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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8화

18화. 천단비화신공 (3)

 

 

 

무흔은 주위를 돌아봤다.

마침 연무장 내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늘따라 용봉대원마저 연무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슬금슬금 욕심이 났다. 비천삼검을 제대로 펼쳐 그 진정한 위력을 실감해보고 싶었다.

“좋아. 5성의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하여 검에 싣고 비천삼검 제 삼식을 제대로 펼쳐보자. 천년적화초로 얻은 삼십 년 공력을 모두 투입해서.”

현재 그가 뿜어낼 수 있는 최대의 위력을 구현해볼 생각이었다.

다시 검을 쥐고 내력을 총동원하여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은은한 파공음이 귓전에 느껴졌다. 천단비화신공의 기운을 검에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그 패도적인 기운이 주변을 지배했다.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무흔은 점차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우우-웅-

마침내 검이 변화를 일으켰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면서 검에서 천단비화신공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천년적화초의 열매에서 비롯된 기운일까. 붉은 기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동시에 강력한 뇌전의 기운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찍었다.

번쩍-

콰아앙-

머리 위에서 세 줄기 붉은 번개가 내리꽂았다.

주위를 단박에 쪼개버리는 극강의 기운이었다. 그 기운을 받아낸 천지가 흔들렸다.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대기가 파열되고 그 파편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무흔은 천천히 검을 거두며 전면을 바라봤다.

“허억!”

그는 다급한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 누가 이 강함을 상상할 수 있을까. 패도적인 검의 위력이 내리꽂힌 연무장은 처참했다. 땅거죽이 완전히 뒤집혀 일대 삼 장에 해당하는 영역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청석으로 단단하게 다져져 있던 바닥이 완전히 파헤쳐져 우묵하게 내려앉았고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엄청난 위력에 무흔은 아연실색했다.

손에 잡힌 검을 보니 검날의 절반이 부러져 있었다. 천단비화신공과 비천삼검의 위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름이 싸구려 장검이었나. 진짜 이름값을 한다.

천지를 격동시키는 갑작스러운 파공음과 지면의 흔들림에 사람들이 연무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영문을 몰라 주변을 살피다가 무흔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들 가운데 진풍도 있었다.

진풍이 그와 거덜이 난 땅바닥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뭐냐?”

“나, 나도 몰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대충 얼버무리며 무흔은 재빨리 부러진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진풍이 하늘을 쓱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녀석이 혀를 끌끌 찼다.

“흐이그, 평소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날벼락이 내리냐. 쯔쯔.”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훑어보던 진풍이 빈정거리며 물러났다. 모였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당황한 무흔은 후다닥 현장을 벗어났다.

비천삼검의 위력은 예상 밖이었다.

물론 그는 아직 절정 무공을 경험한 적이 없어 그 위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확신은 있었다. 적어도 이 비천삼검을 제대로 익히면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

 

공문서를 읽던 용봉대주 풍사검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류를 모두 읽은 그는 탁자에 문서를 내려놓았다.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시선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을 향했다.

그의 앞에는 일재인 제갈수와 일룡인 장후성이 앉아 있었다. 제갈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습니까?”

“그런가 봐. 대정문이 위기에 빠진 게 사실이었다.”

풍사검객이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정문(大正門)은 하남과 산서의 중간 경계선에 있는 작은 문파였다.

문파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대로 정파로 자부하던 곳이었다. 이 문파가 무림맹에 긴급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 대략 한 달 전. 인근에 있는 사마련(邪魔聯) 소속 흑사방에서 시비를 걸어왔다는 내용이었다.

무림에서는 소규모 방파 간에 지역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일이 흔했다.

무림맹에서도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중원 전역의 모든 다툼에 무림맹이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 후 대정문에서 다시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번에는 내용이 전보다 급했다. 흑사방에서 사마련의 도움을 받아 대규모 습격을 계획하고 있으니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림맹에서는 사마련과의 대립을 꺼린 데다 대정문이 핵심 문파가 아니었기에 무시했다.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최근 소문이…….”

풍사검객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나빠졌나 보죠?”

제갈수의 질문에 풍사검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대정문이 무너졌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닌 모양이야.”

“그래요?”

풍사검객이 목소리를 낮추어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대정문에서 비도(秘圖)를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흑사방도 그것을 노린 거고. 뜬금없이 사마련에서 흑사방을 지원할 리가 없으니 확실하다.”

“하하, 또 뜬 소문인가 보네요. 어디에 무슨 비급이나 보물이 묻혀있다더라, 이런 거죠?”

강호에 보물 지도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무수히 많다. 지금도 중원 전역을 따지면 비도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서너 개는 된다. 당연히 대부분 가짜이고 음모일 경우도 상당수다. 그래도 군중은 몰린다. 진짜라면 단번에 절정고수로 올라서거나 갑부가 될 수 있으니까.

“우리도 무시하고 싶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풍사검객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제갈수는 그의 내심을 파악했다. 대정문 사태에 개입해서 도와주는 척하면서 비도에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라는 뜻이다.

그동안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다 비도란 말에 바로 반응하는 무림맹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쩌랴.

풍사검객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용봉대 전부를 동원할 생각은 없다. 핵심 몇 사람만 움직이면 되니까.”

“그게 저랑 장 소협이란 말이군요?”

제갈수가 손가락으로 자신과 장후성을 가리켰다.

풍사검객이 껄껄 웃었다.

“자네 다친 곳은 다 나았지? 몇 사람 더 데려가. 뛰어난 사람으로. 내가 보기엔 남궁세가의 남궁이화와 아미파의 후연, 곤륜의 구진광, 소림의 현공을 데려가. 그럼 모두 여섯인가?”

그가 언급한 사람의 면면은 용봉대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사실상 차세대 무림맹을 짊어질 주역이다.

