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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0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0화

즐기는 자

 

 

마준환은 생긴 것부터 전형적인 마교인이었다.

눈알이 뱀의 그것처럼 희번덕거렸다.

입술은 귓불에 닿을 때까지 찢어져서 가뜩이나 안 좋은 인상이 더욱 사납게 느껴졌다.

각지고 넙데데한 턱이 그나마 남자답고 사람답게 보일 뿐이었다.

체격은 흔하디흔한 무인들처럼 장골이었는데, 신장은 무신과 비슷했다.

6청 정도였다.

장골이지만 몸도 아주 막 우락부락한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마준환 역시 검을 썼다.

거뭇하게 빛나는 흑검이었다.

순간 흑라신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무신은 옅은 미소와 함께 마준환을 바라보았다.

온몸에 여유가 넘쳤다.

네놈은 뭘 해도 나에게 안 된단 얼굴이었다.

무신의 손에서 빙룡검이 흉흉한 기운을 토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성큼성큼 걸어왔다.

무신은 조금 놀랐다.

빙룡검을 보기 무섭게 질색했던 게 대부분 무사들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마준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신 역시 마준환이 어떻게 나오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어차피 이 싸움의 승리는 그의 것이었다.

마준환은 이내 곧 수풀 위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아니, 꿇을 무릎이나 남아 있으면 다행이렷다.

무신은 곧장 도어검을 사용했다.

그의 의지에 따라 빙룡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몇몇 시선이 그것에 꽂혔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고수지만, 그래도 도어검은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대상이 보통 검도 아니고 빙룡검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 정도론 어림없지.”

 

이죽거리는 마준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신은 이제 의아할 지경이었다. 대관절 뭘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가 알기로 1553년 즈음의 마준환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끽해봐야 화경 언저리.

화경이 어찌 끽해봐야에 언저리란 말로 표현되겠느냐마는, 무신과 비교하면 맞았다.

별 볼 일 없는 경지였다.

게다가 검술이나 기타 무공 면에서도 마준환은 당비청이나 한철룡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저리 나온다는 것은…….

뻔했다.

마기.

다른 차원의 힘을 사용함으로써 조금 더 고차원적인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리라.

 

‘정마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이후에 썼겠지만.’

 

무신은 대강 짐작하며 빙룡검을 마준환에게 뻗었다.

그의 손은 허공만을 쥐고 있었으나 빙룡검은 정확히 표적이 있는 곳을 향해 쇄도했다.

눈 깜짝할 새란 말로도 부족할 만큼 그것은 몹시 빨랐다.

극강의 반응과 속도를 동시에 겸하지 않고선 결코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처억!

그런데 그것은 마준환의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멈췄다.

아니, 멈춰졌다.

마준환의 검이 그것을 튕기고 있었다.

왜 저리 된 것인지 짐작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마준환의 검에 이질적인 기운이 가득 씌워져 있었다.

무신에겐 익숙했다. 백야평야에서 이미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빙룡검을 다시 제 손으로 가져왔다.

마준환이 입꼬리를 빙글빙글 말아 올렸다. 조소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듯 발을 박찼다.

마준환의 검은 여전히 이질적인 기운을 꽉 물고 있었다.

지나간 자리가 지진이라도 난 듯 뒤틀렸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뒤쪽의 수림이 통째로 뽑혀 나가는 게 느껴졌다.

겨우 발 몇 번 뗐을 뿐인데 근방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그럴수록 마준환의 조소도 짙어져만 갔다.

 

“강호에서 신성이란 수식어를 달 사람은 오로지 나, 마준환뿐이다!”

 

쩌렁쩌렁한 목청이 사방을 들쑤셨다.

마준환이 어느 샌가 무신의 코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그리고 단칼에 끝내주겠다는 듯 번쩍 검을 들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두 사람이 서 있는 공간을 집어삼켰다.

이제, 손가락만 까딱해도 목이 날아갈 것이다.

적어도 마준환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마준환의 검은 힘 없이 튕겨나갔다.

방금 전 경우와는 달랐다.

빙룡검은 튕겨 나간 것으로 끝이었으나 마준환의 검은 튕겨 나감과 동시에 산산조각이 났다.

