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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화

10화. 비무 (2)

 

 

 

진풍은 정파의 중추인 곤륜파에서 적어도 십여 년을 무공 수련한 자다. 반면 무흔은 무공을 익힌 지 한 달 남짓이다. 물론 몇 가지 삼류 무공을 5성까지 연마한 그의 수준은 일반 사람 기준으로 본다면 삼류 문파에서 이삼 년 수련한 정도다.

어쨌든 두 사람이 상대될 리가 없다.

무흔은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삼재검법의 극성을 부르짖고, 육합권의 쓸모없음을 한탄하는 순간 팔목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 삼재검법 12/12, 육합권 1/12.

8성에 불과하던 삼재검법이 12성으로 올랐고 5성이던 육합권이 1성으로 떨어졌다.

시스템에서 그에게만 제공한 일종의 주인공 버프였다. 비급을 읽으면 바로 5성까지 연성 되는 버프와 함께 여러 무공 성취를 하나로 몰아주는 신비한 능력이다.

“어?”

갑자기 달라진 자신의 반응과 몸놀림에 무흔은 당황했다.

꽝!

무려 세 군데로 찔러오는 진풍의 목검을 뒤로 물러서며 수 배 빨라진 검의 변화를 이용해 막아낸 다음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검을 잡은 양손에 묵직한 힘이 들어가며 무흔은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갑자기 삼재검법의 오의를 완벽하게 깨친 기분이었다.

“간다!”

이번에는 무흔의 공격! 공공십팔보를 최선을 다해 밟으며 삼재검법의 세 초식을 연달아 펼쳤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진풍의 코앞까지 접근한 가운데 가로 베기 공격이 들어갔다.

깡!

첫 번째 공격은 진풍의 방어에 바로 막혔다. 하지만 이어진 공격은 마치 전설의 무공처럼 기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찌르기와 세로 베기가 연결된 특이한 일 초. 삼재검법의 묘리가 제대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퍽!

무흔의 검이 진풍의 허점을 뚫고 이마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커윽!”

진검이었다면 바로 머리가 떨어져 나갔을 큰 충격!

진풍은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갔다.

무흔의 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이 곧바로 옆으로 돌아가며 진풍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뻑!

“그만!”

곧바로 서옹이 재빨리 비무를 중지시켰다.

무흔은 얼떨떨한 가운데 뒤로 물러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뒤로 나동그라진 진풍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잠시 후에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이 자식이!”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목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재차 공격해왔다.

“야! 너 머리에 피나!”

무흔이 비웃음을 터트리며 빈정거렸다.

“응?”

무심코 한 손으로 이마를 쓱 닦던 진풍이 손에 묻은 피를 보고는 고함을 내질렀다.

“으아! 피! 이놈이!”

진풍의 검이 제멋대로 그를 공격해왔다.

퍼버버버벅-

무흔의 삼재검법이 신나게 불을 뿜었다. 그의 목검이 진풍의 몸 곳곳을 난타했다.

서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만하라!”

이미 흠씬 두들겨 맞아 휘청거리던 진풍의 시선이 서옹을 향했다.

“어…… 어르신?”

“네놈이 졌다.”

“으으…… 이제 시작인데요?”

“진검이었다면 넌 벌써 황천길 갔어.”

진풍은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씩씩댔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제대로 뭔가 해보려고…….”

서옹이 안면을 찌푸리며 관중을 향해 물었다.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냐?”

대부분 진풍의 말이 옳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감히 눈을 부라리는 서옹을 거스를 수 없었다.

서옹이 코를 후비적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흘흘, 무흔이 이겼다. 오늘 비무 끝.”

판정이 내려졌다.

무흔은 목검을 한쪽에 툭 던지고는 진풍에게 말했다.

“목검 잘 정리해라.”

“으아! 이 자식이.”

진풍이 길길이 날뛰려다 바로 가슴을 붙잡고 쓰러졌다. 뼈마디가 몇 군데 부러졌다는 신호가 왔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부축했다. 아마 며칠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무흔은 비웃음을 날리고는 비무장을 떠났다.

