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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4화

4화. 후기지수들 (2)

 

 

 

남궁세가 막내딸의 이름은 남궁이화.

현재 일봉이라는 별호로 알려진 여인이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미모도 미모지만 장후성 못지않은 기재로 유명했다.

이미 무공은 차기 가주가 될 오빠, 남궁천기를 넘어섰다는 설이 자자했다.

무흔이 눈을 떼지 못한 이유는 남궁이화의 외모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남궁이화의 엄청난 무공과 까칠한 성격이 워낙 강조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미색이 빛이 바랬다. 그리 의식하지 못하던 사실이었는데 직접 그녀를 보게 되니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아! 모용예, 남궁이화, 백단영. 그래서 무림삼화였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발하고 있자니 옆을 지나가던 남궁이화가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뭐예요?”

톡 쏘는 목소리에 무흔은 움찔했다. 미모뿐 아니라 한 성격한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났다. 그녀를 잘못 건드렸다가 떡이 되도록 맞아 쓰러진 파락호가 한둘이 아니었다.

당황해서 그녀를 멍하게 보고 있자니 남궁이화가 그를 유심히 살폈다.

“나 본 적 있어요?”

“네?”

“흐음, 날 노리는 모습이…… 예전에 하북에서 만났던 그 색마를 닮았어.”

“허억, 네?”

남궁이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심상찮은 표정으로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

망했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기생오라비처럼 멀끔하게 생긴 게 딱 하북의 그 색마 같아. 당신 정체가 뭐지?”

“저, 저는 방금 장후성 대협가 함께 들어간 백 소저의 서동입니다.”

“백 소저? 흐음.”

남궁이화가 객잔 안을 쓱 보고는 다행히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사람 착각한 건 미안한데 기분 나쁘게 쳐다보지 마라.”

남궁이화가 그를 째려보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남궁천기 역시 그를 쓱 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후아, 식겁했네.”

무흔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큰일 날 뻔했다.

 

***

 

정파 무림의 성지이자 무림맹의 본산이 자리 잡은 개봉.

객잔에서 일박한 일행은 다음 날 아침 일찍 개봉으로 진입해서 무림맹 정문에 모였다.

무림맹은 구파일방과 무림세가를 주축으로 한 정도 문파의 연합체다. 사파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이 연합체는 지금은 사실상 무림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발전했다.

무림맹이 맹위를 떨치면서 평화로운 시대를 구가하던 무림은 최근 들어 다시 마교의 융성을 맞이했다. 특히 마교 교주의 제자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초강 고수로 알려지면서 무림맹의 긴장감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무림맹에서는 급히 각 문파에서 뛰어난 기재들을 모아 용봉대를 창설하게 됐다.

“우와!”

문의 높이만 무려 삼 장! 바라보는 사람을 위압하는 그 압도적인 크기에 무흔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서 진풍이 비웃음을 보낸 다음에야 무흔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무림맹에 와본 적이 없었던 백단영 또한 무흔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처음이신가 보죠?”

“개봉 자체가 처음이에요.”

백단영과 대화하며 빙그레 웃는 남자는 일룡 장후성이었다.

그는 어제 객잔에서 백단영을 만난 이후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녀의 튀는 미모도 한몫했지만 유명한 무림세가의 자식이 아닌 상단 출신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장후성은 후기지수 가운데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그의 시선을 받은 백단영도 객잔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의 초점이 됐다. 덕분에 백단영은 어제 그곳에 있었던 후기지수와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그녀가 후기지수 사이에 녹아든 것은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무흔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후기지수를 보며 역시 이곳이나 그가 살던 곳이나 외모는 큰 장점이란 생각을 했다. 동시에 자신의 얼굴에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물에 비친 외모가 절대 나쁘지 않았으니까.

“이곳은 정파인이라면 한 번쯤 들리는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무림의 정의를 수호할 책임과 긍지를 느낍니다. 특히 어릴 때 무림맹을 방문하고 나서 반드시 고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죠.”

장후성이 과거를 떠올리며 친절하게 응대했다.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무공을 연마한 그가 백단영은 매우 부러웠다.

