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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4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4화

돼지

 

 

산서성 백야평야.

새벽부터 비가 쏟아져 더위가 좀 가시나 싶었는데, 여전했다. 해가 중천에 오르기 무섭게 질척했던 땅이 그새 다 말랐다. 그야말로 폭염이었다. 줄줄줄 뺨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한 무리의 무사들이 백야평야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 흑빛 말을 타고 있었다.

무리의 시선은 백야평야 전역을 향해 있었다. 어디로 향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이유야 뻔했다. 그들이 찾는 자가 이 안 어딘가에 있었다.

가장 선두에 있던 이가 말에서 내렸다. 입은 꿈쩍도 안 하는데, 마치 ‘시팔’이라 말하는 듯했다. 그럴 것이 그의 이맛살이 잔뜩 좁혀져 있었다.

 

“확실해? 여기 맞아?”

“예, 대장.”

 

하대를 하고 존대를 받는 게 아무래도 그가 무리의 수장인 듯싶었다. 과연 그를 따라 무리 전체가 우르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가 ‘대충 그늘이라도 만들어’ 하는 지시에 백야평야 한복판에 뚝딱 천막을 설치했다. 그들의 정체는 공교롭게도 거기서 드러났다.

마향대(魔響隊).

마교의 무력단체를 뜻하는 문구가 화려한 글씨체로 천막 정중앙에 박혀 있었다. 정파의 구역에서 동네방네 마교임을 드러내는 꼴이지만, 백야평야라면 괜찮았다. 오가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애당초 안 괜찮으면 어쩔 것인가. 감히 마향대를 상대로 말이다.

마향대임이 밝혀졌으니 수장의 이름이야 자연스레 따라 나왔다. 성태귀. 그는 옷자락을 팔락이며 애꿎은 수통만 자꾸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목이라도 안 축이면 이러다 객사할 것 같았다.

 

“샅샅이 뒤져봐.”

“알겠습니다.”

 

쉬는 것은 오로지 성태귀만의 권능이었다. 그의 지시에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퍼져 나갔다.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이었다. 최무신. 칠십혈천대와 무기창을 단신으로 잡았다는 검객. 그놈이 그가 잡으려는 물고기였다.

성태귀는 간이 탁상에 드러눕듯 앉았다. 그리고 풀피리 하나를 물고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점심을 두둑이 먹어 볼록했던 배가 움푹 들어가는 와중에도 물고기를 낚기는커녕 발견도 못했다.

 

“없어?”

“예.”

“염병, 헛걸음한 건가.”

 

아무런 소득 없이 원점으로 돌아온 대원들을 뒤로하며, 성태귀는 아무래도 백야평야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두 시진 째였다. 이 이상 머무르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쿠웅!

대원들이 부랴부랴 천막을 해체하기 시작하는데, 요란한 굉음과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성태귀는 순간 들소들이 단체로 마실이라도 나왔나 싶었으나 대원 하나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면서 오판임을 깨달았다. 기압이었다. 그것도 아주아주 거대한 기압이었다.

누구야? 대체 누구길래 마향대의 대원을 기압만으로 쓰러뜨리는 거야? 설마 무림맹 놈들인가? 갖가지 의문과 염려가 성태귀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두 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대원들도 얼른 태세를 갖추었다.

 

“커, 커허허허헉!”

 

거품을 물었던 대원은 숨을 헐떡이다가 그대로 즉사했다. 정말이었다. 마향대에서 가장 약하기는 해도 분명 고수 취급은 받을 수 있는 자가 ‘겨우’ 기압 하나에 죽어버렸다. 하지만 겨우가 그 경우가 아니었다.

솨아아.

