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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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6화
새로운 세력
“이곳을 지배할 사람이라니요?”
무신은 의아하게 물었다.
곽이천이 ‘내가 너무 앞뒤 잘라먹고 말했구먼’ 하며 다시 말했다.
“마교는 이제 주인을 잃어버렸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통치할 필요가 있어.”
“헌데 그 새로운 주인이 저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재목은 자네밖에 없어.”
앞뒤를 설명해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마교의 명맥을 이으란 소리가 아닌가?
기껏 마운현을 죽였는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아닌 듯 보였다.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 말일세.”
“새로운 세력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던 그것은 자네의 손에 달려 있겠지?”
그렇다면야 이해가 갔다.
마교가 아닌 것으로 마교 교원, 더불어 신강성을 지배한다면 우려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마교가 더 이상 마교가 아니게 되니까.
다만,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었다.
“정파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세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네.”
“통합의 의미도 있고 화합의 의미도 있는데 왜 굳이 나누시는지요?”
강호삼분지계(江湖三分之計).
강호는 사파와 정파, 그리고 마교까지 세 세력으로 나뉘어 오랫동안 다퉈왔다.
사파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최근에는 정파와 마교가 쉼 없이 대립했다.
그것이 결국 이렇게 정마대전까지 낳았다.
기점은 무신이 마향대를 처치하면서부터였지만.
어쨌든,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대립을 없앨 기회가 생겼다.
사파가 남아 있으나 말했듯 입지가 좁아졌으니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최강이었던 혈교도 멸교했고.
그런데 왜 또 대립의 전철을 밟으려 하냔 것이다, 지금 무신의 말은.
곽이천이 이해한다는 듯 대답했다.
“평화와 안정만을 생각하더라도 독립적인 새로운 세력은 만들지 않는 게 낫겠지. 그래, 자네 말이 맞네. 허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그럴 만한 이유요?”
“정파, 그러니까 무림맹에서 자네를…….”
곽이천의 눈이 빛났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일세.”
“어찌 그렇습니까?”
“자네가 너무 강하니까. 세상에 맹주보다 강한 자가 맹주 아래로 들어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자식이 아비에게 훈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걸세.”
“힘이 무조건 우선인 것은 아니잖습니까? 자식과 아비로 비유하신 것도 조금 그렇습니다.”
무신의 말이 맞다.
무언가를 통치함에 있어 힘은 부가적 요소일 뿐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인품, 성실, 포용 등 힘보다 우선이 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무신은 이내 자각했다.
강호.
힘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
자식이 아비를 훈계하는 것도 힘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
그러니 무신이 곽이천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치에 어긋났다.
‘이러려고 신강에 온 건 아니었는데.’
무신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마교 교주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탐나는 자리기는 했다.
말했듯 새로운 세력으로 만들어지면 더 이상 마교 교주의 자리가 아니게 되겠지만, 어쨌든 황좌에 버금가는 높은 자리임은 분명했다.
마교 교원.
그리고 신강성.
어마어마한 땅과 사람들을 주무를 수 있게 되니까.
물론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신강 구석구석에 있을 마교인들을 마저 처리해야 하고, 마교에 세뇌된 이들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기도 해야 했다.
그게 심어지면 내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여러모로 골치 아파지겠지.
그런데…….
“그로 인해 문제될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네.”
곽이천이 힘써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개월 내에 마교 교원과 기존의 신강은 역사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력이 탄생하는 것이다.
곽이천이 굳이 그 귀찮은 일을 맡아주는 이유야 뻔했다.
무신은 그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무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송장 신세였다.
귀찮다 못해 목숨이 위험해질지라도 그는 발 벗고 나서서 무신을 도울 것이다.
“어떻게, 할 의향이 있는가?”
의향이라면 당연히 있었다.
천하를 쥐겠단 꿈에 신강의 새로운 주인은 좋은 발판이 돼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천마(天魔).
아직 마교의 진짜 끝을 제거하지 못했다.
언제 어디선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신강에 큰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신강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면, 누구보다 그 혼란의 역풍을 맞게 되겠지.
물론 죽이면 그만이었다.
마운현의 목구멍에 빙룡검을 박아 넣었듯이, 그렇게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러나 말이 다가 아니었다.
천마는 다르다.
그에 비하면 마운현은 삼류무사 수준이었다. 과장 보태지 아니하고.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젓던 무신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천마면 뭐 어떤가.
마운현보다 백 배, 천 배 강하면 뭐 어떤가.
무신은 생사경에 자연경을 넘어 신화경에까지 도달한, 검신(劍神)이었다.
그것만 온전히 되찾으면 천마 따위는 우스웠다.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애당초 무신의 꿈이 무엇이던가.
천하를 쥐는 것이다.
천하를 쥐는 일에 당연 천마를 잡는 것도 껴있을 터,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무신은 다시 곽이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와주신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사실 도와주신단 말도 우스웠다.
선택권은 무신에게 있었다.
그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곽이천 본인도 본인의 이득을 위해 이러한 제안을 던진 것일지도 몰랐다.
무신이 여기 머물러야 자신의 입지가 지켜질 테니.
무신도 그 부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곽이천이 혹 무슨 짓을 하더라도…….
없애 버리면 그만이니까.
무신에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
마계가 인간계, 그곳에서도 강호란 곳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약 1천 년 전의 일이었다.
역으로 당했기 때문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저곳을 침략하던 중, 강호가 눈에 띄어 침략했는데 말 그대로 역으로 당했기 때문에.
물론 큰 피해를 입혔다.
당시 강호를 지키던 고수들 태반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천계도 찍어 누르며 떵떵거리던 마계로서는 그마저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하위권이라고는 해도 마왕들까지 같이 합세했었으니 자존심 상하는 것을 넘어 치욕이었다.
