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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화

누군가

 

 

무신은 다시 망령의 숲을 샅샅이 뒤졌다.

광활한 벌판과도 같은 곳.

그러나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분명 ‘누군가’는 없었다.

알림이 잘못 울리기라도 한 것일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무신은 허탈하게 웃으며 목검에서 철검으로 바뀐 무기를 바라보았다.

봐도 봐도 신기했다.

실체가 생긴 것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수련에 따라 검이 변화한다… 라는 건가?’

 

상승경지의 알림도 뜨는 마당에 이해 못 할 바 무어 있겠느냐마는, 다른 한 가지는 설명이 안 되었다.

실체.

저승에 어찌 실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승과 격리된 곳이라서?’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었으나 무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연기와 다를 바 없는 그의 몸.

저승과 격리돼서 그랬다면 그의 몸도 실체가 있어야 했다.

 

‘그럼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건 실체가 있고 어떤 건 실체가 없고… 싯팔, 모르겠다.’

 

무신은 몸서리를 치며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를 저 멀리 집어던졌다.

그런 그의 시선이 문득 또 나무에 닿았다.

다섯 뼘은 더 자란 높이.

올려다보면, 이제는 조금 고개가 아팠다.

 

‘15년도 더 지났어.’

 

15년.

그가 이세계에서 머무른 시간과 같았다.

 

‘대한민국에서의 나이를 포함해 죽을 당시의 내 나이가 서른여덟. 좀 있으면 그것도 따라잡히겠네.’

 

기가 찼다.

그토록 길게 느껴졌던 세월이 이곳에서 벌써 반 가까이 지나갔다는 것에.

그러나 그것은 긍정적인 면이었다.

 

‘29만 년을 지내야 돼. 시간이 빨리 흐르면 나한텐 무조건 좋은 거지.’

 

그렇다면 시간이 빨리 흐른, 정확히는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무신은 금방 이유를 찾았다.

집중.

잡생각 않고 오로지 검술에만 몰두한 결과였다.

물론, 매순간을 ‘즐긴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앞은 아직 깜깜하구나.’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철검을 들었다.

목검과 달리 무게감이 있었다.

 

‘검이라면 자고로 이래야지.’

 

너무 가벼운 것은 오히려 독이 되게 마련이다.

공격력이 떨어지니까.

 

‘초급 검술 차례인가, 이제.’

 

무신이 15년을 헤맨 자리였다.

초급 검술이란 것은.

 

‘후아.’

 

숙달할 초식만 무려 41개.

초식마다의 동작도 길어 기초 검술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번에는 꼭 넘어서는 거야.’

 

무신은 심신을 가라앉히며 우선 41개의 초식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세계에서 15년을 썼을 뿐더러 교본도 외우고 있는 터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41번째의 초식까지 마친 후.

그가 착잡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찌르기나 베기가 올바르지 않은 자세의 문제였다면, 초급 검술은 그것에 더해 불필요한 동작까지 있었다.

거꾸로 필요한 동작이 빠졌기도 했고.

 

‘얼마나 걸리려나.’

 

기본기에 기초 검술을 익히는 데만 어언 십 수 년을 훌쩍 넘겼다.

그보다 곱절에 곱절은 더 어려울 초급 검술은 어떨까.

절망이라고밖에는 표현이 안 되었다.

그러나 무신은 의연하게 반응했다.

 

‘못 할 거 뭐 있어? 여태까지처럼만 하면 되는데.’

 

잠시 가동을 멈췄던 기계가 그렇게 재가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초장부터 오류가 걸렸다.

 

‘동작을 잇기가 힘들어.’

 

무동초식이 많은 기초 검술의 초식과 달리 초급 검술의 초식은 대부분이 유동초식.

실체가 없어 발디딤이 어색하니 그걸 연결하기가 애매했다.

무신은 애써 웃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방법이야 뻔했다.

 

‘걷는 거다… 걷는 거다… 무신아, 너는 지금 걷는 거다…….’

 

무신은 스스로를 세뇌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수.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좋았어. 진짜 걷는 건 아니겠지만 몸이 그렇게 느끼기만 하면 돼.’

