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7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70화
제4장 용병통합 (3)
파파파팟! 타앗!
큭!
차린이 외마디 비명성을 내질렀다. 완벽한 방어술이라고 일컫는 아이언 디펜스(철벽-鐵壁)의 맥이 끊기고 있었다. 통천안을 발휘한 무진이 아이언 디펜스의 흐름을 읽고 약점을 파고들고 있었던 것이다.
공격과 방어는 기세와 흐름의 연속이다. 무진은 통천안과 수라탄강기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차린의 방어술에 파격을 심고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수라탄강기는 차린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 결과 차린은 아이언 디펜스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되었다.
‘흐름을 바꿀 수가 없어!’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능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진이 틈을 주지 않았다. 모든 전력을 방어에 주력하지 않으면 무진의 공격에 격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능력을 쓴다고 해도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
무진은 패도의 정점에 서 있다. 적의 흐름을 유능제강(柔能制剛)으로 끊어내지 않고 절대적인 패력만으로 무너뜨리고 있었다. 패력은 깨뜨리고, 부수는 힘을 뜻한다. 적의 근간을 끊고,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패도라고 할 수 있다.
“끝이군.”
여지를 남겨두어서 패했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무진은 기세를 보였고, 능력을 보였다. 보았다면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한 방만 꽂아 넣으면 차린의 의지를 부숴버릴 수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무진이 멈칫거렸다. 무진의 기감에 뒤에서 돌진해 오는 다리우스, 소넨, 이사벨이 느껴졌다. 차린의 위기를 보고 덤벼든 것이다.
무진이 극히 미세한 찰나의 순간 망설였다. 그 틈을 차린이 놓치지 않았다.
타앗!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고 역공을 받은 무진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무진의 시선이 다리우스, 소넨, 이사벨에게 향했다.
“꺼져라.”
우웅!
말이 힘이 되어 퍼져나갔다.
투아아아앙!
“크아아앗!”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패력이 대기를 밀어 다리우스, 소넨, 이사벨의 몸을 강타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섰다고 해도 막아낼 수 없는 패력이었다. 극에 이른 패력에 그들의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가랑잎처럼 날아가 버렸다.
쿠다다다당!
바닥을 구른 그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극강의 패력에 당해 심맥이 찢어지면서 심각한 내상과 외상을 입었다. 이제는 움직이기는커녕 살아남기도 힘들어졌다. 그들은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허탈해했다. 설마 말 한마디에 몸조차 움직이지 못하다니, 실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도 할 일은 했지.”
“그…렇지……!”
“그럼… 이제!”
꼴가닥!
다리우스, 소넨, 이사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그들의 희생으로 반격의 기회를 얻은 차린은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심으로 인해 수하들까지 희생시켰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이제 각오하는 게 좋아!”
“얼마든지.”
차린의 몸 주위로 물방울이 모여들었다. 하늘과 대지 어느 곳이나 수분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수분이 없는 게 아니다.
차린의 특수능력은 물이다. 물에 대한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물계열 마법과 비슷하지만 위력은 천지차이다. 용언마법을 사용하는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물에 관해서는 차린을 능가하지 못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물은 약해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포용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것도 부숴버릴 수 있다. 물은 사라지지 않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품고 있었다.
차린은 물의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기로 작정했다. 깨알 같은 수분이 물방울이 되어 차린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거대한 물의 막을 만들어내었다. 물이 허공에서 넘실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무진도 전력을 좀더 끌어올렸다.
“와라.”
“건방진 얼굴도 이제 끝이다!”
춤을 추듯 하늘거리던 물이 정지했다. 흐름이 끊긴 물이 방울방울로 갈라지더니 뿜어져 나갔다.
-레인 샤워(소나기).
슈슈슝! 슈슈슝!
타타타타탕!
소리도 없이 날아온 물방울은 엄청나게 날카롭고 단단했다. 수라탄강기로 몸을 보호하던 무진은 물의 단단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음!”
물방울이 무진만을 노리며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퉁겨져 나간 물방울이 다시 공격하여 수라탄강기를 두드렸다. 사방에서 두드리자 수라탄강기에 충격이 가해졌다. 일반적인 상식을 불허하고 있었다. 물의 진동력을 이용한 공격수법이다. 단조롭지만 무지막지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까다롭군.”
