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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6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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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66화

제3장 듀론 공작 (3)

 

듀론 공작은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방금 전의 교전에서 잘못했으면 낭패를 면치 못할 뻔했다. 위기의 순간에 느낀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시리게 만들었다. 이런 짜릿함은 30년 전을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사실이었구나!”

직접 겨루기 전까지도 듀론 공작은 무진의 말이 거짓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무진의 실력은 진짜였다. 무력의 완성도에서 사피로는 무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듀론 공작은 알 수 있었다.

듀론 공작은 무진의 진정한 실력을 확인하자 이유가 궁금했다. 사피로의 정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륙최강국에 속하는 브릴란트 제국의 계획을 방해한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였다. 무진의 행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듀론 공작은 진실을 물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그러는 너는?”

무진은 오히려 되물었다.

“무슨 소리냐!”

“결국 목적을 위해서 움직인 것 아닌가.”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

“지금 몰라서 하는 소린가?”

“이노움!”

화화화활!

듀론 공작의 노한 외침에 주변의 대기가 들끓었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반면에 무진은 지극히 현실적인 말을 했다.

인간은 목적을 위해서 나아간다.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를 받게 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적개심이 든다. 강한 힘을 가진 인간이라면 방해물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무진은 거창한 이유나 대의명분 따위는 내세우지 않았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었기에 제거한 것뿐이었다.

듀론 공작도 무진의 말을 이해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원한을 맺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하물며 가고자 하는 길을 방해받았다면 당연히 쓰러뜨리고 가야 한다. 이제까지 듀론 공작도 그렇게 살아왔었다. 그렇기에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아들이 되자 듀론 공작은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내 아들을 죽이고 네가 무사할 것이라 보는 것이냐!”

“못할 것도 없지.”

“그 건방진 입을 두 번 다시 나불대지 못하게 해주마!”

“할 수 있다면.”

무진은 얼마든지 덤벼보라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여유를 갖지는 않았다. 좀 전에 펼친 공방전은 무진의 예상을 넘어서 있었다.

듀론 공작은 사피로와 달린 무를 완성한 존재였다. 쉽사리 틈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빠져나간 실력만 봐도 사피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진은 조심스럽게 전신을 활성화시켰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대륙십강이다. 그 역량이 궁금했다. 대륙최강이라고 불렸던 자신의 힘과 비교해 보고 싶은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치치치치칙!

무진과 듀론 공작의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의기가 만물을 조정하는 단계를 넘어선 존재들이다. 마음이 일어서자 대지는 알아서 그 앞에 바짝 엎드렸다. 대지와 대기가 숨을 죽이고 둘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윽!

무진과 듀론 공작의 공간이 좁혀졌다. 한 발자국 앞으로 향했을 뿐인데, 기파의 영향이 차원이 달랐다.

물결처럼 흔들리던 대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두 사람의 기파가 대기를 뚫고 구름 위로 승천하여 기후마저 변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마른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과 벼락이 칠 징조를 보였다.

무진과 듀론 공작이 진신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진바 힘을 다 써보기는 두 사람도 처음일지 모른다.

일촉즉발의 순간.

뇌전이 빛을 뿜었다.

선과 선을 이은 최단의 거리를 초월해서 공간을 뛰어넘었다.

번쩍!

슈우우웅! 꽈아아아아아앙!

부딪침.

천지가 박살났다. 부딪친 공간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이 퍼져나갔다. 원과 원으로 이어진 파장이 대지와 하늘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파장 안의 공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소멸되었다.

쏴아아아악!

결전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폭포수와 같은 빗물이 쏟아지고, 벼락이 내리쳤다. 천지만물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라고 하기에는 상상을 불허했다. 만약 도시에서 결전을 벌였다면 도시는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꽈꽈꽈꽈꽝!

쩌어어억!

지진이 난 것처럼 평온했던 대지가 갈라졌다. 좌우로 나누어진 균열은 수평선 끝까지 이어졌다. 극과 극에서 시작된 무진과 듀론 공작의 대결이었다. 쉼 없이 권과 권, 각과 각이 부딪쳤다. 격돌이 일어날 때마다 일파만파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패력과 패력의 대결이라 한 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힘으로만 승부를 보려고 했다.

무진은 듀론 공작이 이제까지 상대한 적들과는 상성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성되어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다. 아들의 죽음을 알면서도 부동심은 깨지지 않았다.