 

중요한 건 결국 ‘감각’이었다.

회귀하면, 본래의 육신으로 돌아가니까.

 

‘이제부턴 검술에만 열중하자.’

 

이번에는 정말, 기계가 제대로 된 가동을 시작했다.

광적으로 검만 휘두르는 모양새는 반복적으로 가동되는 기계와 분명 한 치도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가 완벽해지기 전까지 다음은 없는 거야.’

 

초급 검술 1초식을 끝낸 후에야 2초식에 들어가겠다는 것.

다소 미련한 수련 방식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길어야 100년인데 어느 정도는 유하게 넘어가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의 생명은 자그마치 29만 년이었다.

 

‘여기선… 어떻게 했더라.’

 

그가 1초식을 끝낸 건 그해 겨울이 다 와서였다.

망령의 숲에 계절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시기상으로는 분명 겨울이 맞았다.

그는 2초식에 들어가며 기억을 더듬었다.

기본기와 기초 검술을 익히는 데 십 수 년을 보내 초급 검술의 초식이 낯설어진 탓이었다.

 

‘그래, 이거였지.’

 

그러나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이럴까봐 계속 되뇌어왔거든.’

 

잊어버리지 않게.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도 나름 미래를 준비할 방도가 있었다.

 

‘좀 아쉬운데.’

 

2초식은 무난하게 들어갔다.

군더더기도 많이 없었다.

그러나 뭔가 밋밋했다.

무신은 어렵지 않게 그 원인을 찾았다.

 

대련.

 

무인은 무(武)를 다루기에 무인이었다.

백날 교본만 볼 바에야 한 번의 대련이 더 나았다.

그러나 풀 한 포기 없는 곳에서 어찌 상대를 구할까.

 

‘이론도 빠삭하지 않은데 무슨 대련은 대련이야.’

 

무신은 오히려 그것을 욕심이라 여겼다.

대련이야 회귀하고 나면 질리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무신은 잡념에서 벗어나 2초식을 이어갔다.

살짝 벌린 발을 성큼 내딛고.

팔은 가볍게.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되 언제든 돌아볼 수 있도록 사위를 예의주시하며.

뻗.

는.

다.

무신은 실제로 ‘뻗는다’라는 말을 입 안에서 힘주어 굴렸다.

기합을 내지르면 없던 힘도 솟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좋았어.’

 

실체가 있는 검이라 그런지 손에 착착 감겼다.

육신도 망령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무신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진짜 욕심이지. 대련 상대가 있었으면 하는 것보다.’

 

***

 

간만의 휴가.

그런데 염라는 이런저런 계획과 약속을 죄 미루고는 골방에 기어 들어갔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안건이 있어서였다.

 

‘어디로 가셨을까.’

 

저승의 절대지주가 있었다.

최고위 공직인 염라보다도 서열이 높았던 ‘그녀’가 오래 전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염라를 비롯한 숱한 사자들이 발 벗고 찾아다녔으나 허사.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금 염라가 들어온 골방도 사실은 저승의 역사를 담아둔 서재였다.

과거를 짚다보면 그녀에 대한 행적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

그러나 여지없이 허탕이었다.

 

‘환장하겠군.’

 

원래부터 신출귀몰하기는 했다.

대회의가 있던 어느 날, 타계(他界)로 도망간 건 아직도 회자될 정도였다.

 

‘그분이 계셔야만 저승의 위세가 사는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널브러진 서적을 염라가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

 

다음 해가 올 즈음.

2초식도 끝이 났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었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시사사사사사삭!

검은 마치 도돌이표처럼 췄던 춤을 또 추고 또 추었다.

가끔은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길 몇 년.

검이 간만에 바닥을 두드렸다.

 

‘하아.’

 

쉬지 않고 달렸다.

매일매일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검만 잡았다.

무신은 검병에 몸을 기댔다.

일전에도 말했듯 피로는 없으나 정신적인 타격이 컸다.

헤롱헤롱이란 말의 저의를 알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질 뿐이야.’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울하다 못해 잘못된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포기라고 외친다거나.