“저도 어릴 때 왔으면 좋을 뻔했어요.”

“아직 안 늦었습니다. 이곳에서 고수가 될 겁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항상 장후성과 함께 있던 모용예는 남궁이화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림맹 정문에 선 수문장이 그들 일행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일룡 장후성이 누구인가. 그 옆에 있는 일검 구진광이나 일승 현공도 무림맹 내에서 이미 유명한 인물들이었다.

당연히 수문장도 이들 유명한 후기지수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앗! 일룡, 일승…… 모두 함께 오셨네요.”

그들 일행을 훑어보는 수문장에게 장후성이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모두 용봉대에 배속된 사람들입니다. 또는 그 휘하 수행 무사이거나.”

“실례했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수문장이 정중하게 길을 터 주었다.

무흔 또한 그들을 따라 가볍게 정문을 통과했다.

무림맹 내부는 밖에서 짐작한 것보다 더욱 넓었다. 곳곳에 펼쳐진 커다란 전각, 잘 가꾸어진 정원, 넓은 연무장, 숙소로 보이는 막사. 흡사 왕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실상 소규모 고을에 비견될 규모였다. 이곳저곳 바삐 움직이는 무인들의 모습에 무흔은 눈동자를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소설 속에 묘사되어 있던 무림맹을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니 감개무량했다. 소설에서 봤던 장면보다 당연히 더욱 현실감 있는 모습에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흔, 신기한가 봐?”

백단영이 무흔의 옆구리를 슬쩍 쳤다. 너무 촌스러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크…… 아가씨, 죄송해요.”

무흔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고는 그녀를 뒤따라갔다.

앞서가는 장후성을 따라 그들 일행은 커다란 팔각정 앞에 도착했다. 팔각정에는 용비봉무대, 즉 용봉대라는 현판이 붙어 있고 팔각정 건너에는 넓은 연무장이 딸려 있었다.

팔각정 앞의 작은 탁자에는 황삼을 걸친 한 인물이 부리부리한 눈을 빛내며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설 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무흔은 황삼인의 정체를 기억해냈다.

풍사검객(風死劍客) 단리강.

무림맹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이자 오대세가에 속하는 단리세가의 장로로 현 무림맹의 실세이자 용봉대를 총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이는 대략 예순을 약간 넘은 정도였다.

풍사검객을 알아본 후기지수들이 그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반갑군. 온 순서대로 명부에 이름을 등록하라.”

장후성이 가장 먼저 붓을 들고 이름을 적었다.

명부에 이름을 적는 순간부터 용봉대에 배속됨을 의미했다. 용봉대 대원에게는 통일된 무복이 주어지고 그들은 향후 숙식을 비롯한 모든 생활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후기지수들이 하나씩 자신의 이름을 적자 풍사검객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단영은 가장 마지막에 이름을 적었다. 풍사검객이 신기한 표정으로 그녀를 요모조모 훑어봤다.

“자네가 하남백가의 백단영인가?”

“네, 그렇습니다.”

무림맹의 주요인물인 풍사검객이 그녀를 알아보자 백단영은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불안함을 느꼈다. 혹시나 기대를 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었다.

“자네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뛰어난 무재를 보인다고 하더군.”

“과찬이십니다.”

백단영은 꾸벅 인사하고 뒤로 물러났다.

모두의 등록이 완료되자 풍사검객이 중후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은 무림맹의 미래인 용봉대의 구성원이 됐다. 지금까지 등록한 인원은 모두 스물셋으로 일곱 사람이 아직 도착 전이다. 모두 도착하는 내일부터 이곳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연무장 건너편에 막사가 둘 보이지? 남녀로 구분되어 있고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함께 온 친지와는 지금 이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바란다.”

백단영과 헤어져야 할 시점이 됐다.

소설대로 흘러간다면 백단영은 이곳에서 수련하면서 그 무재를 꽃피우게 된다.

지금 그녀의 무공 실력은 이들 가운데 가장 밑바닥이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그녀는 장후성과 함께 사실상 후기지수 가운데 최고봉에 도달한다. 아니, 무림맹 전체로도 한 손에 꼽히는 고수가 된다.

