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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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1화
군단
어디 적당한 공터에 교도들을 죄 끌어모아 몰살시킨 후, 강시로 제작하는 것.
당초 계획은 그것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강시들은 빛에 약합니다.”/(이탤릭)
교원 내 건물의 창이나 문을 막고 그곳들을 지하 주술장처럼 쓰면 그만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교도들을 나눠야 한다는 불편, 아니, 나누면 못 할 일이었다.
제 동료가 옆에서 강시가 되어가는데 멀뚱히 지켜만 볼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죄 도망치겠지.
잡으면 되지 않겠느냐마는, 아무리 무신이라도 수천 명을 쫓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신전이었다.
수천의 교도들을 모두 수용 가능한 곳.
물론 뒤쪽 서관을 제외하고는 기둥만 줄줄이 박혀 있었다.
해가 져도 달빛에 훤해질 만큼 그냥 사방이 뻥 뚫린 개방형 건물이었다.
그러나 그거야…….
지난 석 달.
무신은 수천의 교도들을 일꾼으로 활용해 이 신전을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바꾸었다.
애초에 창 같은 것은 달지도 않았기에 빛이 통하는 곳은 뒤쪽의 정문이 유일했다.
하지만 그 또한 이중 삼중으로 겹문을 달아 사실상 전등 없이는 지하 동굴이나 마찬가지였다.
판이 깔아졌으니 그가 할 행동이야 뻔했다.
“뭐, 뭐야!”
“교, 교주님 왜 그러십니까!”
“이, 이러다 다 죽겠어! 도망쳐!”
새로운 교주와 새로운 신전의 축복을 위해 운집한 수천의 교도들.
무신은 그들을 향해 흑라신검을 쥔 손을 살짝 꺾었다.
군침을 질질 흘리던 흑라신검이 굉음과 함께 수천 줄기의 내공을 발산했다.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바람 앞의 갈대처럼 교도들이 우르르 고꾸라졌다. 그리고 잠깐 꺽꺽대다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위장호나 현우종 등 몇몇 고수들은 어찌저찌 몸을 일으켰으나 그뿐이었다.
무신이 이어 한 번 더 손을 꺾자 다른 이들과 운명을 같이했다.
그럼에도 또 살아남은 자들은 있었다.
단상에 머리가 처박힌 우지겸과 무신의 이상을 눈치채고 미리 강기를 두른 원로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고형계라고 했던가.
이름도 잘 모를 원로가 튀어나와 무신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지겸도 코뼈가 부러진 얼굴을 쥐고 일어나 무신을 향해 검을 쥐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고 검을 쥘 시간에 정문을 열고 도망쳤어야 했다.
그게 그들의 유일한 살 길이었다.
무신은 대꾸도 하지 않으며 암향표를 밟았다.
육신을 바람처럼 빠르게.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원로들의 코앞에 가 섰다.
동시에 흑라신검이 나머지 식사를 위해 입을 한껏 찢었다.
태산도 씹어 삼킬 그것을 감당하기에 원로들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늙은 몸뚱이가 지독한 가뭄에 시달린 꽃처럼 시들어져 갔다.
물론 가깝게는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시대를 풍미했던 고수들이었다.
결코 보잘것없다 할 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신의 앞에서는 그들의 한창때도 지는 때에 불과했다.
애당초 싸움이 안 되었다.
“교, 교주님……!”
검을 뽑은 것은 단순히 반사적 행동이었다는 듯 우지겸이 무릎을 꿇으며 사죄를 구했다.
사실 그가 딱히 사죄를 구할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는 무신을 모시면 모셨지 무신에게 잘못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거가 잘못이었다.
아주 큰 잘못이었다.
지금 괜찮다고 하여 그것이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니들이 짓밟은 자들도 이렇게 무릎을 꿇었겠지. 살고 싶어서.’
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우지겸에게 다가갔다.
저자, 아니, 이곳의 모든 교도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 그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렷다.
합리화가 아니었다.
죄를 저지른 놈들에게 죄를 물을 뿐이었다.
