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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5화

함락

 

 

대마천문(大魔天門).

마운현을 죽이는 대로 움직였다면 아마 두 시진도 더 전에 넘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무신은 좀 더 확실히 하기로 했다.

 

“교, 교주님!”

 

마운현의 머리통을 들고 다른 정파인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이동했다.

아직 혈투를 벌이고 있었던 그곳은 무신의 등장에 한쪽이 쑥 기울었다.

기운 것은 당연히 마교인들쪽이었다.

무신보다 약해서만은 아니었다.

말했듯 무신의 손에 들려 있던 마운현의 머리통.

그게 그들의 전의를 상실시켰다.

 

“…교주님이 졌다고?”

“말도 안 돼.”

 

부정해 봤자 상심만 커질 뿐이었다.

무신은 마운현의 머리통과 함께 마운현이 입었던 옷도 함께 가져왔다.

마교 교주가 아니고선 입을 수 없는 옷.

그게 다른 이의 손에 들려 있단 것은… 마운현의 죽음이 확실시 되는 순간이었다.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원형준이 넙죽 엎드렸다.

그는 마교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버렸다.

자존심 따위 세울 때가 아니었다.

교주가 죽었으니까.

생사경의 고수가 머리통이 잘려 돌아왔으니까.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항복하는 편이 백번 나았다.

 

“살려달라고?”

 

무미건조한 어투로 누군가가 원형준을 내려다보았다.

무신이었다.

 

“예! 뭐든 하겠습니다!”

“교주나 수하나 똑같이 대답하는군.”

 

똑같은 대답이었으나 결과는 조금 달랐다.

무신은 원형준을 살려주었다.

원형준이 교주보다 한 2천 배쯤 약해서, 그래서 뒤통수 찔릴 걱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회귀의 기억을 가진 무신에게도 마교 교원에 입장하기는 처음이었다.

그것은 여타 정파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맹주 곽이천을 포함해.

그러니 안내해 줄 개 한 마리가 필요했다.

원형준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예예! 가능합지요!”

 

냉큼 대답하는 모양새는 틀림 없는 개새끼렷다.

무신은 우선은 저지했다.

 

“대기하거라. 아직 올 사람들이 많으니.”

“올 사람들이라면…….”

 

뻔했다.

대마천문 외의 문 밖에서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을 나머지 정파인들이었다.

무신은 본래 그들도 같이 껴서 들어오려 했으나 대마천문을 먼저 찾았다.

마교 교원 내에서 무슨 수작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원형준은 수작에 수 자도 못 꺼낼 하수였다.

물론, 무신의 입장에서는.

 

“맹주께서 자리를 지켜주시겠습니까?”

“자네는?”

“문밖으로 나가 남은 정파인들을 돕고 오겠습니다.”

“그런… 차라리 자네가 남게. 내가 다녀오겠네.”

 

무신은 정중히 사양했다.

 

“몸이 성치 않으십니다. 회복한다 생각하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허허.”

 

곽이천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무신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생사경이라고 해도 지금 상태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마운현에게 너무 치명상을 입었으니까.

그래서 무신을 바라보는 곽이천은 눈은 여전히 경이로움을 띠고 있었다.

그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상대를 무신은 단칼에 제압했다.

무려 생사경 이상의 힘을 쓰면서.

곽이천은 그 힘에 대해 너무나 궁금했지만,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감추고 있는 건 아닙니다.’

 

무신은 그런 곽이천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였다.

실제로는 화경이니 화경이라 했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환골탈태에 반로환동을 거쳤겠지.

물론…….

마음만 먹으면 그것들은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만.

 

“저는 이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알겠네.”

“건투를 빌겠습니다.”

 

어쨌든, 판단이 서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법이렷다.

무신은 그 길로 백형도와 무리를 나누어 남은 정파인들을 구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아한 광경이 벌어졌다.

백형도의 뒤로는 정파인들이 바글바글한 것과 달리 무신은 그 혼자였다.

 

“괜찮겠나?”

“예, 괜찮습니다.”

 

오히려 무신이 먼저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한 명이 당겨도 충분한 일을 굳이 여러 명이 함께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사실 백형도가 괜찮느냐 한 것도 형식적인 질문에 불과했다.

