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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9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9화

사죄

 

 

무(武)라는 것도 결국 상대성이다.

강호 어딜 나가도 꿇리지 않는다는 초절정고수들도 그 윗 경지 앞에선 하룻강아지일 뿐이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화경의 목청수와 초절정의 무신.

후자의 공격은 전자에게 애들 장난 수준이다.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앞전 대련에서 들창코는 겨우 기합 하나에 나가떨어졌다.

이나희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런데 무신은 달랐다. 시작과 동시에 십합을 버텼다. 아니, 버텼단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대련.

말 그대로 그냥 대련.

모르고 봤으면 흡사 호각이었다.

무엇보다…….

합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었다.

 

“저,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들창코는 입에서 침이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두 사람의 대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나희도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나 제일 놀란 이는 무신과 직접 부딪치고 있는 목청수였다.

그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했다.

무신이 십합을 견딘 것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전력.

그러니까, 화경의 힘을 썼다.

그럼에도 무신은 또 막았다. 심지어 간간히 반격까지 하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방이 요동쳤다.

땅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허공은 찢어지며 공터 바깥에 있는 나무들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짐승들은 진즉부터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일개 마을 하나도 요절내는 고수들의 싸움이었으니 실로 당연한 반향.

그런데 정작 당사자가 납득을 못 하고 있었다.

 

“네 녀석… 정체가 무엇이냐?”

 

목청수가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무신이 ‘예?’ 하고 되묻자 그는 혼잣말하듯 말했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의 얼굴이 복잡미묘한 감정에 잔뜩 굳어 있었다.

무신이 무어라 대답할 틈이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네 녀석의 정체가 궁금한 것이다.”

 

그러다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왔는데, 목청수가 넘겨짚으며 물었다.

 

“혹, 반로환동을 했느냐?”

“아닙니다. 제 어찌 반로환동을.”

“그럼 불로의 약을 먹은 환골탈태자더냐?”

 

그것은 맞다.

무신은 환골탈태를 하긴 했다. 하지만 망령의 숲에서의 일이었다.

 

“환골탈태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면 요즘 파천삼은 초절정이 화경과 대등하게 싸우도록 도와준단 말이더냐?”

“하하.”

 

무신에겐 농담으로 들렸지만 목청수에겐 아니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어떻게든 무신이 자신과 대등한 이유를 찾고 싶었다.

무신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사부의 가르침대로 대련에 임했을 뿐입니다.”

“나의 가르침대로?”

“백산검법의 초식, 내공운용으로 만든 검강, 그리고 대련에서 십합을 견디겠단 일념까지… 다 사부의 가르침이 아닙니까?”

 

목청수는 그제야 자각했다.

방금 전 대련에서 무신이 백산검법과 검강으로 자신과 대련했단 것을.

배운 대로 써먹었으니 대등함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불과 두 달 만에 백산검법을 온전히 네 것으로 만들었다고?”

“비급은 이틀 만에도 무공에 통달하게끔 만듭니다. 사부의 가르침을 그에 비교한다면, 두 달도 길었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비교할 수도 있겠지. 허나 내가 2년이 걸렸다.”

 

사파에서도 인정한 희대의 천재.

그런 자가 2년이나 걸린 일을 두 달에 끝냈다니 저리 펄쩍 뛰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못 할 일은 또 아니었다.

무신은 솔직히 말했다.

 

“제가 그쪽에 한해서는 사부보다 더 재능이 좋은 게 아닐까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말입니다.”

“……!”

 

목청수가 눈을 부릅떴다. 뭔가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얼굴이었다.

무신은 살짝 불안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른 게 아닌가 싶어서.

다행히도 그는 웃고 있었다.

 

“내가 너무 자만했구나.”

 

자만.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역으로 무신이 당혹스러워졌다.

목청수는 계속 제 말을 이어갔다.

 

“네 녀석이 무조건 내 아래라고만 봤다.”

 

자만해서가 아니었다. 화경으로 있으면 누구나 다 초절정을 아래로 볼 것이다.

그런데 목청수는 자신이 아주 오판을 했다는 투였다.

