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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2화

빙월대 대장

 

 

교주 마운현의 지시를 받고 쉴 새 없이 내달리던 중이었다. 저 멀리 푸른 물결이 달려오고 있었다. 마교 서열 17위, 사두창 백형곤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를 따라 일백의 마교인도 고삐를 풀었다.

 

“제 발로 찾아왔구나들…….”

 

청의와 청마.

중원에서 저 푸른 물결을 가진 자들은 하나뿐이었다.

 

“빙궁 무사들이여.”

 

백형곤은 혀를 할짝이며 창을 만지작거렸다.

그에게 사두창이란 별호를 붙게 해준 것이었는데, 정말 끝 촉이 뱀의 머리를 닮아 있었다. 주인의 성향을 닮아서인지 벌써부터 요란한 살기를 뿜어냈다.

 

“대장.”

“말해라.”

“죄송하오나 조금 위험한 듯싶습니다.”

“위험하다니?”

 

눈이 좋아 천리안이라고도 불리는 수하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저들, 아무래도 빙월대 같습니다.”

“빙월대?”

“예, 빙궁 내에서 손에 꼽는 타격대인데…….”

 

백형곤은 수하의 말을 탁 끊었다.

 

“내 빙월대를 몰라서 되물었겠느냐? 그깟 게 뭐 대수냐고 되물으려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수하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기색은 아직 역력했다.

 

“허나 빙월대를 쉽게 보시면… 위험한 자들입니다.”

“위험하기는. 예전에나 좀 알아줬지 요새는 한물갔다.”

“예?”

“몰랐느냐? 오죽했으면 최근까지 수장도 없었다고 들었다. 보아하니 지금은 구한 모양이다만.”

 

빙월대 가운데를 지키는 청의인을 가리키며 백형곤이 중얼거렸다.

굳이 한물가고 말고를 떠나서도 그랬다.

마화격대.

백형곤도 마교에서 알아주는 타격대의 대장이었다.

그의 서열이 17위란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싸움은 이미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로 그의 수하는 지금…….

 

“또 그 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려거든 목숨 내놓을 각오를 하거라.”

“예……!”

 

수하가 바짝 긴장한 채 대답했다. 옷을 발가벗기면 등골에 식은땀이 한가득일 것이다. 당장 관자놀이만 봐도 벌써 몇 방울씩 뚝뚝 흘렀다.

백형곤은 입을 크게 벌렸다.

 

“마화격대는 들어라! 지금부터 저기 저 북해의 머저리들을 칠 것이다! 대마교 제일타격대의 위용을 보여라!”

“예!”

 

엄밀히 따지면 마교의 제일타격대는 아니었다.

그것은 교주 마운현이 직접 이끄는 ‘십칠강룡(十七强龍)’에게 더 어울렸다. 하지만 사기를 북돋기 위함이니 잠깐 흉내 정도는 내도 괜찮겠지.

백형곤의 창이 허공을 찔렀다.

거기서는 이미 무시무시한 기운이 솟구치고 있었다. 동급의 무사들의 것과 비교하면 두 배쯤 길고 두 배쯤 짙었다.

이유야 뻔했다.

백형곤은 제 살을 깎아먹으면서까지 마공을 익혔다.

그의 단전에 축적된 내공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장 그가 팔 몇 번만 휘두르면 이 근방 수림은 초토화가 될 것이다.

그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눈알이 요상스럽게 빛났다.

마공을 전수받았단 뜻이었다.

몇몇은 두꺼비의 등처럼 살갗에 오돌토돌한 것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의 몸 전체에 삽시간에 번졌다.

역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힘을 위해서라면 심장 반쪽도 내주는 게 마교무공의 특성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영광으로 알았다.

백형곤도 곧 그것을 따라갔다.

거무튀튀한 그의 얼굴에 징그러운 알갱이들이 촘촘히 싹을 틔웠다.

수하들의 것보다 좀 더 굵고 붉어서 역한 정도가 아니라 바로 토악질이 쏠릴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가 빙월대.

백형곤은 제 몸을 더 괴롭혔다.

외관이 괴로워질수록 그의 힘은 늘어났다.

그의 창의 힘도 함께.

기껏해야 대여섯 장 길이에 그쳤던 기운이 서너 배로 늘어났으니 더 말해야 입만 아팠다.

백형곤은 한껏 웃어젖히며 말에서 내렸다.

