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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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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55화

의뢰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얼굴에 식은땀이 한가득이었다. 턱이 빠지기라도 했는지 입은 다물지를 못했다. 바짓가랑이에 오줌을 적셔도 안 이상할 남궁성을 보며 무신은 킥킥 웃었다.

 

“대남궁세가의 위세는 어디 가셨나?”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남궁성이 침을 꼴깍이며 물었다.

 

“뭐,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

“뭐 때문이겠어?”

 

짚이는 게 있는지 남궁성은 금방 답했다.

 

“서, 설마… 그 점소이 때문이냐?”

“어.”

“시, 시팔! 그깟 점소이가 뭐라고!”

 

육두문자를 쏟는 남궁성을 보며 무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저놈은 지금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그대로 남궁성의 팔 한쪽을 잘랐다. 고통에 겨우면 자신이 지금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듬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 잇던 놈이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또박또박할 수가 없었다. 흐리멍덩했던 눈알에도 생기가 돌았다. 과연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피가 철철 쏟아지는 팔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남궁성을 뒤로하며 무신은 볼썽사납게 너부러진 아홉 구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남궁선검대.

혈교의 칠십혈천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력집단.

그의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머릿수가 여덟아홉 정도 된다고만 들었지 그게 설마하니 남궁선검대일 줄은 몰랐다. 토끼 잡으러 갔다가 곰을 만난 격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호랑이로 있으면, 토끼든 곰이든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그는 저들에게 호랑이였다.

그는 기다란 고깃덩어리 하나를 주워 들었다. 잘린 팔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외팔이가 된 놈이 꺽꺽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했다. 음식으로 따지면 아직 간도 치지 않았다.

그는 가슴팍을 차서 남궁성을 넘어뜨렸다. 어깨만 남은 놈의 팔 단면이 무방비 상태로 드러났다. 그는 목덜미를 밟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흙 한 줌을 쥐어 상처에 흩뿌렸다. 놈이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발버둥 치는 꼴이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았다.

 

“그, 그만해… 케엑!”

“그만은. 이제 시작인데.”

 

그는 기다란 고깃덩어리를 흙에 범벅이 된 상처에 살살 비볐다. 자신의 팔로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형국이었다. 게거품을 문 남궁성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오다 못해 흥분이 될 지경이었다.

그는 남은 한쪽마저 잘라서 남궁성을 아예 병신으로 만들었다. 거기에도 똑같이 흙을 뿌리고 자른 팔로 슥슥 문지르니 놈의 눈알이 훽 뒤집어졌다. 이러다가는 작업이 다 끝나기도 전에 졸도할 것 같았다.

 

“사, 살려줘… 제, 제발…….”

 

목덜미를 풀어주고 고깃덩어리 두 개를 저 멀리 내던지니 남궁성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바짓가랑이 사이로 누런 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말 오줌을 지린 것이다.

무신은 코를 쥐며 그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어우, 냄새야.”

 

양팔이 잘렸다. 그것을 떠나 근방에 쌓인 시체가 무려 여덟 구였다. 냄새라고 해봐야 피비린내일 뿐이었다. 그러나 무신은 오줌이 악취의 근원이라는 듯 남궁성의 아랫도리를 짓밟았다. 이번에는 비명이 더욱 컸다. 아랫도리가 아무리 예민한 부분이라도 양팔 잘린 것만 하겠나 싶었는데, 보아하니 피가 낭자했다. 구슬 두 개가 터진 모양이었다.

무신은 귀를 막았다. 비명 정도가 아니라 아주 지랄발광을 떠는 탓이었다. 그러나 끝내기는 여전히 일렀다. 기절하기 전에 더 고통을 줘야 했다. 그는 다시 고깃덩어리 두 개를 주워 들어서 남궁성의 입에 쑤셔 박았다. 귀 따갑던 소리가 그나마 좀 나아졌다. 그리고 무릎 아래까지 다리를 잘랐다. 이제는 발버둥 칠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형국이었다.

 

“크에헥으으레헥헤메게헥.”