죽음으로써 말이다.
“뭐, 뭐든 하겠습니다! 제발 거두어주시옵소서!”
가랑이 벌리고 그 사이를 기라고 하는 것은 이 순간 우지겸에게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일 것이다.
발가벗고 흑룡강 시장을 활보하라 해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죽음 앞의 인간에겐 그만큼 부끄러운 게 없다.
하지만…….
본인들이 한 일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무신은 그게 싫었다.
증오스러웠다.
왜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것인가.
선행한 이들을 챙겨주지는 않더라도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벌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을 바꾸려면, 그렇게 할 만한 힘이 있어야 했다.
‘지금은 어떻게 생긴 것 같기도 하군.’
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지겸의 심장을 찔렀다.
마음 같아선 목이고 팔이고 다리고 다 잘라놓고 싶었으나 일을 위해 참았다. 사지 불구의 강시를 만들 수는 없었다.
한바탕 바람이 불고 지나간 자리에는 지독히도 고약한 피비린내만 남았다.
시큼하다 못해 코가 쓰라릴 정도였다.
‘피도 제 주인 성향 따라 냄새가 달라지나.’
무신은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뚜벅뚜벅 정문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초가을의 햇살이 얼굴을 따뜻하게 뒤덮었다.
자극적이던 피비린내도 씻은 듯 사라졌다.
그는 천을 집어 던지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수천의 시체를 방치한 채 그가 찾은 곳은 지하주술장이었다.
열댓의 술사들이 손가락만 쪽쪽 빨며 그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올 때까지 꼼짝 말고 있으란 그의 지시 때문이었다.
“준비하라.”
“예?”
그런데 갑자기 준비하라니 술사들이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을 했다.
그래도 우선 무신의 말에 따랐다.
그가 두려워서라기보다도 몇 시간째 이곳에서 먼지만 마시다 보니 몸이 답답했던 것이다.
“어딜 가는 겁니까?”
“신전으로 간다.”
새롭게 바뀐 신전.
완성된 것을 처음 본다는 기대에 젖어 술사들은 더 기꺼이 무신을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 부푼 가슴은 일각을 채 못 갔다.
“이, 이게…….”
정문을 여는 순간, 매캐한 피비린내가 그들의 콧구멍을 들쑤셨다.
코를 쥐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깟 피비린내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
교원 내 모든 교도들의 무덤이 이곳에 차려져 있었다.
그들이 눈을 부릅뜨며 무신을 돌아봤다.
다시 코와 입을 천으로 가리고 있었던 무신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이놈들 전부 강시로 만들어. 보름 안에.”
***
신강 남부 광군학관.
초대 마교 교주의 이름을 따서 만든 그곳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열 살도 안 됐을 어린아이들의 머리통이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몸뚱이는 그 옆 비탈길에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애들 좀 죽은 게 한바탕 난리까지 되겠느냐마는, 이들 모두 광군학관의 관생들이었다.
차후 마교를 꾸려갈 일원들인 것이다.
그러니…….
“웬 놈들이냐!”
소식을 들은 관주, 그리고 교관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정수리에 구멍이 있었으면 뿔이 서너 개쯤 튀어나왔을 지도 모를 만큼 그들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일을 저지른 장본인들을 보는 순간, 그들은 저도 모르게 멈칫거렸다.
광군학관 관생.
말했듯 마교의 새싹이 무참히 잘려 나간 것인데도 섣불리 달려들지를 못했다.
“오셨소들?”
껄껄거리며 관주와 교관들을 맞은 자는 하북팽가의 가주 팽영권이었다.
그의 옆으로는 그에 버금가는 고수들이 휘파람을 불며 서 있었다.
당장 보이는 머릿수는 열댓 개에 불과하나 각 문파를 대표하는 자들이 단신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관 근처에 수십, 수백의 무사들이 도사리고 있겠지.
관주 오성각이 몇 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정파의 가주들이… 여긴 어언 일이오?”
어언 일이냐고 묻는 것도 우스웠다.