오히려 무신 혼자가 백형도를 포함한 정파인들 다수보다 나을 정도였다.

물론 백형도는 무신의 활약상을 보지 못했다.

그저 귀로만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곽이천의 표정.

무신을 우러러보는 듯했던 곽이천의 그 표정.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늘 당당했던 곽이천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러니 알 만하지 않겠는가.

무신이 저쪽에서 어떤 싸움을 하고 왔는지.

 

“그럼.”

 

무신은 포권을 취하며 마교 교원 서문을 향해 나갔다.

문이 워낙 많았기에 사실 서문이란 말도 모호했다.

하지만 어디로든 나가 그 근처 마교인들을 죄 쓸어버리면 되겠지.

 

“무, 무형검이잖아!”

 

역시나 일은 계획대로 됐다.

사방 천지에 마교인들이 널려 있었다.

무신은 수만 송이의 꽃을 휘날리듯이 무형검을 그들에게 던졌다.

다소 고전하고 있었던 정파인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었다.

아니, 그냥 빛이었다.

무신이 그 근방 전체를 잠식했다.

이름 모를 평야.

그곳은 곧 시산혈해(屍山血海)로 가득 찼다.

끙끙 앓는 소리조차 없었다.

모두 즉사했다.

끽해봐야 화경이나 됐을 자들이 생사경의 무형검을 막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백 명을 몰살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무신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짧게 숨만 고르는 게 전부였다.

넋 놓고 있던 정파인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선두에 선 자는 남궁세가 가주 남궁환이었다.

 

“이게 무슨…….”

 

남궁환은 고맙단 말보다 먼저 황당하단 식으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와 남궁세가 고수들이 몇 시진을 부딪쳐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무신은 일각도 안 되어 끝냈으니까.

그것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게다가…….

 

“자네 쪽 일은 어찌하고 여기로 온 겐가?”

 

무신이 방금 엄청난 무위를 보여주었지만, 남궁환의 머릿속에서 그가 ‘마운현이 포함된 마교 최정예 무사들’을 처치하고 왔다 보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진즉에 잡아 죽여서 마운형의 머리통이 마교 교원 한복판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무신은 그것을 설명했다.

 

“해서 대마천문을 통해 이곳으로 오는 길입니다.”

“허…….”

“아직 전투 중인 곳이 남아 있을 테니 같이 그리로 가시지요. 정파의 대업을 이루는 게 머지않았습니다.”

 

차근차근 말을 이어가는 무신을 보며 남궁환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꿈인가, 현실인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남궁환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네 대체 경지가 얼마나 되는 겐가?”

 

이제는 화경이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다 큰 어른이 나는 사실 어린아이라고 하는 격일까.

아니, 그보다도 더 심했다.

갓난아기라고 하는 수준이었다.

무신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마운현을 잡았으니, 마운현보다 높지 않겠습니까?”

 

***

 

“그러니까… 저 무림맹이란 곳의 맹주가 강호에서 가장 알아주는 고수이다, 이 말이오?”

“대충은 그렇소.”

“그런 것이면 그런 것이지 대충은 뭐요?”

 

머리칼부터 눈썹, 그리고 복장까지 죄 황색인 웬 사내의 물음에 지나가던 행인은 이렇게 답했다.

 

“여기 강호에는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있소. 하나는 저기 저 무림맹으로 칭해지는 정파, 또 하나는 사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마교란 곳이오.”

“호오.”

“무림맹주는 세 개의 세력 중 하나만을 맡고 있을 뿐이오.”

“그럼 사파란 곳과 마교란 곳의 수장이 무림맹주와 비슷한 것이겠소?”

 

행인의 고개가 저어졌다.

 

“마교의 수장, 그러니까 마교 교주면 모를까 사파는 아니오.”

“사파는 어찌하여?”

“마교는 하나의 문파가 세력으로 불릴 만큼 큰데 사파는 여러 문파가 모여 세력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수장의 무위도 약할 수밖에.”

“흐음, 헌데 정파도 여러 문파가 모여 세력이 됐다 하지 않았소?”

