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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3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3화

마계 중심부의 흑화성(黑火城).

마신을 모시는 곳이자 서열 1위 바알의 거처이기도 한 그곳에 거뭇한 신형이 줄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와이번과 비슷한 새를 타고 있었는데,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항상 땅이 푹 꺼져 있었다.

마계 서열자들.

즉, 마왕.

그것이 그들이 정체였으니 마계 땅이 들썩일 법도 했다.

심지어 70인 전부가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바알까지 포함하면 마왕의 전체 수는 본래 72인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72번째 마왕 안드로 말리우스가 죽었다.

지금 마왕들이 모이는 것도 그의 죽음 때문이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마왕들은 금방 소집됐다.

그들이 빨랐던 것도 있지만, 바알이 직접 소집 지시를 내렸다.

늦었다가는 목이 날아갈 수도 있기에 다들 하던 일도 마다 하고 달려온 것이다.

길게 늘어진 탁상.

바알이 가장 끝 상석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안드로 말리우스 그놈이 정찰차 인간계로 내려갔다가 죽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허허.”

 

바알은 연신 웃기만 했다.

하지만 마왕들은 알고 있었다.

저 웃음 뒤에 상당한 분노가 어려 있음을.

아니나 다를까 바알의 관자놀이 양쪽으로 혈관이 잔뜩 튀어나와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수틀리면 회의장엔 피바람이 불 것이다.

화가 나면 뭐든 엎는 게 그의 성격이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놀랍게도 바알은 안드로 말리우스를 죽인 자들보다 안드로 말리우스 본인을 욕했다.

그럴 것이 바알이 이미 마왕들에게 경고를 한 바 있었다.

그쪽 세계.

정확히는, 강호(江湖)란 곳.

그곳의 인간들은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절대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오래 전, 이미 당한 전례가 있다고.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혼자 들이대다가 그 꼴을 당한 것이다.

누구한테 당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바알의 분노도 결국은 안드로 말리우스를 죽인 자들에게 돌아갔다.

 

“감히 대마계의 무서움을 모르고 안드로 말리우스를 그렇게 만들다니…!”

“처죽여야 마땅합니다!”

“예! 당장 없애 버리시지요!”

“부대 명령 내릴까요?”

 

바득바득 이를 갈며 말하는 바알에게 마왕들이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사실 마왕들은 안드로 말리우스가 죽은 것에 대해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바알의 비위를 맞추는 게 그들에겐 더 중요했다.

 

“워프 게이트 가동까지 얼마나 걸리겠느냐?”

“못해도…….”

 

방금 전, 당장에라도 뛰어 내려갈 것 같았던 대답이 무색하게 서열 5위 마르바스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5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우라질! 나보고 이 분을 5년이나 삭이란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마르바스는 천마전쟁에서 천사장들 수십 명도 일격에 날렸을 만큼 대단한 강자였다.

어지간한 마왕들도 그의 눈빛 한 방이면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 그가 말까지 더듬으며 움츠린 것은 꽤나 특이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바알이라면 그럴 수밖에.

마신(魔神)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임시로 여는 것은?”

“그, 그것도 막혀 있습니다.”

“뭐야?!”

“천마전쟁으로 인해 게이트가 죄다 망가진 터라…….”

 

바알이 탁상을 내려치며 말했다.

 

“한 달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앞당기거라.”

“예……!”

 

마르바스를 비롯해 자리한 모든 마왕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

 

대륙력 1553년 8월.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팔이 훤히 드러나도록 짧은 차림을 해도 일다경만 걸어 다니면 온몸이 땀 한 바가지였다.

그래서 사내들은 웃통을 까고 다녔다.

짧은 얇든 살갗에 뭐가 닿기만 하면 금방 끈적끈적해졌으니까.

그런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바삐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하!”

“다시!”

“하!”

“다시!”

 

기합성이 끊이지 않았다.

사내들은 물론, 여인들의 목소리도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 정도론 어림없다! 다들 바짝 정신 차려!”

“하!”

