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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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7화
계획
윌레이커 카이스.
그랜드 마스터란 생사경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는 자.
그를 얼마나 두려워했으면 그의 하수인 레이스터 발콘에게 꼼짝을 못했던 곽이천이었다.
그러니 곽이천은 쉽사리 무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윌레이커 카이스와 손을 잡겠단 뜻인가?”
“예.”
“워낙에 독불장군이라… 아마 대화하려는 시도조차 묵살 당할 걸세.”
“손을 잡지 아니하면 본인도 위험해질 텐데 뭐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본인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네,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래서 위험해질 상황은 나올 수가 없다?”
“아무래도 그렇게 보겠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암묵적으로 무림맹주까지 제 아래에 두는 사람이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겠는가.
설령 천마가 나타나도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 생각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회귀 전의 그 또한 마물들의 두 번째 침략 때 많은 활약을 했다.
깨달음의 경지를 뛰어넘던 최상위 마물들까지 검만 몇 번 휘둘러 척척 잡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최상위 마물들보다도 강한, 72마왕의 등장에 그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그가 그토록 자랑했던 그랜드 마스터의 힘이 아무런 반격도 못했다.
그저 얻어맞기만 했다.
전투가 끝난 후, 그의 몸뚱이가 스물 네 등분으로 잘려 있었으니 더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물론 그의 일만 아니었다.
마물들의 두 번째 침략은 강호를 포함, 중원 전체를 집어 삼켰다.
천하(天下)가 마물들의 세상이 되었다.
다행히 놈들은 중원의 풍부한 기만 빨아먹고 그대로 본토로 돌아갔다.
그러나 중원은 이미 폐허였다.
지천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하필 한여름이었던 탓에 그것은 며칠 새 다 썩으면서 가는 곳마다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각설하고, 그런 회귀 전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윌레이커 카이스는 결코 중원의 패자(霸者)가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하지만 윌레이커 카이스 본인이 그 부분을 알 리 만무했다.
당장은 곽이천의 말처럼 독불장군으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윌레이커 카이스가 설령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한 힘을 가졌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니?”
“그야…….”
무신에겐 해결하기 쉬운 문제였다.
“이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아무리 강한 놈도 자기보다 더 강한 놈 앞에선 수그러지게 마련이지요.”
“윌레이커 카이스를?”
“예.”
생사경에 마기, 그리고 마물화까지 펼쳤던 마운현을 단칼에 요리하던 모습.
곽이천은 무신의 실력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
무신의 실력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곽이천의 얼굴은 다소 불안감에 싸여 있었다.
곽이천이 아는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 정도로 무섭고 까마득한 존재였다.
무신은 그러한 곽이천의 마음을 이해했다.
생사경 이상.
그것만 놓고 보면 자신이나 윌레이커 카이스나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만 놓고 볼 게 아니었다.
무신은 생사경 이상이라기보다 자연경 이상이었다.
신화경.
검의 끝에 도달한 검신(劍神).
윌레이커 카이스와 같은 선상에 놓이는 것은 오히려 무신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물론 구구절절 따지면 검신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
내공이 부족하니까.
하지만 그야 모으면 그만이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모아도 검신이 될 수 없을 것이고.
비단 내공뿐이랴.
22만 년의 연륜과 경험, 심지어 유림이란 스승까지 다른 모든 면에서도 무신은 윌레이커 카이스를 앞질렀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리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네. 살아 있을 적 마운현도 그자에겐 꼼짝을 못했지.”
“…….”
“마음만 먹으면 강호 땅을 모두 정복할 수도 있는 자일세.”
“…….”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게 좋아.”
걱정은 고마우나 무신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굽힐 필요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도 강호 땅 정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니 윌레이커 카이스인들 두려워할 게 없지요.”
무신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맹주께선 맹으로 돌아가 정파의 안정을 취하고 계십시오.”
***
강호 밖 북서부.
깎아내린 듯한 절벽을 지나 높다란 산맥 두어 개를 넘으면 고풍스러운 구조의 건물들이 사방 천지에 널려 있었다.
