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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8화

8화. 운경각 (2)

 

 

 

갑자기 수문장 녀석들이 안 하던 검문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고 대충 적당히 걸음을 빨리하여 서옹이 누워있는 정자에 도착했다.

“어르신, 사 왔습니다.”

서옹이 그에게서 절편을 받아 맛을 보더니 옆으로 휙 던졌다.

“에잉, 다 식었군.”

“네? 아직도 따뜻한데요?”

무흔은 황당한 기분에 절편을 다시 점검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럼 네가 먹든가. 여기서는 적어도 후후 불며 먹을 정도는 되어야 따뜻하다고 한단다.”

갑자기 욕이 팍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여기에 보온밥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뜨거운 것을 그대로 옮겨온단 말인가.

“가서 다시 사 오거라.”

서옹이 냉정하게 재주문하고는 정자에 드러누웠다.

무흔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서옹이 자신을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험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목이 마른 자는 자신이 아니던가. 대들어 봐야 손해는 자신이다.

무흔은 조용히 물러나서 머리를 굴리며 다시 떡집으로 뛰어갔다.

떡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위로하며 반겼다.

“실패했구나?”

“예?”

“그 어르신이 입맛이 엄청 까다로워. 그래서 대부분 처음에는 실패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했데요?”

“글쎄…… 거기서 다시 불에 찌나 보더라. 그러면 제 맛은 안 나지만 따뜻하기는 하겠지.”

역시 단순히 빨리 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무흔은 절편을 찌는 아주머니에게 조약돌을 따뜻하게 달구어 달라고 요구했다.

“돌은 왜?”

“따뜻한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좋은 생각이다만, 어떻게 가져가려고?”

“혹시 방수포 있으세요?”

방수포는 물과 공기가 통하기 어려워 보온 효과가 탁월했다.

절편이 나오자 무흔은 고운 천으로 절편을 싸고 그 옆에 달구어진 조약돌을 배치했다. 이를 다시 방수포로 꼼꼼하게 쌌다.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절연 효과도 있고…….”

보온병의 구조를 떠올렸다. 이 동네 와서 별 지식을 다 쓰게 된다.

무흔은 두툼하게 포장해서 옆구리에 낀 다음 재빨리 뛰었다.

이번에도 역시 정문에서 수문장이 막았다.

“나, 지금 바쁘거든. 이거 먹고 떨어져라.”

바로 전에 실패했던 무흔은 이번엔 절편 몇 조각을 던져줬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 이것들이 더는 방해하지 않았다. 역시 뇌물이 들어가면 급행이 되는구나.

헉헉대며 정자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이 녀석아, 이번엔 제대로 가져왔냐?”

서옹이 손을 내밀며 빈정거렸다.

“물론입니다.”

무흔은 정자 위에 가져온 것을 펼쳤다. 방금 찐 것 같은 절편이 수증기를 모락모락 뱉어내고 있었다.

“오호, 이번에는 진짜네.”

서옹이 절편 한 조각을 입에 넣더니 엄지를 척 내밀었다.

이윽고 떡을 다 먹은 서옹이 칭찬했다.

“좋아, 앞으로 매일 이렇게 가져오도록.”

“보증서는 어디 있어요?”

“옜다.”

서옹의 품에서 하얀 종이가 휙 날아왔다. 미리 써둔 모양이다. 얼떨결에 얼굴로 날아오는 종이를 낚아챘다.

두 번이나 오가며 간신히 성공한 고생치곤 다소 허탈했으나 목적을 달성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는 꾸벅 인사하고 물러났다.

 

***

 

무림맹이 지난 세월 동안 모은 비급은 운경각(雲經閣)이라는 커다란 삼 층 전각에 비치되어 있었다. 운경각은 무림맹의 중심부에 자리했다.

운경각의 정문은 무사 두 사람이 빈틈없이 경계를 섰다.

무흔이 다가가자 그중 한 사람이 호통쳤다.

“누구냐?”

“경서를 읽어보려고 왔습니다.”

지키는 무사가 그를 아니꼬운 눈초리로 쓱 훑더니 다시 물었다.

