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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9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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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9화

힘의 차이

 

 

목만 남은 마물이 몇 초간 부르르 떨었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잘린 머리통이 데굴데굴 굴러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놈은 이내 곧 숨을 떨구었다.

바닥은 놈이 쏟아낸 적갈색 피로 인해 질펀했다. 작게 웅덩이가 고였다.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 실시간으로 사체가 썩어가는 것 같았다. 코를 쥐게 하는 악취임에도 그것에 신경 쓰는 자는 얼마 없었다.

 

“죽었잖아!”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요?”

 

마물의 머리통이 순식간에 잘려 나갔단 것이 더 관심사였다. 다들 눈을 끔뻑거리며 정체 모를 마물의 사체와 그 사체를 만들어낸 장본인을 번갈아 보았다.

흑장포에 묻는 마물의 피를 탈탈 털어내는 자.

무신이었다.

 

“최, 최 대협이 한 거요?”

“그렇소.”

 

무신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15년을 삼류무사로 살았지만, 원래 그는 사냥감 하나 잡았다고 으스대는 성격이 아니었다. 애초에 별것도 없었다. 마물은 급수가 나뉜다던데 지금 잡은 놈은 최하급이나 될까 싶었다. 무인으로 따지면 절정도 안 될 것이다.

그는 옷을 마저 털며 다시 물었다.

 

“마 대협? 이놈 이거 이름이 뭐냐니까?”

“쿠, 쿠르번이오.”

 

쿠르번.

무신은 그 이름을 두어 번 곱씹어보았다. 낯설었다. 쿠르번에 쿠 자부터 어색했다. 회귀 전 서고에 틀어박혀 수많은 서적을 읽었지만, 마물 쪽으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그새 차게 식은 쿠르번의 사체를 쳐다보았다. 온몸이 꺼슬꺼슬한 털로 뒤덮여 있었다. 거대한 곰 한 마리 같았다. 구석에 박힌 놈의 머리통도 확실히 그것의 대가리와 흡사했다.

유심히 쿠르번을 들여다보는 그의 뒷선에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하는 여섯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두 용병과 의뢰인들, 그리고 서예림.

개중에서 가장 정신을 못 차리는 자는 의외로 마형추였다.

 

“이, 이게 무슨…….”

 

여유의 표본이라 해도 좋았다. 줄곧 옅은 미소를 물고 있었으며 온몸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게 마형추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을 동그랗게 뜬 겁쟁이에 불과했다.

아군이 적군을 죽였는데 왜 겁쟁이가 되겠느냐마는, 그는 정말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무신을 보는 시선이 떨리고 있는 게 그 방증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쿠르번은 마물 중에서 하위에 속하지만, 결코 약한 편은 아니었다. 저렇듯 검질 한 방에 머리통이 썰려 나갈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마형추는 한참 넋을 놓고 있다 검을 뽑아 툭툭 놈의 사체를 건드려보았다. 죽어도 한참 전에 죽었으니 당연히 미동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의구심’이 떠올라 있었다.

 

“정말 일격에 죽은 거요?”

 

마형추가 아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방우돈이 꺼냈다.

마형추가 무신을 흘깃 쳐다보며 답했다.

 

“다쳐 있었던 모양인데.”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소.”

 

놈은 멀쩡했었다. 구구절절 따질 것도 없이 마력을 물고 있던 아가리에 힘이 넘쳤었다. 하지만 방우돈이나 우청길, 그리고 다른 두 의뢰인까지 마형추의 말을 굳게 믿었다. 마치 그렇게 돼야 맞는 상황이라는 듯.

은근하게 실력을 폄하당하고 있음에도 무신은 개의치 않아했다. 이유야 아까와 똑같았다. 애초에 저까짓 놈 하나 잡은 것에 생색을 낼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는 손가락을 쭉 펴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가리켰다.

 

“갑시다.”

 

답답했다. 끈적함이 아까보다 더 심해졌고, 쿠르번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계속 발을 붙이고 있는 것은 고문이었다. 무신은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멀뚱히 서서 눈치를 살피던 방우돈과 우청길이 얼른 따라붙었다.

