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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5화

5화. 예속 부대 (1)

 

 

 

일단 반응을 끌어냈다. 그런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

무흔이 할 줄 아는 것도 제법 있긴 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부서진 전기제품 수리, 기획안 작성 등. 문제는 현대에서 그가 할 줄 아는 것 가운데 이곳에서 쓸 만한 것이라곤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컴퓨터가 있어야 프로그램을 짜기라도 하지.

“할 줄 아는 게 없나?”

풍사검객의 눈썹이 확 올라갔다.

무흔이 재빨리 대답했다.

“계산할 줄 압니다.”

“계산?”

“더하기 빼기 같은 것 말입니다.”

“흠, 계산이라…….”

그나마 이곳에서 필요하다고 예상한 것이 계산이었다.

하다못해 그 많은 인원을 먹여 살리려면 쌀도 사야 하고 옷도 사야 한다. 그때마다 필요한 물량과 돈을 계산해야 할 것이다. 설마 이 인간들이 구구단으로 무장한 자신보다 계산을 잘할까.

“허허.”

풍사검객이 가소로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만일 이 작전이 먹히지 않을 때 어떻게 할지 무흔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다시 풍사검객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다, 자네에게 딱 맞는 자리가 있을 것 같군.”

의외로 희망을 주는 대답이었다.

풍사검객이 용봉대가 있는 연무장 반대편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의 쓰러져가는 낡은 숙소가 늘어서 있었다.

“저곳에 가면 턱이 뾰족하게 생긴 늙은이가 있다. 그자에게 가서 내가 보냈다고 말하고 다시 물어보라.”

“감사합니다. 어르신.”

무흔은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쯧쯧.”

풍사검객이 혀를 차며 다른 생도의 신청을 받았다.

뒷걸음질로 물러난 무흔은 곧바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무백에게 갔다.

“아저씨,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뭐? 남는다니?”

“아가씨 혼자 두려니 영 마음이 안 놓여서요.”

그의 말에 무백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녀석아! 내가 보기엔 네 녀석이 더 마음이 안 놓인다.”

“에이, 어쨌든 전 여기 무림맹에 머물랍니다.”

“여기 잘 데가 있어? 네가 어려서부터 아가씨랑 떨어진 적이 없으니 그 마음은 이해한다만…….”

“어쨌든 그렇게 아십시오. 정 머물 곳 없으면 백가상단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흐흐, 알았다. 며칠 못 버티고 바로 돌아올 거다.”

무백이 피식 웃고는 손을 흔들었다. 알아서 하란 뜻이었다.

“편히 가십시오.”

“몸조심하거라.”

끌고 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무흔은 그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풍사검객이 알려준 낡은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낡은 숙소는 용봉대의 숙소와 완전히 비교됐다. 예속 부대이고 하찮은 하급 무인의 숙소이니 당연한 건가.

숙소 부근에 도착했을 때 무흔은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바로 어제 구진광과 함께 있던 진풍이란 자였다.

‘이 자식이 왜 여기에 있지? 설마 이 녀석도 예속 부대에 지원한 것은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역시 안 좋은 일은 현실로 나타나는 법이다.

그를 발견한 진풍이 눈을 매섭게 뜨고 아는 체를 했다.

“어이, 네 녀석은 상단의 딸이라던 그 예쁘장한 여자의 하인 아니냐? 여기 무슨 일이야?”

말하는 투가 시비를 걸려고 작정한 녀석 같았다. 그래서 그도 비슷한 어조로 반박해줬다.

“어? 넌 어제 무백 아저씨한테 발렸던 자식이네?”

“하! 이 자식이 오냐오냐해줬더니…….”

진풍이 어이가 없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제 방심하다가 무백에게 졌던 그는 무흔에게 복수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진풍이 현재로서는 감히 비벼볼 수 없는 고수란 사실을 무흔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곳은 무림맹 내부. 괜히 곤륜파 제자인 이자와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쫓겨날 수 있어 그가 많이 불리했다. 그렇더라도 꼬리를 내릴 수 없는 법.

“왜? 반말이라 거슬리냐? 네 녀석 반말에 나도 거슬린다.”

“하! 이 자식이…….”

어이가 없는 진풍이 허탈한 신음을 토해냈다. 상대하기 귀찮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진풍을 향해 무흔이 물었다.

“어이, 진풍이라 했지? 여기 턱이 뾰족한 늙은이가 있다던데?”

“뭐? 턱이 어째? 아! 서옹(鼠翁) 어르신 말이군. 너도 예속 부대에 지원하려는 거냐?”

“당연하지.”

“푸하하. 네 녀석 무공으로는 절대 힘들어.”

진풍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흔은 반박했다.

“내가 어때서? 나 정도면 충분히 승인 날 거다.”

