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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38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38화

가동

 

 

흑라신검(黑羅伸劍).

철교 교주를 절세고수의 반열에 올려준 명검이었다. 내공을 두르지 않고도 바위를 능히 자르며 오랜 시간 묵어도 날이 바라지 않는 대단한 내구성도 지녔다. 이름 따라 검신에 감도는 흑빛은 가히 영롱할 정도였다.

그것이 지금, 손에 쥐어져 있었다.

 

‘명검은 명검인가.’

 

파천검과는 느낌이 달랐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하기야 파천검은 아주 명검이라고는 할 수 없어.’

 

삼보 중 하나.

그러나 파천 안에서만 그리 불릴 뿐이었다.

게다가 겨우 기초 검술 끝내고 받은 게 가치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무신은 넋을 놓고 흑라신검을 쳐다보았다. 흑빛 검신이 흑빛 파천의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휘익.

가볍게 휘두르자 검신이 마치 물결처럼 허공을 지나갔다. 내공을 주입하면 과연 어떤 힘을 낼지 상상도 안 되었다. 당장 해보면 좋겠으나 앞서도 그랬듯 동굴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나가야 할까.

무너져 내린 천장.

왔던 길로 돌아가 봤자 입구는 막혀 있을 것이다.

 

‘회귀 전에 그 사람은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고 한 것 같은데.’

 

아마 내공이든 뭐든 막힌 곳을 뚫으면서 나간 것이겠지.

해서 시일이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무신은 굳이 같은 방법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분명 있을 텐데.’

 

기관진식이란 것은 결국 설치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함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출구를 만들어놓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무신은 방 곳곳을 누비며 출구가 있을 만한 곳을 뒤졌다.

 

‘염병, 그냥 부수고 나가야 되나.’

 

그러나 그냥 동굴일 뿐이었다. 출구는커녕 숨이 통하는 구멍 하나 찾기 쉽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벽면에 박힌 돌 하나를 친 무신에게 별안간 진동이 일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아무렴 강골이라고는 해도 동굴 하나를 부술 정도는… 하는 순간이었다.

돌이 쑥 튀어나오더니 이내 구멍이 하나 나타났다.

신장이 10척에 달하는 자도 지나갈 법한 크기.

출구였다.

 

‘돌을 건드리면 출구가 나타나게 돼있었던 건가.’

 

기연이라면 기연이었다.

무신은 한 손에 흑라신검을, 다른 한 손에 파천검을 들고서 구멍을 따라 나섰다. 금 1관과 철룡광랑검법서는 이미 배낭에 넣어둔 후였다.

길은 평탄했다. 일직선으로 돼 있었으며 함정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나가는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쪽으로 들어오는 게 더…….

그 생각도 쉽지만은 않음을 알았다.

끝이 절벽의 중간이었다.

 

***

 

산동 서쪽의 평야.

홍장포를 입은 일련의 무리가 말을 내달리고 있었다. 몇몇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칠십혈천대.

 

수틀리면 그냥 닥치는 대로 베어버린다는 혈교의 괴물들이 나타났으니 눈도 마주치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칠십혈천대를 이끄는 무기창은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말이지.’

 

그놈.

사학도와 교도들을 죽이고 탈교한 주술사의 재물을 가져간 바로 그놈.

구동이나 해주를 거쳐 강호로 들어왔다고 보면, 첫 번째 정착지는 산동이 될 확률이 크다고 판단했다.

해서 무턱대고 칠십혈천대를 끌고 온 것이다.

 

‘못 잡아도 좋아. 어떻게 흔적만 발견하면…….’

 

추적은 쉬워지겠지.

사학도를 죽였든 어쨌든 제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칠십혈천대의 망에서 달아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직접 왔지 않은가.

 

‘네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혈교 서열 20위의 나 무기창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겠느냐마는, 내로라하는 고수 중에서 스무 번째였다.

결코 낮은 무위가 아니었다.

 

‘나는 악가의 가주와도 대적했던 사람이야.’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자신감을 표출하는 무기창이었으나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침입.