마형추는 나머지 의뢰인들과 함께 가장 뒷선에 섰는데, 꼴에 행동 대장을 하겠답시고 이내 앞으로 나왔다.

서예림이야 초장부터 줄곧 중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후 행보는 무난했다. 쿠르번 때처럼 갑작스레 마물이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안개처럼 뿌옇던 살기도 씻은 듯 지워졌다. 하지만 용병들은 거꾸로 더 과민하게 반응했다.

방우돈은 그 큰 양날 도끼를 쳐들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휙휙 휘저었다. 쭉 그렇게 걸음을 이어갔다.

우청길은 백야평야에서 일으킨 돌풍을 이곳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아주 무너뜨릴 기세였다.

무신은 ‘방우돈이나 우청길이나 언태군만도 못 해’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태군.

진주언가의 가주.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산서에서만큼은 제일이라 불리는 가문의 우두머리가 한낱 초절정고수들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무신에겐 그 언태군도 하수였기에 방우돈과 우청길의 수준이 더 낮게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동굴을 나가기 직전, 두 사람을 보는 그의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

 

“이것들이 왜 벌써부터 지랄이야!”

 

시작은 앞장 서 가던 마형추의 육두문자로부터였다. 5척도 넘는 괴생물체 두 마리가 난데없이 튀어나와 출구를 가로막았다. 흉흉한 눈빛은 둘째 치고 한 자도 넘는 손톱이 퍽 위협적이었다.

그것들을 방우돈과 우청길이 말끔히 처리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의 일이었다.

 

“쉽구만, 마물이란 놈들!”

“어떻소? 하북우가의 창술이?”

 

거드름을 피워도 될 정도로 훌륭한 사냥이기는 했다. 둘 다 어깻죽지와 팔을 좀 베였다는 점이 약간 흠이었지만, 속도 자체는 분명 빨랐다. 과연 초절정고수란 말에 어울리는 실력이었다.

마형추가 짝짝 박수갈채를 보냈다.

 

“아주 훌륭했소.”

 

무신이 쿠르번을 잡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마물이 다쳤다는 둥 하며 방우돈과 우청길의 실력을 폄하하지 않았다. 마치 폄하할 만큼 경계할 만한 실력은 아니라는 듯이. 어쩌면 마형추의 최종 목적은 마물의 산물을 얻는 게 아니라 용병들을 모두 죽…….

화살이 날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흡사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파공음 뒤로 화살이 장대비처럼 빗발쳤다. 출구 쪽이었다.

무신은 얼른 몸을 피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실체가 없었다. 모양도 화살이 아니었다. 얇게 쪼개진 검풍 같은 모양. 그런데 파괴력은 가히 검강에 가까웠다. 급하게 일으킨 방우돈의 부강이 그것에 맞아 유리처럼 깨져 있었다.

마형추가 번쩍 손을 들었다.

 

“다들 나가시오!”

 

제 발로 적진에 뛰어드는 것과 무어 다르겠느냐마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치고 있다가 동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당장 지금도 벽이 바스러져 바위 가루인지 돌가루인지 모를 게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죄다 죽여주마!”

“어디서 감히 선공을 쳐!”

 

가장 먼저 튀어 나간 이들은 방우돈과 우청길이었다. 온몸 가득 강기를 둘렀기에 화살은 그들의 몸을 조금도 꿰뚫지 못했다. 그들은 굉장히 자신감에 넘쳤다. 종전에 쉽게 마물을 잡은 것이 기폭제가 된 모양이었다.

의뢰인들도 비슷하게 출구를 빠져나갔고, 서예림은 맨손으로 화살을 쳐내는 놀라운 위용을 보여주며 그 뒤를 이었다.

무신은 검도 뽑지 않은 채 유유자적 발을 디뎠다. 여유를 부리려는 게 아니었다. 이미 방우돈과 우청길이 저렇게 난리를 치는 판이라 굳이 그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화살이 사라졌다.

 

“뭐야?”

“응?”

