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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화

24화. 인질 구출 (4)

 

 

 

쿵!

황마가 앞으로 한걸음 전진하며 진각을 일으켰다.

땅바닥이 움푹 패면서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대단한 위력이었다.

무흔은 그런 위협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수이면서도 이처럼 굳건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이 세상을 가상의 세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 있나? 말하라!”

황마가 재차 그를 다그쳤다.

무흔은 대답 대신 검을 앞으로 겨누면서 삼재검법의 검초를 연습하듯 휘둘러 보였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삼재검법의 가장 기초적인 초식을 몸을 풀 듯 천천히 시전해 보였다. 그의 얼굴은 결의로 굳어 있어 마치 삼재검법을 천하 최강의 무공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프하하.”

황마가 그의 동작을 보고는 폭소를 터트렸다.

황마의 안면에서 가소로움이 묻어났다. 말 그대로 삼류. 무공도 삼류이고 인간도 삼류다. 황마 본인도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저딴 시정잡배도 사용하지 않는 초식으로 그를 상대하려 하다니.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몇 대 패서 반쯤 죽여 놓으면 순순히 불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흔은 상대를 얕잡아보는 황마의 태도에서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가 목숨을 건질, 그리고 백단영이 목숨을 건질 기회는 이 한 번뿐이다.

그는 암암리에 천단비화신공을 끌어올렸다.

5성 위력의 신공이 검을 타고 전해지면서 검이 미세하게 떨림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치 준비운동처럼 삼재검법을 연습하듯 휘두르는 덕분에 황마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흔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단 한 번이다!’

그는 벼락처럼 폭발적으로 전진했다. 비록 삼류무공이지만 공공십팔보가 12성으로 펼쳐졌다. 동시에 비천삼검의 제 일식 변을 펼쳤다. 화려한 꽃송이가 피어나듯 어마어마한 위력의 검초가 황마에게 쏟아졌다.

“으잉?”

갑작스럽게 폭사된 비천삼검 일식에 황마는 당황했다. 그래도 황마였다. 황마는 무흔의 공격이 범상치 않음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그는 강기로 몸을 보호함과 동시에 마공을 끌어올려 비천삼검을 후려쳤다.

그의 손에서 황색 기운이 펼쳐지며 비천삼검의 검막과 격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예상 밖으로 무흔의 공력이 강했다. 반대로 급하게 대응한 황마의 공격은 제대로 공력이 실리지 않았다. 그가 무흔을 얕잡아 본 결과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무흔의 검이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며 황마의 전면을 난도질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황마에게 큰 충격을 가할 수 없었다. 무흔의 검이 황마의 강기 보호막을 깨고 들어가며 곳곳에 흠집을 내었으나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이 공격은 황마의 옷이 누더기로 변하면서 피부에 가벼운 자상을 입는 정도로 끝이 났다.

“크윽! 이 자식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황마가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분노가 폭발했다. 눈앞에 날뛰는 저 녀석을 일장에 찢어 죽이고 싶었다. 황마는 몸속의 내공을 마구잡이로 끌어올렸다.

두두두둑-

내기가 그의 몸을 휘감으며 가공할 기운을 내뿜었다.

무흔은 자신의 일차 공격이 제대로 먹혔음을 감지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지금은 계획대로 상대의 분노만 촉발시켰을 뿐이니까.

예정대로 그는 비천삼검의 다음 초식으로 넘어갔다. 그것도 이어진 이식 쾌가 아니라 삼식 강이었다. 유일한 기회를 맞아 목숨을 살리는 방법은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야말로 무흔이 전력을 다한 최후의 일식이었다.

일식이나 이식과 달리 삼식은 극히 단순했다. 대신 그 위력은 그야말로 최강이었다.

마치 허공에서 날벼락이 내려치듯 뇌의 기운이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무흔의 일격이 황마를 휩쓸고 그 기운은 황마를 둘러싼 강기의 막을 단칼에 찢었다. 동시에 막 솟아오른 황마의 마공을 억누르면서 그대로 황마를 짓이겼다.

거대한 강(强)의 기운이 아래로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벼락이 쳤다. 황마가 서 있던 그 자리는 우묵하게 패였고, 사방으로 흙먼지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강기의 파편이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피어올랐다.

“크으으-”

황마의 입매가 일그러지며 울컥 핏물이 내뿜어졌다. 천천히 황마의 몸이 좌우로 두 동강 났다. 비천삼검에 의해 패인 구덩이에 황마의 살덩이가 쌓였다.

“으헉!”

무흔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비명을 질렀다.

오직 죽음을 피하려고 알고 있는 최강의 초식을 전력을 다해 펼쳤을 뿐이다.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비록 황마가 방심했다고 하지만 한방에 끝장을 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는 지금 피범벅이 된 검을 잡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비천삼검의 위력을 되새기기도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흔은 뒤쪽을 돌아봤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대정문주의 딸과 바닥에 쓰러져 혼절해 있는 백단영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아가씨!”

그는 재빨리 백단영을 살폈다. 여전히 그녀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는 백단영을 업고 쪽문으로 달리며 소리쳤다.

“빨리 도망쳐!”

그의 머릿속에는 황마와 항상 짝을 지어 다니는 적마가 곧 나타날 것이란 생각밖에 없었다.

다행히 대정문주의 딸도 상황을 파악한듯했다. 그녀가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 왔다.

우거진 정원을 지나 높은 담벼락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가운데 쪽문이 보였다. 이미 쪽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는 담벼락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 구진광이 도망치면서 처리한 모양이었다.

열린 쪽문을 뚫고 흑사방을 벗어났다.