무진이 만난 자들 중에서 순수한 무력으로 따지면 혈신이 가장 강했다. 천검신이 그에 버금가기는 했지만 혈신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혈신은 불안정한 정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육체와 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합일이 돼야만 완벽한 힘을 발할 수 있다.

혈신에 비해 듀론 공작은 몸과 마음을 극에 이르도록 수련한 자였다. 과거에 사용했던 수법을 사용하기에는 듀론 공작의 능력이 뛰어났다. 뮤켄 대륙에서 가장 강한 10명의 무인다웠다.

“그럼 조금 더 해볼까.”

수라혼원심공의 공능을 끌어올려 암흑혼돈력(暗黑混沌力)을 전신사지에 퍼뜨렸다. 공력, 암흑력, 혼돈력이 결합이 된 무진의 공력은 일반적인 공력과 달라졌다. 그렇기에 힘의 조율에서도 과거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6단계로 나눈 암흑혼돈력의 2단계를 개방했다.

무진은 폭발적인 힘과 속도의 상승을 경험했다. 아직까지 실전에서 써보지 못한 힘을 듀론 공작을 통해 시험해 보았다.

극에 이른 빠름에 힘을 싫어 권을 내질렀다. 권격의 표면에 굉장한 회전력이 실렸다. 듀론 공작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굳건하게 막아선 후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투우우우웅!

팔과 팔이 퉁겨나갔다.

“아니!”

방어를 했던 듀론 공작이 뒤로 밀렸다. 힘의 파괴력이 몇 배는 상승한 것 같았다. 명치를 향해 뚫고 들어오는 권격의 흉험함을 느낀 듀론 공작이 재빨리 몸을 틀었다. 허공을 꿰뚫은 권격이 공간을 무참히 도륙했다.

몸을 비튼 듀론 공작이 회전력을 실어 무진의 어깨를 발로 내리찍었다.

파아앙!

주르륵!

깊게 파인 공간에 무진이 서 있었다.

듀론 공작은 10미터나 떨어진 장소까지 밀려나 무진을 노려보았다. 패력에서 밀렸다는 것을 쉬이 인정하지 못했다.

“제법이구나!”

“이게 다면 실망인데.”

“한 수 이득을 봤다고 해서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대결이 될 것이다.”

“원하는 바다.”

듀론 공작은 더 이상 대결을 길게 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내부에 숨 쉬고 있는 무력을 전부 끌어올렸다. 무력을 초월한 궁극의 힘이 무언인지 보여줄 태세였다.

쩌적! 쩌적!

듀론 공작의 공간이 힘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갈라지며 중력을 무시하고 솟구쳐 올랐다. 상상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파워였다.

무진도 듀론 공작을 맞이하기 위해서 암흑혼돈력의 단계를 높였다. 은은한 기파가 발생하여 듀론 공작의 밀고 들어오는 기파를 막아내었다.

“보여주마!”

“와라.”

파팟!

서로의 전력을 실은 무력이 맞부딪쳤다. 세상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한 기세였다.

무진은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듀론 공작이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단단한 철벽이 되어 무진을 압박했다.

무진은 조여 들어오는 압박을 패력지강(敗力之剛)을 뻗어 쳐냈다. 일시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1천 8백의 권영(拳影)이 무형권강(無形拳剛)이 되어 듀론 공작의 프레스 스피리티(기압-氣壓)를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펑!

크우우우우웅!

무진의 의지가 섞인 패황무형권(敗皇無形拳)의 패력이 프레스 스피리티를 박살내고 뻗어나갈 때 듀론 공작이 극에 이른 기운을 극도로 응축했다.

“받아랏!”

-얼티미트 볼(무극환-無極丸).

압축된 구슬이 수백 개로 늘어났다. 듀론 공작의 의지대로 허공으로 날아오른 구슬이 무진을 향해 내리꽂혔다. 하늘에서 거대한 우박이 떨어지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위력은 우박 따위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슈슈슈슈슈슈슝!

무진은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환의 결정체를 보고 경각심이 들었다. 피하기에는 너무나 빨랐다. 정면을 압박하는 프레스 스피리티가 아직도 무진의 주변을 조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무진은 수라탄강기를 형성했다.

우우웅!

쿠아아앙! 쿠아아앙!

수라탄강기와 얼티미트 볼이 충돌하며 기의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소용돌이는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커지고 있었다. 미칠 것처럼 폭주하는 기운이었다.