“소속이 어디냐?”

“용봉대 예속 부대입니다.”

“흠, 들어가라.”

어째 순순히 들어가라는 점이 이상하다. 무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부로 들어갔다.

전각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이 일렬로 가득 들어서 있고 책장에는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놓인 커다란 책상 앞에 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서고 관리인이다.

“어떻게 왔습니까?”

이 사람은 그나마 공손했다.

무흔은 꾸벅 인사하고는 부탁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적 보러 왔습니다.”

“소속과 이름을 적으시죠.”

무흔은 앞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었다.

어째 이 사람도 보증서 따위는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이상해서 물어보려는 찰나 상대가 먼저 주의사항을 말했다.

“이곳 내부에서는 타인에게 방해되므로 조용히 해주셔야 합니다. 이곳의 책은 외부로 반출이 되지 않습니다. 안에서만 자유롭게 봐주시고 제자리에 꽂아주세요. 귀하께서는 이 층으로는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려는 찰나 관리인이 먼저 의문을 풀어줬다.

“이 층에 올라가시려면 대주의 보증서를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그 위층은 맹주님의 보증서가 필요하고요.”

이 층과 삼 층의 출입방법은 서옹이 일러준 것과 동일했다. 하지만 일 층은 어째 이상했다.

“이곳은 보증서 필요 없습니까?”

“여기요? 필요 없습니다. 무림맹 소속이면 누구나 여기까지는 출입 가능합니다.”

무흔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서옹에게 완전히 속은 것이다. 하! 이 노인네가!

“알겠습니다.”

무흔은 내심 툴툴거리며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곳의 문자가 눈에 바로바로 들어왔다.

마치 한글을 읽는 듯 전혀 막힘이 없었다. 이곳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막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그는 넓은 서고 내부를 전체적으로 쭉 훑어봤다.

법, 역사, 지리, 천문을 비롯한 각종 경전이 무수히 많았다. 사실 다른 것은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무림 비급이 꽂혀 있는 책장을 먼저 찾았다.

그는 한쪽 구석에 자리한 책장에서 무공 관련 책자를 발견했다. 대충 제목을 보고 때로는 내용물도 한두 페이지 훑었다. 대부분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삼류 무공 해설서였다.

“보통 소설을 보면 이런 곳에서 절정 무공이 수록된 비급을 찾아내던데…….”

기연은 없을까. 무흔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열심히 뒤졌다. 역시 제대로 된 무공은 없는 듯했다.

이미 그가 알고 있는 삼재검법이 수록된 책자와 마찬가지 삼류 무공으로 알려진 육합권이나 공공십팔보의 해설서가 보였다. 시골 동네의 이름 없는 문파의 비전절기라는 해설이 담긴 비급도 몇 권 있긴 했으나 모두 시답잖아 보였다.

실망한 무흔은 공공십팔보를 꺼내서 부근의 탁자에 앉았다. 아무래도 무림맹 대주의 보증서를 구해서 이 층으로 올라가야 제대로 된 비급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공십팔보 책자를 펼쳤다.

유래와 기본자세를 비롯하여 응용법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특히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이해하기 편했다.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며 그는 공공십팔보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삼류 무공인 만큼 내용은 길지 않았다. 특별히 연계되는 심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읽는 족족 머릿속에 각인됐다.

불과 이 동네 시간으로 한 시진이 채 되기 전에 마지막 쪽을 넘겼다.

“대충 이해는 된 것 같고 실제로 한번 해봐야 어떨지 알 것 같네.”

책을 다시 본래의 위치에 갖다 두고 막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눈앞에 백단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그의 몸이 얼어붙었다.

“무흔! 집에 안 갔어?”

“아…… 그, 그게요.”

백단영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는 할 말을 잊었다. 고운 얼굴을 살짝 찡그린 그녀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무흔은 그녀를 따라 서고를 나왔다.

운경각의 담벼락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면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무흔은 자신이 예속 부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물론 그 이유를 적당히 둘러댔다. 자신도 무공을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백단영이 이곳에 온 이유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에 의외로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아가씨께선 여기에 무슨 일이세요?”