“예속 부대라 해서 만만하게 보면 섭섭하지. 적어도 이류에서는 날아야 입대가 허락될걸?”

“하하, 그 정도야.”

무흔은 녀석의 비웃음을 일축하고 얼른 서옹이라는 늙은이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다그쳤다.

마지못한 진풍이 허름한 숙소 건물 뒤쪽을 가리켰다.

“크크, 좋아. 고마워.”

가볍게 손을 흔들며 건물 뒤로 돌아가는 무흔을 향해 진풍이 소리쳤다.

“네 녀석에게 입대 허락이 떨어지면 내가 성을 간다. 성을.”

진풍이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숙소 뒤쪽에는 작은 정자가 하나 있었다.

연무장 구석에 이런 정자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주변 풍경과 어울렸다.

무흔은 정자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허름한 장삼을 입고 팔베개를 한 채 단잠에 빠져 있었다. 더구나 다른 한 손은 장삼이 걷혀 드러난 배를 벅벅 긁고 있는 상태였다. 역삼각형 얼굴에 뾰족한 콧수염이 두 가닥 나 있는 것이 영락없이 쥐를 닮았다. 그래서 이름이 서옹(鼠翁)인가.

무흔은 정자 아래에서 노인을 불렀다.

“어르신!”

노인은 잠결에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 듯 배를 긁던 손으로 귀를 후볐다. 다시 노인의 숨소리가 골라졌다.

“어르신!”

무흔은 더 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노인이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났다. 반쯤 몸을 일으켜 정자 한쪽에 상체를 기댄 노인이 무흔을 향해 물었다.

“자넨 누구야? 왜 잠을 깨워?”

“혹시 용봉대의 예속 부대원 지원을 받지 않으십니까?”

“무슨 부대?”

“용봉대 예속 부대요.”

노인 서옹이 무흔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

“흘흘, 그건 잘 모르겠는데 뒤치다꺼리하는 부대는 있어. 그래서 왜?”

“예속 부대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안 돼!”

서옹이 손을 팍팍 저었다.

“왜 안됩니까?”

“흘흘, 저거 잘라봐.”

서옹이 정자 바로 옆의 소나무를 가리켰다. 대략 성인 남자 팔뚝 굵기의 나무였다.

“저걸 어떻게 한방에 자릅니까?”

무흔은 바로 항의했다.

나무의 굵기로 보아 검으로 내려쳐 절단하기에는 그의 무공이 턱없이 부족했다.

“예속 부대가 직접 전투에 임할 경우는 없다고 해도 본 부대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단 말이지. 본대를 착실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무공이 필요한 법. 저 나무를 자르지 못하면 힘들어.”

반응이 풍사검객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풍사검객께서 보내셨습니다.”

“엥?”

서옹이 놀란 표정으로 그의 행색을 다시 살폈다. 이어서 찝찝한 눈초리로 물었다.

“그 녀석이 본좌를 놀리려고 보내지는 않았을 테고…… 그런데 무공은 턱없이 부족해 보이고……. 흠.”

서옹이 고민에 잠겨 눈동자만 굴렸다.

보다 못한 무흔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게…….”

“잠깐. 내가 생각해보고.”

서옹이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면서 그를 쓱 훑었다.

“흘흘, 뭐…… 볼 것도 없구만. 내력도 없어, 무공도 없어…… 그럼 위에서 꽂았군.”

“네?”

“가문이 어디냐? 구대 문파냐? 아니면 오대세가냐? 아니면 개방 거지?”

“백가상단이란 곳인데요?”

“백가…… 뭐라고? 그런 곳도 있어?”

백가상단이 하남 일대에서 나름 꽤 큰 상단이라 해도 무림맹에서 주시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다. 무림맹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서옹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풍사 그 자식이 여기로 가보라고 했다고?”

“예, 제가 계산에 밝다고 이 부대에 꼭 필요할 거라고 했습니다.”

“호오…….”

그제야 서옹이 흥미를 보였다.

다시 그를 쓱 훑어봤다. 이번에는 몸이 아니라 머리 쪽이다.

“흘흘, 수리에 밝다고라…….”

무흔은 노인의 눈초리에서 범인과 다른 매서움을 느꼈다. 이 노인이 겉보기와 달리 무림맹에서 상당한 실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그를 살피던 노인이 말했다.

“그럼 내가 내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느냐?”

“네, 하겠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계산 문제를 세 문제 낼 터이니 맞춰보도록 해라. 맞추면 입대하고 틀리면 돌아가는 거다.”

“알겠습니다.”

뭔가 노인을 잘 끌어들인 기분이다.

과연 노인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오히려 무흔이 흥미진진했다.

“첫째 문제다. 용봉대 인원은 모두 서른 명이다. 거기에 대주도 한 사람 있다. 이들에게 하루에 달걀을 세 개씩 나누어준다면 이틀 동안 몇 개가 필요하냐?”