그러나 무진의 수라탄강기는 패력의 정점이 이루어진 강기의 일종이다. 극에 이른 패력은 무시무시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염화지옥을 능가하는 무진의 열기가 수라탄강기에 실렸다.
찌이이익!
차린의 의지에 의해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물방울이라고 해도 한도를 넘어서는 열기에는 증발되지 않을 수 없다. 증발된 물방울이 다시 물방울로 변하는 시간의 간격을 발견한 무진이 공간을 좌우로 벌리며 쏘아져 나갔다.
공간을 초월하여 차린과의 간격을 좁힌 무진이 수라탄강기의 멸살포(滅殺砲)를 날렸다. 사정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수라탄강기의 총화였다.
푸아아앙!
스파이럴(나선)을 그리는 멸살포가 차린의 전신을 가격했다.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인해 주변의 대기가 소용돌이치며 끌려 들어갔다. 나선의 회오리가 토네이도를 만들어내었다.
그런데.
출렁!
“환영인가.”
물의 막이 형성되면 사물의 형상이 왜곡된다. 그것이 심해지면 거리의 감각 역시도 방해받게 된다. 수막을 형성한 차린이 공간과 공간을 차단해서 거리를 조절한 후 무진의 멸살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무진은 통천안을 개방한 후 수막을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수막에 실린 차린의 의지가 무진의 통천안을 방해하고 있었다. 차린의 의지가 실린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오러와 같았다.
“이곳은 나의 영역이야, 이제 그 힘을 보여주겠어!”
차린이 수막을 개진(開陣)하자 반경 100미터 안에 투명한 물의 막이 이중삼중으로 펼쳐졌다. 막은 점점 더 안으로 파고들어 철벽을 능가하는 구조로 변했다.
무진의 표정이 굳었다. 수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의 막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무진이라고 해도 숨이 막히게 된다.
호흡은 무력의 발산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기의 흐름이 무너지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무진은 빠르게 움직여 보았다. 그러자 수막 역시도 거대한 결계를 치며 이동해 왔다. 차린이 집요하게 무진을 따라붙고 있기에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벗어날 수 없어!”
“쉽지는 않군. 하지만!”
무진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암흑혼돈력을 개방한 후 전투를 치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그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 합일을 통한 무력을 개방하자 무진의 주변에 알 수 없는 기류가 발생하여 조여오는 수압을 지배해 나가고 있었다.
찌릿! 찌릿!
차린은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기운. 내면에 숨죽이고 있던 사람의 본질적인 공포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엄습하는 불안감이 차린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게 뭐야?”
무진의 수라탄강기가 영역을 넓혀갔다. 차린의 의지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다면 그녀와 비견되는 영역을 구축하면 그만이다.
암흑혼돈력을 기반으로 한 수라탄강기의 강기막이 수막을 걷어내며 무력화시켰다. 혼돈력과 암흑의 능력이 수막에 서린 차린의 기운을 잡아먹었다. 수라탄강기는 오랜 시간 굶주린 포악한 육식동물과 같았다.
‘이익!’
수막의 결계가 흔들렸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차린이 다급하게 물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였다.
차린보다 무진이 먼저 움직였다. 수라탄강기의 구룡섬(九龍閃)을 차린에게 쏘았다.
크아아앙!
9마리의 용이 거친 노성을 노해내며 번개처럼 날아갔다. 패의 극에 이른 용이 거침없이 수막을 뚫어버리더니 차린의 전신을 노리며 들어갔다.
-워터 드래곤(수룡-水龍).
수막의 결계를 강화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차린은 수룡을 꺼내 들어 무진의 구룡섬을 막는 데 주력했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엉!
용과 드래곤이 부딪치며 결계를 뒤흔들었다.
스윽!
“이런!”
공격과 동시에 무진의 신형이 움직였다. 차린이 대응하는 그 순간의 타이밍을 포착한 무진이 구룡섬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그리고 수막으로 가린 차린의 본체를 발견하고 근접거리까지 접근했다.
무진의 사정권에 차린에 들어오게 되었다.
“더 이상 분영은 통하지 않는다.”
퍼억!
까아악!
