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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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63화
제2장 왕국점령 (6)
차아앙!
마르치니 후작과 에이프런의 검이 교차했다. 분노와 살기를 담아 전력을 다하는 마르치니 후작이었다. 그의 검력은 오러 마스터 상급에 달해 있었다. 예상을 벗어나는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치니 후작은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년이 상급 이상의 실력이라니!’
에이프런의 검력도 상상 이상이었다. 그새 성장해서 벌써 상급 이상의 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오러 마스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마르치니 후작은 조급함을 느꼈다. 전황은 이제 거의 끝이 난 거나 다름이 없다.
에이프런과 승부를 내지 못하면 이대로 비참하게 끝을 내야 한다.
2인자의 자리에서 1인자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 그는 오랜 시간을 참아야 했다. 그의 나이 반도 안 되는 계집에게 패해 모든 것을 내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네년만은 반드시 죽인다!”
“헛수고예요.”
“웃기지 마라!”
마르치니 후작은 몸에 남아 있는 본신진기까지 모두 끌어올렸다. 목숨을 불태워 에이프런을 죽이려는 동귀어진의 수법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물러서서 지치기를 기다릴 에이프런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모두가 보는 앞이니 압도적으로 이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의 날이었다.
-데빌 소드-제6절초-데빌 리턴(악마재림-惡魔再臨).
-엘리언 소드-제4절초-선더 스톰(뇌전풍-雷電風).
마르치니 후작의 검력에 패기와 사기가 뒤섞어 지독한 기운을 풍겼다. 반경 5미터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에이프런은 전력을 다해 윌로우 스텝(버드나무신법)을 펼쳐 안으로 파고들었다. 물러서게 되면 마르치니 후작의 검에 오히려 당할 수 있었다.
돌진력을 기반으로 에이프런의 검에서 빛을 반으로 가르는 검력이 분출되었다.
뜨끔!
불에 덴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비틀비틀!
마르치니 후작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을 유지하지 못하며 물러섰다. 그는 왼손으로 심장을 만지며 손바닥을 보았다.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훌…륭하군.”
“별말씀을.”
너무나 깔끔했다.
더할 나위 없는 쾌검이었다. 상급에 달한 마르치니 후작조차 검의 궤적을 희미하게 봤을 뿐이다. 정작 막아내지 못했으니 두말할 나위 없는 최강의 검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나이 때에는 절대로 올라서지 못할 경지를 에이프런은 도달했다. 타고난 재능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왕이 있는 한 너는 2인자에 불…과…하다.”
카이겔 백작가는 소니아 왕국의 검이다. 테오도르 국왕이 지키고 있는 한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마르치니 후작은 그것이 통쾌하다는 듯이 죽어가면서도 웃었다. 하지만 에이프런의 속삭임에 웃을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왕은 죽었어요.”
“그…럴 리가! 설…마… 네…가?”
“저는 아니지만 곧 죽을 텐데 후작님과 상관있나요.”
“허허! 너의 심…기…가 놀…랍……!”
마르치니 후작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에이프런은 마르치니 후작의 수급을 취한 후 모두가 들리도록 소리쳤다.
“반란의 수괴가 죽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이제 그만 항복하라!”
마르치니 후작의 죽음으로 전쟁은 종지부가 찍혔다. 일부 기사들이 끝까지 항전했지만 소용없는 저항이었다.
에이프런은 항전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주었다. 반항하는 싹은 미연에 잘라버린 것이다.
에이프런의 단호한 대처에 전쟁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장기전이 되어가던 내전이 에이프런의 등장으로 삽시간에 종결되었다.
그 의미와 파장은 상당히 컸다. 에이프런 백작의 이름이 소니아 왕국 전역을 진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내전이 끝나고 10일이 지났다.
테오도르 국왕이 죽는 바람에 왕권의 존속이 문제가 되었다. 왕의 아들이 있기는 해도 그로서는 귀족들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특히 내전을 평정한 카이겔 백작가의 저력은 소니아 왕국을 대표한다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에이프런 백작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가 욱일승천하고 있었다. 귀족들도 에이프런 백작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대로라면 테오도르 국왕의 후손이 왕위에 올라야 당연하지만 소니아 왕국을 위해서는 에이프런 백작이 왕좌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테오도르 국왕도 하지 못한 일을 어린 왕자가 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정치는 명분만으로 될 수 없으며, 힘없는 명분은 무너져 버린 성곽과 같다. 결국 힘이 명분이 되며, 정의가 된다.
