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화
15화. 마교의 보물 (3)
무흔은 궤짝에서 나온 잡다한 것을 다시 집어넣고 궤짝 전체를 호수에 담갔다. 나중에 마교에서 궤짝을 찾아내더라도 자연스럽게 부수어진 것처럼 위장했다.
두 비급을 들고 잠시 망설이던 그는 화섭자를 이용해 비급을 태웠다. 비급은 이미 다 읽었고 그 내용은 그에게 잠재되어 5성이란 숙련도를 보였다. 여기에 그대로 두면 언젠가 마교에서 다시 가져가 버릴 테니 없애는 것이 답이다.
비급을 구하던 백단영이 떠올랐으나 이 비급을 그녀에게 전해주면 예전 소설과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 확실했다.
예상치 못할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녀가 고수가 될 길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큰 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오히려 지금은 그가 고수가 되어 그녀를 지키는 것이 더 쉬운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비급이 불에 타서 재로 변했다.
“됐다!”
궤짝을 완전히 처리한 그는 동굴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입구는 빛 한줄기 들어올 수 없도록 막혀있고, 동굴 내부로 들어오는 물은 입구의 넓은 물웅덩이에서 시작해서 여전히 작은 시내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 쉽지 않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흔은 막힌 입구 부근을 돌아다니면서 재차 세밀하게 관찰했다. 역시 탈출할 방법은 흙을 파내는 것뿐이려나?
고개를 저으며 다시 돌아오던 그는 여전히 흘러가는 물에 시선이 멎었다.
‘어? 입구가 막혔으면 물도 들어오지 못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처음보다 수량이 줄긴 했지만 계속되는 물 흐름에 무흔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이 흘러들어온다는 것은 외부와 연결된 통로가 있다는 뜻이었다.
막힌 입구에 형성된 커다란 물웅덩이를 보면서 무흔은 그 아래쪽에 통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통로를 찾고 빠져나갈까.
방법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무흔은 다시 동굴 안쪽의, 물이 고인 넓은 연못으로 돌아왔다. 연못 입구에 타고 왔던 조각배가 뒤집혀 있었다.
물 위에서 조각배는 무겁지 않다.
무흔은 힘껏 조각배를 뒤집었다. 그 상태로 물 위에 띄우니 배가 자연스럽게 뒤집힌 채 물에 떴다. 그는 머리를 조각배 안쪽에서 물 밖에 내놓은 채 조각배를 머리에 이고 물속을 걸어갔다.
에어포켓. 배가 뒤집혔을 때 배 내부에서 공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머무는 공간을 가리킨다. 적절하게 에어포켓이 형성되고 이를 이용해서 그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다시 막힌 입구까지 돌아온 그는 재차 배에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었다.
그래 봐야 동굴 내부의 습한 공기이긴 하지만, 산소를 다시 보충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흙이 쏟아지면서 입구를 막았지만 저 아래쪽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물이 계속 들어올 수 없지.”
무흔은 중얼거리며 입구를 세밀히 관찰했다. 남은 것은 확인이다.
다시 배를 뒤집어쓰고 물에 몸을 숙였다. 조각배가 부력으로 인하여 위로 뜨려 했으나 어렵지 않게 잡고 잠수할 수 있었다. 사실 물 깊이도 깊지 않았다.
조각배 안의 에어포켓과 강화된 무흔의 시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물에 잠긴 부분의 무너진 흙더미를 뒤진 지 한참 만에 개구멍을 찾아냈다. 동굴 입구가 무너지면서 그곳에 있던 나무가 함께 쓸렸고 나뭇가지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흙을 막아 생긴 구멍이었다.
구멍 크기는 간신히 쭈그리고 뚫고 나갈 수준. 문제는 물살이 생각보다 꽤 세다는 점이었다.
다시 물 밖으로 나온 무흔은 작전을 세웠다.
물밑에서 가장 큰 문제인 호흡을 에어포켓으로 해결한다. 그 대신 조각배를 지고 나가야 하니 물살과 통로 크기의 방해를 받는다.
그는 다시 조각배를 뒤집어쓰고 물밑으로 잠수했다.
나뭇가지가 막혀 형성된 좁은 틈새를 간신히 조각배로 뚫으며 몸을 낮추어 빠져나갔다. 무너진 흙더미 두께는 거의 이 장 가량이나 됐다.
