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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3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3화

마무리

 

 

심검(心劍).

일부러 감춰둔 것은 아니었다.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럼 왜 쓰지 않았냐 하면, 쓸 필요가 없어서였다.

여태까지는.

아닌 말이 아니라 무신이 검만 몇 번 휘둘러도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 번이라는 것도 우스웠다.

일격.

십중팔구는 공격 한 번이면 머리통이 잘려 나갔다.

그만큼 무신과 그간 무인들의 차이는 컸다.

북해빙궁 궁주 해영월, 망룡학관 관주 모추동, 그리고 방금 잡은 마교 부교주 마정태까지 모두 포함해서.

그래서 심검, 그러니까 생사경의 경지에 있단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일단 보이는 경지는 화경이었으니까.

굳이 말해줄 이유가 없기도 했고.

 

‘내가 얼마만큼 강한지는 입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는 거야.’

 

무신은 양손에 잡힌 두 개의 검을 꼬나 쥐었다.

하나는 빙룡검.

다른 하나는 생사경의 심검.

느낌이 묘했다.

이렇게까지 힘을 쓴 적은 처음이었다.

방금 마정태를 상대할 적에도 마찬가지였기는 하나 그도 잠재기를 쓰니 길거리 한량에 지나지 않았다.

무신은 진정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심검은 그의 손에서 곧 지워졌다.

사실은 꺼내 들 필요가 없었다는 듯이.

 

“쌍검술은 내 특기가 아니라서.”

 

특기를 떠나 배운 적도 없었다.

망령의 숲에서부터 무신이 익힌 것은 오로지 하나의 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굳이 하나 이상의 검을 쓰고자 한다면…….

무신의 몸이 난데없이 벼락의 그것처럼 번쩍였다.

동시에 허공 위로 수많은 꽃이 만개했다.

마운현이 눈을 부릅떴다.

무신처럼 심검을 쓸 수 있는 그가 저것의 정체를 모를 리 없었다.

무형검(無形劍).

말 그대로 형태 없는 검이 생성되어 상대를 옥죄는 또 하나의 검술의 극(極)이었다.

아니, 단순히 상대라는 말로는 모자랐다.

근방 전체.

거기서 더더더 넓게.

무형검은 시전자의 내공이 닿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쏘아질 수 있었다.

땅으로 꺼지든.

하늘로 솟든.

무신은 짧은 호흡과 함께 지면을 치고 나갔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빙룡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마운현이 들어오는 순간, 가볍게 밀어 넣었다.

정말 가볍게.

평소처럼.

그러나 반향은 전혀 가볍지도, 평소 같지도 않았다.

우선 빙룡검이 광폭한 것이 시작이었다.

사방 오십 장의 지면이 뒤집혔고, 정파인과 마교인 할 것 없이 모두 뒤로 나가떨어졌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맞은 마운현은 더욱 처참했다.

다리 한쪽이 반쯤 접혀 무게중심을 잃었다.

오른쪽 어깻죽지는 주욱 찢어져 뼈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철보다 단단해 보였던 마물의 가죽이 벗겨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생사경.

거기에 잠재기까지.

두 가지가 더해진 것을 ‘한낱’ 마물화 따위가 막는다는 게 애당초 어불성설이었다.

물론,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빙룡검이 연거푸 맹공을 퍼부었고, 뒤이어 그것이 일제히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허공 위를 맴돌던 무형검.

수천, 수만 개의 그것이 오로지 마운현을 표적으로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벼락처럼 나타난 그것은 움직일 때도 벼락과 같았다.

그러니…….

콰쾅!

뒤집어진 지면이 다시 한번 뒤집히며 무언가가 붕 떠올랐다.

마운현의 몸이었다.

보신경을 이용해 어찌저찌 몸을 띄운 모양이었지만, 그뿐이었다.

바로 앞에서 무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공답보(虛空踏步).

그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에서 걷는 것보다 더 쉬웠다.

물론 마운현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나 다음 움직임이 무신이 더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타악!

무신은 왼발을 축으로 몸을 살짝 튼 후, 마운현의 옆구리에 빙룡검을 찔러 넣었다.