 

“네 녀석은 나보다 재능이 좋다. 단순히 검법을 익히는 그쪽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모두 그런 것 같구나.”

“다방면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사부님.”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방금 전 내 전력을 썼다. 백산검법을 통달한 정도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정도였지.”

 

백산검법을 통달한 정도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정도임에도 막아낸 것은, 재능이니 다방면이니 그쪽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무신도 똑같이 전력을 썼다.

22만 년의 검술.

마물의 심장까지 섭취한 방대한 내공.

밀리는 게 더 이상했다.

아니, 오히려 그가 목청수를 압도할 수도 있었다. 사제지간을 생각해 힘을 빼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목청수를 봐줬다.

목청수야 당연히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저 두 녀석 시험이 끝나는 대로 다시 한번 붙어보자꾸나. 간만에 속세 시절 힘을 써야겠어.”

 

이미 전력을 쓴 마당에 속세시절 힘은 또 무엇이겠느냐마는, 아직 그것을 쓰지 않기는 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그리고 이기어검(以氣馭劍) 도어검(導馭劍)의 경지.

무신은 일부러 놀란 척 물었다.

 

“사부님, 절 죽일 생각이십니까?”

“죽일 생각은.”

 

목청수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네 녀석이라면 또 막아낼 것도 같다.”

 

***

 

마청대 대장 당우청.

그는 ‘백야평야에서 전멸한 마향대’의 조사를 위해 산서성에 급파되었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무려 2개월 동안이나.

 

“미칠 노릇이군.”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 부대장이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시체도 무림맹으로 넘어갔으니… 더 있어봐야 시간 낭비일 듯합니다.”

“마향대가 왜 죽었는지도 문제인데 그것도 문제다.”

“예?”

“시체가 무림맹으로 넘어간 것 말이다.”

“아.”

 

부대장은 당우청의 말뜻을 금세 이해했다.

 

“그렇지요. 성태귀 대장의 품속에 정파의 기밀이 들어 있었을 테니.”

“곽이천이 그걸 보고 가만있을까?”

“무림맹의 새로운 맹주 말씀이십니까?”

“그래.”

“흐음… 아마 지금쯤 쥐 잡듯 뒤지고 있겠지요. 누가 기밀을 넘기려 했는지.”

“종남파에 언질을 해놔서 걸릴 공산은 작겠지만 그래도 뒤가 영 찝찝하단 말이야.”

“만약에 걸리면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되기는.”

 

당우청의 얼굴이 싹 굳었다.

 

“정마대전이 일어나는 게지.”

 

***

 

열 번째 대련에서 가까스로 십합을 버텨낸 이나희와 달리 들창코는 끝끝내 실패했다.

아니, 끝끝내란 말도 우스웠다.

그는 열 번의 대련에서 오합을 넘긴 적조차 없었다.

 

“식사가 끝나는 대로 하산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래도 넌 여기까지 남았으니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화경이든 그 무엇이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부님.”

 

들창코에게도 당연히 미련은 있었다. 이번 문턱만 넘으면 화경으로 가는 길까지는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하산’이란 말 앞에서 목청수는 누구보다 가차 없어지는 사람이었다.

괜히 지지부진 끌어봐야 첫날 어느 무사처럼 목이 날아갈지도 몰랐다.

식사 후, 들창코는 무신을 찾았다.

 

“최 대협,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소?”

“뭔데? 말하시오.”

 

입산한 지 벌써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최악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 그들이었지만, 통성명 정도는 진즉에 나눴다.

들창코가 일방적으로 본인을 소개하면서.

그의 이름은 이성강이었다.

 

“그때 일은 미안했소.”

“그때 일?”

“객작 말이오. 우리의 인연이 시작됐던.”

 

무신이 ‘아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거기서부터 시작됐지.”

“하하, 기억하고 계셨구려.”

“헌데 말은 바로 해야지, 이 대협. 그것은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었어.”

 

칼부림이 날 뻔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나 지났다고 해도 결코 인연이란 말로는 포장될 수 없었다.

이성강이 얼른 말했다.