하지만 무흔의 경우는 어떤가.

이대로 그녀와 헤어지면 소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흐름은 바뀌지 않고 그녀는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래서야 이곳으로 들어온 보람이 없다.

그녀에게 인사하는 그의 표정이 무거웠을까.

백단영이 그의 심정을 눈치챈 듯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무흔이 헤어지기 싫은가 보네. 그래도 어쩌겠니? 집에 돌아가면 나 잘 도착했다고 전해줘. 가끔 시간 나면 찾아가겠다고 아버지께 말해주고. 사실 여기서 집까지 그리 멀지도 않잖아? 우리도 오래지 않아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무흔은 고개를 숙였다.

‘헤어지기 싫다.’

솔직한 그의 심정이었다.

이곳에 온 목적 때문이라 변명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와 떨어지기 싫었다. 비록 그녀의 얼굴을 본 시간이 하루에 불과하나 그녀를 그린 기간은 일 년이 넘는 무흔이다. 매일 밤 그녀의 일대기를 읽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다. 그 팬심이 어디로 갈까.

“그럼 잘 가.”

백단영이 작별을 고한 후 다른 후기지수를 따라 연무장 저쪽으로 사라졌다.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무백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자,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잖냐.”

무백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무흔은 이 시점에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무림맹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무공이라고는 삼재검법밖에 모르는 그가 용봉대에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막 무백을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그의 눈에 명부를 정리하고 있는 풍사검객이 보였다.

무흔은 재빨리 그의 앞으로 뛰어가 꾸벅 절을 했다.

“저, 어르신!”

풍사검객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헉!”

무흔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났다.

풍사검객의 눈에서 마치 섬전이 뿌려지는 듯한 압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수 중의 고수인 풍사검객의 시선을 그가 쉽게 받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흠, 무슨 일인가? 자네는 누구지?”

다행히 풍사검객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무흔은 가까스로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저는 하남백가인 백단영 아가씨를 수행해서 이곳까지 온 호위무사입니다.”

“호위무사?”

풍사검객이 그를 쓱 눈으로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무공 수준이 보잘것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다른 무인과 달리 당당하게 그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무흔은 괜히 멋쩍어서 머리를 긁으며 재차 설명했다.

“엄밀하게는 호위무사라기보다 아가씨 머슴이지요.”

“그런데?”

“혹시 용봉대를 보좌하는 부서나……, 도움 주는 일을 맡은 사람은 없습니까?”

풍사검객이 다시 그를 쓱 훑었다.

마치 신기한 물건을 보는 듯한 표정이다. 이름만 들어도 몸이 굳어 꼼짝 못 할 그런 사람을 일신의 무공조차 변변찮은 녀석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말을 건네니 신기할 수밖에.

“흐음, 있긴 한데…….”

“알려주십시오.”

“용봉대에는 예속 부대가 딸려 있다.”

그제야 무흔도 생각났다.

용봉대는 사실상 귀족 가문 또는 귀족 문파의 자제들이다.

백단영만 하더라도 집에서는 물에 손을 묻힐 일이 없다. 이곳에서도 식당이 별도로 있으니 특별히 가사 일을 할 필요는 없지만 외부로 파견이나 원정을 나갈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들의 편의를 봐줄 예속 부대의 지원이 필요하다. 용봉대가 오로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혹시 그 예속 부대에 지원할 수 있습니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자네는 어렵다고 봐. 일신의 무공이 영…….”

풍사검객이 혀를 찼다.

무흔도 그의 염려를 눈치챘다. 현재 그의 무공으로는 예속 부대에서도 짐만 된다. 제대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제가 비록 현재의 무공은 보잘것없지만, 무공을 수련해서 올릴 자신이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풍사검객이 혀를 찼다.

“꼭 부탁드립니다.”

무흔은 고개를 푹 숙였다.

유심히 그를 보던 풍사검객이 재차 물었다.

“기개는 좋군. 그럼 무공 말고 달리할 줄 아는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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