 

출구를 나오고 보니 방우돈과 우청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다. 그럴 것이 그들은 동굴 밖에 마물이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

끝을 모르고 펼쳐진 폐허.

쩍쩍 갈라진 땅에 뼈만 앙상한 나무, 그리고 시들시들한 수풀만 펼쳐진 정말 말 그대로 폐허.

그게 전부였다.

 

“왜 아무것도 없소?”

“마물들이 내 힘을 보고 도망갔나.”

 

자신감이 넘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이어지는 무신의 한마디에 그들은 다시 바짝 긴장했다.

 

“화살은 누가 시위를 당겨줘야 쏘아지는 법이오.”

“그건 그렇지.”

“그럼 땅으로 꺼진 거요, 뭐요?”

 

해답은 마형추가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듯싶소.”

“그런 듯싶소라니 그게 무슨… 허억!”

“시팔!”

 

무언가가 땅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온몸이 용암처럼 시뻘겋게 타오르는 그것은 보통보다 몸집이 네 배가 더 크고, 이빨은 한 자가 더 길며, 머리통은 세 개가 더 달린 개새끼였다. 몸처럼 시뻘건 눈알이 놈의 난폭한 성질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뚫린 구멍은 무려 일백여 개에 달했다.

마형추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해졌다.

 

“루캉이란 마물이오! 물리면 강기도 얄짤없으니 조심하시오!”

 

설명은 그게 전부였다. 이미 루캉들이 먹잇감의 냄새를 맡은 터라 더 들으려야 들을 수도 없었다. 다들 호흡이 가빠지는 가운데, 무신은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개새끼들은 방금 전 화살의 주범이 아니었다.

그는 ‘화살의 주범은 숨어 있단 건가’ 하고 생각하며 찬찬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눈앞의 일백 마리 적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도 모자라 흐느적 행동하기까지 하는 이유야 뻔했다. 저 개새끼들은 그의 발가락에도 못 미쳤다.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툭 내지른 그의 검풍 한 번에 루캉 서너 마리가 뒤로 날아갔다. 두 마리는 옆구리가 터져 내장이 죄 터져 나왔고, 다른 두 마리는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져 그대로 즉사했다. 검풍. 검이 일으키는 바람. 하지만 강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살인 병기가 되는 것도 없었다.

그는 재차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검풍이 아닌 순수한 검만을 이용했다. 동료들 죽은 게 분했는지 얼추 스무 마리도 넘는 루캉들이 한꺼번에 달려든 탓이었다. 물론 나가떨어지는 것은 여지없이 루캉들이었다. 그의 검강이 마치 절구처럼 놈들의 머리통을 찍어 눌렀다.

뼈가 뭉개지며 손가락 마디마디에 요상한 감흥이 전해졌다. 그것은 이내 심장까지 타고 올라갔다. 쿵쾅거리며 뛰는 느낌. 짜릿한 전율이 이는 느낌. 그는 윗입술을 핥으며 계속해서 루캉들을 때려잡았다.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봤을 때, 그의 주위로 반백 마리에 달하는 루캉들이 너부러져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죽은 후였고 나머지도 깨갱거리다 이내 고개가 떨어졌다.

무신은 검강을 풀지 않고 나머지 절반의 루캉들을 찾았다. 하지만 그놈들도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두 용병과 의뢰인들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쉬움을 삼키며 검을 집어넣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바탕 소란이 지나갔으니 바람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요해도 너무 고요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질 않았다. 왜 그런가 싶었더니 두 용병과 의뢰인들, 거기에 서예림까지 모두 무신을 쳐다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마형추가 얼떨떨한 얼굴로 무신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체가 뭐요?”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요?”

 

퉁명스러운 반문에 마형추가 꿀꺽 침, 아니, 긴장을 삼키며 다시 물었다.

 

“우리 다섯이서 오십 마리를 잡을 동안 최 대협 혼자 나머지 오십 마리를 잡았소.”

“헌데?”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냐, 이 말이오.”

 

무신은 혀를 차며 답했다.

 

“당신들이 약하단 생각은 안 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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