 

“악연을 인연으로 바꾸고 싶단 뜻이었소.”

 

뻔한 말 바꾸기였다.

하지만 무신은 일단 들어줬다.

 

“다시 한번 내 그때 일은 사죄드리겠소.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이성강의 양쪽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사죄하는 게 아니었다.

목청수와의 대련에서 손쉽게 십합을 버틴 ‘고수’에게 혹여나 미움을 살까 아양을 떠는 중이었다.

그래도 사죄라고 하면 사죄라고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진심이 전혀 없었다.

그저 겁먹은 하룻강아지가 빌빌 기는 것에 불과할 뿐.

무신의 눈엔 그게 뻔히 보였다.

 

“좋소. 내 받아들이지.”

“고, 고맙소! 계속 산서성에 머물고 있을 테니 여기서 내려오는 대로 날 찾아오시오! 내 거하게 술 한잔 사리다!”

 

받아들이되 한 가지 받을 것이 있었다.

무신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잘거리는 이성강에게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다만,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싶소.”

“진심 어린 사죄라니? 이게 내 진심이오!”

 

무신은 피식 웃었다.

 

“나한테 칼을 들이대려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진심이라고 하면 내 그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어찌 알겠소?”

“아, 아니오. 나는 정말 진심으로…….”

 

무신은 이성강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검지를 쭉 폈다. 그리고 땅바닥을 가리켰다.

 

“여기다 머리 박고 사죄하시오. 그럼 정말 받아주지.”

“그, 그 무슨!”

 

굴욕적인 요구에 이성강이 붉으락푸르락 발끈했다. 하지만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에겐 무신을 이길 힘이 없었다.

그런데 역으로 무신이 검을 빼 들었다.

 

“못하겠으면 여기서 뒤지면 되오.”

“뭐, 뭐라고?”

“못 죽일 거 있소? 이 대협도 그때의 일을 악연이라 인정했으니 이유야 충분하지 싶은데.”

 

무신은 비아냥거리며 찬찬히 내공을 끌어 올렸다.

목청수와도 대적했던 운용.

흑라신검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이성강이 태세를 전환하는 것 역시도 순식간이었다.

 

“마, 말로 합시다, 말로.”

“말로 하려거든 머리를 박으시오.”

“내, 내가 그래도 초절정의 무인인데 어찌 머리를 박… 허억!”

 

이성강의 목덜미에 흑라신검이 바짝 붙었다. 숨 한 번만 잘못 내쉬어도 그대로 머리통이 잘려 나갈 것이다.

자존심과 연명.

이성강이 선택한 것은…….

 

“자, 잘못했소! 용서해 주시오!‘

 

후자였다.

그는 석고대죄하듯 무신의 앞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너덧 번을 조아렸다.

무신은 비로소 그를 용서했다.

 

“그러게 시비를 털지 말았어야지. 일어나시오.”

 

삼류무사도 안 할 짓을 했으니 이성강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양 굳어져 있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치욕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복수’와 같은 미적지근한 감정으로 이어질 경우는 전무하다.

이성강은 지금 오줌만 안 지렸지 벌벌 떠는 어린애였다.

 

“2개월간 즐거웠소. 하산 잘하시오.”

“아, 알겠소.”

 

이성강이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청수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더니 그새 싹 잊은 모양이었다.

무신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재밌군’ 하고 중얼거렸다.

무작정 죽이는 것보다 가끔은 이렇게 죽음보다 더한 기억을 심어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그때, 이나희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뭔가 인기척이 난다 했더니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자와 객잔에서 시비가 붙었다 하셨었죠?”

“예.”

“음… 너무 너그러우신 거 아니에요?”

“예?”

“저였으면 아예 바닥에 납작 엎드리라고 했을 텐데.”

 

한술 더 뜨는 이나희를 보며 무신은 그녀가 왜 삼봉에 들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상대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에 적합한 성격이었다.

 

“화경으로 오르기 위한 방도를 일러주기 앞서 심법을 하나 알려주마.”

 

이후 다시 시작된 수련.

목청수의 입에서 드디어 무신이 원하던 것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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