듀론 공작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무력을 분출하여 자이언트 핸드(대수인-大手印)을 뻗었다. 집채만 한 거대한 손바닥이 무진의 수라탄강기를 좌우에서 합장하듯이 압축했다.

푸아아아아앙!

쩌저적!

끊임없이 빗발치는 얼티미트 볼과 프레스 스피리티, 자이언트 핸드의 동시다발적인 연계공격에 무진의 수라탄강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중원 대륙과 뮤켄 대륙의 무진은 실력의 차이가 크다. 수라탄강기가 완성에 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진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위기의 상황에서 갑작스런 일이 닥쳤다. 최후의 순간 공력, 즉 오러의 연계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아니?”

무진이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일순간 오러의 움직임이 중단되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무진의 의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무진은 기의 단위당 의지를 실어 언제든지 활용이 가능한 경지였다. 그렇기에 산공독이라고 해도 무진의 공력은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의지가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흐르지 않고 있는 고착상태였다.

“이것이었나!”

큭!

무진의 입에서 단말마가 터져나왔다.

듀론 공작은 한 번의 공격에 만족하지 않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 오러를 손바닥에 모았다. 끌어 모은 기운이 대기를 압축했다. 나선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오러의 덩어리를 무진을 향해 쏘았다.

“죽어랏!”

응축된 오러가 발사되었다. 구름 속에 가려진 태양이 구름의 틈을 비집고 태양광을 발사하는 것 같았다.

쿠아아아아아앙!

후드드드득!

폭발의 영향이 대지 전체로 향했다. 거대한 구덩이가 형성되고 있었다. 부서지는 대지는 가루조차 남지 않고 녹아버렸다. 그 어떤 생물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압도적인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대지의 허공에 선 듀론 공작은 무진의 기운을 찾았다. 살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듀론 공작은 숨기고 있던 특수능력을 개방했다. 그것은 오러를 무(武)로 돌려버리는 능력이었다. 오러를 사용하는 자는 그 어떤 존재도 듀론 공작을 특수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륙십강의 경우 각자의 특수능력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역전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특수능력은 위기의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만약 사용한다면 상대를 반드시 죽인다.

무진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듀론 공작은 아들의 원수를 갚았다고 확신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진과 연관된 것들을 모조리 다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일이다.

“네놈과 연관된 모든 것이 철저히 부서지는 것을 지옥에서 지켜봐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응?’

듀론 공작의 사각지대에서 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자리에 무진이 서 있었다. 충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엉망이 된 옷 사이로 가는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러의 직격을 허용한 대가였다. 그러나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조금 위험했었다.”

듀론 공작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러를 한순간이지만 사용하지 못했다. 그레이트 핸드는 물론이고, 오러샷까지 맞은 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다니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무진이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무진이 듀론 공작을 보았다.

“오러가 제법 줄었군.”

“운 좋게 살아남았으면 차라리 숨어 있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건 네 생각이지.”

“아직도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무진은 듀론 공작의 상태를 통천안을 통해 파악했다. 기의 선명함과 흐름이 처음보다 흐릿해졌다. 전력을 기울여 힘을 분출하였으니 오러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무진조차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 힘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수준이었다.

“오러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자였나.”

“알고 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다 보는 건가!”

“솔직히 자신은 없더군.”

설마 상대의 오러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을 줄은 무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막기 힘든 능력이다.

더군다나 듀론 공작은 최적의 여건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다. 듀론 공작이 왜 대륙십강의 일인이 되었는지 능히 짐작이 갔다.

“발악해도 소용없다! 네놈만 더 비참해질 뿐이다!”

“그럴 필요는 없지.”

“건방진!”

듀론 공작은 조금 전부터 특수능력을 개방하고 있었다. 사실 특수능력은 빠른 시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상대의 오러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특수능력의 범위를 산정하고 계산해 놓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한정되어 있기에 최적의 순간이 아니면 사용하기 힘들다.

물론 상대의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면 단숨에 정리가 되겠지만 무진은 그런 하찮은 존재들과는 달랐다.

“걸렸다! 이놈!”

무진은 붉게 달아오른 용암이 바닷물에 굳은 것처럼 오러의 움직임이 정지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라혼원심공을 운용해도 오러는 단단히 굳은 쇠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굉장한 능력이야.”

“곧 죽을 놈이 여전히 입은 살았구나!”

듀론 공작은 오러를 쏘는 대신 근접전에서 끝을 내려고 했다. 오러샷과 얼티미트 볼이 소용없었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차라리 일격으로 심장을 부숴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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