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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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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2화

남의 것

 

 

부하라는 것은 부리기는 좋아도 관리하기는 힘든 법이었다.

입을 것.

먹을 것.

잘 것.

당장 의식주만 따져도 챙겨줄 것이 산더미였다.

그러나 강시는 아니었다.

옷은 혈교에 남아도는 적포만 대충 던져주면 되고, 장기를 빼냈으니 음식은 아예 필요가 없었다.

잠이야…….

 

‘지들 내공만 건재하면 1년 365일도 깨어 있지.’

 

무신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천의 강시들과 마주했다.

다들 눈빛이 흉흉했다.

힘이 넘친단 방증이었다.

 

“이놈들은 전부 연강시인 셈이겠군.”

“그렇습니다.”

 

술사들이 입 모아 얼른 대답했다.

문득 다시 돌아본 그들은 하나같이 사시나무 떨 듯 바들거리고 있었다.

자기들도 저 신세가 되지 않겠느냔 불안이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너희들까지 강시로 만들겠느냐. 안심하거라.”

“가, 감사합니다.”

 

참말이었다.

무신은 술사들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너희는 그냥 저승으로 보내주마.”

 

이들은 무위가 좋은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강시술 외의 주술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강시로서의 가치가 전무했다.

무신은 검지를 쭉 펴 싱싱한 시체 열아홉 구를 가리켰다.

 

“치우도록.”

 

주인 말이라면 불구덩이 속이라도 뛰어들 강시들이 시체를 한 구씩 들쳐 멨다.

자기가 메겠다며 서로 으르렁대는 경우도 있었다.

무질서한 광경이었으나 무신에겐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충성심이 높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무신은 그길로 신전의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온몸에 휘감겼다.

시궁창에 푹 빠져 있다가 여인네 살결에 얼굴을 문지르는 기분이었다.

저 속은 그 정도로 지옥이었다.

 

“갖다 버리고 물자 창고 앞으로 와.”

 

곧장 움직여야 할 강시들이 무신을 보며 눈만 끔뻑거렸다.

왜 그런가 싶었더니 어디다 갖다 버려야 할지를 몰랐다.

생각이란 게 있으면 교원 밖에 뒷산 어디에 대충 내던질 텐데 말이다.

 

‘활강시와 달리 연강시는 멍청하다더니 이런 것 때문이었군.’

 

하지만 무신은 놈들을 이해했다.

멍청해서 멍청한 게 아니라 그냥 하나의 성격이었다.

그는 놈들과 달리 생각이란 게 있는 다른 강시를 불렀다.

 

“같이 가서 버리고 와.”

 

머저리였다.

사파 최강의 문파를 주름 잡던 절세의 고수가 시체나 버리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것이다.

무신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나머지 강시들을 끌고 물자 창고로 향했다.

신전만큼이나 큰 넓이를 자랑하는 그곳에는 갖가지 무기와 무복이 걸려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혈교를 지키기 위한 용도겠으나 실질적으로는 마수(魔手)였다.

저것에 희생된 이가 얼마나 될까.

한 명이 한 명을 건드렸다고만 계산해도 수천이었다.

일당 둘이면 일만도 금방이었다.

무신은 끌끌 혀를 차며 강시들에게 무기와 무복을 착용토로 지시했다.

이제부터 지은 죄를 갚도록 할 시간이었다.

 

“좋아, 앞으로도 항상 머저리 네가 이놈들을 이끌어야 한단 걸 기억해.”

 

금세 돌아온 머저리에게 단단히 지시하며 무신은 교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흑룡강 서부로 향했다.

혈교만큼이나 악의 축이 찌들어 있는 곳.

마적들의 산지였다.

강시를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천 씩 끌고 다니면 대놓고 ‘나 금술의 강시술을 썼소’ 하는 셈이겠으나 그것은 걱정 없었다.

어지간한 눈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었다.

머저리조차 범인에겐 그냥 혈교의 적라성으로 보일 것이다.

말을 섞어보면 금방 눈치채겠으나…….

 

“혀, 혈교야!”

 

십중팔구는 혈교의 문양을 보자마자 도망친다.

말을 섞을 대담한 이는 거의 전무했다.