공공십팔보를 익혔다고 하나 비천삼검에 전력을 다했던 무흔은 빨리 도망칠 수 없었다. 거기에 대정문주의 딸도 무공을 못해서 제한이 많았다.

그렇다고 흑사방 부근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한참을 더 도망쳐서야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때쯤 등에서 꿈틀거리는 백단영이 느껴졌다.

“무, 무흔?”

목 뒤에서 백단영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아가씨!”

백단영이 깨어났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솟았다.

“어떻게 된 거야?”

“저도 몰라요. 기절했다가 깨서 그냥 도망쳐 나왔어요.”

백단영이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일단 황마를 죽인 것은 모른 척했다.

옆에서 대정문주의 딸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곁눈질했다.

무흔은 눈을 찡긋거렸다. 아마 돌머리가 아니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겠지.

“화, 황마는?”

“저도 몰라요. 몸은 괜찮아요?”

그는 급히 주제를 바꿨다.

“내려줘.”

그의 등에 업혀 있으니 쑥스러운 걸까. 그는 조심해서 백단영을 내렸다.

백단영은 발을 땅에 딛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흔은 그녀를 부축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아니, 괜찮아. 조금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무흔은 폭삭 내려앉던 건물에서 백단영이 튀어나오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힘들면…….”

“괜찮아.”

굳이 스스로 걷겠다는 그녀의 의지에 대정문주의 딸이 옆에서 함께 부축했다.

그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백 소저!”

몇몇 사람들이 모였다. 바로 흑사방에서 탈출한 대원들이었다.

“여기 있었군. 어떻게 된 건가?”

제갈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무흔은 적당히 둘러댔다.

“쪽문으로 도망치다가 아가씨와 대정문주 딸을 만났어요.”

“놈들은?”

“노란 옷 입은 녀석이 공격해서 정신을 잃었는데…….”

대충 마구잡이로 둘러댔다.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뭔 소리야?”

“저도 몰라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있잖아요?”

“미친놈.”

구체적인 질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모른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그는 본대의 중요 인물도 아니고 무공도 사실상 없다고 여겨졌기에 아무도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이 백단영에게로 넘어갔으나 백단영의 대답도 비슷했다. 황마에게 쫓겨 후원에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다행히 대정문주의 딸도 상황을 눈치채고 비슷하게 대답했다.

제갈수는 대정문주의 딸을 확인하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모두 퇴각하라는 신호다.

그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도착했다.

장후성과 남궁이화를 비롯한 해결사들이었다.

그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으나 다행히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역시 제 목숨 하나는 건사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진풍과 구진광을 비롯한 대정문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진광은 백단영과 무흔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금방 표정을 갈무리했다.

대정문주와 딸의 상봉이 극적이었다.

용봉대원들은 껴안고 흐느껴 우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제야 무흔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백단영이 크게 다치지 않아 안심했다.

“자, 갑시다.”

장후성이 모두를 독려했다.

귀갓길에는 남궁이화가 백단영을 부축했다.

무흔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백단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딸을 구했으니 작전은 성공이었다. 아마 대정문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비도의 사본을 건네줄 것이다. 덕분에 이 흐름은 과거의 흐름과 거의 달라지지 않고 비슷하게 이어지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긴 했다. 대정문주 딸을 왜 무흔이 구했는지.

 

***

 

현대로 돌아온 박무훈은 머리가 복잡했다.

이번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가 겪은 일은 장난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살인을 하기도 했고, 백단영이 죽을 뻔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와 그녀가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었다.

“예전에는 백단영이 참가하지 않았었고 그래도 무사히 해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되었지?”

겉으로는 그가 마교의 보물을 탈취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적황쌍마가 마교 보물 대신 비도에 관심을 두면서 흑사방에 개입했을 것이다. 하필 황마가 백단영을 추적하는 바람에 위험해졌다.

예전에는 이 사건 해결 과정이 소설에 제대로 서술되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주인공인 백단영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으니까. 단지 훗날 만혈대 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떡밥으로만 간략하게 언급되었었다.

“내가 뛰어들면서 상황이 변했다는 건가…….”

물론 리메이크니까 원작 그대로 따라갈 리가 없다.

소설이 더 재미있어지라고 그도 리메이크에 뛰어들었으니까. 그런데 내용이 변할수록 문제가 생긴다. 미래를 알고 있는 그의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니까.

“골치 아프군.”

어쨌든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는 주먹을 꾹 쥐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천삼검과 천단비화신공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에 운 좋게 황마를 물리진 것으로 보아도 대단한 무공이 확실했다. 현재 그의 무공 수준이라면 황마는 아니더라도 그 아래까지는 해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단지 5성의 완성도다. 어떻게든 12성으로 올린다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아닌가.

“그래, 지금까지는 좋아.”

그는 이번에 백단영을 살려냄으로써 자신의 방향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최선이란 작전 말이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자 비천삼검의 삼식에 머리가 쪼개지던 황마가 떠올랐다. 가공할 위력. 흩날리는 흙먼지. 터져나가는 강기의 파편. 죽음을 알리는 단말마. 사방을 잠식하는 피비린내. 그제야 삶과 죽음을 갈랐던 모든 과정이 떠오르며 정신을 피로하게 했다.

“아……, 정신 사나워.”

어쨌든 살인이었고 처음 맞이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투였다. 아무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그는 휴대폰을 켰다.

“이럴 때는 게임이지.”

그는 격한 감정을 지우고자 게임을 시작했다.

칼로 사파의 흉수를 난도질하는, 영웅의 서사시를 게임화한 무협 게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그는 적들을 무차별로 벴다. 박무훈은 밤새도록 게임에 열중한 덕분에 다음날 출근을 제시간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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