그의 실력쯤 되면 마상의 전투는 오히려 방해였다.

맨몸이 더 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의 발도 바닥을 딛고 있었다.

빙월대.

백형곤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과연 위용 하나는 인정해 줄 만했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청의와 눈썹에 살짝 걸치는 두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복장으로 따지면 그와 마화격대가 더했다.

그들은 마교의 문양이 등판에 대문짝만하게 찍힌 흑포를 입고 있었다. 가슴팍에는 마화격대를 뜻하는 글귀가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꿇릴 것이 없었다.

심지어 무력으로도.

백형곤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살짝 고개를 들었다.

빙월대는 대장을 포함해 정확히 오십이었다.

마화격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수들 싸움에 머릿수는 크게 의미가 없지만, 전부 고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싸움은 이미 마화격대의 승이었다.

백형곤은 자만에 취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멈춰라!”

 

말하지 않았어도 빙월대는 멈췄을 것이다.

싸울 것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대놓고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냥 지나칠 리가 없겠지.

백형곤은 그저 드러내고 싶었다.

자신의 우월함을.

 

“서열 17위… 사두창 백형곤인가…….”

 

빙월대 대장이 조금 더 다가와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백형곤은 껄껄거렸다.

 

“내 이름이 멀리 북해까지 소문이 난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빙월대 대장이 백형곤의 흑포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화격대라 빤히 써져 있는 것을.”

“어쨌든 마화격대의 대장을 알고 있었단 것 아닌가?”

 

어떻게든 본인의 이름값을 인정받고 싶단 투였다.

빙월대 대장이 피식 웃었다.

 

“이름값에 취하는 것을 보니 실력은 조무래기겠군.”

“뭐, 뭐야?”

“진짜 고수면 본인의 이름값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본인이 고수임을 알기 때문이지.”

“그 입 닥치거라!”

“발끈하기까지 한단 것은, 내 말을 인정한단 건가?”

 

백형곤은 더 반박하지 못하고 애꿎은 창만 불태웠다.

빙월대 대장이 ‘그래도 기운은 봐줄 만한데…’ 하며 놀란 눈을 했다. 그러나 이내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공 덕이었군. 좀 어지간히 쓰지 그랬나? 몰골이 말이 아니야.”

“힘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에 몰골 따위 변한 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내공을 빼면 금세 돌아간다.”

“몰골은 그렇겠지. 허나 무리해서 끌어다 쓴 네 가짜 내공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 네 몸을 갉아 먹을 뿐이다.”

 

백형곤은 같잖다는 듯 말했다.

 

“힘이 없어 뒤지는 것보다는 갉아 먹히더라도 힘을 키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은가?”

“호오, 그것은 맞는 소리로군.”

“대마교는 그것을 따르는 것이다.”

“그래, 힘이 없어 겨우 사십에 죽는 것보다는 갉아 먹히더라도 오십에 죽는 게 더 낫겠구나.”

“무슨 소리지?”

 

빙월대 대장이 ‘알 거 없다. 설명해 봐야 이해도 못할 테니’ 하며 말했다.

 

“하나만 묻지. 우리와 싸우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희들이 이곳에 온 이유와 같다.”

“우리의 적이 정파보다는 마교에 가까운 것은 맞으나… 우리가 어찌 그럴 줄 알고 이렇게 마중까지 나왔냐 이 말이다. 정마대전에 정신이 없을 텐데.”

“모른 척하는 것도 어지간히 하셔야지.”

“모른 척? 무엇을?”

 

백형곤은 저 멀리 북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서열 25위 탁호영과 그 무리가 전원 당했다. 그것도 점창파의 고수 인고검 도정기를 필두로 한 정파인들을 모두 죽이고 말이지. 왜 죽었겠나? 당연 제삼의 세력이 개입한 것이겠지.”

“그게 우리 빙궁이란 건가?”

“마교를 적대시하는 것은 빙궁 쪽이 더 가깝지.”

“더 가깝지?”

“그럼 색목인들이 움직였겠나?”

 

기가 차다는 듯한 백형곤의 말에 빙월대 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린 이제 막 신강에 들어온 참이다만.”

“뭐?”

“탁호영을 죽이기는커녕 얼굴도 못 봤다 이 말이야.”

“잘도 거짓말을 늘어놓는구나. 네놈들이 이제 막 신강에 들어오고 탁호영의 얼굴도 못 본 것을 어째 믿느냐?”