 

괴음이었다. 그것이 남궁성이 겪고 있는 고통을 대변했다. 무신은 비로소 만족스럽게 웃었다. 마음 같아선 바로 숨통을 끊고 싶었으나 꾹꾹 참았다. 이렇게 고통만 느끼고 가다가 뒤지는 게 놈에게 더 고욕이 될 테니까.

 

***

 

섬서성 종남파.

태청운, 혹은 그에 비견하는 부객을 데려가겠단 빌미로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던 마향대 대장 성태귀는 눈을 번쩍 떴다.

 

“그 검객을 찾았다고?”

“예.”

“어디라든? 아니, 누구라든?”

“출신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고 이름이 최무신이랍니다.”

“최무신? 못 들어본 이름인데.”

“강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신출내기가 칠십혈천대와 무기창을 잡았단 소리야?”

“그게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성태귀는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수하가 말했다.

 

“워낙 젊은 놈이라 반로환동했단 말이 있습니다.”

“뭐?”

“그 정도로 믿기 어려운 무위랍니다.”

“염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로환동은…….”

 

성태귀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하여간 이쪽 놈들 설레발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깟 칠십혈천대와 무기창을 잡았다고 반로환동이란 말까지 꺼내? 더 위의 놈들 잡았으면 아주 신선의 반열에 올랐다 하겠어? 우습지도 않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됐고, 계속 알아봐. 그래도 한번 접촉은 해봐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수하를 뒤로 하며 성태귀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기 그지없었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다고 감히 입에도 담을 수 없는 경지를 들먹거리는지. 그러나 그는 몰랐다. 그 검객이 입에도, 아니, 꿈에서도 담을 수 없는 경지까지 올라가 있음을.

 

***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죽죽 흘렀다. 옷섬을 풀어 헤쳐도 가슴에 통하는 바람은 콧구멍의 호흡뿐이었다. 차라리 왕창 비가 쏟아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무신은 부채질을 하며 ‘의뢰소’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을 향해 들어갔다. 그가 산서까지 온 이유가 되는 곳이었다.

내부는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표사나 짐꾼 등을 구하러 온 의뢰인들과 그 의뢰를 받으려는 무사들이 양쪽에서 난리를 치는 탓이었다. 오죽하면 소장이 직접 내려와 일을 보고 있었다.

무신은 뒷선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그 소장을 찾았다.

 

“금자 50냥짜리 의뢰가 하나 있다던데?”

 

어느 정도 일을 정리하고 한숨을 돌리던 소장이 무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래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배낭과 검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사람을 물건으로 보는 듯한 눈이었다. 그러더니 큼큼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금자 50냥짜리인데 응당 그렇겠지. 알고 있소.”

 

강골이었으나 무골이 그러할 뿐 무신은 몸집이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내공도 한껏 억눌러서 풍기는 기압은 흔하디흔한 무사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복장 역시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흑장포였으니 소장이 그를 ‘금자 50냥짜리 의뢰를 할 만큼’의 수준으로 보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거지꼴로 다니는 개방의 무사들을 생각하면 그의 행색은 천하제일무사 상이었다.

소장도 그 부분을 염두하는 듯했다.

 

“여긴 혼잡스러우니 가서 얘기하지.”

“알겠소.”

 

옮긴 자리는 3층에 위치한 소장실이었다. 벽면에 걸린 산이나 폭포 따위의 그림이 확 눈에 띄었다. 무신은 그림을 볼 줄 모르지만, 저것들이 명화에 속한다는 것쯤은 알았다. 탁상에 놓여 있는 홍생화(紅生花). 그 비싼 꽃을 열댓 송이나 둘 만큼 사치스러운 자가 이름값도 없는 그림을 버젓이 걸어놓을 리 만무했다.

소장이 자리에 앉아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어디 출신인가?”

“파천에서 왔소.”

 

정확히는 저승이었으나 그렇게 곧이곧대로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소장이 ‘파천이라…’ 하고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혹, 새외무림에서 왔는가?”

“굳이 따지면 그렇소.”

