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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5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9화

제2장 왕국점령 (2)

 

병사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을 때, 귀족들은 비밀통로로 들어가서 출입구를 봉쇄했다. 출입구는 마법키가 없이는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통로의 출입구 안으로 여러 개의 통로를 만들어 적의 혼란을 유도했다.

제이크 자작과 귀족들은 비밀통로에 들어서자 조금이나마 안도했다. 당분간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서 빠져나갑시다!”

“그러는 게 좋겠소!”

귀족들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기사와 병사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귀족들이 떠나가고 난 후 통로의 출입구에 누군가 나타났다.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대로군.”

무진은 귀족들이 도주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도망을 쳤던 귀족들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항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진은 에이프런에게 전장을 맡기고, 귀족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조금 잔인해질지도 모른다.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귀족들을 단죄하는 것보다는 도망친 것으로 알고 있는 게 효과적이었다. 버러지 같은 귀족들을 믿고 있었던 영지민과 병사들의 배신감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무진은 벽 문에 손을 댔다. 강철보다도 단단한 벽이었다. 두께가 1미터나 되었다. 더군다나 비밀통로의 구조상 1명이 서 있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반응하는 역작용이 필수다. 행동반경을 제한해 놓아 힘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한 힘을 사용한다 해도 충격을 받으면 무너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상황을 고려하여 건축한 제법 식견이 있는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 범위의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설계한 자도 감히 무진의 역량을 측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벽과 무진의 손가락 사이의 공간은 1센티미터도 되지 않았다. 무진은 개의치 않고 손바닥과 벽의 공간 사이로 힘을 가했다.

착!

손바닥이 가볍게 벽을 밀었다. 감기듯이 벽에 닿은 손바닥에서 측정하기 힘든 거력이 벽으로 전달되었다. 단숨에 터뜨려 버리는 힘이 아니라 일정 공간 안을 지배하는 기운이었다.

우우우웅!

그 순간 돌로 된 벽 문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작은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돌의 구조는 미세한 알갱이로 되어 있어 그 틈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무진의 기운은 없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흔들어놓고 있었다. 틈과 틈 사이를 파고들어간 무진의 기운은 문의 형태를 무너뜨렸다.

부스르르르!

견고한 벽 문이 거짓말처럼 돌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좀 전까지 침입자를 막아섰던 벽 문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루가 되어버린 문을 밟고 무진이 걸어 들어갔다. 발걸음은 가볍고, 느렸다. 그러나 속도는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침입자를 대비한 여러 개의 문도 무진에게는 소용이 없다. 귀족들의 기감이 아직도 무진의 영역 안에 있었다.

통로는 카필드성의 뒤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이어졌다. 반대쪽으로 도망친다는 상식을 역으로 노린 것이다.

무진은 뒷짐을 지고 통로의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쌔애앵!

바람조차 무진의 주변에서 갈라지고 있었다. 한 번의 발구름에 수십 미터 안의 공간이 압축된 것처럼 느껴졌다. 무진은 단숨에 귀족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귀족들은 통로를 빠져나가 야산의 공터에 들어서 있었다.

제이크 자작과 귀족들이 공터에서 방향을 잡고 발길을 돌리려는 때 바람이 그들을 막아섰다.

휘이이이잉!

돌풍이 공터의 흙을 훑고 지나갔다. 귀족들은 흩날리는 흙먼지로 인해 눈을 감아야 했다.

바람이 멎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귀족들은 뜻하지 않은 낯선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아무도 몰랐다. 갑자기 등장한 무진으로 인해 귀족들은 당황했다.

“누구냐?”

“무진.”

귀족들은 무진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으며 알고 싶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진이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느냐였다. 혹시나 매복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매복이었다면 앞을 가로막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막아서는 것이냐!”

“도망치는 쥐새끼들 아닌가.”

“뭐…야!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사람은 정곡을 찔리면 분노한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이기에 귀족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떤 행동을 했건 귀족이 아닌 자가 귀족을 모욕할 수는 없다. 제이크 자작이 자신을 수행하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놈을 잡아 꿇어앉혀라.”

“예!”

