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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7화

7화. 운경각 (1)

 

 

 

이틀이 금방 흘렀다.

백단영의 수련 모습을 멀리서 구경하던 오후 시간, 무흔은 팔목 표시가 0이 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00:00:01이 되었을 때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보며 긴장감이 폭발했다. GOD 작가가 거짓말을 했으면 어떡하지? 또는 시스템 에러로 낙오되면 어떻게 할까? 별별 걱정에 휩싸였다.

모든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이 암흑에 휩싸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아!”

박무훈은 눈을 떴다. 주위는 그의 방이었다.

그의 손에는 접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재빨리 시각을 확인하니 떠나던 그 순간이었다. 무려 100시간이나 지났음에도 현실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사실 알 수 없는 현상이 이것 하나만은 아니니까.

그때 휴대폰으로 톡이 날아왔다.

- GOD 작가 : 어떠셨습니까?

- 이거 진짜 맞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 GOD 작가 : 백단영을 실물로 접한 기분이 어떠신지요?

- 아! 너무 예뻤어요. 눈이 정화됐네요.

- GOD 작가 : 앞으로도 계속 접속해서 그녀를 만나세요. 오늘 무림에서 활약한 내용은 리메이크 되어 연재될 겁니다. 앞으로 나흘에 한 번씩 밤마다 접속해야 합니다. 접속 가능할 때는 아이콘에 녹색 불빛이 들어옵니다. 들어가지 않으면 연재 중단이고요.

지난 나흘간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백단영을 본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아이돌 스타를 직접 본 그런 기분이라면 설명이 될까. 보지 않으면 걱정되고 그리워질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를 상상했던 시간이 무려 일 년이 아니던가.

문득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한 GOD 작가의 능력에 경외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술이 일었다.

- 이보세요! GOD 작가님!

- GOD 작가 : 네, 말씀하십시오.

- 근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삼재검법 하나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 GOD 작가 : 주인공 버프가 필요한가요?

 

- 이런 약골로는 여주를 살리기는커녕 내가 먼저 죽게 생겼어요. 당장 한 달 뒤 진풍 녀석이랑 붙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GOD 작가 : 당연히 버프 있습니다. 스스로 찾으세요. 한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 접속 후에 그곳에서 무흔이나 백단영이 죽으면…….

- 죽으면?

- GOD 작가 : 그때부터는 손목에 표시된 시계가 정지합니다.

- 헉!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 GOD 작가 : 다시는 못 들어갑니다.

- 아니 그럼, 한번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고요?

- GOD 작가 : 백억, 아니 천억일지도 모르는 돈이 걸린 일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요?

박무훈은 답을 하지 않았다.

- GOD 작가 : 할 이야기가 없으시면 이만 물러갑니다.

톡이 끊어졌다.

박무훈은 한동안 멍하니 휴대폰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천향무후 아이콘은 붉은색이었다. 접속시간이 되면 녹색으로 바뀐다고 했던가.

문득 소설 천향무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플랫폼을 찾아 들어갔다.

예전에 올라왔던 완결본은 사라지고 리메이크 버전 천향무후가 올라와 있었다.

새 버전 첫 편이 올라온 지 십여 분. 독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시 시작이라 대부분 응원한다는 댓글이었다.

박무훈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눈을 감자 방금 보았던 백단영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아무래도 그녀 때문에 다시 접속하게 될 것 같다.

 

***

 

박무훈의 나이는 서른.

대기업에 몇 차례 입사지원서를 넣었다가 실패하고 현재는 백수 신세였다. 홀로 작은 원룸에서 거주했고 통장에는 몇십만 원의 잔고만 달랑거리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기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지금 현재 부근의 작은 심부름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다.

심부름센터 알바라 하면 얼핏 불법적이고 위험한 일을 연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 일은 말 그대로 심부름이었고 불륜 배우자 추적 같은 불법적인 일은 아주 드물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약간 몸이 바쁘고 머리가 빠릿하게 돌아가야 할 뿐이다. 대신에 시간에 따른 보수는 후한 편이다.