내전보다 치열하고, 비열하며, 구차한 것이 정권다툼이었다. 서로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배신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모두의 이목이 에이프런 백작에게 주목되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왕궁회의 때에만 모습을 비출 뿐 자신의 의사는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귀족들을 알게 모르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테오도르 국왕의 아들인 마이스터 왕자조차도 에이프런 백작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왕족들까지도 전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논공행상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에이프런이 입을 다물고 있어서였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에이프런만이 알 뿐이다.
탁!
“이제 끝이네요!”
“그럴까.”
탁!
“이런! 젠장!”
“실력이 형편없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너의 무능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에이프런과 무진은 다들 바쁜 와중에 체스를 두고 있었다. 체스를 제안한 사람은 에이프런이었다. 서로가 알고 있는 게임을 해서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조건을 붙였다.
에이프런의 체스 실력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알아주었다. 체스퀸 하면 에이프런, 에이프런 하면 체스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데 무진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단 1판도 못 이겼다.
무진의 체스는 에이프런이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과는 달랐다. 역상성의 극을 보는 것 같았다. 전혀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집요하게 노려 승리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보여준 한 수는 가히 신의 손길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에이프런은 괴물을 보듯 무진을 바라보아야 했다.
“이제 내기를 지킬 차례지.”
“우리 사이에 그러기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정말 몰라요!”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무진은 에이프런의 애교에 반응하지 않았다. 맑고 시원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눈망울, 유약을 바른 듯 반들거리는 매끈한 피부, 분홍빛이 흐르는 작고 통통한 입술,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에이프런이 요염한 표정과 귀여운 표정을 동시에 연출했다.
표정과 발맞추어 섹시한 자세까지 취했건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에이프런은 무진에게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알았어요! 말해 봐요!”
“정해진 시간마다 수련을 한다.”
“그게 다예요?”
“그래 단, 한 달마다 테스트를 할 거다.”
‘망할!’
요즘 들어 수련을 게을리 한 편이긴 해도 그녀의 성장은 놀라웠다. 검을 좀 수련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놀랄 만한 성장이다.
에이프런은 오러 마스터 최상급에 도달해 있었다. 벽을 넘는다면 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물론 오러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와의 간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제까지의 벽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 년을 고련해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진에게는 그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수련을 하는 대신에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검진할 것이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에이프런은 잘 알고 있었다.
애인 사이건, 절친 사이건 봐주는 무진이 아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
이제부터 에이프런은 실무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활용해서 수련해야만 한다.
‘갑갑한 인생길이 열렸구나!’
돌이킨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에 에이프런은 체념했다. 대신에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무진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지.”
“결정을 하라는 뜻인가요?”
“그렇다.”
“확실하게 끝을 낼게요.”
“정치는 냉정하다는 것을 명심해.”
“물론이에요.”
무진이 시간을 두고 기다린 것은 왕궁 내부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프런의 능력이 부각된다. 그로 인해 귀족들은 각자의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유리한 쪽에 손을 대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가지고 있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에이프런의 품안으로 들어오려 할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어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무가 튼실하게 뻗어가기 위해서는 주변으로 뻗어가는 가지를 쳐줄 필요가 있다.
“귀족들에게 엄포를 놓고 올게요.”
“맘대로 해라.”
에이프런이 방을 나서고 난 후에 무진은 창가로 향했다.
“역시 있군.”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무진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밀하게 탐색하는 자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말투였다.
듀론 공작의 명을 받고 사피로 공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미하엘은 소니아 왕국에 와 있었다.
그는 사피로 공자가 이동한 동선을 따라 처음부터 샅샅이 조사에 임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조사한 내용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령은 반응이 있나?”
“없습니다.”
미하엘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상급 정령사를 대동했다.
땅의 정령을 제대로만 다스리면 대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급 정령사 페리안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정령의 기억을 지울 수도 있는 건가?”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정령의 기억 자체를 지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하엘은 확실한 정보 없이 동선의 추적과 주변의 상황을 조합하여 결론을 내야만 했다. 듀론 공작의 분노가 극에 이르러 있었다.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하는 미하엘로서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프런 백작이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그녀가 과연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건가?”
에이프런 백작을 은밀하게 관찰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으로는 사피로 공자를 이길 수 없다. 사피로의 무력은 미하엘이 10명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하물며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에이프런이 사피로를 이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프런 백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황이 너무 확실했다.
‘만약 그렇다면 너는 재앙을 불러들인 것이다!’
미하엘의 주군은 인간이 아니다.
신의 능력에 범접하는 자의 분노는 인간의 상상을 불허하는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