표국이나 행상인들도 여지없이 길을 열어주니 무신은 금세 목적한 곳에 도착했다.

어슬렁거리던 몇몇의 마족들이 그를 보고 뒤로 자빠졌다.

정확히는 그가 아니라 적라성 때문이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보통 같으면 여긴 무슨 일로 오셨냐는 말을 할 텐데, 밑도 끝도 없이 환대부터 했다.

적라성이 마적들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들의 말을 받은 이는 무신이었다.

 

“너희 터까지 안내 좀 해라.”

“……?”

 

그들은 말없이 정말 얼굴에 물음표만 띄웠다. 하대가 기분 나쁘다는 듯 이내 눈썹을 꿈틀거리기도 했다. 적라성이나 뒤에 교도들이 아니었으면 아마 즉각 칼을 뽑아 들었을 것이다.

무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내공이 탄환처럼 날아가 마적 하나의 목젖을 꿰뚫었다.

푸슈슛 피가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마적들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예! 아, 안내하겠습니다!”

 

일이 터져야만 반응하는 미련한 놈들이었다.

무신은 그들을 따라 관도를 벗어나 산길에 올랐다.

첩첩산중이 따로 없었으나 의아하게도 길 자체는 훤히 뚫려 있었다.

 

‘흑룡강 주민들 잡아다 노역을 시켰다더니 이게 그 결과물이로군.’

 

무신은 그 노역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방법은 쉬웠다.

마적들의 터에 도착함과 동시에, 총두(總頭)라 불리우는 자의 목을 베었다.

딴에 초절정이니 뭐니 나불대었으나 무신 앞에선 삼류무사만도 못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죽음을 코앞에 둔 자들의 대사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그것은 때에 따라 안쓰러운 동정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역겨운 동정일 뿐이었다.

무신은 가차 없이 그들을 죽였다.

물론 그가 직접 나설 것은 없었다.

그의 ‘전부 죽여’ 하는 지시에 강시들이 우르르 검을 쳐들고 튀어나갔다.

혈교보다도 더 많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그곳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진 것은 불과 닷새도 안 지나서였다.

널따란 흑룡강의 서부에 마적들의 혼이 두두둥 떠다녔다.

그들도 강시로 만들면 좋겠으나 두목이나 부두목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범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술사들과 마찬가지로 강시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무신은 수많은 시체를 짐승들의 먹이로 던져주며 각 마적가의 재물 창고를 뒤졌다.

그간 주민들의 피와 땀이 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미리 수십 대의 짐차를 끌고 오지 않았으면 괜히 두 번 걸음 했으리라.

 

“좋은 데 써주십시오.”

 

무신은 그것을 흑룡강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결코 배부르지 않은 게 재물이라지만, 그렇다고 남의 것까지 탐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했다.

물론 그의 행동은 한바탕 소란을 빚었다.

 

“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저,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교, 교도들까지 나서서… 이게 대체…….”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은 상황 자체를 믿지 못했다.

무신, 특히 교도들을 경계하며 오히려 제 주머니를 까서 있는 것을 내놓는 자들도 있었다.

무신은 사근사근한 어조로 친절히 설명했다.

 

“…예? 혈교가 달라졌다고요?”

 

혈교가 더 이상 그 혈교가 아니라는 것.

주민들은 그 부분에서 가장 이견을 보였다.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저희를 죽여주십시오!”

 

적라성까지 보란 듯이 눈을 뜨고 있으니 사실 주민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무신은 쉽게 상황을 타파했다.

교도들을 모두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렸다.

심지어 적라성은 머리를 박게 했다.

놈의 이름이 머저리라는 것까지 말하려다가 그것은 관두었다.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머저리는 어차피 한국에서나 통할 의미였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앞으로 열심히 살아주시면 됩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허나 아무리 그래도…….”

“괜찮습니다.”

 

쳐들면 쳐들었지 단 한 번도 숙인 적 없는 혈교 교도들의 고개가 숙여지는 것을 넘어 땅에 처박혔으니 상황은 금세 일단락되었다.

주민들이 무신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잃어버린 재물을 찾아서만은 아니었다.

 

“더 이상 혈교에게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단 그 조그마한 안심.