 

‘여기서 포기하면… 그건 나란 존재가 아예 없어져 버리는 거니까.’

 

무신은 힘 있게 일어섰다.

그리고 초식을 상기하며 검을 내질렀다.

하루.

이틀.

사흘.

며칠 보내는 것쯤이야 이젠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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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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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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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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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십 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는 말.

무신은 그 말을 실감했다.

 

[이류무사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기어코 넘어섰으니까.

15년간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넘지 못했던 그 벽을.

물론, ‘완벽’을 추구하며.

 

‘나 원 참.’

 

성공이란 두 글자 아래서 무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쓴웃음을 지었다.

다섯 뼘에서 거의 열 뼘도 더 넘게 자란 나무.

지나간 세월이 아쉽다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의 세월을 보내 간신히 초급 검술만 독파했다는 게 참으로 민망했다.

 

‘약골은 약골이구나.’

 

184㎝에 73㎏의 좋은 체격을 가진 그였으나 무인으로서는 결코 강골이 못 되었다.

툭하면 부러지기 일쑤에 이처럼 검술 습득력도 최하.

그러나 싫지만은 않았다.

 

‘정신력 하나만큼은 기똥차잖아?’

 

나무의 높이로 말미암아 30년?

50년?

대강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단 가정하에 ‘갇힌 공간’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는 그 정신력.

충분히 높이 살 만했다.

 

‘그나저나…….’

 

무신은 철검을 양손에 공손히 올려두고 무언갈 기다렸다.

상승경지를 이룰 때면 이내 곧 찾아오던 검의 변화.

이번에도 있지 않을까.

기대는, 나무에 맺힌 열매가 흔들리는 순간 찾아왔다.

 

‘바람이 불어?’

 

망령의 숲에 들어온 첫날, 뺨을 할퀴었던 그 바람.

무신이 흠칫 놀라는 사이 섬광과 함께 철검이 스스로 붕 떠올랐다.

흡사 이기어검이라도 된 듯이.

그는 어버버 입도 떼지 못하며 그 절경과도 같은 모습에 흠뻑 취했다.

콰콰쾃!

 

‘이럴 수가.’

 

녹슨 철검이 번쩍거리는 날 선 철검으로 바뀌었다.

만지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무신은 눈을 끔뻑거리며 그 선을 하나하나 따라갔다.

 

‘이세계에서도 잘 팔릴 물건이야, 이 정도면.’

 

노련한 대장장이가 아니면 만들지 못할 정도의 수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만약 회귀하게 된다면 이세계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때.

솨아아!

다시 바람이 불었다.

 

‘뭐야?’

 

밤낮조차 없는 세상.

당연히 바람도 불지 않아야 정상인 곳에 급기야 폭풍이 몰아쳤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큰 나무까지 흔들릴 만큼 아주 거세게.

 

[누군가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삼류무사가 되던 날, 잠에서 깨어났다던 알 수 없는 존재.

이번에는 관심을 가졌다니.

무신은 눈에 불을 켜고 그날과 똑같이 ‘누군가’를 찾았다.

그러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

 

알림은 다시 침묵했고.

폭풍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들었다.

 

‘알림이 잘못 울린 게 아니야.’

 

그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잘못 울렸다고 하면, 상승경지에 도달했단 알림도 다 잘못 울린 게 돼.’

 

그렇다는 것은 결국…….

 

‘정말 나 말고도 누가 있다는 건가.’

 

나름대로의 추리는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

 

또다시 입을 열지 않는 알림 뒤에서 그 어떤 ‘누군가’도 발견하지 못했다.

괜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싯팔. 차라리 못 들었으면 기대라도 않지.’

 

다행스럽게도 ‘누군가’에 대한 일은 금방 잊혀졌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더 높은 곳.

일류무사를 위한 초식을 밟기에도 바빴다.

 

[재밌는 녀석이구나.]

 

어느 날.

딱딱하고 기계적인 알림이 아닌 인간의 그것 같은 알림, 아니,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무신은 전혀 듣지 못했다.

집중이 낳은 폐해였다.

·

·

·

그리고 다시.

오랜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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