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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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1화
두 번째 손가락
허대균의 반응은 마준환과 똑같았다.
웃고 있었다.
마기를 좀 더 내보라는 무신의 말을 그저 ‘도발’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무신은 전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허대균이 좀 더 강해지길 바랐다.
지금 저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이다.
식후에 마시는 차 한 잔도 못 되었다.
곱절.
곱절하고도 반곱절.
그래야지만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신은 굳이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허대균으로 모자라면 그보다 더 위의 놈을 잡으면 그만이었다.
전장에는 거기에 준하는 존재가 아직 남아 있었다.
부교주 흑관마(黑貫馬) 마정태.
그가 죽인 정파인이 벌써 열댓 명도 넘었다.
그것은 당장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푸르른 수풀 위에 정(正)의 문양을 한 시체들이 쌓여갔다.
‘허대균까지 잡으면 마정태가 알아서 내 쪽으로 올 것 같은데.’
무신은 입술을 핥았다.
다시 배가 고파졌다.
아니, 애당초 마준환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허기였다.
무신은 가볍게 팔을 뻗었다.
간결한 동작이 무색하게 빙룡검은 그 어느 때보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띠웠다.
빙룡의 영기(靈氣)였다.
마준환과 허대균의 차이는 거기서 드러났다.
빙룡검의 기운을 보고도 달려들었던 전자와 달리 후자는 다소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이 힘으로는 저것을 막을 수 없음을.
뒤늦게 마기를 더 끌어 올리지만, 이미 시작 전부터 한계치에 있었다.
그러니 허대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이런 미친!”
무신에게 당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무신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허대균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허대균도 반격을 하려 애썼으나 무의미했다.
까앙!
둔탁한 소음만이 울렸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채 십합도 전에 허대균의 검이 부러졌다.
그에게 흑상검(黑上劍)이란 별호를 만들어준 물건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검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었다.
무신의 검이 더 강했을 뿐이었다.
많이.
아주 많이.
그러니 추가로 오합을 더 부딪쳤을 즈음에는 허대균의 팔 한쪽이 수풀 위에 떨어져 있었다.
깨끗하게 잘린 단면에서 굵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허대균이 비명을 질렀다.
제 살 깎아먹는 마공도 익히는 자에게도 고통이란 것은 존재했다.
단순히 베인 것보다도 빙룡검에는 무신의 내공과 함께 영기가 어려 있었다.
고통이 배가 될 터였다.
“제법 버텼군.”
우스운 것은 무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놀랍다’ 하는 투였다.
그럴 것이 그는 오합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처음 십합을 더해 도합 십오합 정도를 견뎠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누가 들으면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리겠지만, 딱 한 명은 듣는다 해도 실소를 터뜨릴 틈이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허대균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벌벌 떨고 있었다.
마교 서열 1위의 위상이 말이 아니었다.
그를 보며 오히려 무신이 실소를 터뜨렸다.
세상에 마기까지 끌어다 썼으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까지 싸워보기는 해야 할 것을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전의를 아주 상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해는 갔다.
이어진 공격에 허대균의 나머지 팔 한짝마저 날아갔다.
상체는 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이미 피투성이였다. 영기에 간접적으로 베인 것이다.
거기에 몇 번의 공격이 더 더해지니 죽음의 사신이 허대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꺽꺽거리는 고통성이 수풀 위에 번졌다.
그것이 근방 전체로 퍼지기까지 불과 몇 초였다.
“……!”
정파인이든 마교인이든 하나같이 눈을 부릅뜬 채로 허대균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각자 맡은 상대가 있어 금방 고개를 돌렸으나…….
충격.
그 단어 하나면 그들의 눈빛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다.
무신은 더 이상 푸른빛을 띠지 않는 빙룡검을 뒤로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의 예상이 맞다면, 분명 제 발로 나타날 것이다.