“굳이 따지면?”

“그냥 새외무림 출신이라 생각하시오.”

“그렇구먼.”

 

고개를 끄덕인 소장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흠, 북해빙궁이나 포달랍궁은 아니지 싶은데.”

“그쪽은 아니오.”

“그럼 동영?”

 

무신은 수북한 제 앞머리를 가리켰다. 동영 무사 열에 열 모두 변발을 고수하니 고추를 떼지 않고서야 그쪽 소속일 수는 없었다.

소장이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그새 새외무림 말고 고수가 나오던 곳이 생겼던가.”

“왜 없겠소? 당장 바로 옆에 해동도 있는데.”

“아차차, 내 깜빡했구먼.”

 

이어 ‘허면 해동에서 온 겐가?’ 하고 묻는 소장에게 무신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디 호구조사 나왔소? 본론이나 얘기합시다.”

 

소장이 그새 나온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지금 하는 게 본론이네.”

“의뢰 해결하는 데 내 출신은 알아 뭐 하려고?”

 

소장이 문가와 창가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입에 자물쇠를 채워야 하는 일이라서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하네. 일에 대해 누설하거나 하면 바로 죽여 버려야 되니까.”

 

죽여 버려야 되니까.

소장은 그 말을 특히 강조했다.

무신은 이미 다 아는 사실임에도 모르는 척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건 나도 모르네.”

“응? 의뢰소가 모르면 누가 압니까?”

“원래 우리 하는 일이 의뢰인들하고 무사들의 연결 고리 역할만 해주는 거 아니겠나? 거기서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거고. 무슨 의뢰인지 알 바는 없지.”

 

무신은 기가 차서 말했다.

 

“나 참, 그래도 그렇지 무슨 의뢰인지도 모르면 누가 일을 하려 해?”

“대신 보수가 금자 50냥이지 않은가?”

 

금자 50냥.

평민들 한 달 생활비가 보통 은자 4냥쯤 되니 그 돈이면 죽을 때까지 먹고 놀아도 되는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매일매일이 돈방석인 것이다. 그러나 무신에게는 푼돈이었다. 금 1관을 가진 마당에 금자 50냥이 대수겠는가. 그럼 무엇 하러 이 의뢰를 맡겠느냐마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힘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물건’을 얻는.

 

“어쨌거나 할 생각이 있다면 모레 술시 전까지는 백야평야로 나가보게. 의뢰인이 나와 있을 게야.”

“그게 끝입니까?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한다더니?”

“나야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고. 어디 대형 문파나 거대 세가의 자제가 아닌가 해서.”

“그럼?”

“그럼은. 방금 말해준 대로 백야평야에 나가면 의뢰인이 알아서 꼬치꼬치 캐물을 걸세.”

 

소장이 ‘다만 그 전에…’ 하고 예의 그 미심쩍단 눈으로 무신을 쳐다보았다.

 

“금자 50냥이네, 금자 50냥. 본인이 그 거액에 맞는 무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네.”

“금자 50냥에 맞는 무위가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초절정은 되어야 하지.”

 

초절정.

범인, 아니, 강호의 무사들도 쉬이 내뱉지 못할 경지를 한낱 의뢰소 소장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 만도 했다. 겉보기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 같아도 알고 보면 과거 ‘성화풍(星火風)’이라 불리었던 절세의 고수였다. 지금은 비록 쇠퇴하여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소장이 차를 모두 들이키며 말했다.

 

“자네, 검강은 고사하고 검기는 피울 줄 아는가? 사실 나도 이번 의뢰를 받으면서 꽤나 의아했지. 어디 저 섬서나 안휘도 아니고 이 좁다란 산서 바닥에서 검강을 구사하는 고수가 있을까 싶어서. 각설하고, 다 내 자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야. 쥐뿔도 없으면 갈 엄두도 내지 말…….”

 

연무장으로 써도 될 만큼 널따란 소장실이 희뿌연 광채에 가득 찼다. 소장이 광채의 중심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무신의 검이었다.

무신은 늘어지게 하품하며 물었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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