무흔은 내심 킥킥 웃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들이 현대인의 수학 실력을 따라잡을 리가 없다.

그는 나뭇가지를 주워 땅바닥에 숫자를 썼다. 숫자를 쓴 이유는 단순하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생사가 걸린 일이었으니.

“흘흘, 어렵지? 손가락이 열 개라 아쉽지?”

서옹이 그가 그리는 알 수 없는 글자를 슬쩍 보며 빈정거렸다.

무흔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186개입니다.”

“허억! 어떻게 그것을…….”

서옹이 깜짝 놀라 무흔이 땅에 곱셈을 한 낙서를 살폈다.

물론 서옹은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다. 한자밖에 모르는 서옹이 아라비아 숫자를 어떻게 알까.

“틀렸습니까?”

무흔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상 초등 저학년 수준의 문제에 내심 실소를 짓고 있었다.

“아…… 아니다. 다음 문제를 내겠다.”

서옹이 두 번째 문제를 냈다.

“둘째 문제다. 부대 식재료를 샀다. 쌀 한 가마에 동전 다섯 냥이고 돼지 한 마리에 동전 석 냥이다. 쌀 다섯 가마와 돼지 열 마리를 사면 얼마를 내야 하느냐?”

이것도 사실상 초등생 문제였다. 무흔은 피식 웃으며 재빨리 암산했다.

“쉰다섯 냥입니다.”

“허억! 무, 서운 놈! 처…… 천재로구나. 산표도 없이 어떻게 그런 계산을!”

놀라는 서옹의 표정에 무흔이 오히려 놀랐다.

솔직히 서옹이 놀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 동네 사람에게 덧셈이나 곱셈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 모양이다.

이제는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머리를 살피던 서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헐……. 머리통도 작은 놈이…….”

“혹시 구구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구구? 비둘기 단체냐?”

구구단 모르면 곱셈 나눗셈의 계산이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흔은 설명을 중지하고 재촉했다.

“얼른 세 번째 문제를 주세요.”

서옹이 찜찜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씨, 이 녀석 불길하게 다 맞출 것 같네.”

“킥킥, 제가 좀 똑똑합니다.”

“셋째 문제다. 여기 개봉에서 서쪽으로 구백 리 떨어진 곳에 청성파가 있으니라. 일반 무림고수는 하루에 삼백 리를 뛰어가지. 또 개봉에서 남쪽으로 천이백 리를 내려가면 공동파가 있지. 그럼 문제다. 청성파에서 공동파까지 무림고수라면 며칠이나 걸리겠느냐?”

무흔은 마지막 문제가 단순한 직각삼각형 빗변 길이 문제임을 깨달았다. 유명한 피타고라스 정리를 쓸 필요도 없이 중학교 때 삼각형 길이 비로 외우고 있던 3대 4대 5다.

계산을 완료한 무흔이 대답했다.

“닷새 걸립니다.”

“크헉! 그, 그걸 어떻게……. 자네 혹시 청성파에서 공동파까지 직접 가봤느냐?”

“예?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갑니까?”

“으헉, 가보지도 않았는데? 흐음, 자네는 용봉대의 최고 기재이자 책사인 일재(一才) 제갈수에 비견할 만하군.”

서옹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청난 칭찬이었으나 무흔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시험을 통과한 것 맞습니까?”

“그, 그래, 앞으로 예속 부대의 회계를 담당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폈을 때 갑자기 들이닥친 진풍을 만났다.

진풍이 볼멘 목소리로 물었다.

“서옹 어르신! 이런 허접탱이 녀석을 받아들이면 어떡합니까?”

“왜? 불만 있나?”

서옹이 다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진풍에게 물었다.

“이렇게 무공도 모르는 녀석을 받으면 무림맹의 위신에 문제가 생깁니다.”

“흘흘, 그래도 내가 보기에 자네보다 더 쓸모가 있을 법하구먼.”

“어르신! 당장 본대를 따라가야 할 때 무공이 딸리면 오히려 지장을 준다니까요.”

“이놈아, 넌 청성에서 공동까지 며칠 걸리는지 아느냐? 넌 그런 것도 모르잖아?”

“그딴 거 알아서 어디 쓰게요?”

진풍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

서옹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입김으로 파낸 귀지를 날렸다.

답답해진 진풍이 허탈한 목소리로 무흔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네놈이 솔직하게 대답해봐. 네놈 실력이 어떤지.”

“어르신 말씀이 맞는 것 같은데?”

“이 자식이!”

진풍이 주먹을 번쩍 들었다. 당연히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무흔은 진풍을 향해 빈정대는 웃음을 날려줬다.

진풍이 분노에 싸여 날뛰었다.

“무흔! 결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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