당장 오성각의 발밑에도 웬 관생의 머리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누가 봐도 학관을 박살 내겠다는 게 저들의 목적이었다.
과연 팽영권이 학관을 가리키며 목 자르는 시늉을 했다.
“마교 아이들의 목을 자르러 왔소. 더불어 당신네들 목도 함께.”
“그러니까… 왜 갑자기 이러느냔 거요.”
“왜 갑자기라니? 아무것도 들은 게 없소?”
짚이는 것이 있는지 오성각이 즉각 반응했다.
“무림맹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단 말은 내 들었소만…….”
“그럼 대강 알고 있겠구려. 우리는 그 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는 거요.”
“허, 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어린것들을 상대로까지 피를 봐야겠소?”
“놔두면 똑같은 짓을 할 놈들일 텐데 어리고 자시고 왜 따져야 하오?”
“나중 일을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리다 이 말 아니오!”
격분한 오성각이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게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팽영권이 그대로 뛰어들어 그의 목을 잘랐다.
“거, 시끄럽구만. 바로 일 시작합시다.”
팽영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방팔방에서 검 찬 무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검이 향하는 곳에는…….
잔뜩 겁에 질린 마교의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
무신은 점심을 먹고 다시 신전으로 돌아왔다.
적라성이 시뻘건 눈알을 굴리며 그 앞에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다.
술사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도망칠 생각을 못할 만큼.
‘그나저나 이놈 이름을 지어줘야 하는데 말이지.’
무신은 손을 턱에 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혈수라철골강시라는 기존의 것을 쓰면 좋겠으나 지금 적라성은 그것과 조금 거리가 멀었다.
아니, 많이 멀었다.
영약도 더 들어갔고 작업의 방향도 달랐다.
애당초 그가 요구한 게 혈수라철골강시보다 더 나은 강시였으니 말이다.
물론 굳이 강시로 구분하지 않고 적라성이라 불러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교주로서의 흔적을 남겨주기 싫었다.
이놈은 이제, 그저 짐승일 뿐이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근사하면서 입에 잘 달라붙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머저리다.”
“…….”
“누가 널 부르거든 머저리란 말에만 반응해.”
“…….”
언어능력이 없기에 적라성, 아니, 머저리가 상체를 절반 가까이 숙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무신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신전을 벗어났다.
수천의 강시가 완성되기 전까지 유유자적 무공을 단련할 생각이었다.
이미 다 통달했는데 무어 또 살필 것이 있겠느냐마는, 당장 심법만 운용해도 할 것이 산더미였다.
내공 축적.
회전.
망령의 숲에서처럼 삼천 갑자는 못 되더라도 그에 십분지 일, 백분지 일은 되어야 했다.
‘그 정도만 되도 천하는 우습게 쥐락펴락하겠지.’
무신은 당찬 미래를 다짐하며 땀을 쏟았다.
그가 다시 신전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서였다.
“문 열어봐.”
내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머저리가 문을 열어젖혔다.
미리 입과 코를 가리고 왔음에도 무신은 순간 ‘우엑!’ 하며 아까 먹은 것을 게워냈다.
시궁창도 이보단 나을 것 같았다.
‘수천 구의 시체가 보름이나 묵었으니.’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한 무리의 교도들을 쳐다보았다.
보름간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잔 술사들이었다.
눈 밑이 퀭한 정도가 아니라 시꺼멨다.
안쓰럽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런 취급이 어울리는 작자들이었다.
“다 끝났나?”
“예.”
비로소 일을 끝냈단 성취감 때문인지 대답에 조금 힘이 있었다.
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저분하게 깔린 ‘도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술사들과 다르게 팔다리가 실한 것이 어딜 나가든 힘 좀 쓸 것 같았다.
그는 가볍게 입을 뗐다.
“일어나라.”
“…….”
머저리처럼 그들 또한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반응하는 것 또한 머저리와 똑같았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시뻘겋게 빛나는 수천 개의 안광.
강시군단(僵尸軍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