그것은 여타 새외무림, 그리고 강호의 건물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색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당장 오가는 행인들의 생김새만 봐도 머리칼은 대체로 노랗고 눈동자도 갈색빛이었다.
희한한 풍경을 가진 이곳의 정체는 바로 이계인들의 땅, 카르베니아였다.
오래 전 차원이동을 통해 중원으로 넘어온 그들은 벌써 반 세기, 한 세기가 넘도록 이곳에 정착 중이었다.
물론 그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그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차원이동 마법진은 기능을 상실했다.
같이 넘어온 마법사들은 도착 당시 모두 사망했기에 달리 방법을 모색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만족했다.
일단 이곳은 자원, 특히 마나(Mana)가 풍부했다.
이곳에선 내공이나 기(氣)라 불리는 그것이 그들을 더욱 성장시켜 주었다.
평범한 기사단의 단원에 불과했던 자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할 만큼.
그래서 카르베니아의 군주가 될 만큼.
그뿐이랴.
비옥한 토지에 터를 마련하고 생명을 키워 나가니 카르베니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오히려 본토에서보다도 더 큰 국가가 되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중원, 나아가 강호마저 집어삼키고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계획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삐걱거렸다.
얼마 전부터 정마대전으로 혼잡한 강호.
그곳의 동향을 살피러 떠났던 레이스터 발콘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니, 싸늘한 주검보다도 못했다.
카르베니아는 그의 시체조차 받지 못했다.
그와 그의 수하들이 모두 죽었음을 전달받았을 뿐이었다.
“대체 누구 짓이란 말이냐!”
그러니 카르베니아의 군주, 윌레이커 카이스는 크게 노했다.
대신들이 벌벌 떨었다.
부군주 프라이머 킬븐이 간신히 나서서 말했다.
“정마대전으로 혼잡한 곳이었다 보니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정파의 짓인지 마교의 짓인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 둘 다 쳐라!”
“예?”
“어쨌든 둘 중에 하나의 짓일 테니 둘 다 치면 이 치욕을 갚아줄 수 있을 것 아니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강호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겠단 뜻이었다.
강호는 사실상 정파와 마교만으로 돌아가니까.
그런데 윌레이커 카이스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군주라서.
그가 그랜드 마스터란 위대한 경지를 이룬 자라서.
하는 이유들 때문은 아니었다.
앞서서 말했듯 어차피 중원과 강호를 제패하겠단 게 카르베니아의 계획이었다.
오히려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좋은 빌미를 얻었다 봐야겠지.
그뿐인가.
정마대전으로 정마간 피해가 극심할 터, 이것은 무혈입성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신강에서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뭣이?”
윌레이커 카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지금 받은 충격은 레이스터 발콘이 당한 것을 들었을 때보다도 더했다.
그럴 수밖에.
반년도 넘게 지속되던 정마대전이 갑자기 정파의 승리로 돌아가며 종전, 마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물론 전쟁이란 것은 결국 언젠가는 끝이 난다.
반년이라면 충분히 끝날 만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윌레이커 카이스가 놀란 이유는 승자가 정파였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주 곽이천.
생사경.
알기로 그는 너무나 강하지만, 마교 교주 마운현을 이길 정도는 결고 아니었다.
게다가 마운현은 마물의 마기를 이용해 이전보다 곱절은 더 강해졌단 말이 있었다.
“정파가 어찌?”
“정확하지는 않으나… 그, 왜, 있잖습니까? 최무신이라고.”
“최무신?”
“단신으로 혈교를 무너뜨렸다는 검객 말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윌레이커 카이스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최무신.
새외무림 출신의 검객.
이제 보니 한 수십 번도 더 들었다.
말 그대로 단신으로 움직여 사파최강 혈교를 무너뜨렸으니까.
정파의 어지간한 문파 하나만도 못한 혈교인데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마는, 역시나 단신이었단 점이 컸다.
보통 고수가 아니고선 할 수 없을 일이었다.
“그놈이 왜?”
“그놈이 주역이라고 합니다.”
“…정파가 마교에 승리할 수 있었던 데의 주역이라고?”