보통 놈도 아니고 서열 1위가 이리 처참하게 당했으니 결코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구만.”
과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허대균의 숨이 떨어지기 무섭게 광대까지 수염을 기른 사내가 무신의 앞에 나타났다.
마정태.
십칠강룡보다도 마운현을 더 최측근에서 모시는 마교의 부교주였다.
설명은 그것만으로도 끝이었다.
마교의 부교주인 이상 여타 다른 수식어는 불필요했다.
마정태가 마치 도끼처럼 거대한 검을 높이 쳐들며 중얼거렸다.
“네놈은 신성이 아니야.”
“그럼?”
“더 강한 집단으로 묶어야 했어.”
“호오, 날 높이 쳐주는 건가?”
마정태가 검으로 이미 차갑게 식은 허대균의 시체를 가리켰다.
“허대균을 저리 간단히 요리할 정도라면 높게 안 쳐줄 수가 없지.”
“허대균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뭐?”
“싸워보니 벌레만도 못한 것 같다만.”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빙룡검을 들었다.
마정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중얼거렸다가는 큰 코 다친다, 애송아.”
“네놈이야말로 애송이 소리는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저 두 놈과 나는 달라.”
“안다. 다른 거.”
“안다고?”
무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두 놈이 애벌레라면, 너는 날파리 정도는 되겠군.”
“뭐, 뭣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맞는 모양이야?”
도발도 정도껏이었다.
무신은 지금, 나를 죽여달란 소리를 말만 바꿔서 하고 있었다.
마정태가 버럭 고함을 치며 크게 노했다.
“그 입 닥쳐라!”
동시에 마정태의 검이 곱절은 더 길어졌다.
정확히는, 그의 기운이 둑 터진 강물처럼 불어났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저 정도면 팽영권의 목이 일격에 날아갈 만도 하군.’
무신은 대강 짐작하며 숨을 골랐다.
날파리라 하며 마정태를 도발했지만, 사실 실력까지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마정태는 강하다.
마준환이나 허대균과는 확실히 다르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주변 환경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방 천지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마정태의 몸이 만들어낸 일종의 사자후였다.
무신은 그제야 ‘이상(異常)’을 확인했다.
그래봤자 대화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마정태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준환이나 허대균처럼 단순히 몸이 커지고 얼굴에 돌기가 돋아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사람이었다.
‘저게 뭐야?’
무신이 고개를 갸웃할 즈음에는 마정태의 양쪽 관자놀이에서 뿔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뿔이었다.
옷이 죄 찢어지며 온몸에서 거뭇한 털도 돋아났으니 무신은 순간 저것이 들소인가 착각을 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심지어 마정태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또한 들소의 그것을 닮아 있었으니 아주 착각은 아니렷다.
어안이 벙벙할 상황이었지만 무신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마형추.
몰락한 백상교의 전대교주.
백야평야에서 마물의 심장을 얻을 적에 그놈이 썼던 술법과 비슷했다.
아니, 술법이랄 것도 없었다.
그것이나 저것이나 그저 ‘마물화(魔物化)’일 뿐이었다.
무신은 기가 찼다.
마정태는 지금 자신의 자아까지 팔아넘기고 있었다.
일전에 마형추가 보였던 모습을 생각하면 분명 제정신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었다.
마기를 다루며 이미 제 몸을 깎아먹은 놈이었다.
더한 짓이라고 못할 바 무어 있겠는가.
무신은 다시 한번 숨을 골랐다.
그도 사람인지라 심장이 여태까지보다는 조금 더 빨리 뛰었다.
“저놈 저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느 정파인이 마정태를 보며 의문에 차 소리 지를 때, 마정태와 무신은 이미 한바탕 합을 겨루고 있었다.
흑빛의 검과 푸른빛의 검이 매섭게 부딪쳤다.
서로가 서로가 아니면 볼 수 없을 무서운 속도.
비단 속도뿐이랴.