몇 차례 고생이 반복된 끝에 그는 외부 쪽 호수로 빠져나왔다. 나왔다 싶은 순간 바로 수면 위로 올라갔다.
“푸하-”
고개를 물 위로 내밀고 막힌 숨을 내뱉으며 급히 주위를 살폈다.
입구가 막힌 동굴이 보였다. 예상대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헤엄쳐서 물가로 빠져나왔다.
“흐아, 죽다가 살아났네.”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무흔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가 동굴에 갇힌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했다. 하지만 배고픔도 피곤함도 몰랐다. 그는 계획했던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린 가운데 용봉대는 난리가 나 있었다.
용봉대가 머무는 천막 앞에서 일룡 장후성은 가부좌를 틀고 부상을 치료하고 있었다.
상체에 흰 천을 둘둘 감은 상태에서 붉은 피가 일부 배어 나왔다. 오늘 흑의청년과 한바탕 하면서 입은 외상과 내상이다.
그의 주변에는 백단영을 비롯하여 남궁이화와 모용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모여 있었다. 다행히 장후성을 제외하고는 다친 사람이 없었다.
장후성이 운기를 마치고 눈을 뜨자 모용예가 상태를 물었다.
“다친 곳은 괜찮아요?”
“괜찮아. 운이 좋았어.”
장후성의 대답에 남궁이화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체 그 자식이 누구냐? 그 자식이 우리를 가지고 논 거야.”
화려한 흑의 무복을 입은 이십 대 청년의 정체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장후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동안 일룡이란 칭호를 들으며 우쭐한 적이 많았었는데, 오늘 그 녀석을 만나고 나니 역시 세상이 넓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어.”
오늘의 경험은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슬그머니 부대에 합류한 무흔은 주위를 살폈다. 장후성의 주변에서 서성이는 백단영을 보며 그녀의 안전부터 확인했다.
그는 곧바로 다른 예속 부대원들 속으로 합류했다. 서옹에게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서옹은 풍사검객과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천만다행이다.
그는 무리 가운데에서 가장 안면이 익은 대호를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은근슬쩍 대호의 옆에 끼어들었다.
대호가 그를 반겼다.
“아, 무흔. 저녁은 먹었어?”
“아니.”
“이거라도 먹어.”
대호가 품에서 주먹밥을 꺼내줬다.
동굴에서 먹은 열매 때문인지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것 같아 허겁지겁 먹으며 물었다.
“장 소협이 어떡하다가 다친 거지?”
“한바탕 난리가 났었어.”
대호가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래서 그 흑의청년은 누구래?”
“몰라. 그자의 무공은 정말 놀라웠어. 완전히 미친 자식이야.”
“어느 정도였는데?”
“현재 용봉대의 최강고수가 장후성이잖아? 십 초식을 못 버티더군. 그래서 풍사검객이 뛰어들어 간신히 구했어. 그런데 그 자식이 돌변해서 갑자기 물품을 검사해보라는 거야.”
무흔은 그 흑의 청년이 누구인지 안다. 소설 천향무후의 가장 중요한 악역이니까. 바로 마교 소교주인 사마극이다.
“검사 안 받겠다고 싸운 거 아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한마디로 마교에서 무림맹을 엿 먹인 거지. 용봉대 수준이 궁금했을 수도 있고.”
어쨌든 마교에서 호송하는 물품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마교가 필요로 하는 생필품이 전부였다. 생필품 운송을 제한할 명분은 없기에 용봉대는 오히려 사과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무흔의 입가에 알 듯 모를 듯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는 오늘 자신의 성과를 떠올렸다. 가장 중요한 영초와 무공 비급을 탈취했다. 마교는 팔곡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
그는 뿌듯한 기분에 아랫배를 슬금슬금 만졌다.
뱃속에서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얼른 천단비화신공에 들어있던 심법을 이용해서 공력을 일으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
무흔은 그날 밤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한차례 목숨의 위협을 이겨내고 돌아온 상황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예정에 없던 영초와 비급 탈취. 소설의 흐름을 바꾸어 보려고 무리하긴 했으나 그 성과는 달콤했다.
영초와 비급 덕분에 자신이 고수가 되면서 반대로 사마극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는 GOD 작가에게 톡을 걸었다.
- 봤습니까?
- GOD 작가 : 흐름을 바꾸셨더군요.
- 크크, 제가 원래 이런 거 잘 하죠.