제이크 자작의 기사 중에 요하킴이 나섰다. 익스퍼트에 올라선 기사로 제이크 자작이 가장 신뢰하는 자였다.

요하킴이 검을 뽑아 무진에게 다가섰다. 그가 보기에 무진은 오러를 수련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덤벼든 불나방이라고 여겼다, 단숨에 제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요하킴은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패력이었다.

무진은 요하킴을 향해 의지를 퍼뜨렸다. 허공과 허공을 격하여 뻗어나간 무진의 의지가 요하킴의 전신을 옭아맸다. 무진은 상대의 능력도 가늠하지 못하는 버러지와 손속을 겨눌 생각이 없었다.

크어억!

헛바람을 토해낸 요하킴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귀족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라는 눈빛이었다. 오러 익스퍼트의 기사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허공으로 비상하다니 상식적인 일인가! 검법을 수련한 적이 없는 귀족들이라도 어느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이… 무슨?”

가장 놀란 것은 제이크 자작이었다. 요하킴의 숨겨진 실력은 익스퍼트 중급에 달해 있었다. 저토록 쉽사리 제압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빨리 손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칫 요하킴이 죽게 되면 자신의 가장 든든한 벽이 사라지게 될 수 있었다.

“마…법!”

그럴 수도 있었다. 제이크 자작은 기사들에게 무진을 처리하고 요하킴을 구하도록 명령했다. 오러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를 제압하기 위해 마력을 쏟고 있으니 나머지 기사들이 후방과 좌우를 공격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무형의 거미줄에 말려 들어가 버린 요하킴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패력을 머금은 기운이 요하킴의 몸을 조이자 실핏줄이 터지며 핏물이 튀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압력이었다. 요하킴은 휘몰아치는 태풍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 압력을 받고 있었다.

씨익!

팟!

무진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리면서 공간이 일순간 압축되었다가 풀어졌다. 그 순간 요하킴의 몸이 우그러들었다가 터져나갔다. 뼈와 살, 피가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광경이었다.

무진의 주변으로 달려오던 기사들마저도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기사의 몸은 강철보다도 단단하다. 저처럼 어이없이 부서지는 공깃돌 같은 가벼운 신체가 아니었다.

기사들은 무진이 상상을 불허하는 괴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무진이 피를 보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물러선다고 해서 얌전하게 보내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었다. 무진을 알고 있다면 생을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휘익!

무진의 검지와 중지가 무언가를 잡은 채로 한 바퀴를 돌렸다. 그러자 멈칫거리던 기사 2명의 목이 우드득! 하며 기이하게 꺾이는 것이 아닌가! 그 상태로 무진이 손가락을 반으로 접었다.

뿌드드득!

“으…아아악!”

기사의 허리가 반으로 접히면서 비명성을 내질렀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서 기사 10명만을 데리고 왔다. 나머지 기사들은 전쟁에 내버려두고 도망쳤다.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포에 젖어 덜덜 떨었다. 공간이동스크롤도 소용없었다. 무진이 펼쳐놓은 마력장 안에서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도망치는 것조차 귀족들은 하지 못했다. 섣부른 짓을 했다가는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았다.

최악의 순간에 인간은 감추고 있던 본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막다른 길목에서 귀족들은 비열하고, 구차한 본성을 드러냈다.

“살려… 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귀족들은 너무나 무서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였다. 그제야 귀족들은 무진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압도적인 패력을 느꼈다. 인간의 범주를 초월하여 대륙을 지배하는 제황의 기운이었다. 소니아 왕국의 왕조차 지니지 못한 위엄이었다. 그런 괴물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였으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살고 싶다면 대가를 보여라.”

무진은 지금 이 상황을 즐겼다. 약자 앞에서는 온갖 수탈을 일삼는 것들이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다.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귀족들의 행태였다.

살기 위해서 처절하게 발악하는 것들이 나쁘다 할 수 있을까! 무진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 귀족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무진의 제안에 귀족들은 우물쭈물거렸다. 무엇을 주어야 무진이 만족할지 그들로서는 알지 못했다.