그는 연무장 한쪽 구석에 앉아 저 멀리에서 수련 중인 백단영을 구경했다. 점차 방금 일었던 흥분이 가라앉았다. 머릿속에서 그는 전투를 복기했다.

“뭔가 이상했는데…….”

그는 무심코 팔목을 들여다봤다. 삼재검법 수련치가 12/12가 되어 있었다.

“어?”

제대로 다시 확인해 본 그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동시에 이것이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인지도 깨달았다.

삼재검법과 같은 삼류 무공은 익히기가 어렵지 않다.

열심히만 한다면 한 달이면 사실 12성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소림의 백보신권처럼 일평생을 익혀도 12성은커녕 5성에도 이르기 힘든 어려운 무공도 있다. 절정 무공일수록 그런 무공이 많다.

무흔의 사기적인 능력은 다른 무공을 익힌 능력치를 원하는 무공을 익힌 능력치로 바꿀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백보신권 비급을 읽기만 하면 이래저래 능력을 사용해서 단번에 12성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는 익힐 수 없는 무공이라든가 극성까지 연마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든가 하는 무공이 있을 수 없다.

“흐음, GOD 작가, 이 녀석이 제대로 신경 써 줬군.”

무흔은 만족해서 내심 낄낄 웃었다.

“무흔! 잘했어!”

묵직한 목소리에 무흔은 시선을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대호였다.

“알고 보니 곤륜파 무공 별것 아니더라. 난 삼재검법밖에 모르는데 말이야.”

그의 넋두리에 대호가 옆에 앉으며 피식 웃었다.

“아냐, 네 녀석의 삼재검법이 특별했다.”

“삼류 무공이 특별할 게 뭐 있어.”

“그렇지 않았어. 적재적소에 제대로 대응했다는 느낌이랄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상대의 초식을 방어하면서 빈틈을 찌르는 것이……. 끝내주더군.”

“그랬나?”

무흔은 더는 논쟁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대호가 신이 나서 말했다.

“진풍 그 자식 맨날 구대 문파라고 뻐기더니 제대로 한 방 먹었네. 덕분에 나도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됐다.”

“무슨?”

“삼류 무공이라도 극성까지 익히면 위력이 남다르다고. 그동안 가문의 무공을 무시하고 더 고강한 무공을 익혀보려고 발버둥 쳤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오늘 네가 휘두른 삼재검법을 보며 알았어.”

어?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나?

무흔은 손을 내저었다.

“그건 어쩌다 얻어걸린 거라고.”

“아냐. 내가 본 어떤 검법보다 오늘 네가 휘두른 삼재검법이 더 오묘했다.”

“끙!”

무흔은 신음을 토하며 입을 다물었다.

상대가 그렇게 착각한다면 굳이 바로잡으려고 애를 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고, 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니까.

“흐흐, 이젠 진풍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도 감히 너를 무시하지 못할 거다.”

무흔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자연스럽게 백단영으로 향했다.

대호 역시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며 물었다.

“너희 아가씨도 진전이 있어 보이냐?”

“아직 잘 모르겠어.”

“수련하는 무공을 보면 시중의 삼류, 잘 봐줘야 이류인 무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초식을 반복하는 듯하던데. 물론 상대의 초식을 꿰뚫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호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무흔은 다른 생도에 비해 유달리 진지하게 무공을 배우고 있는 백단영을 바라봤다. 그녀는 뭔가 해법을 찾았을까.

문득 그녀가 자주 운경각에 들린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위층에서는 그래도 쓸만한 비급을 얻지 않았을까. 그녀의 재능이라면 그런 비급의 진수를 어떻게든 터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도 구대 문파나 무림세가의 텃세가 꽤 심한 것 같네.”

대호가 중얼거리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먹어야 살지.”

무흔도 옷을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현실로 돌아온 박무훈은 잠을 청하며 소설 천향무후에서 보았던 백단영의 성장을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했다. 리메이크를 한다고 예전의 소설을 완전히 지워버렸기에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무공이 강해지려면 궁극적으로 두 부분을 잡아야 한다.