지금 칠십혈천대의 행보를 산동에서 그런 식으로 오해하면 일이 곤란해질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무기창은 비릿하게 웃었다.

 

‘곤란은 무슨 곤란이야. 다 죽여 버리면 되지.’

 

산동에 무어 힘이 있겠는가.

산동악가?

앞서도 말했듯 그 집안은 이미 칠십혈천대에게 묵사발이 난 바 있었다. 걸릴 게 없었다.

그렇게 한참.

 

“히이이이이이잉!”

 

힘차게 달리던 말이 갑자기 요란을 떨며 대가리를 마구 휘저었다. 비단 무기창의 말뿐만이 아니었다.

칠십혈천대 인원들의 것도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마치 맹수라도 본 양.

신경질적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던 무기창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골짜기에서 거뭇한 신형이 하나 내려오고 있었다.

말들의 시선은 그 신형을 향해 있었다.

무기창은 말에서 내려 신형을 쳐다보았다. 보법을 쓰는지 신법을 쓰는지 움직임이 매서웠다. 정말 맹수 같았다.

이윽고 신형의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흑장포.

배낭.

검 두 자루.

그리고, 심상치 않은 기운.

무언가 느낌이 왔다.

 

그놈.

 

파천 전역을 뒤져 겨우 알아낸 정보와는 분명 다른 행색이었으나 모를 일이었다.

복장 정도는 언제는 바뀔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무기창은 말을 내다버리고 남자에게 달려갔다.

칠십혈천대 교도들도 급히 그의 뒤를 따르니 널따란 평야에 순식간에 전운이 감돌았다.

가까이 다가간 무기창의 얼굴에 이내 화색이 들었다.

저 남자가 그놈이 분명했다.

 

파천검.

 

그것을 들고 있으니까.

더 볼 것도 없다.

마침, 남자도 무기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기창은 조금 당황했다.

 

‘우릴 보고도 피하질 않아?’

 

칠십혈천대의 위세야 강호를 비롯해 중원 전역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남자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데 팔짱까지 낀 채 ‘여유로이’ 서 있었다.

화색이 들었던 무기창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감히 칠십혈천대를 보고도 저리 행동한다는 게.

그가 터벅터벅 걸어가 입을 뗐다.

조금만 달려가도 서로의 목이 닿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져 있었다.

 

“네가 최무신이로구나.”

 

***

 

천라지경을 써서 이제 막 출구를 통해 나오던 길.

흑라신검과 철룡광랑검법을 쓸 생각에 흥이 나 있었던 무신은 ‘그들’과 마주쳤다.

혈교의 그 악명 높은 칠십혈천대를.

 

‘나 하나 잡으러 칠십혈천대가 나설 줄이야.’

 

사학도와 교도들을 그리 만들었으니 혈교에서도 가만있을 리는 없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칠십혈천대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대장으로 서열 20위 무기창이 와 있었다.

 

‘어설프게 나설 바에야 무기창을 보내서라도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건가.’

 

무기창은 검강도 우습게 다루는 고수였다. 웬만한 무인은 저자의 발끝에도 못 미칠 것이다.

오금을 지려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그러나 무신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과 대치했다.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야.’

 

수적 열세?

그 말은 서로의 실력이 비슷할 때나 하는 말이었다. 끽해봐야 무기창 정도만 비벼지는 상황에서 무신이 걱정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차라리 잘됐어. 어차피 부딪칠 거면 조금이라도 빨리 부딪치는 편이 나아.’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추적했을까.

답은 쉽게 나왔다.

무신의 시선이 흑라신검 반대편에 들려 있는 파천검으로 향했다.

 

‘이게 문제였군.’

 

무신은 피식 웃으며 줄기줄기 살기를 토하고 있는 무기창과 그 교도들을 바라보았다.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하나같이 노가 차 있었다.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칠십혈천대를 보고도 유유자적하고 있으니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겠지.