무진은 귀족들의 결정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10명의 귀족들 중 1명을 허공으로 들어올려 그라인더에 가는 듯이 잔인하게 죽였다. 단숨에 죽지 않고 서서히 고통에 몸부림치며 자신의 몸이 분해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죽기 직전까지 발악을 했던 토튼 남작의 표정을 귀족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귀족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저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도망칠 때 챙겨온 귀물을 무진의 앞에 꺼내놓았다. 가장 먼저 그레이 남작이 희귀한 금속을 내놓았다. 드워프가 정밀하게 세공한 목걸이였다.

무진은 목걸이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불합격.”

“이건… 수만 골드를 주어… 허억!”

부웅!

팟!

불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그레이 남작의 몸의 분살되었다. 육체의 증거 따위는 바닥에 뿌려진 핏물뿐이었다.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살 가루가 휘날렸다.

“다음.”

무진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렸다. 소름 끼치는 처참한 광경에 귀족들은 먼저 나서지 못했다. 나선다 해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음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나서지 않을 수도 없다. 무진이 손짓하자 또다시 귀족들 중 1명이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망설일수록 죽음과 밀접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벨룬 남작, 자크라이 남작, 보레오 남작까지 무진의 손짓에 잔인하게 죽어갔다. 죽는 순간까지도 처참한 비명성을 내질러야 했다. 끔찍한 광경의 연속이었다. 제이크 자작, 레이지 남작, 웨이툰 남작, 해드폰 남작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살려주…기는 할 생각입니까!”

“정당하다면.”

“당신은… 우리를 그저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럴지도.”

무진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어떤 선택을 해도 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시체조차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한 채 죽고 싶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가 이처럼 무섭다는 것을 귀족들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병사들의 죽음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귀족들은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했다.

대의를 위해 죽는다. 말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되면 대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게 된다.

“시간이 또 흘렀군.”

“잠…시… 허억!”

무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귀족 1명을 재물로 삼아 남아 있는 자들의 공포심을 키웠다. 수가 줄어들수록 제이크 자작, 레이지 남작, 해드폰 남작은 지옥의 공포를 맛보았다.

해드폰 남작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보였다. 숨겨두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음!”

무진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 해드폰 남작이 보인 것은 팔찌였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과 비율이 정확하며, 새겨진 문양 하나하나에 들어간 장인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세공품하고는 비교 불가였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유연화마법과 체온마법, 냉기마법, 경량화마법, 아공간마법 등 5가지나 되는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었다. 시중에 판다 해도 수십만 골드는 너끈히 받을 수 있는 마법물품이었다. 남작 주제에 이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상할 지경이다.

“합격.”

“정말…입니까!”

“가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아가면서 이보다 기쁜 날은 없는 것처럼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해드폰 남작이었다.

해드폰 남작은 망설이다가 무진이 손을 쓰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헐레벌떡 도망쳤다. 남아 있는 제이크 자작과 레이지 남작에 대한 의리 따위는 해드폰 남작에게 없었다. 무진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지옥에서 구사일상으로 도망쳐 나온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

도망치는 해드폰 남작을 뒤로하고 무진은 제이크 자작과 레이지 남작을 응시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체감할 때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을 때의 반응이 천지 차이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죽는다면 당연히 포기할 것이고, 희망이 있다면 기회를 잡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레이지 남작은 가자고 있는 재물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물품인 투핸드 소드를 내놓았다. 대륙에 악명이 자자했던 자의 검이다. 광전사라고 불리던 블러드 윈드(혈풍-血風) 바렌스의 검이었다. 겉으로는 볼품없는 모양이지만 메타리온이라는 희귀 광물로 만든 보검으로 가치를 따지면 해드폰 남작의 팔찌보다 더 고가일 것이다.

레이지 남작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무진의 판단을 기다렸다. 무진의 한마디가 마왕의 울림보다 더 무서웠다.

“합격.”

“감사…합니다!”

후다다닥!

레이지 남작은 뒤도 안 보고 도망쳤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에서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한 곳뿐이라는 것이다. 무진의 뒤에 뚫려 있는 길이 아니면 도망치기 힘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이크 자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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