하나는 내공이다. 일반 무인들은 열심히 심법을 배우고 운용하면 내공이 축적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십 년 또는 이십 년 정도에 해당하는 내공을 단전에 쌓게 된다.

무림세가나 구대 문파의 제자들은, 특히 장래가 유망한 장문 제자들은 어릴 때부터 영약으로 내공을 키운다.

손꼽히는 유명 영약은 보통 일, 이십 년 정도짜리가 많다. 전설로 내려오는 만년설삼이나 공청석유 같은 영약은 육십 년에 해당하는 일갑자의 내공을 단번에 증진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런 영약은 극소수다.

백단영은 상단의 자식이어서 집이 부유하다.

그녀가 무공에 재능이 있다고 알려진 이후 가문에서도 그녀에게 많은 투자를 했었다. 구할 수 있는 영약은 다 먹이려 했지만 정말 좋은 영약은 거래되지 않는다.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백단영은 영약으로 내공을 모아 그녀의 현재 내력은 대략 30년 정도의 수위를 지녔다고 추정됐다. 물론 무흔은 내공이 사실상 0이다.

다른 하나는 비전절기다.

당연히 백단영은 절기를 지니지 못했다.

아마 운경각에서도 별다른 절기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서관에서 아무도 몰라보던, 수백 년 묵은 비급을 찾아내는 그런 기연은 그녀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소설 속에서 마침내 절정 무공으로 두각을 드러낸 때는 전대 기인의 제자가 된 이후다. 물론 그 시점은 지금부터 한참 후다.

“그게 언제였지?”

적어도 초기는 아니었다. 초기에 그녀는 용봉대에서 갖은 실험을 홀로 하면서 스스로 성장했으니까.

물론 그 과정이 헛되지는 않았으나 더디고 힘든 시절임은 분명했다.

박무훈은 백단영을 살릴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백단영을 고수로 만드는 법, 그가 고수가 되는 법, 백단영을 죽일 악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법.

얼핏 생각하면 백단영을 고수로 만드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그가 현대에서 개입한 사람임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악인의 성장을 방해하고 내가 고수가 되어 그녀를 지키는 게 더 자연스럽겠어.”

박무훈의 머리에 그 방법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소설 속에서 남주인 장후성은 온갖 기연을 혼자서 다 먹어치우고 최강고수로 성장한다. 여주를 죽였던 희대의 악인, 마교의 소교주인 사마극도 마찬가지.

이 두 사람이 얻을 기연을 그가 가로챈다면?

문득 박무훈은 조만간 다가올 사건을 생각해냈다.

용봉대가 외부로 파견을 나간 첫 번째 사건이다. 마교가 호송을 의뢰한 표국과 용봉대의 전투.

“마교가 호송한 영약과 비급을 이용해서 마교 소교주가 성장한다. 이것을 빼돌려 내가 먹어야겠어.”

어쩌면 내공이 없다시피 한 그가 단숨에 다른 후기지수의 내공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이 방식은 미래의 흐름을 알고 있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무훈의 고민이 깊어졌다.

 

**

 

용봉대가 만들어지고 대략 석 달이 지났을 때, 백단영은 처음으로 외부 파견을 나가게 됐다. 물론 용봉대원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무림맹 주요 임무다.

용봉대주인 풍사검객이 대원들을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했다.

“최근에 마교의 첩자가 중원에 들어와서 설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그들의 목적은 각종 약초를 비롯한 무기다. 중원 전역에서 수집한 물자를 표국을 통해 마교 본부로 이송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선언에 대원들의 안면에 긴장감이 어렸다. 마교는 기재라는 그들조차도 겁이 나는 집단이었다.

“우리에게 첫 임무가 떨어졌다. 마교의 물자를 수송하는 표국을 색출하여 영약과 무기가 마교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다소 위험한 임무가 될지도 모른다. 아직 마교의 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저렇게 말하지만 무림맹은 이미 그 정보를 확실히 꿰고 있을 것이다. 용봉대원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기에 이런 작전을 시도할 것이다.

“출발은 지금부터 한 시진 뒤다.”

갑작스러운 임무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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