탓도 있었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자그마치 8,735년이 지나서였다.

번뜩!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죽은 넋의 울음소리라는 귀곡(鬼哭)이 마치 입이 아닌 눈에서 나오듯이.

 

‘…….’

 

그 상황 속에서도 그는 아직 무아지경에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본능을 따르고 있었다.

콰쾃!

말아 쥔 주먹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내공(內功).

 

그는 비로소 무아지경에서 벗어났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텅 비어 있던 머릿속을 갖가지 상념과 잡념으로 가득 채우면, 저절로 눈이 뜨였다.

 

‘이게…….’

 

그가 눈을 끔뻑거리며 중얼거렸다.

 

‘내공의 발현이구나.’

 

고수들.

혹은 재능 있는 자들만의 산물.

그게 손에서 감기고 있었다.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던 그는 문득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7급 사자의 검.

 

오랜 시간 주인을 잃었던 탓인지 가뜩이나 붉은 검신이 더욱 성을 내고 있었다.

그것이 붉은 손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무신은 검을 잡았다.

그리고, 단전이 아닌 온몸에서 감도는 내공을 서서히 검에 주입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느꼈고.

발현도 해냈으니까.

이윽고 검에 촘촘한 불꽃이 휘감겼다.

검병을 시작으로 검신, 심지어 검신을 넘어 허공을 찌를 듯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엄청난 광기(光氣)에 무신이 눈을 부릅떴다.

 

[검치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알림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체할 수 없는 힘.

그토록 바랐던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대체…….’

 

마른침이 있었다면, 다섯 번도 더 삼켰을 정도로 무신은 긴장했다.

그가 천천히 검을 뻗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다시 맹렬한 기운과 함께 허공이 흔들렸다.

늘 잔잔하기만 하던 망령의 숲의 초원 역시 벼락이라도 맞은 듯 요동쳤다.

검기(劍氣).

분명 그것의 힘이었다.

그러나 위세는 흡사…….

 

검강(劍罡).

 

결코 검치의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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