“정파는 좀 다르오. 역사도 깊고 워낙 고수가 많아서.”

“그렇구만.”

 

황색 사내가 짐짓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 강호에서 가장 강한 무인 둘을 꼽으라면, 무림맹주와 마교 교주라고 하면 되겠소?”

“그게 맞기는 한데…….”

“그게 맞기는 한데, 왜? 또 있소?”

 

행인의 손가락이 멀리 북쪽을 가리켰다.

 

“강호는 드넓은 중원의 한 지역에 불과하오. 새외무림이란 곳으로 넘어가면 둘에 버금가는 고수들이 있지.”

“누군지 아시오?”

“당연히 알다마다. 북해빙궁의 궁주 해영월과 카르베니아의 군주 윌레이커 카이스요.”

 

행인이 바로 말을 이었다.

 

“참고로 해영월이란 사람은 무위 자체는 무림맹주나 마교 교주보다 낮을 거요. 대신 엄동설한의 지리적 이점과 빙룡검이란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지리적 이점이야 결국 그 안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오? 밖으로 나오면 의미가 없어질 텐데.”

“뭐, 그리 볼 수도 있겠구려.”

“빙룡검은 뭐요?”

“빙룡이란 영물의 뿔로 만든 검인데… 나도 자세히는 모르나 중원 전체를 통틀어 그만한 명검이 없다 들었소.”

“그래? 한번 보고 싶군.”

 

행인이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괜히 목이 날아갈 수도 있소. 어지간한 사람은 빙룡검의 기압만 느껴도 그 자리에서 혼절해 버리니’ 하며 경고를 주었다.

황색 사내는 그저 웃기만 했다.

행인이 다시 입을 뗐다.

 

“아, 카르베니아란 곳은 이계인들의 세상이오.”

“이계인들?”

“강호도, 새외무림도, 그냥 중원이 아닌 어떤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자들이지. 그들의 군주는 북해빙궁 궁주와 달리 단신으로도 무림맹주나 마교 교주와 비벼질 거요.”

“꽤 출중한 모양이오, 무위가?”

“그렇소. 내가 초절정의 경지까지 오르면서 중원의 무공만 한 것은 이 세상에 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오.”

“초절정의 경지라…….”

 

황색 사내가 말끝을 흐리다가 물었다.

 

“그 정도면 내 손가락 하나는 버틸 수 있소.”

“무슨 소리요, 그게?”

“말 그대로요. 내가 손가락 한번 튕기는 것을 버틸 수 있냐, 이거요.”

 

행인이 갈 길 바쁜 마당에 친히 대해주었더니만 어디서 그런 농을 던지느냐고 하는 순간, 황색 사내가 움직였다.

정말 딱 손가락 한 개만.

그런데 행인의 목이 검에 베인 것처럼 날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전에 잡은 동영 무사들인지 뭔지 하는 놈들보다 더 형편없군.”

 

황색 사내는 싱겁다는 듯 중얼거리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피가 튀어 잠깐 옷을 벗은 그의 등에 ‘서열 72위 안드로말리우스’라는 글자가 시꺼멓게 새겨져 있었다.

마계(魔界).

그는 그곳을 지배하는 왕(王) 중 한 명이었다.

 

***

 

정마대전이 끝을 맺은 것은 마운현이 죽은 후 불과 다섯 시진만의 일이었다.

앞서 반년이 넘도록 싸움을 지속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 끝은 매우 빨랐다.

일이 그렇게 된 이유야 물론 한 남자에게 있었다.

 

“정말 수고 많았네. 이번 정마대전의 수훈은 모두 자네에게 있어.”

 

무신이었다.

곽이천이 친히 무신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무신은 기분이 묘했다.

늘 그렇듯이 회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운현을 잡던 그 순간보다도 더 짜릿하고 흥분됐다.

무신은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으며 곽이천과 함께 마교 교원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마운현이 묵던 곳.

그리고 마교의 모든 역사가 시작됐던 곳.

신기하다는 듯 그곳을 바라보는 무신에게 곽이천이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자네밖에 없네.”

“예?”

 

곽이천이 마운현이 앉아 있었을 의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이곳을 지배할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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