찜통이었다. 그 정도로 폭염이 쏟아지던 곳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바람이 불었다. 세차게. 아주 세차게. 곧 있으면 먹구름이 적적하게 낄 것도 같았다. 성태귀는 펄럭이는 장포를 벗어 던지며 검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대, 대장!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성태귀가 그럴 정도니 대원들의 동향이야 뻔했다. 겉으로만 검을 쳐든 늠름한 무사들일 뿐, 실상은 꼬리만 쳐든 쥐새끼였다. 그들이 찾는 것은 바람의 정체가 아니라 숨을 만한 쥐구멍인 것이다.

털썩!

하고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누군가 주저앉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마향대 대원들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주저 앉… 아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들의 눈은 하나 같이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6척이 조금 넘는 신장.

흑장포.

흑검.

어디선가 나타난 의문의 청년이 걸음걸이만으로 마향대 대원들의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휘적휘적 걸어와 ‘유일하게 멀쩡한 사람’ 앞에 섰다. 성태귀였다.

 

“마향대?”

 

청년이 반쯤 포개진 천막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 발 더 성태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제 스무 보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 네가 그 성태귀인가?”

“…….”

“반갑군.”

 

반갑군.

마교의 내로라하는 고수들, 마향대를 앞에 두고 할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그곳의 대장 성태귀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러나 청년의 얼굴은 여유롭다 못해 즐거워 보였다. 팔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우스운 것은 성태귀가 그런 청년을 이해했다. 방금 전 굉음과 진동, 그리고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 그게 바로 저 청년임을 그는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반갑단 말은 오히려 달가웠다.

성태귀는 찬찬히 단전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물었다.

 

“산서 바닥에 너 정도 고수라니. 놀랍구나.”

“마향대 대장 성태귀도 있는 판에 나 있는 게 뭐 그리 놀랍다고.”

 

그렇게 말하며 청년이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성태귀의 머릿속에 한 검객이 스쳐 지나갔다. 받은 정보에 의하면 그 검객의 행색이 지금 저 청년과 굉장히 흡사… 그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네놈이 그…….”

 

그저 재미있다는 듯 청년이 답했다.

 

“최무신을 찾고 있는 거라면, 내가 맞다.”

“허.”

“내 말이 맞는 모양이야? 왜 날 찾고 있었지?”

 

그렇게 묻는 청년 주위로 엄청난 내공이 만개했다. 그의 몸이 두 배쯤 커보였다. 터질 듯 꿈틀거리는 혈관은 건드리면 터질 폭탄 같았다. 범인, 더불어 웬만한 무인들까지 저 손가락 하나 견디지 못할 것이다.

성태귀가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대원들이 모두 너부러져 있었다. 맨 처음 거품을 물었던 놈은 예사였다. 복장이 터져 골로 간 놈도 있었다. 기압에 살가죽까지 터져 나간다는 것. 단단히 검을 쥐고 있던 성태귀의 손이 느슨하게 풀렸다. 싸움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전의가 꺾여 나갔다.

 

“왜 날 찾고 있었냐니까?”

 

청년의 몸은 장맛비 맞은 강물처럼 불어났다. 끝이 없었다. 성태귀는 두려웠다. 숨이 막혔다. 검을 쥔 손이 이제는 파르르 떨렸다. 교주를 당면한 기분이었다.

성태귀는 사색이 되어서는 청년과 거리를 벌렸다. 청년이 다시 한 걸음 다가오면, 그 역시 또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다섯 걸음도 못 물러나 너부러진 대원의 몸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청년만 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그는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도 몰랐다. 고개를 돌리고서야 비로소 알아채고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청년이 목젖이 보이도록 박장대소했다.

 

“마향대 대장 성태귀가 그 무슨 꼴이야?”

“뭐, 뭐 하는 놈이냐?”

“네가 날 찾아와 놓곤 뭐하는 놈이냐고 물어보면 어쩌잔 거야? 앙?”

 

그렇게 말하며 청년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성태귀는 제 수하가 발에 밟히든 말든 다시 뒷걸음질을 이어갔다. 그의 얼굴은 이제 사색을 넘어 산송장과 다름없었다. 안쓰러울 정도였다. 콧잔등에까지 식은땀이 송골송골한 것으로 보아 심적 고통이야 안 봐도 훤했다.