주민들이 가장 바라던 것이 이뤄져서였다.

무신은 잔치라도 열 듯한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흑룡강 북동부를 찾았다.

머저리만을 대동한 채.

 

‘그 옷을 얻으러 가보실까.’

 

이제 파천의를 벗을 시간이었다.

 

***

 

손님이 끊이지 않는 어느 혼잡한 객잔.

표사 하나가 헐레벌떡 그곳으로 뛰어 들어왔다.

 

“표물에서 금덩이라도 나왔소? 뭐 그리 호들갑이시오?”

“그, 금덩이보다 더한 일이오!”

“응?”

 

우스갯소리로 금덩이란 말을 꺼냈는데 그보다 더하다니 자리한 모든 손님들의 시선이 그 표사에게 꽂혔다.

표사가 숨도 안 쉬며 말을 이었다.

 

“아니, 글쎄! 어떤 검객 한 명이 혈교를 초토화시켰소!”

 

정적은 아주 잠깐이었다.

이내 여기저기서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누굴 바보로 아나? 허풍을 떨려거든 좀 제대로 떨어야지.”

“차라리 남궁가의 고수가 그리했다고 했으면 내 그럴 수도 있겠다 고민은 했을 거요.”

“예이, 저리 재미없는 양반을 봤나. 와서 술이나 드시오.”

 

성질 고약한 이들이 있었다면 육두문자도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내 직접 보고 오는 길이라니까!”

“저놈이 듣자 듣자 하니까 누굴 바보로 아니? 할 짓거리 없으면 가서 잠이나 퍼 자!”

“꺼져!”

“원,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구만.”

 

표사가 굴하지 않고 호소하자 결국 여기저기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자리가 시끄러워주니 주인장이 나서서 표사를 쫓아냈다.

 

“못 믿기면 흑룡강에 한번 가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있을 테니!”

 

표사는 끝까지 목청을 울렸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말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무신은 사실상 흑룡강을 떠났다.

그가 향하는 곳은 지리적으로만 흑룡강 북동부에 속할 뿐, 흑룡강 중심부와 일주일도 더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거의 갈림까지 내려가는 수준이었다.

그 옷을 구하기란 그렇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하지만 남의 경우였다.

그에겐 사나흘이면 충분히 가고도 남았다.

혈교의 교주만이 몬다는 적성마(赤聖馬)는 그만큼 빨랐다.

 

“머저리, 넌 여기서 대기하도록.”

 

거의 다 다다랐을 즈음, 무신은 머저리를 어느 숲속에 세워두었다.

머저리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줘서는 아니었다.

지금부터 갈 곳의 주인이 혈교와 적대 관계에 있었다.

아주 심하게.

머저리를 동행했다가는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다.

그럼 적성마는 어쩌겠느냐마는, 털이 붉은 말은 강호 지천에 널렸다.

대충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무신은 반 시진을 더 달려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했다.

 

망룡무관(蟒龍武館).

 

조잡한 간판이 조잡한 건물 정중앙에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내려앉을 것 같았다.

간판뿐 아니라 건물 자체도.

그러나 이 폐가처럼 보이는 곳이 실상은 무신이 찾는 그 옷의 산지였다.

 

망룡의(蟒龍衣).

 

파천의가 검에 꿰뚫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강에도 꿰뚫리지 않았다.

물론 연거푸 맞으면 결국엔 꿰뚫리겠지.

갈기갈기 찢어지겠지.

그러나 고수들 싸움에서는 누가 한 방이라도 더 잘 막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법이었다.

무신은 그 한 방을 막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망룡의 얻으러 오셨소?”

 

적성마에서 내려 찬찬히 망룡무관으로 다가가는데, 웬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길쭉한 코.

가늘게 째진 눈.

그리고 그 생김새에 어울리는 기다란 창.

무신은 왠지 이 사내를 알 것 같았다.

 

“그렇소.”

“쯧, 운이 없구려. 하필 내가 왔을 때 오다니.”

 

확실했다.

하성운보다도 더 허세와 자만에 차 있는 이 사내는 분명…….

 

‘거두창(巨頭棒) 이성구로군.’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이성구의 뒤를 따랐다.

과연 그 별호에 걸맞게 창날이 무척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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