촉에 닿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용케 피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말했듯 한 번 피했을 뿐이었다.

이격, 삼격, 사격… 무신의 공격은 마운현을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거기다 무형검도 아직 살아 있었다.

폭발했지만, 애당초 그것에 형태가 있었던가.

무신이 손가락만 꿈틀거려도 그것은 다시 재생되게 돼 있었다.

쿠쿠쿠쿵!

허공을 딛고 있었기에 망정이었다.

파장은 그 정도로 컸다.

마운현의 몸뚱이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베이고 찔리고 터진 상처들이 그를 끝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마물의 모습도 처음보다 흐릿해졌다.

더 이상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신에겐 기회였다.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빙룡검을 횡으로 휘둘러 마운현의 상체를 노렸다.

단순한 공격은 아니었다.

쾌검과 중검과 환검이 중첩된, 탄탄한 기본기로부터 나오는 회심의 일격이었다.

푸욱.

익숙한 느낌이 났다.

인간의 살가죽을 헤집으면 꼭 나는 느낌이었다.

천하의 마운현도 이번 공격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짜릿한 한방이었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일렀다.

숨이 떨어질 때까지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무신은 재차 공격을 이어갔다.

무형검도 주인을 따라 마운현을 옥죄였다.

일은 그때 터졌다.

콰쾅!

처음에는 무형검의 반향이 아닌가 싶었는데, 전혀.

마운현의 몸이 시꺼멓게 타고 있었다.

빙룡검은 푸른색이니 아니었고, 무형검은 색깔 자체가 없으니 더더욱 아니었다.

저것은 마운현의 의지에 의한 변화(變化)였다.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신은 골치 아프다는 듯 중얼거리면서도 제 할 일을 이어갔다.

무언가 술수를 꾸미는 상대를 가만히 앉아 기다려 줄 만큼 그는 성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 마운현은 다시 눈을 떴다.

아주 괴상한 모습을 하고서.

 

“설마 이 힘까지 쓰게 만들 줄이야.”

 

양쪽 관자놀이에 뿔이 나고 온몸에 거뭇한 털이 돋아나기는 했어도 인간의 모습은 남아 있었던 마운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털이 모두 빠져 생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거기에 검붉은 실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관자놀이의 뿔은 더욱 크기를 키워 들소의 그것이 아니라 빙룡의 그것처럼 있었다.

 

‘저게 뭐야?’

 

무신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릴 즈음, 마운현의 몸이 팽창했다.

크게.

아주아주 크게.

잔뜩 축적해 놓은 내공을 갑자기 폭발시키듯이 세 곱절도 넘게 불어났다.

그래봤자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무신의 앞에는 거인(巨人)이 서 있었다.

위압감이란 말은 오히려 저 마운현에게 실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무신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표현할 길이 없었다.

괴물은 그가 아니라 마운현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말을 쓰지 않고 짐승의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질을 잃었단 방증이다.

마정태의 경우를 빗대어 보면, 결론은 그만큼 강해졌단 뜻이었다.

무신은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마운현의 흉측한 모습 때문이 아니라 저것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회귀 후 처음으로 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들 이유가 없었다.

마운현에게 남은 힘이 있었듯 무신에게도 아직 남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잠재기를 더 쓰겠다는 게 아니었다.

 

“네 덕에 아주 끝장을 보는구나.”

 

무신은 양팔과 양다리를 넓게 벌렸다.

사위를 아우르듯이.

그리고 가슴을 벌리며 크게 호흡했다.

그러자 이내 그가 쓸 것이 드러났다.

땅에 나무에 수풀까지 자연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 모두 그의 품에 들어갔다.

난전으로 인해 초전박살이 나 있었지만 자연은 형태가 아무리 망가져도 자연이었다.

‘섭취’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콰콰쾃!

이후 전개는 뻔했다.

무신의 몸도 마운현의 몸처럼 팽창했다.

진짜 몸이 커진 것은 아니었다.

기압이 너무 높아져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자연경.

그것의 힘이었다.