청년이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땅에 내리꽂으며 물었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마지막으로 묻는다.”

“구, 궁금했다.”

“궁금해? 뭐가?”

 

성태귀는 더 이상 거리를 벌리지 못했다. 이글거리는 청년의 검이 ‘한 발자국만 더 뒤로 물러나면 죽여 버리겠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검을 아예 바닥에 내려놓으며 답했다.

 

“무, 무기창과 칠십혈천대를 단신으로 잡은 자가 대체 누구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 그것뿐이다.”

 

사실이었다. 성태귀는 정말 그 이유로 청년을 찾았다. 진심을 알아달라는 듯 그는 ‘널 해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 하는 말도 덧붙였다.

청년이 안도의 숨을 쉬며 말했다

 

“난 또 마교에서 단체로 나 잡으러 온 줄 알았네.”

“저, 절대 그게 아니…….”

 

청년이 땅에 박았던 검을 다시 뽑아 들며 성태귀의 말을 잘라먹었다.

 

“그럼 널 죽여도 후탈 걱정은 없는 거 아냐?”

“나, 날 왜 죽인단 말이냐? 나와 내 수하들이 경계를 갖췄던 건 네가 펼친 기압 때문이었다!”

“알지, 알아.”

“허, 헌데 왜?”

 

청년이 대여섯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성태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꼼짝도 못했다. 족쇄도, 낭떠러지도, 혹은 아까와 같이 너부러진 수하의 몸도 없었다. 그런데 거머리 수백 마리라도 붙었는지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청년이 말했다.

 

“아무 죄도 없는 널 왜 죽이냐고?”

 

성태귀는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기억하는 이승에서의 삶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청년의 검이 그의 가슴팍을 관통하고 있었다.

 

“일단 마교에 소속되어 있으면 죄인인 법이야.”

 

***

 

가림표국이란 깃발을 단 마차 서너 대가 백야평야 한복판에 들어섰다. 갈 길이 바쁜 듯 마부들이 연신 고삐를 잡아 당겼다. 뒤편 짐칸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던 표사들이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한밤중이었는데, 이곳은 아침녘이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유일하게 고개를 들지 않은 자는 표주 이대성이었다. 표사들보다 곱절에 곱절은 이곳을 다녀간 그에겐 너무나 식상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저만치 앞에서 뿌연 안개가 드리울 즈음해서는 그도 별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웬 안개야?”

 

덩치 좋은 표사 하나가 중얼거리며 창을 매만졌다. 다른 표사들도 우르르 반응해 저마다 무기를 꼬나 쥐었다. 안개 속에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의 코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표주 양반, 한번 살펴봐야겠는데?”

“그럽시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짙어도 너무 짙었다. 바로 옆에서 시체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짐승의 것일 수도 있겠지만, 표사들의 입은 ‘사람의 것이요, 사람’ 하고 확신하고 있었다.

멀어 보였던 안개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무위는커녕 검도 제대로 쥘 줄 모르는 마부들이 고삐를 풀고는 짐칸 뒤로 숨었다. 채비를 갖춘 표사들이 그 앞으로 나섰다. 돈 좀 써서 특별히 강한 놈들로만 구성한 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누구 한 명 내빼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마, 마향대?”

 

수풀을 뒹구는 천쪼가리에는 분명 그 문양이 박혀 있었다. 여기에 마향대가 웬 말이냐며 몇몇 표사들이 사칭을 의심했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확증들이 떡하니 누워 있었다.

가슴이 꿰뚫린 채 죽어 있는 마향대의 대장 성태귀.

그리고 그의 수하들.

뒷선에 있던 이대성이 기겁을 해서는 튀어나왔다.

 

“이, 이게 대체…….”