“예.”
“그게 무슨 개소리냐?”
“항간의 소문입니다마는, 정마대전으로 혼잡했던 와중에 괜한 말이 나왔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고하는 자는 부군주 프라이머 킬븐이었다.
그의 대답은 몹시 차분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래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최무신이란 검객이 마운현도 이겼다, 이것 아니냐?”
“그게… 예,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렇습니다.”
“허허.”
“모두 혀를 내둘렀답니다. 그놈의 무위에.”
기가 찼다.
마운현을 이겼다는 것은 생사경 이상의 경지를 가졌음을 의미하는데, 윌레이커 카이스가 아는 한 강호에 그만한 고수는 나올 수가 없었다.
강호인들에겐 ‘한계’라는 게 있었다.
마운현만이 마기를 체내에 축적하는 금술을 펼쳐 가까스로 넘었을 뿐이었다.
“그놈에 대해 알아보거라.”
“최무신 말씀이십니까?”
“그래.”
윌레이커 카이스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놈도 우리와 같은 이계인일지도 모르겠어.”
***
마계의 두 번째 침략은 분명 회귀 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당장 내일 시작될지도 몰랐다.
마운현이 마물을 죄 소환하면서 그들을 자극시켰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서두르지만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마물, 아니, 마왕들도 인간계로 내려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까딱 잘못 넘어오면 가진 힘의 태반이 날아가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워프 게이트란 것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제부터 준비한다 해도 조금 시일이 걸릴 거야.’
무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이었다.
물론 삼류무사였어서 어디 깊은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몰래 숨죽여 관찰했지만.
어쨌든 그런 점을 미루어 볼 때 남은 기한은 대략 5년.
길다면 길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강산 한 번도 못 변할 짧은 시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적이란 것은…….
그들을 막을 방비를 세울 수 있느냐.
그것이었다.
무신은 가능하다고 봤다.
윌레이커 카이스만 데려오면 구부능선은 넘은 셈이고, 이후로는 각 문파의 무공을 공유하며 고수들을 키워 나가면 될 터였다.
또 그 전에 그가 황제의 옥새를 찾아 미지의 힘을 먹으면 더 원활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한참 상념에 빠져 있던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지?
윌레이커 카이스든 고수들 양성이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무(武)의 인생에 털끝 하나 내비치질 않았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이렇게 돼버린 것이다.
‘마교가 문제라니까.’
그는 마교 교원의 최상석에 앉아 그 이유를 찾았다.
마물만 불러들이지 않았어도 지금 계획은 앞으로 십 년은 지나야 세울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바깥은 지금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지만 그는 가만히 운기조식만을 행했다.
남들에게 떠맡긴 것은 아니었다.
복잡하고 귀찮은 일은 모두 자신이 맡겠다며 곽이천이 오히려 그를 앉혔다.
그는 강호의 귀인(貴人)이므로.
백산자화신공과 비월내각신공을 이용해 한참 내공을 쌓아가던 그가 어느 순간 눈을 부릅떴다.
이상했다.
무언가 굉장히 이질적이고 불쾌한 것이 몸을 쿡쿡 찔렀다.
겨우 눈 두어 번 깜빡였을 때, 그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마물.
그것 특유의 기분 나쁜 성질임이 분명했다.
그는 빙룡검을 들고 곧장 튀어나갔다.
빙월대나 적라성 등은 동행시키지 않았다. 기운이 너무 거셌으니까. 그들은 동행시켜 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것이다.
마운현을 처치했던 어느 초원에서, 무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황색으로 치장한 어떤 사내를 만났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무신의 눈에는 보였다.
저자는 마물이었다.
아니…….
“오, 제법 강한 놈이 나타났군. 네가 무림맹의 맹주라는 곽이천인가? 아니면 마교의 교주라는 마운현인가? 누가 됐든 널 죽이면 강호를 반파시키는 셈이겠어.”
“너는 누구지?”
“강호의 수호자를 만났는데 더 이상 속일 것은 없겠지. 안드로 말리우스. 마계 서열 72위를 지키고 있다.”
마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