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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97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97화

최악의 결말

 

 

뒷목을 맞아 정신을 잃은 적라성.

그의 양팔을 잡고 지시를 기다리는 두 명의 교도.

바들바들 떨며 눈치를 살피는 나머지 교도들.

이런 진풍경이 또 있을까.

무신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끌고 가라.”

“예……!”

 

교도들은 어느새 무신의 충직한 부하가 돼 있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무신은 이미 혈교의 교주였다.

몇몇 교도들이 표정을 일그러뜨리긴 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그의 손에 여지 없이 죽어 나갔다.

그의 입장에선 걸리적거리는 존재들을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아니지. 저놈들도 다 강시로 만들어버리면 되긴 하는데.’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더 이상 교도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서열이 높은 놈들을 꼽아 감시토록 했다.

 

“지시에 잘 따르면 너희들에게 한 자리씩 주마.”

“알겠습니다!”

 

그들은 적라성을 따른 게 아니라 교주를 따른 것이었다.

현재 혈교의 교주는 실질적으로 무신.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무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 아직 설교가 덜된 자들이 있기는 했다.

적라성의 지시를 받고 초장부터 자리를 뺐던 원로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무신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힘 앞에 굴복하는 것은 어차피 그 노인네들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기절한 상태에서도 강시술이 먹히려나.’

 

무신은 게거품을 물고 있는 적라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것은 계획에서 조금 어긋났다.

산 채로, 그러니까 두 눈을 온전하게 뜨고 있는 상태로 배달할 생각이었는데, 원체 반항이 심했었다.

몇 대 얻어맞고도 계속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이탤릭)

 

급기야 지척에 있던 교도의 검을 빼앗아오더니 그것을 들이밀었다.

물론 무신에겐 쥐새끼가 앞니로 긁는 수준이었다.

베이거나 찔리기는커녕 정말 긁히기만 했다.

하지만 그거 저지하겠다고 한두 대씩 계속 때리다 보니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기절을 시킨 것이다.

 

‘놈이 자결할 수 있기도 했고.’

 

무신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놈이었다.

그러나 정상대로 활강시만 되어준다면 그만한 부하가 또 없겠지.

단순히 군신의 관계를 떠나 적라성은 화경이었다.

이제 막 화경이 됐다는 것?

그러면 어떤가.

그 대단하다던 부교주 우백관도 화경은 아니었다.

 

‘혈수라철골강시로 만들면 거기서 더 강해질 테고.’

 

무신은 한껏 기대에 젖었다.

얼른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서둘러라.”

“예!”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 문파에나 하나씩은 있다는 집회장이었다.

만지면 윤기가 날 듯 건물 자체가 으리으리했다.

모용가의 안채보다도 나은 것 같았다.

 

‘그 많은 재물을 여기다 다 박아 넣었구나.’

 

무신은 끌끌 혀를 찼다. 벽에 묻은 윤기는 모두 약자의 설움과 고통일 것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니 기둥에 녹주석이 알알이 박힌 대련장도 있었다.

세상에 녹주석을 저리 쓰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것은 사치도 못 되었다.

그냥…….

 

‘미친놈들 짓거리인 거지.’

 

무신은 그렇게 끌끌 혀만 차다 집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퉁이를 두 번 돌자 웬 문 하나가 나타났다.

 

“여기야?”

“그렇습니다.”

 

원로들이 있는, 그리고 강시술을 주술하는 주술장이 되는 곳이었다.

무신은 지체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지독한 어둠이 시야에 뒤덮였다.

비리고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역한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왜인지 기분이 나빴다.

이유야 뻔했다.

주술장이니 강시들이 대거 잠들어 있겠지.

냄새는 그로 인한 것일 것이다.

다만 어두운 것은 조금 이상했다.

 

“왜 이리 어두워?”

“아직 깨어나지 않은 강시들은 빛에 약합니다.”

“그래?”

“예.”