 

빙월대 대장이 바로 물었다.

 

“그럼 탁호영을 죽인 자들이 우리란 것은 뭘 증거로 하는 말이지?”

“그거야…….”

“단순히 넘겨짚기가 아닌가?”

 

마땅히 받아칠 말이 없었다. 백형곤은 일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빙월대 대장이 이렇든 저렇든 잘됐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니들을 건드리려 왔으니 결과적으로 잘 넘겨짚기는 했어.”

“우릴 건드려?”

“내가 새로운 힘을 좀 얻었는데 그것을 니들에게 실험해 볼 생각이다.”

 

그렇게 말하며 빙월대 대장이 등 뒤로 손을 가져갔다.

검이었다.

그것은 검집도 따로 없었다.

어딘가에 넣어두기에는 기운이 너무 거칠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 맹렬한 울음소리가 들린 것은 착각이 아니렷다.

백형곤의 눈알이 뒤집어졌다. 입은 쩍 벌어졌으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까지 쳤다.

그가 그 정도였으니 마화격대 몇몇 수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그들에게 무어라 일갈을 던질 짬도 내지 못했다.

제 눈을 의심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것은……!”

“아무리 억눌러 놨다지만 이것을 이제야 느끼다니. 둔한 건가, 그냥 머저리인 건가.”

 

빙월대 대장은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크고 길쭉한 검이 푸르게 빛났다.

빙궁에서 저러한 형태와 색을 띠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빙룡검(氷龍劍).

혹은, 궁주의 애검(愛劍).

백형곤이 떠듬거리며 물었다.

 

“비, 빙월대의 대장으로 빙궁의 궁주가 왔단 말인가?”

“전혀. 나는 궁주가 아니다.”

“허튼 소리 마라! 빙궁에 빙룡검은 그의 것밖에 없어!”

 

확신에 차 외치는 백형곤에게 빙월대 대장이 제 얼굴을 가리켰다.

 

“궁주가 이리 젊은 얼굴이겠나?”

“……!”

“아, 반로환동? 그야 잘 알 텐데. 궁주께선 현경이시지만 그 경지까지는 가지 못했단 것을.”

 

백형곤은 또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결국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네놈은 누구지?”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빙월대 대장이 빙룡검을 든 채 달려오고 있었다.

백형곤은 바짝 긴장하며 마주 창을 들었다.

빙룡검을 가진 상대라면 결과가 불 보듯 뻔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백형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마공.

그것을 좀 더 끌어 쓰면 빙룡검일지라도 못 붙을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자살행위였다.

이미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시점에서 또 무리를 했다가는 그대로 명이 날아갈 것이었다.

그렇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그럴 바에야 후환이 어떻든 지르는 편이 낫다.

힘이 없어 뒤지는 것보다는 갉아 먹히더라도 힘을 키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은가, 라고 직접 했던 말처럼.

백형곤은 시장 바닥 장사들이 힘겨루기를 하듯이 으라차차 빙월대 대장과 부딪쳤다.

느낌이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한…….

 

“끄아아아아아악!”

 

부딪쳤다고 생각한 것은 빙룡검이 뿜어내는 기운이었다.

그러니 진짜 검신과 부딪쳤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단히 창을 쥐고 있던 백형곤의 손이 통째로 썰려 나갔다.

주인을 잃은 손목이 피를 쏟아내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단전이 무인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면, 손은 그 다음 가는 자산이었다.

백형곤은 순식간에 삼류무사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빙룡검이 곧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더 많은 피가 허공에 뿌려졌다.

그것은 시뻘겋지 않고 시꺼멨다. 그가 마공을 얼마만큼이나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허망했다.

그리고, 절망스러웠다.

모든 게 압도적이었고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일백의 마화격대 무사들이 사지가 잘려 죽어 있었다.

빙월대는 역시 강했다.

괜한 호기를 부렸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강한 자는…….

빙월대 대장이었다.

 

“아, 내가 누구냐고 물었었나? 나는 최무신이다. 이번에 새로이 빙월대 대장으로 들어갔지.”

 

최무신?

그 이름 석 자를 백형곤은 똑똑히 기억했다.

 

“시, 신성……!”

“알고 있구나.”

 

최무신이 빙긋 웃으며 빙룡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

백형곤은 분명 눈으로는 그것을 봤으나 몸으로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너무 빨랐으니까.

이윽고, 눈도 못 감은 그의 머리통이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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