말 그대로였다.

검신이 돌가루처럼 수풀 위에 휘날렸다.

번들거리던 마준환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돌출됐다. 왜 이렇게 됐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단 표정이었다.

퍽 우스운 모습에 무신은 피식 입꼬릴 말아 올렸다.

마준환이 보였던 조소가 무신에게 그대로 옮겨가 있었다.

하지만 마준환은 아무 반응도 못했다. 우선 검이 부러졌다. 이제 보니 어깻죽지도 살짝 베여 있었다.

살짝.

상처의 깊이는 얕을지 몰라도 싸움의 깊이는 이미 암흑 속으로 빠진 셈이었다.

겨우 일합에 이렇게 베일 정도로 실력 차가 크단 뜻이니까.

마준환의 입이 경악스럽게 벌어졌다.

이것은, 이것은 말도 안 되었다.

그는 마기를 익혔다.

수명이 깎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난 내공을 모았다.

그런데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질 못했다.

처음 공격을 막아낸 것?

그 또한 무의미했음을 그는 뒤늦게 알았다.

상대는 전력을 쓰지 않았었다.

 

“처음 공격은… 간을 본 것이었나?”

“뭐, 그런 셈이라 볼 수 있겠지.”

 

마준환이 뭐에 홀린 듯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

 

“어찌 그런 힘을 낼 수가 있지?”

“수련하면 된다.”

“수련이라면 나도 네게 꿇리지 않을 만큼 했다.”

“마기를 갖다 쓴 주제에 꿇리지 않을 만큼이라니. 우습지도 않군. 설령 네놈 말이 맞다 쳐도…….”

 

짧은 대화는 거기서 그만 마무리되었다.

빙룡검이 이미 마준환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다.

 

“네놈이 22만 년이나 수련했을 리가 없잖나?”

 

이미 시체가 된 자에게 한마디를 남겨주며 무신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각자 정해진 상대와 함께 한바탕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닌 말이 아니라 정말 혈전이었다.

여기저기 벌써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콧잔등이 시렸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혈전을 치른 자는 사실 무신이었다.

그는 멀쩡할지 몰라도 마준환은 머리통이 날아갔다.

갓 죽은 시체에서 아직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좀 제대로 된 증명을 하고 싶은데.’

 

물론 무신의 머릿속에서 마준환은 이미 지워진 사람이었다.

무신은 빙룡검의 힘과 그간 쌓은 내공을 파악하려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방금 전 싸움으로 증명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혀.

약했다.

너무 약했다.

전력을 다 쓸 새도 없이 싱겁게 끝났으니 말이다.

입맛을 다시던 무신의 눈에 어떠한 광경이 들어왔다.

열일곱의 사내.

각자 흩어져 있으나 그들은 모두 하나였다.

십칠강룡.

마교 교주 마운현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호위대.

과연 그 위치에 걸맞게 수준 높은 무위를 구사하고 있었다. 기괴한 검술을 펼치며 정파인들을 제압했다.

이름난 고수들이 늦가을 갈대마냥 우수수 쓰러져 나갔다.

물론 십칠강룡이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저 정파인들 중에는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환이나 화산파의 장문 백형도 같은 자들이 없었다.

그들이 없는 이상 이름났다는 것도 우스웠다.

그들의 역할을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신은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걸릴 시간이야 눈 두어 번 깜빡일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니 그가 발을 뗌과 거의 동시에 강룡의 문양을 새긴 마교인 중 하나가 가슴이 꿰뚫려 죽었다.

놈이 그의 공격을 막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이유야 마준환의 상황과 똑같았다.

실력 차였다.

압도적인.

 

“저놈부터 막아!”

 

십칠인의 강룡들이 한데 뭉쳐 십칠강룡이라 불리우지만 그 속에도 엄연히 서열은 있었다. 수장 격으로 보이는 자의 지시에 그들이 전열을 바꾸었다.

단체로 무신을 에워쌌다.

극단적인 전술은 아니었다.

각자 맡은 상대를 죽였거나 거의 끝낸 후였고, 그것을 떠나서도 무신은 큰 골칫거리였다.

잠깐 전열을 바꾸는 틈에도 강룡 하나가 더 당했다.