그러나 마계는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빌빌 기던 천계가 갑자기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다시 전쟁을 일으킨 탓이었다.
손쉽게 제압할 줄 알았던 그것은 의외로 길게 이어졌다.
백 년.
이백 년.
그러다 수백 년.
대천사장 라이오니스까지 몸을 회복하면서 오히려 마교가 밀리는 형국까지 되었다.
물론, 거기까지였다.
뒤집힐 것 같았던 전세는 금세 마계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열 1위 마왕 바알이 라이오니스의 목을 끊어버린 것이다.
대천사장이 사라졌으니 천계로서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수백 년을 싸워왔으면서 수년도 안 되어 항복했다.
마계는 그렇게 천계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마계의 눈이 다시 강호로 향했다.
한번 침략에 실패했던 곳을 다시 침략하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마계의 지배자이자 주인, 마신(魔神)을 숭배하며 따까리 노릇을 하던 마교란 곳이 뒤통수를 친 것이다.
마물들을 소환해 지들 몸속에 박아 넣으며.
마계는 당연히 격분했다.
최근에는 마교의 교주 마운현이란 놈이 아예 무더기로 마물을 빼가면서 마계의 분노는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마계의 2차 침략이.
물론 마교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마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정파나 새외무림 등도 같은 침략 대상이었다.
1차 침략 때 성가셨던 자들은 오히려 마교보다 그곳들에게 더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정마대전이 일어나 무림맹주든 마교 교주든 다 신강이란 곳에 있단 거요?”
“그렇소.”
마계 서열 72위 안드로 말리우스.
2차 침략의 선봉장을 맡은 그는 정찰의 목적으로 인간으로 변신, 강호에 발을 디디고 있는 참이었다.
무공인지 내공인지 대단해 봤자 인간인데 무어 정찰까지 나가겠느냐마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서열 1위 바알의 명령이었다.
안드로 말리우스는 그래서 수긍하고 이렇게 강호를 헤매고 있었다.
“호오, 한 방에 몰살시킬 기회로구만.”
“응? 한 방에 몰살시키다니? 누가 누구를 말이오?”
“내가 무림맹주와 마교 교주를 말이오.”
그렇게 말하며 안드로 말리우스는 하하하 웃었다. 그리고 친히 강호의 판도를 설명해 준 행인을 죽였다.
동영 무사에 이름 모를 초절정고수까지 더하면 벌써 세 번째였다.
‘뭐 이렇게 약하지?’
안드로 말리우스는 종잇장처럼 찢겨 나간 행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닌 말이 아니라 마계로 치면 최하급 마물보다도 못했다.
그저 행인이라서?
전혀.
일전에 죽인 다른 행인은 말했듯 초절정고수였다.
그는 최하급 마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였었다.
듣자 하니 초절정은 진짜 고수의 축에도 못 낀다고는 하는데, 안드로 말리우스는 그래봤자란 생각이었다.
뭐 얼마나 더 강해지겠냐며.
‘아예 내가 끝장을 내도 되겠어.’
안드로 말리우스는 정말 신강으로 넘어가 마교 교주와 무림맹주를 죽이기로 결심을 굳혔다.
명령은 말 그대로 정찰까지였지만, 그렇게 소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강호는 초라하다.
초라해도 너무 초라하다.
그토록 초라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그 자체로 창피한 일이었다.
안드로 말리우스는 걸음을 재촉했다.
워프 게이트가 온전치 못해 이동이 어려워졌지만, 그의 걸음은 매우 빨랐다.
비상(飛上).
마왕의 권능을 이용하면 어차피 금방이었다.
***
“제물 바치던 것을 중단하고 거기에 마물들을 역으로 소환시켰다?”
“예.”
안절부절못해하며 대답하는 원형준을 뒤로하며 무신은 거대한 제단을 바라보았다.
마물인지 짐승인지 모를 흉악한 생김새의 동상이 수십 장 높이로 세워져 있는 곳.
무신은 회귀 전, 마물들이 또 강호를 침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뒤통수를 쳐댔으니 그쪽에서도 화가 날 수밖에.’
여러모로 골치 아파질 상황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 뭐 그리 문제가 되겠느냐마는, 정마대전으로 인해 시간이 당겨졌을 것이다.
마물들의 두 번째 침략이.
“하여 마물들이 또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말이로구먼.”
무신의 설명을 들은 곽이천이 착잡하다는 듯 반응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볼 게 아니었다.
마물들.
정확히는, 그것들보다 ‘마계’ 전체였다.
“마왕이란 자들을 아실 겁니다.”
“우리네 비유로 나 같은 무림맹 맹주나 마교 교주 같은 자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큰 혼란이 빚어지겠구먼.”
큰 혼란으로만 끝나면 다행이었다.
자칫…….
“강호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중원을 포함해.”
“그리 심각한 문제인가?”
미래를 경험하지 못한 곽이천에겐 잘 와닿지 않을 게 당연했다.
무신은 짤막한 말로 이해를 시켜줬다.
“마운현이 72명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사라질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이미 기정사실화 아닌가, 그 정도면?”
“너무 걱정은 마십시오. 대비하면 충분히 상대 가능합니다.”
“어찌?”
“힘을 모아야지요.”
“마운현이 72명이라면 적어도 마운현만큼 강한 자를 모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 땅에 그만한 자가 더 있을 리가…….”
“있습니다.”
무신은 딱 잘라 말하며 저 멀리 북서쪽을 가리켰다.
“카르베니아의 군주 윌레이커 카이스. 생사경보다 더 윗 급으로 취급되는 그랜드 마스터. 우선 카르베니아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