복부에 한 방, 가슴에 한 방, 얼굴에 한 방.
단숨에 3번의 권격이 휘둘러졌다. 여인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 무진이다. 무진은 차린을 적수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었다. 어설픈 동정은 절대자들에게 수치나 다름없다.
차린은 공격당하는 순간 모든 기운을 몸에 퍼뜨렸다. 최대한 충격을 흡수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무진의 권격은 이상했다. 몸에 닿을 때마다 오러의 기운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마치 오러 자체의 속성을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산된 오러만큼 충격도 컸다.
데구르르르!
볼품없이 바닥을 구른 차린.
“으웩!”
피를 토해내었다. 복부를 강타당한 순간 내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최대한 방어를 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내장이 전부 박살날 뻔했다.
그녀의 얼굴 역시도 시퍼렇게 부어올랐다. 유난히 흰 피부 때문에 흔적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러나 차린은 얼굴의 멍 따위를 신경 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쿠우웅!
그녀가 구른 자리에 무진이 진각을 내리찍었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쩌저저저적!
바닥이 잘 익은 수박 쪼개지듯이 갈라졌다. 지진이 난 것 같은 진동이 퍼져나갔다.
웅크린 자세에서 화살을 퉁기듯이 진각의 범위에서 벗어난 차린이 본능적으로 일어섰다. 진각에 밟혔다면 뼈가 으스러졌을 수도 있었다. 일어난 즉시 무진을 찾았다.
“없…다?”
“여기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 또다시 무진이 등 뒤를 제압했다.
“큭!”
무진은 차린의 목을 움켜쥐었다. 무시무시한 패력이 손끝을 타고 차린의 목으로 전달되었다.
차린은 몸을 움직일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순간에 대륙십강의 일인이었던 차린이 무저항, 비폭력주의자가 되고 말았다.
“끝이군.”
오싹!
차린은 소름이 돋았다. 무감정한 음성 속에 담긴 진실이 느껴졌다. 이 순간이 지나면 그녀는 다시 숨 쉬지 못한다는 공포를 느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가! 그녀는 대륙에서 가장 강한 10명이다. 더욱이 그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용병이 되었을 뿐이다.
꽈악!
차린의 사정에 관심 없는 무진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목 위로 차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인간의 목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조금 더 힘을 주면 목은 힘없이 부서질 것이다.
찌릿!
등 뒤에서 타는 듯한 열기가 쏘아져왔다. 맞서지 않으면 위험한 수준이었다.
무진은 차린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강한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살고자 하는 집념이 강했다. 미처 힘을 주기 전에 차린의 의념이 실린 물방울이 무진의 팔에 충격을 주었다. 일순간의 망설임에 적에게 기회를 주고 말았다. 그러나 무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충격을 받은 무진은 재차 힘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지척까지 극에 이른 불길이 쏘아져 와서 물러서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푸아아아아앙!
화화화화활!
무진과 그 주변이 불길에 휩싸였다. 수라탄강기와 충돌하며 불길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불은 꺼지지 않고 대지를 태웠다. 대지는 순식간에 붉게 녹아들며 용암처럼 변해버렸다.
무진은 느닷없이 나타나서 공격한 자를 돌아보았다. 마지막에 훼방을 놓지 않았다면 승부를 종지부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 화가 조금 났다.
‘극에 이른 화염.’
헬파이어(지옥의 불길)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법을 구현하는 방식과 다르다. 불의 본질을 깨달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능력이었다.
무진은 상대가 불의 능력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면 놀라운 일이나 이 세상은 특이한 강자들 널려 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불의 속성을 지닌 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180센티미터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유난히 흰 피부와 붉은색 머리카락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린과 비슷하게 생겼다.
무진은 그가 블러드 용병대의 대장 시즈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란성쌍둥이라고 해도 혈육의 특징은 남아 있기 마련이었다.
“시즈인가.”
“그래. 그보다 놀랍군.”
“뭐가 그렇게 놀랍지.”
“설마 내 동생을 저런 식으로 개 패듯이 팰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어. 솔직히 나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거든.”
“서로 앙숙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아무리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잖아.”
“그렇군.”
무진은 원래의 신색을 찾았다. 뜻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정도도 극복하지 못하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강자의 출현이 무진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