그는 낮에 알바를 하고 밤에 자기 전에는 소설 천향무후를 읽었다. 현재까지 올라온 내용은 모두 네 편. 그가 경험했던, 백단영이 무림맹에 들어간 내용이다.

그는 소설 속에서 무흔의 등장을 확인했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보다는 비중이 높지만 조연급이 아닌 그저 그런 역할이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던 원래 소설과 비교하면 분량 면에서 괄목상대했다.

조회수나 댓글 역시 과거보다 훨씬 개선됐다. 초반이고 리메이크작임을 고려하면 나중에는 엄청난 인기작이 되지 않을까.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그의 눈에 천향무후 아이콘이 보였다. 녹색이다.

몇 차례 주저하다 그는 손가락을 댔다.

주위가 암전된 것처럼 어두워졌다.

 

***

 

소설 천향무후 속으로 다시 들어왔다.

백단영의 수련 장면을 구경하던 그 시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가 현대로 돌아간 때는 이곳에서도 시간이 흐르지 않나 보다.

무흔의 단조로운 일상이 계속됐다.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에 맡은 일을 다 해치우고 서옹에게 보고하러 갔다.

서옹은 정자에 누워 배를 두드리며 그가 한 일을 확인해줬다.

“녀석, 잘하는군.”

서류를 받은 다음 무흔은 그동안 고민했던 것을 작정하고 물었다.

“어르신, 무공을 조금만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흘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민망하게도 일언지하에 거절이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무흔도 짐작했다. 이제는 차선책을 펼칠 때다.

“혹시 이곳에 도서관 있습니까?”

“도서관은 뭐 하게?”

“회계 관련 책을 좀 찾아볼까 합니다.”

“흘흘, 여기 도서관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

비급을 모아놓았다면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이란 정도는 예상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그를 유심히 살피는 서옹의 안면에 미소가 짙어졌다.

“흘흘, 그럴 줄 알았어. 무림맹에도 당연히 도서관이 있다. 운경각이라고, 모두 세 층인데 아래층은 일반 서적과 하급 무공 비서를 모아놓았고 위층은 귀한 비급을 주로 진열해뒀다.”

무흔은 그 말에 내심 환호성을 터트렸다. 저곳에서 비급을 몇 권 입수해서 익히면 될 것 같았다. 무협 소설에서 그런 설정은 흔하지 않던가.

“그런데 지금 네 신분으로는 운경각에 못 올라가.”

“네?”

생각해보니 비급을 아무나 볼 수 있다면 비급이 아니다. 무흔은 다시 물었다.

“제가 들어갈 방법이 있습니까?”

“흘흘, 내가 보증서를 써주면 가능하지. 물론 모든 층은 불가하지만.”

“보증서 하나로는 안 되나 보죠?”

“이 층은 무림맹 대주의 허락을 받은 자만 들어갈 수 있고, 가장 위층은 무림맹주나 무림맹 책사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

접근 방법이 실로 만만치 않았다.

위층은 일단 접어두고 아래층부터 먼저 탐색하는 것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럼 아래층이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보증서를 부탁드립니다.”

무흔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서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걸 왜 써줘야 하느냐?”

“네?”

무흔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멈칫했다.

의외로 서옹이란 이 늙은이가 까다로웠다.

“원래 보증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거든. 그거 잘못 섰다가 집 날리고 마누라까지 저당 잡히는 놈들이 한둘이 아냐.”

이 세상도 보증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그냥 좀 써주면 안 되나? 무흔은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공손하게 다시 부탁했다. 여기도 을은 피곤하구나.

“꼭 부탁드립니다.”

서옹이 비스듬하게 누워있던 상체를 똑바로 세우더니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자네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겠나?”

어째 조금도 밑지지 않으려는 태도다.

“어르신께서 필요하신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난 필요한 게 없거든.”

서옹이 귀찮은 듯 코를 후비적거렸다.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무공을 배울 방법이 없다.

무흔은 억지라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르신! 진짜, 진짜 한번 생각해보세요. 분명 필요하신 게 있을 겁니다.”