“다시!”

“하!”

 

소리만 들어도 땀이 죽죽 났다.

그러니 당사자들은 굳이 자세히 들여다 볼 것도 없었다.

만지면 쭉 미끄러질 듯이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치 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자세를 유지해라! 흐트러짐 없는 게 모든 무공의 생명임을 모르느냐!”

“예!”

“이어 가!”

 

끝없이 이어지는 기합성.

그리고 그들에게 소리치는 웬 남자.

이 무더위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공을 수련하는 그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각 세력의 고수들이었다.

심지어 남자는 남궁세가의 절대검객 남궁천이었다.

따로따로 봐도 신기할 자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것.

그렇다면 이곳의 정체는 뻔했다.

천룡무관.

마왕전에 대비한 수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돼가고 있습니까?”

“그러네.”

 

잠깐 휴식 시간, 남궁천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깔끔한 청의에 다부진 체격.

그리고 빙룡검.

무신이었다.

 

“이리 힘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네가 제일 고생 아니겠나?”

“제가 뭐 하는 게 있겠습니까?”

 

형식적인 말이 아니었다.

남궁천은 남궁천대로, 무신은 무신대로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특히 무신은 남궁천을 다시 봤다.

 

‘회귀 전에는 이렇게 선량했다고는 못 들은 것 같은데.’

 

고개가 갸웃거려질 지경이었다.

정말 딴사람 같았다.

게다가 남궁성 일로 남궁세가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어서 더욱 그랬다.

무신은 금방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위치.

그것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은 이미 강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남궁천의 입장에선 좋든 아니든 선량하게 나올 게 당연했다. 강호는 힘으로 돌아가는 곳이니까.

즉, 대화하는 것만 빼면 실질적인 신분은 무신이 위였다.

그냥 위도 아니고 한참 위였다.

비단 남궁천뿐이겠는가.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떠받들어 줬다.

무림맹주 곽이천도 얄짤 없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딸과 혼인도 맺잔 제안까지 던져왔다.

이제 그 관계들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무신은 아직도 가끔 얼떨떨할 때가 많았다.

그럴 것이 그는 회귀 전에 15년을 삼류무사로 살아왔다.

하지만 회귀 후인 지금은 그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은연중에 삼류무사의 감정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잠깐이었다.

그는 유림교 교주 최무신으로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아갔다.

 

“내 딸을 한번 만나보겠나?”

 

곽이천이 정말 혼인을 준비하려 하면서 애를 먹긴 했지만.

다만 그러고 보니 너무 무(武)의 길만을 걸어온 게 아닌가 싶었다.

한 번쯤은 뒤를 돌아봐도 됐을 텐데.

무신은 문득 자신이 사랑이란 감정을 언제 느껴봤는지 생각해 보았다.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했긴 했었을까.

했었을지언정 기억이 안 나기는 매한가지였다.

망령의 숲에서의 22만 년.

그것이 그를 현자로 만들었다.

그때, 그녀가 왔다.

 

“뭐 하세요?”

 

유청하였다.

수련을 하다 왔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한데도 무신에게 먼저 물을 건네줬다.

배려가 깊은 여인이었다.

무신은 받아 마시며 물었다.

 

“할 만하십니까?”

“전혀요.”

 

단호한 대답에 무신은 놀라 물었다.

 

“무슨 문제 있으신지요?”

“뭐… 그냥…….”

 

유청하가 말끝을 흐리며 뺨을 붉혔다.

무신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어라 입을 열기가 좀 그랬다.

왜일까.

그는 이유를 알았다.

 

“이따 같이 식사나 하시지요.”

 

속에 있는 말을 꺼내면 유청하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기에 무신은 이만 대화를 끝냈다.

돌아서고 보니 그녀를 오로지 마왕전 일로만 부른 듯싶어 그 부분에서도 또 미안했다.

미안한 것 투성이었다.

비단 그녀만이 아니었다.

이유주, 하성운, 그리고 최근에는 북해빙궁 궁주의 딸 해연수까지 넘어왔다.