- GOD 작가 : 조심하십시오. 그러다 죽으면 못 돌아옵니다.
염려하는 것 같은, 은근한 협박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정도도 못하면 히로인을 구할 수 없다. 분명히 뒤로 갈수록 흐름을 바꾸기 힘들 테니 초반에 뭔가 해야 한다는 상식을 누구나 알고 있다.
- 그런데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어요?
- GOD 작가 : 명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만 알아두십시오.
- 혹시 작가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무훈은 십여 분 동안 답을 기다리다 포기했다.
“톡을 씹는군.”
쓸데없이 이불에 화풀이한 박무훈은 잠을 청했다.
무림에서 힘을 쓰고 고생한 것과 현실은 전혀 관련이 없나 보다. 몸도 피곤하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했다. 게다가 무림에서는 영초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여기에서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흐, 배까지 고프네.”
아무래도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치맥.
“히히, 성공한 것을 자축해야지!”
그는 휴대폰을 들고 치맥을 주문했다. 무림과 달리 이곳은 평온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다음 날 출근이 늦었다.
***
무흔은 흡수한 영초를 내공으로 변환시킬 기회를 엿보았다. 운기를 하려면 주변의 방해가 없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
용봉대원과 달리 예속 부대원에게는 연공실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서너 개 있는 연공실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운기행공이 무공 연성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어 연공실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 기회를 엿보던 무흔은 연공실 이용을 포기했다.
고심하던 그는 다행히 괜찮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운경각. 도서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가 운경각 일 층을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마주친 인물은 하루에 한둘이 전부였다. 그나마 들어오더라도 입구 부근에서 필요한 책을 뒤지는 사람이 전부다. 그것도 보통 서고 관리인에게 부탁해서 뒤지는 정도였으니 가장 안쪽 구석에 사람이 들어올 일은 없다.
무흔은 서고 내부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책 하나를 들고 자리 잡았다. 앞뒤로 책장이 가로막혀 남의 눈에도 띄지 않는 상황. 주변을 둘러본 그는 지금이 천단비화신공을 확인해볼 최적의 시간이란 판단을 내렸다.
팔목을 걷어봤다.
천단비화신공 5/12라는 표시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슬슬 시작해볼까?”
그래도 영화에서 본 것은 있어 그는 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천단비화신공을 떠올렸다. 사실 그가 천단비화신공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비급을 한번 읽은 게 전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내용은 이미 그의 머리에 모두 기억되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적어도 5성까지의 심득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몸 내부에서 기이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영초의 내력이다. 그 힘은 대해처럼 넓고 거대하여 감히 그가 다룰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는 시험 삼아 힘의 아주 일부를 실타래 풀 듯이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뜨거운 기운이 천천히 그의 의도대로 혈맥을 떠돌기 시작했다.
“오오! 된다!”
뭔지 모르지만 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뜨거운 기운이 용천혈에서 백회혈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를 일주천했다. 그 기분은 실로 미묘해서 그는 끊임없이 운기를 반복했다.
점점 몸이 뜨거워지면서 동시에 몸이 점차 가벼워졌다. 정신없이 그는 천단비화신공을 연성하는 심법에 몰입했다.
고오오오-
그를 손꼽히는 고수로 만들어 줄 강력한 신공이 엄청난 영초의 내력과 맞물려 그를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무려 한 시진에 걸쳐 그는 심법을 끈질기게 운용했다.
몸 내부에 응어리졌던 영초의 기운을 거의 절반가량이나 내력으로 녹여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무려 삼십 년의 내공에 해당했지만 단번에 모든 것을 해치우기 어려웠다.
이윽고 그는 운기를 마치고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빛나는 광채가 발해졌다. 이른바 고수의 눈빛. 물론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그는 가부좌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몸이 붕 떠올랐다.
“허억!”
그는 깜짝 놀라 허공에서 팔다리를 허우적댔다. 그의 손에 서고의 책이 걸리자 그는 힘껏 책장을 붙잡았다.
다음 순간.
쿠쿵-
책장이 기우뚱하더니 뒤로 넘어갔다.
쿠쿠쿠-쿵-
“흐악!”
놀란 무흔은 간신히 몸을 똑바로 세우고 넘어간 책장을 바라봤다.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도미노 게임이라고 있지 않던가. 현실에서 보았던 바로 그 게임처럼 책장이 차례로 줄지어 넘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