 

“……!”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무인으로서의 본능은 남아 있던 마운현이었다.

그의 눈알이 동태의 그것처럼 튀어 나왔다.

놀람도 잠시, 이내 무신에게 달려들었으나 무의미했다.

무신은 날파리 쳐내듯이 그 공격을 막았다.

 

‘진즉에 썼으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그것도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오히려 내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 말이지.’

 

심지어 잡념까지 하는 여유를 선보였다.

마운현도 무형검을 모조리 깨뜨리는 등 나름 선방하기는 했으나…….

오래지 않아 무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팔 두 짝이 잘린 채로.

 

“천하를 손에 쥐는 게 너의 목적이라지?”

 

무신은 그렇게 물었다. 회귀 전의 기억 덕분에 안 사실은 아니었다. 마교의 수장이 가질 목적이야 안 봐도 훤했다.

마운현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강제로 입을 벌려도 대답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애당초 들을 생각도 없었다.

무신은 홀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담 천하를 손에 쥘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야지.”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마운현이 여태껏 수많은 무인들의 꿈을 짓밟았던 것을 똑같이 짓밟아주기 위해서.

같은 짓을 하면 같은 놈이 되게 마련이지만, 상관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같은 놈이 되도 좋았다.

무신은 다시 무형검을 하나 만들어 마운현의 아랫배에 쑤셔 박았다.

단전이 있는 곳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물화가 풀리며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마운현이 초원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단전은 무인의 또 다른 심장.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게다가 보통 검도 아니고 무형검으로 찔렀으니 곱절에 곱절로 심하겠지.

무신은 그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재미났다.

마교의 1인자가 저러고 있다는 것이.

그러다 마운현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즈음, 넌지시 말했다.

 

“원한다면, 살려줄 수 있다.”

“저, 정말인가?”

 

마운현이 핏기에 잔뜩 쩐 눈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무신은 살아생전 저토록 희망에 찬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카메라만 있었으면 담아두었을 것인데.

그는 아쉬움을 삼키며 마운현에게 걸어갔다.

그래봤자 두 걸음.

금방 마운현의 얼굴이 코앞까지 가까워졌다.

무신은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내가 묻는 것에 대답만 제대로 하면.”

“무엇이든 다 답하마!”

 

빠릿빠릿한 대답이었다.

무신은 기도 차지 않았다.

마운현에겐 마교의 교주로서의 긍지가 없단 말인가?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는 게 더 낫… 다고 생각할 리가 없었다.

악한 것과 별개로 비굴하고 옹졸한 것.

마교인들의 근본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더 빌빌거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무신은 질문을 시작했다.

 

“어떻게 마물을 불러들였지?”

“대마제를 올렸더니 그쪽 세상에서 이쪽 세상으로 넘어왔다.”

“대마제?”

 

하고 물음과 동시에 무신은 기억해냈다.

대마제(大魔祭).

마신을 숭배하며 탄생했던 마교가 일 년에 한 번씩 제물을 바치는, 일종의 제사였다.

 

“우리의 구원자셨던 마신에게 일 년에 한 번 제물…….”

“됐고.”

 

예상대로 알고 있던 것과 같은 답이 나오자 무신은 바로 마운현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또 물었다.

 

“그렇게 마물이 이쪽 세상으로 넘어왔는데, 잡아다 마기를 추출한 후 그것을 몸속에 집어 넣었다?”

“마기를 말하는 것이라면… 맞다.”

“신기한 일이로군.”

 

감탄은 짧았다.

무신은 그만 마기에 대한 관심을 껐다. 애당초 어떤 식으로 그것이 마교인들에게 입혀졌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물론, 직접 입을 생각 역시 추호도 없었다.

마기 따위에 몸을 파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결하는 편이 나으니까.

 

“헌데 너희들의 구원자는 마신이 아니잖냐.”

“우리의 구원자는 마신이 맞…….”

 

무신은 다시 마운현의 말을 끊었다.

 

“마교의 창시자이자 천하를 호령하기도 했던 자. 천마. 그놈이 너희들의 구원자겠지.”

 

그리고 진짜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천마는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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