그들 모두 오로지 무신을 보고 온 것이다.

마왕전보다는.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나도 마찬가지라오, 최 소협.”

“어머, 제가 오고 싶어서 온 거거든요?”

 

그런데 다들 좋게 좋게 반응해 주니 무신으로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무신은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다.

강해지는 것.

마왕전을 반드시 승리로 가져올 수 있게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는 것.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무료함이 몰려올 때가 있었다.

상대.

그에겐 싸울 상대가 없었다.

대련을 한번 하려 해도 그가 두 수, 세 수는 접어줘야 가능했다.

3년쯤 지나서는 윌레이커 카이스나 곽이천도 더 이상 수준이 맞질 않았다.

수준이라니 좀 과한 표현일 수 있겠으나, 정말이었다.

그들은 이제 무신의 간단한 공격 하나 막질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무신은 본디 검술의 극을 달린 사람이었다.

내공만 채워지면 언제든 그 힘을 꺼낼 수 있었다.

마왕전을 준비하며 내공 쌓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고.

그런데 정말 적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

마교의 절대자였던 자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마교가 사라진 지 벌써 햇수로 4년이 다 되어감에도 그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마교의 옛 서고나 기념관을 뒤져도 그 흔적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천마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던 걸세.”

“존재는 했는데 죽은 게지.”

“어쩌면 자네의 무위에 놀라 도망친 것일지도 몰라.”

 

맹주나 남궁가의 가주, 그리고 화산파의 장문이 무신의 의문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천마는 지금 이곳에 없단 식의 결론이었다.

무신도 슬슬 미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없는 놈을 왜 이리 찾아다닐까.

시간만 낭비하는 걸 텐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이 있어 유림교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시꺼먼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아니, 빛보단 연기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굉장히 음침하고 불순했다.

저 멀리 산새들이 푸드득 날갯짓하며 도망갈 만큼.

무신은 경계를 갖추며 걸어갔다.

그곳, 옛 마교의 제단을 향해.

제물을 바치기도 했던 그곳에는 수만 송이의 꽃이 피어나 있었다.

죄 허물고 새로운 땅을 꾸려서였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은 이곳을 절대 마교의 땅이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무신조차 이 땅이 낯설기만 했다.

꽃이 이렇게나 피었었나?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꺼먼 연기가 그 아름다움을 더럽히고 있었다.

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뭘까?

전혀 가늠이 안 됐다.

느껴지는 게 전혀 없었으니까.

무신은 꽃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검풍을 날렸다.

그런데 멀쩡했다.

꽃은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데 시꺼먼 연기는 그대로였다.

무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던 중, 돌연 시꺼먼 연기가 그쳤다.

 

‘아니… 그치지 않았다.’

 

무신은 잘 적을 제외하고는 꼭 몸에 붙이고 다니는 빙룡검을 끄집어냈다.

그 장대한 기운에 꽃밭이 뒤흔들렸다.

이리저리 뽑히고 날아가 자리는 금세 폐허처럼 변했다.

애꿎은 꽃들만 괜히 피해를 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꺼먼 연기 뒤로 굉장히 이질적인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일단 무신에게 적(敵)이었다.

그러니 무기를 뽑아 반응할 수밖에.

 

“…….”

 

무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곳을 쳐다보았다.

그칠 듯 잦아들었던 시꺼먼 연기가 화염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그 높이가 순식간에 수십 장에 이르렀다.

그때였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 올랐다.

툭.

흑영(黑影)을 지닌 그것은 무신보다 머리 한 개 정도 더 큰 웬 사내였다.

그리고 그 사내는 마(魔)의 문양이 새겨진 장포를 입고 있었다.

본 적은 없으나 왠지 알 것 같은 느낌.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갑자기 천마를 만나게 된다… 거참 신기하군.”

 

하지만 아직 모를 일이었다.

천마가 아니라 저승에서 기사회생한 멸교한 마교의 교주 마운현일 수도 있었다.

무신은 찬찬히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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