 

우백관도 줄곧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 나왔겠다고 생각하며 무신은 발을 디뎠다.

몇 걸음 못 가 계단이 나왔다.

주술장은 지하였던 것이다.

번거롭더라도 혹시 모를 빛까지 차단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조심해. 그놈 안 넘어지게.”

“예.”

 

적라성의 왼팔을 잡은 교도가 그렇게 말하며 ‘대협께서도 조심하십시오’ 하고 아첨을 떨었다.

대협.

조심하십시오.

어느 토시 하나 우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목에 칼을 겨누려 했던 놈들인데.

무신은 새삼 또 힘이란 것의 대단함을 깨달았다.

적라성이 볼품없이 늘어진 것도, 교도들이 아첨을 떠는 것도, 실질적으로 혈교의 교주가 된 것도 모두 다 힘이 있는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강호가 무인들의 세계라고도 불리는 거겠지.’

 

무신은 주먹을 말아 쥐며 걸음을 이어갔다.

계단은 많지 않았다.

백 개나 될까.

무신에겐 숨 몇 번만 쉬면 내려올 거리였다.

적라성을 신경 쓰느라 실상은 그보다 한참 더 걸렸지만.

 

무신은 길이 다시 평평해지자 대뜸 소리쳤다.

 

“이리들 나와!”

 

동굴처럼 깊숙한 곳이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확성 주술을 단 것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기절한 적라성이 깨지나 않을까 순간 걱정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들은 금세 뛰쳐나왔다.

원로들이었다.

 

“……!”

 

그들은 모두 열세 명이었다.

당연히 각기 다른 사람이었으나 무신을 본 직후의 얼굴은 다들 한결같았다.

턱이 빠졌다고 해도 될 만큼 떡 벌려진 입.

부릅뜬 눈동자.

보이진 않으나 분명 흘렸을 것 같은 식은땀.

정확히는 무신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옆, 교도들에게 붙들려 있는 적라성 때문이었다.

 

한 원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교, 교주가…….”

“그래, 교주가 당했다.”

 

무신은 친히 답을 해주었다.

원로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누구한테 당했냐 하면, 나한테 당했지.”

 

노인 대우는 거기까지였다.

무신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놈을 활강시로 만들어라.”

 

***

 

무림맹 외각의 어느 평야.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이 그곳에 집결해 있었다.

모두 ‘마교를 칠 것이다’ 하는 맹주 곽이천의 부름을 받은 정파의 장문들이나 가주들이었다.

개중에는 종남파 장문 진해천도 당연히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일났군, 이거.’

 

일났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상황은 최악이었다.

우선 진해천은 정파의 기밀을 걸고 마교와 내통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향대 사건이 터지면서 잠깐 교류를 끊고 쥐 죽은 듯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또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팽가였다.

격분한 팽가 가주 팽영권이 그길로 곽이천에게 보고하면서 이렇게 ‘마교를 칠 것이다’ 하는 지시가 만들어졌다.

진해천은 애당초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끄나풀 노릇을 하라는 마교 교주의 지시에도 대강 수긍했었던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끄나풀 노릇을 하다가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 많은 고수들 사이에서 뭘 어쩐단 말인가?’

 

끄나풀 노릇이 무엇인가.

마교에게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을 제거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진해천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화산파.

남궁가.

당장 두 곳의 장문과 가주만 하더라도 그보다 몇 갑절은 더 강하다.

다른 문파도 강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다고 가만있었다가는…….’

 

오히려 그게 더 끔찍했다.

마교의 후환.

여기서 잘못하면 그냥 목이 날아가겠지만, 거기서 잘못하면 오만 가지 고문과 치욕을 당할 것이다.

 

진해천은 우선 결단을 내렸다.

 

‘되는 데까지는 해보는 수밖에.’

 

***

 

먼지 풀풀 나는 간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 한 명이 누울 만한 석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 사람이 누워 있었다.

발가벗은 채.

그런데 그들은 미동도 없었다.