서옹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후빈 코딱지를 후 불었다. 조용히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자니 서옹이 손가락을 쓱쓱 닦으면서 말했다.

“흘흘, 좋아. 그럼 매일 아침에 밥 먹기 전에 정문 건너편 시장에 가서 절편을 한 접시씩 사 오거라. 반드시 방금 나온 것이어야 하고 식으면 안 돼. 어떠냐?”

절편은 모나게 눌러서 만든 떡이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으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요구인지라 무흔은 쾌히 승낙했다.

“좋습니다.”

“명심해라. 식으면 안 된다. 안 식으려면 엄청 달려야 할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보증서를 좀…….”

“내일 절편 사 오고 이야기해.”

서옹이 귀찮다는 듯 정자 바닥에 누우면서 그에게 등을 돌렸다.

무흔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 거참, 깐깐하긴.’

어쨌든 오늘은 도서관에 갈 수 없나 보다.

할 일이 사라진 무흔은 한쪽 구석에 앉아 연무장을 바라봤다.

연무장 저편에 용봉대 생도들이 수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절반은 진지하게 절반은 건성으로 자세를 잡고 있었다.

무흔은 그 가운데서 쉽게 백단영의 모습을 찾았다. 백단영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구경하자 피로가 확 풀리는 듯했다.

“역시, 무림 세계로 들어오기를 잘했어.”

무흔이 정신없이 연무장을 보고 있을 때였다.

“어이, 장사치! 뭘 보냐?”

무흔은 시비를 거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짐작대로 곤륜의 진풍이라는 작자였다. 상단의 머슴이라고 장사치라 놀리는 것이다.

무흔은 귀찮다는 투로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네가 알 바 아니다.”

“이 자식이! 크크, 하긴 그 주인에 그 머슴이지. 상단에서 온 그 계집애가 무공이 제일 떨어지나 보더라. 하하.”

무흔은 녀석을 노려봤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백단영은 무가 출신이 아니라서 아직 제대로 익힌 무공이 없었다. 반면 다른 생도들은 적어도 가전 비전절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처음이니 당연히 남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는 그녀가 훗날 엄청나게 성장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분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단영을 계집애라고 폄하하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진풍이 피식 웃으며 그를 툭툭 건드렸다.

“오! 이 자식 그래도 발끈하네? 크크, 너도 마찬가지로 여기 예속 부대에서 끄트머리야, 끝.”

“너, 그러다가 혼난다.”

“크크, 비무 약속 기억하냐? 겁나지? 킥킥.”

진풍이 옆에서 시비를 계속 걸어왔다.

무흔은 녀석을 노려보다 시선을 돌렸다. 명문 정파라더니 하는 짓이 어린애와 같다.

그가 상대해주지 않자 싫증이 난 진풍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다른 곳으로 갔다.

“너! 비무 때 보자. 최소 몇 군데 부러져서 몇 달을 누워있어야 할 거다.”

무흔은 신경 쓰지 않고 백단영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도 생도 사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

 

다음 날, 무흔은 아침 식자재 점검을 마치고 절편을 사러 갔다.

그는 어렵지 않게 정문에서 가까운 떡집을 찾을 수 있었다.

“절편 한 접시요.”

“흠, 무림맹 하급 무사구나?”

절편을 파는 아주머니가 그를 보고는 반갑게 물었다.

“아, 네.”

대충 맞는 것 같아 무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서옹 어르신께 사다 드리는 거고?”

“어? 어찌 아셨어요?”

오히려 무흔이 깜짝 놀라 반대로 물었다.

아주머니가 절편을 자르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 어르신이 절편광이잖냐? 너도 오늘이 처음이면 고생 좀 할 것 같구나.”

“왜요?”

“식으면 안 드신단다. 얼른 뛰어가야 할 거다.”

아주머니가 고운 천에 절편을 싸주면서 신신당부했다.

무흔도 서옹에게 식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던지라 받자마자 뛰어갔다. 하지만 중간에 방해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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