조각조각 튀어나가는 내공 하나가 어지간한 고수의 검강과 맞먹었다.
오죽하면 마정태를 도우려던 마교인들조차 멀찌감치 물러날 정도였다.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그대로 사망일 테니까.
‘어우, 힘이 장난이 아닌데.’
그러니 당사자인 무신 또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전력을 모두 끌어다 썼는데도 밀려나질 않았다.
오히려 마정태의 검이 그를 압도했다.
그런데…….
그의 입가에 자리한 것은 이번에도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였다.
재미 정도가 아니라 흥분이 될 지경이었다.
이제야말로 빙룡검의 참맛을 느꼈다.
그간 쌓은 내공도 빙룡검과 함께 폭주했다.
그는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빙룡검을 양손으로 쥐어 마정태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과정은 제법 길지만 동작은 한순간이었다.
그의 공격은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보통 같았으면 그것으로 싸움은 끝이 났겠지만, 마정태는 멀쩡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괴음을 내지르며 역으로 반격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한 마리 들소가 따로 없었다.
미친 듯한 속도였다.
중검을 쓰는 것인지 무엇을 쓰는 것인지 힘도 더더욱 강해졌다.
그러니 뒤로 밀려나는 것은 무신의 몫이었다.
백산검법을 이용해 공격을 죄다 빗겨내는데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러다 허대균의 그것처럼 빙룡검이 부러질 지경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공격과 함께 괴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머저리 같은 놈!
그러니 주제를 알았어야지!
네놈은 곧 죽어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왠지 그렇게 해석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나.’
무신이 눈을 빛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성을 잃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정태의 눈알이 순간 흔들렸다.
쿠쿵!
그리고 짧은 진동이 울렸다.
무신의 몸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내공이 폭등하며 터진 일종의 파장(波長)이었다.
빙룡검의 영기에 의한 게 아니었다.
잠재기.
진짜 전력을 꺼내든 것이다.
‘마운현에게 쓰려고 놔준 것이지만…….’
아쉬움은 금방 날아갔다.
중요한 것은 현재였다.
현재를 넘겨야 다음도 있는 법이었다.
무신은 여태까지와 같이 백산검법으로 마정태에게 맞섰다.
같은 동작이었으나 상황 전개는 판이했다.
뒤로 밀려나는 것은 이제 마정태의 몫이었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게 왼쪽의 뿔 하나가 절반 가까이 잘려 있었다.
잘린 단면에서 시꺼먼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저것이 힘의 원천이었는지 마정태의 몸이 조금 작아졌다.
뿔이 완전했을 때도 비등하지 못했는데 한쪽을 잃어버렸으니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신은 딱 한 번만 빙룡검을 내질렀다.
정말 일격.
그런데 마정태의 검이 산산조각이 났다.
몸을 틀어 반격하려 애쓰지만, 검병만 남은 무기로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목을 내주는 것 외에는.
투욱.
시뻘겋게 익은 수풀 위에 둥그런 무언가가 떨어졌다.
마정태의 머리통이었다.
아니, 들소의 대가리라고 해야 할까.
무신은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그것을 멀리 걷어찼다.
그것은 굴러갈 수도 없는 모양이 되었다.
잠재기까지 끌어 올린 몸이었으니 겨우 발길질 한 번에도 대가리 한 개쯤은 벽력탄처럼 터진 것이다.
살점과 두개골, 그리고 뇌수가 한데 뒤섞여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 자체는 볼썽사납더라도 가슴은 시원했다.
묵힌 것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당연했다.
부교주 마정태.
마교의 두 번째 손가락을 끝냈으니 이 싸움은 이제 구부능선을 넘은 셈이었다.
남은 것은…….
무신의 고개가 ‘그놈’에게로 돌아갔다.
십칠강룡(十七强龍)의 수장이자 마라검(魔羅劍)의 주인.
마교 교주 경화신(璟火神) 마운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