언뜻 보면 죽은 것도 같았다.

 

‘이게 다 강시라니. 미친 짓이 따로 없군.’

 

무신은 토악질이 쏠리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역한 광경을 수없이 봐왔으나 이것은 그에게도 힘들었다.

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원로들과 두 교도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그의 눈치를 더 살폈다.

 

“이것들은 현재 강시술에 들어가 있는 상탭니다.”

 

입을 연 자는 나성로란 이름의 원로였다.

무신은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며 물었다.

 

“활강신가?”

“아니요. 연강시입니다.”

“연강시면…….”

“예, 이미 죽은 자들이지요.”

 

그렇다고 하니 떠오르는 무리가 있었다.

 

“허대건이 데려왔던 일곱의 활강시가 여기 출신이었군.”

“예.”

“그럼 저들도 모두 개방 사람들인가?”

“몇몇은 그렇습니다.”

“나머지는?”

 

나성로의 입에서 여기저기 문파인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개중에 무신이 들렀던 곳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과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똑같이 당해봐야 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될 게다.’

 

또 다른 계획을 세우던 무신은 한 무리의 교도들을 발견했다.

복장이나 분위기를 보니 교도보다는…….

 

“너희들이 강시술사인가?”

“예!”

 

원로들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강시술사들은 초장부터 무신을 상급자처럼 대했다.

무신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일이 편해질 테니까.

 

“부교주도 니들 작품이고?”

“부교주가…….”

“혈수라철골강시 말이다.”

 

직접적인 말을 꺼내니 강시술사들이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은 너부러져 있는 적라성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직접적인 말을 꺼냈다.

 

“이놈을 혈수라철골강시로 만들어.”

“……!”

“왜 대답이 없어?”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강시술사들이 우르르 적라성에게 몰려갔다.

무신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작업 중에 영약이니 주술이니 죄 때려 박을 수 있다면서? 그것도 최대한 집어넣어.”

“예!”

“아, 정신 같은 것도 개조할 수 있나?”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최대한 인격을 없애. 대신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게 하고.”

“그러면 그냥 짐승과 다를 게 없…….”

“그래야지.”

“예?”

“저놈은 짐승이야. 그러니 짐승과 다를 게 없어야지. 안 그런가?”

 

교주를 죽인 자였다.

그의 말에 부정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강시술사들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며 적라성을 들쳐 메고 어디론가 바삐 움직였다.

 

나성로가 그에 대한 답을 달았다.

 

“혈수라철골강시는 원체 어려운 술법이라 작업장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 작업 시간은?”

“빨라도 보름은 가야 합니다.”

“더 서둘러.”

“예? 아무래도 그게…….”

 

보름에는 먹고 자고 눕는 시간도 포함됐을 것이다.

굳이 그 배려를 해줄 필요가 없었다.

 

“열흘 안으로 끝내. 만약 시일을 넘기면…….”

 

원로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무신의 뒷말에 집중했다.

무신은 석판 위의 사람들, 아니, 강시들을 가리켰다.

 

“니들이 이 꼴 나는 거야.”

“…….”

“알아들었으면 가서 뭐라도 도와.”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원로들이 우당탕 술사들의 뒤를 쫓아갔다.

그렇게 우스꽝스러울 수가 없었다.

비단 원로들뿐인가.

먼저 들어간 적라성이 가장 가관이었다.

교주.

무려 혈교의 교주.

자신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 자가 이 세상 최악의 결말을 맺은 것 아닌가.

 

‘최악보다 더하지.’

 

무신은 몸을 일으켰다.

작업이 시작되었으니 그만 나가도 됐다. 역한 광경을 더 보기 싫기도 하고.

두 교도와 지하실을 빠져나오며 무신은 원로들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들에게 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

기일을 넘기고 안 넘기고에 상관 없이 니들은 어차피 강시가 될 것이라는 것.

말하지 않은 이유야… 재미없지 않은가.

미리 결말을 알아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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