“새로운 무공을 익혀보려고.”

“공식 수업시간에는 안 가르쳐 주나요?”

“그때 알려주는 것은 좀 달라. 보편적인 내용이랄까…… 난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무공이 필요해서.”

무흔은 그녀의 심정에 공감했다. 이미 비전절기를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는 다른 생도와 달리 그녀는 마땅한 무공이 없는 상태다. 절정 무공에 대한 욕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는 별 것 없던데요?”

무흔이 투덜거리자 백단영이 방긋 웃었다.

“아래층은 그래. 이 층만 올라가도 좀 달라.”

“아가씨는 위층에 올라가 보셨어요?”

“난 용봉대주인 풍사검객께서 보증서를 써 주셨어.”

백단영의 설정을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백단영을 만나본 무림 명숙은 모두 그녀의 무재를 아까워했고 그녀를 도와주려 했으니까. 물론 본인의 절기를 알려주는 그런 기연은 없었지만.

“넌 위층으로 올라갈 수 없겠네?”

백단영이 측은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흔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기회 되면 내가 풍사검객께 말씀드려볼게.”

“괜찮아요.”

그를 토닥이던 백단영이 이윽고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무흔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난 그만 갈게. 다음에 봐.”

“안녕히 가세요. 아가씨.”

무흔은 점심시간이라며 급히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녀도 어째 앞날이 쉽지 않아 보였다. 소설을 읽을 때는 별 것 아니었는데, 막상 소설 속에 떨어지고 보니 앞날이 막막했다.

어쨌든 점심시간. 그도 식당으로 가려고 막 자리를 뜨려던 순간이었다.

왼쪽 팔목에 적힌 숫자가 힐끗 보였다. 이제는 숫자가 익숙해져서 그리 새로울 것이 없긴 하다. 정작 그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그 아래 작게 적힌 글자였다.

- 삼재검법 6/12, 공공십팔보 5/12.

“응?”

그는 삼재검법의 숙련도가 5에서 6으로 바뀐 것을 처음 발견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공공십팔보였다. 이건 대체 언제 생긴 것일까.

삼재검법은 이곳에 처음 접속하던 날 아이템으로 골랐었다.

그때가 5성. 이후 며칠 수련했으니 6성이 된 것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그런데 공공십팔보는 아이템으로 고른 적이 없었다. 관련된 것이라고는 오늘 잠시 도서관에서 책으로 읽은 것밖에.

순간 머리를 번쩍 치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주인공 버프. GOD 작가에게 하소연했을 때 주인공 버프가 있으니 스스로 찾아보라고 했던가. 이게 바로 그것이었나?

“책을 읽기만 해도 무조건 5성은 저절로 익힌 효과가 있다는 말이지?”

갑자기 엄청난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이게 정말이라면 절정 무공이 적힌 비급을 한번 읽어보기만 하면 저절로 5성까지 터득이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크크, 이건 완전 무공 천재인데?”

무흔의 입술이 절로 벌어지며 희열이 솟구쳤다. 일단 시험이 필요했다.

공공십팔보를 생각하자 삼재검법 때처럼 관련 내용이 머리에 저절로 떠올랐다. 그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이렇게, 이렇게 하고…… 그다음이 이것이었나?”

그의 두 발에서 공공십팔보가 펼쳐지고 있었다. 천천히 한차례 보법을 완성한 다음부터는 펼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공공십팔보는 다른 보법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화된 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그래서 삼류 무공의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그의 발이 놀랍도록 매끄럽게 위치를 변형했다.

“뭔가 되네. 이 보법을 펼치면서 삼재검법을 휘두르면…….”

두 무공이 합쳐지면 꽤 쓸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았다.

무흔은 여기에서 진풍을 이길 중요한 단서를 하나 찾아냈다. 어차피 그가 현재 접할 수 있는 무공은 삼류 무공뿐이다. 하지만 이 무공을 혼합해서 펼치면 삼류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노력하니 숙련도도 증가하지 않았던가. 아직 진풍과 비무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나쁘지 않군.”

무흔은 그날까지 삼류 무공을 열심히 수련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현재 그가 기대어 볼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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