이번에는 꼴도 처참했다.

아랫배, 그러니까 단전이 터져 그대로 쓰러졌다.

숨은 붙어 있으나 무인으로서의 생명은 완전히 끊어진 셈이었다.

 

“…저게 말이 됩니까?”

 

어느 강룡이 눈을 끔뻑거리며 중얼거렸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시작 전부터 의지를 상실했으니 싸움은 더 해볼 것도 없었다.

차례로 다섯이 더 썰렸다.

푸른빛 일색이었던 빙룡검이 하도 살점을 찢는 바람에 시뻘겋게 보였다.

무신은 그것이 오히려 멋들어져 보였다.

무인들 세계에선 검에 묻은 피가 더 선명해질수록 승리가 가까워졌단 뜻이니까.

물론 아직 사방으로 강룡들이 깔려 있었다.

열 명 남짓.

하지만 열 명이 아니라 백 명이라도 괜찮았다.

쥐새끼가 아무리 많아봐야 쥐새끼였다. 인간에게 흠집을 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정신들 바짝 차리거라!”

 

재미난 상황은 수장이 그렇게 외치면서 벌어졌다.

남은 강룡들의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이 죄 찢어진 게 시작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혈관이 도드라질 정도로 근육이 큼지막하게 솟았다.

상체와 하체할 것 없이 모두.

옷은 찢어졌지만 다른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얼굴에 두꺼비의 그것처럼 오돌토돌한 것이 돋아났다.

무신은 저것을 알았다.

탁호영.

그놈도 저것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기를 좀 더 찐하게 쓴다, 뭐 이런 건가.’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에겐 정말 재미난 상황이었다.

쥐새끼가 발악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는 흉물스럽게 변한 남은 강룡들을 향해 빙룡검을 던졌다.

찌르거나 벤 것이 아니라 정말 허공 위로 던졌다.

수장이든 뭐든 마운현에 비하면 잔챙이였다.

잔챙이 상대하는 데에 직접 검을 맞대는 것은 사치였다.

도어검.

혹은, 백어검.

그의 손을 벗어난 빙룡검이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하늘을 배회하다 순식간에 남은 강룡들을 물어뜯었다.

사사삭 종잇장 베이는 소리가 난 후에는 꼭 머리통이 하나씩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강룡의 수장도 얄짤 없었다.

그놈은 오히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몸을 내빼다 죽었다.

마기니 뭐니 떠들어대더니 죽음 앞에선 한낱 겁쟁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무신은 다시 빙룡검을 꼬나 쥐었다.

그의 주위로 목 잘린 시체가 열일곱 구나 놓여 있었다.

그들에게 중상을 입었던 정파인들이 말을 잃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승리의 기쁨에 취할 새도 없었다.

허대균이 흉흉한 안광을 뿜어내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흑상검 허대균.

마교 서열 1위에 빛나는, 개개인 무위로는 십칠강룡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였다.

아무래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고 이쪽으로 발을 돌린 모양이었다.

검에 피가 잔뜩 묻은 것을 봐선 이미 정파인들 목을 몇 끊은 모양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흉흉한 안광과 다르게 허대균의 입에서는 무인으로서의 입장이 먼저 나왔다.

검을 쥐고 있지 않았으면 포권이라도 취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입에 발린 말이란 것을 무신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허대균의 몸도 십칠강룡과 똑같았다.

혈관은 도드라지다 못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고, 얼굴의 오돌토돌한 돌기는 차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것에는 심장에 미동도 안 하는 무신조차 역겨움을 느꼈다.

게다가 살갗까지 꺼멓게 변해서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

무위가 괴물이 아니라 그냥 생긴 것이 괴물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진짜 마기의 힘이다!”

 

검을 부딪치는 순간, 무위도 괴물이었음을 무신은 알았다.

이곳에서 빙룡검을 든 이후 처음으로 어깨가 밀려났다.

반동이 있었단 뜻이었다.

말이 반동이지 진짜 뜻은 자칫 위험해질지도 모른단 것이지만…….

 

“좋아. 그 마기란 것, 더 내봐. 좀 더. 더더더.”

“…뭐?”

“이제야 좀 싸울 맛나네.”

 

무신은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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