 

***

 

기름기가 쪽 빠진 말고기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왔다. 특유의 은은한 향에 뱃가죽이 꾸륵꾸륵 요란을 피웠다. 무신은 손을 대충 털고는 덩어리 하나를 집었다. 손가락에서도 이렇게 부드러운데 더 예민한 입에 들어가면 어떨까. 혓바닥 위로 침이 돌았다. 그는 그대로 집어넣고는 오물오물 씹었다. 야들야들해서 몇 번 씹기도 전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캬! 맛 좋군!”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무신은 미리 따라둔 죽엽청을 모두 들이켰다. 화룡점정이 별거 인가. 이게 바로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입가에 살점이 묻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고기를 집어넣었다. 육포와 건량으로만 끼니를 때운 게 벌써 사흘. 아까 객잔에 들어서던 순간에는 의자 다리까지 씹어 먹고 싶던 심정이었다.

무신은 추가로 주문한 우육면을 두 그릇이나 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님들이 그를 걸신처럼 쳐다보았다. 그가 보기에도 그랬다. 자리에 빈 병과 빈 접시가 한 가득이었다.

작은 소란은 그때 터졌다.

 

“저게 사람이야, 돼지야?”

 

코가 들린 웬 배불뚝이 장한이었다. 웃옷을 죄 풀어 헤치고, 발치에 둔 검에 핏기가 있는 것이 어디서 표사질이라도 하다 온 모양이었다.

 

“들창코나 몸집만 보면 당신이 영락없는 돼지 같은데.”

 

심드렁하게 말하는 무신에게 장한이 ‘뭐, 이 새끼야?’ 하며 벌떡 일어났다. 동석한 이들이 그의 팔을 잡아끌어서 다행히 큰 소란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말 함부로 하지 마.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본인이 먼저 함부로 말해놓고 뭘 하지 말란 것인가. 하지만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법이었다. 양껏 배를 채운 마당에 무신은 괜히 손에 오물을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감히 내가 누군지 아느냔 것. 모른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콧방귀를 끼었다. 회귀 전의 기억, 그리고 개방의 정보까지 가진 그가 ‘강호의 어느 무사’를 모른다는 것은 그냥 놈이 약하단 방증이었다. 강했다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생김새는 방우돈과 비슷한데 무위는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며 무신은 방을 하나 잡았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움츠리고 있던 것이 침을 질질 흘리며 깨어났다. 그래봤자 며칠인데 이상하리만치 많이 굶주려 있었다. 이유야 뻔했다. 마물의 심장으로 인해 단전이 커진 탓이었다.

탓.

탓이 아니라 덕이었다. 단전의 크기는 내공의 양을 좌우하니 무인의 입장에선 그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

무신은 빈 곳에 찬찬히 양식을 채워 나갔다. 뜨뜻한 것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은 언제나 흥분을 주었다. 강해진다. 이로서 한발 앞서간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 천생이 무인이 아니었는데도 그는 ‘힘’에 심취해 있었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약자로서의 설움 때문이었다.

 

“강호에선 힘만 있으면 뭐든 다 손에 쥘 수 있거든.”

 

뭐든 다. 금은보화도 명예도 권력도 여자도 정말 뭐든 다. 육성으로 토하며 무신은 가부좌를 풀었다. 반쯤 열린 창밖으로 달빛이 몇 줌 들어왔다. 왠지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안 어울리게 웬 감성이야’, 그는 스스로에게 소름이 돋았다.

 

***

 

무신은 아침 해가 다 뜨기도 전에 눈을 떴다. 오랜 망령 생활 덕분인지 가끔은 두 시진만 자도 피로가 싹 풀렸다. 오늘은 세 시진으로 평소보다 좀 더 자긴 했지만.

기지개보단 운기조식으로 몸을 푼 무신은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산서 북쪽을 향했다. 녹림이 활개를 치는 곳이라 인적이 드물었다. 흔한 장사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더 위로 올라가면 그 녹림조차 종적을 감춘다는 것을, 그는 잘 알았다.

백산검(白山劍) 목청수.

자칭 은거기인이 머물고 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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