비록 지난번에 마교의 그 흑의 청년을 상대해서 미흡함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장후성은 후기지수 최강의 고수다. 그런 그에게 소규모 문파의 분쟁 해결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동료들도 함께 간다면.

고민하던 장후성이 뜻밖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그럼 백가상단의 백단영도 끼워주십시오.”

“그녀는 아직 무공이 약하지 않나?”

풍사검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의외로 초식 운용이 매끄럽고 강해요.”

 

***

 

진풍은 온종일 예속 부대 막사 뒤쪽을 서성이고 있었다.

곤륜 장로에게 불려가 혼쭐이 난 이래로 어떻게 하면 무흔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차하면 무흔을 몇 대 패버리고 싶은 생각이 꿀떡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전무했다. 무림맹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인 데다, 설사 무흔과 일대일로 붙는다손 치더라도 비무 결과에서 보듯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흔, 그 자식을 어떻게 처리하나…….”

진풍은 고민에 잠겨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생각해보면 왜 무흔을 자꾸 괴롭히려 하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이제는 관성이 붙어서 그냥 그가 미웠고 혼내주고 싶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명문 출신도 아닌 놈이 자꾸 설치면 곤란해.”

그의 미움 근원에는 무흔이 구대 문파 출신도 무림세가 출신도 아니란 근본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그는 발끝으로 돌멩이를 툭툭 차며 신경질을 풀려 했으나, 그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가 빈둥거리며 서성이고 있을 때 구진광이 나타났다.

“아, 사형!”

진풍이 반갑게 인사했다.

“뭐하냐?”

구진광이 바닥에 그려진 어지러운 발자국을 지적하며 물었다.

진풍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변을 회피했다. 구진광은 어렵지 않게 그의 마음을 짐작했다.

“또 무흔 그 자식 때문에 고민하고 있구나?”

“헤헤, 우리가 얼마나 혼났는데요.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구진광이 피식 웃었다.

그가 손가락을 까닥여서 진풍을 가까이 부른 후 조심스럽게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틀 후에 난 파견을 나갈 거야.”

“어디로요?”

“대정문.”

진풍은 그곳이 어디인지 왜 가는지 몰랐다. 구진광이 용봉대 주력이랑 떠난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구진광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보조 대원 둘을 데려가기로 했어.”

“보조 대원요?”

“전투 말고 옆에서 잡일을 할 인원 말이다. 힘들지는 않을 거다.”

“아! 거기에 저를?”

“그렇지. 내가 너를 집어넣는다고 힘 좀 썼다. 이럴 때 너도 인맥을 쌓고 그래야지.”

진풍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용봉대와 어울리면 흡사 자신도 그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헤헤, 고맙습니다. 형님!”

진풍이 구진광에게 넙죽 인사했다.

마치 자상한 형처럼 진풍의 어깨를 두드리며 구진광이 말했다.

“너 말고 적당한 녀석이 한 사람 더 필요하니까 알아서 골라봐.”

진풍이 고심하다가 주먹을 꾹 쥐었다.

“무흔을 데려가죠.”

“무흔을 왜?”

“흐흐, 복수해야 할 것 아닙니까? 마침 무흔의 아가씨도 간다면서요? 딱이죠.”

진풍이 한참을 키득거렸다. 덩달아 구진광도 백단영을 떠올리며 음란한 상상에 잠겼다.

“좋아, 그렇게 해.”

신이 난 진풍이 재빨리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

 

무흔은 일과를 마치고 침상을 정리했다.

최근의 일과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대부분 시간을 무공 수련으로 보냈다. 모두 천단비화신공과 비천삼검을 익히는 시간이다. 며칠 노력했으나 5성이란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5성이라도 무공이 몸에 익숙해지자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특히 비천삼검의 무지막지한 위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는 무공을 수련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이 무공만 제대로 익혀도 사실상 적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하게 됐다. 물론 서고를 넘어트리거나 연무장 바닥을 파헤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오늘 수련했던 초식을 머릿속으로 다시 되새겨볼 때였다.

진풍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에게 툭 내뱉었다.

“어이, 무흔! 이틀 뒤 너 파견이래.”

난데없는 소리에 무흔은 안면을 찌푸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진풍이 빈정거리며 놀리듯 말을 이었다.

“대정문에 지원 나간다더라. 너랑 나랑 둘만. 본대는 일곱이 가고. 알아서 준비해라.”

“내가 왜?”

“가기 싫은가 보네?”

진풍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입이 툭 튀어나온 무흔을 향해 진풍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싫으면 말고. 그런데 너희 아가씨도 간다더라.”

말을 듣는 순간 무흔은 머리가 띵했다. 황급히 그는 수락했다.

“아, 그러면 가야지. 나도 간다.”

진풍이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무흔은 침상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 내용을 되새겼다. 마교의 보물 호송사건이 있었던 후 당시의 여주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대부분 시간을 운경각에서 무공을 찾으며 보냈던 것으로 기억됐다.

대정문? 기억은 났다. 이곳에서 발견된 비도가 나중에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발전하니까. 하지만 이 원정에 백단영은 빠졌었다. 이유는 그녀의 무공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들어갔지?’

무흔은 의문에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백단영은 이곳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뀌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설마……, 그녀의 무공이 약하지 않다고 알려졌나?’

예전에는 마교가 비급과 영초를 성공리에 옮겼으나 이번에는 실패한 것처럼 원래의 내용이 바뀔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과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원정에 그녀가 가게 되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젠장!”

변수가 많아질수록 목표 달성이 힘들어진다. 어쨌든 지금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왕 그녀가 파견 나가게 되었다면 그녀가 안전하도록 노력할 일이다.

당연히 그는 그녀를 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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