무기창이 눈알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뒤지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무신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개가 아무리 짖어도 반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일각이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갈구할 것이다.”

 

무기창이 ‘아니지’ 하고는 비로소 여유를 찾았다.

조소를 머금으며.

 

“이 손가락 다섯 개가 굽혀질 정도면 충분하겠지.”

 

칠십과 일의 싸움.

무기창의 생각은 결코 허세나 억측 따위가 아니었다.

 

“죽여!”

 

무기창이 소리치기 무섭게 칠십혈천대 교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무신에게 튀어나갔다. 하나같이 검에 물씬한 기운을 터뜨리고 있었는데, 단순히 검기라기에는 그 농도가 굉장히 짙었다.

말하자면 검강에 가까운.

초장에 바로 끝내겠단 계산이었다.

 

‘네 한 놈 잡는 데 이렇게까지 하는 게 참 뭣 같지만, 그래도 일처리는 깔끔하게 해야지.’

 

그러나 무기창의 계산은 일각도 안 되어 빗나갔다.

아니, 본인이 했던 말처럼 불과 손가락 다섯 개가 굽혀질 시간 만에.

 

“뭐, 뭐야?”

 

맹렬하게 달려들던 칠십혈천대 교도들이 검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다리가 잘린 자는 예사요, 목이 잘려 이미 죽은 자도 있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무기창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검강이었다.

진정한 고수만이 이룰 수 있다는 그것이 교도들을 잠재우고 있었다.

무기창은 육두문자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교도들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법이구나.”

 

물론 무기창은 교도들이 당한 상황 자체에 당황한 것이지 무신의 무위 자체에 그렇지는 않았다.

똑같이 검강을 쓸 수 있으니까.

저 짙은 농도?

그 역시 문제없다.

혈교의 정통한 심법으로 내공만큼은 수위에 드는 그였다. 그러나 당당함은 채 십합을 넘기지 못했다. 무신의 내공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몇 계단은 더 높이 있었다.

양적으로든 운용적으로든.

그뿐인가.

공통 검술 중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뇌전격과 월풍격, 거기다 박룡격까지 튀어나오고 있었다.

무기창은 모르고 있으나 열뢰대섬검까지.

 

“커헉!”

 

무기창이 한 움큼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내상을 입었는지 속에서부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이대로 가면 결과야 뻔했다.

머지않아 칠십혈천대 교도들과 함께 이 평야에 나뒹굴 게 될 것이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무기창은 결국 그것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입에 쑤셔 넣었다.

동시에, 무신의 눈이 흔들렸다.

 

폭혈단(爆穴團).

 

온몸의 혈을 터뜨려 일시적으로 내공을 폭증시키는 금약이었다.

내공이 폭증되는데 왜 금약이느냐.

효과가 사라지면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그 즉시 단전이 파괴되기 때문이었다.

즉, 폭혈단을 삼켜 싸움에서 이긴들 결국 죽는 것이다.

 

‘어차피 죽으니 폭혈단이라도 쓰자 이건가.’

 

무신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일 났군.’

 

폭혈단은 내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일수록 효과도 더 커지는 법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무신보다 반자는 더 작았던 무기창의 검강이 외려 반자가 더 길어졌다.

무기창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울부짖었다.

 

“죽여 버리겠다!”

 

이미 자연경의 그것까지 끌어다 썼다. 무기창과 달리 무신에게는 더 이상 내공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 와중에 무기창의 신형이 이미 코앞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떻게 일합은 견뎠으나 오른쪽 어깻죽지가 가슴팍까지 베여 나갔다.

이대로 가다간 곧 목덜미에도 검이 들어올지 모른다.

알림이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계승 시스템 가동]

[유림의 검의 힘이 일시적으로 개방됩니다.]

 

설마…….

무신은 눈을 부릅떴다.

 

[개방량 0.1퍼센트]

 

겨우 0.1퍼센트.

그러나 체내에 감도는 내공의 양은 자그마치 몇 갑자에 이르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넓은 산동의 평야가 통째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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