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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4화

14화. 마교의 보물 (2)

 

 

 

팔곡산의 고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표국으로 보이는 무리가 짐이 가득한 수레 여섯 대를 끌고 멈추어 섰다. 인원은 대략 서른 명가량. 이 가운데 무인으로 짐작되는 자는 대략 스무 명 정도였다.

“내용물을 확인할 때까지 통과할 수 없습니다.”

“무슨 권한으로 가로막는 거요?”

수레에 실린 짐을 확인하겠다는 용봉대와 검사를 허락할 수 없다는 표국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대립이 계속됐다.

표국의 완강한 거부를 장후성은 마교의 비정상적인 물품 호송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무림맹의 이름으로 절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서로 간에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표국의 무사들 사이에서 흑의 무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등장했다. 대략 스물 초반의 나이에 한 눈에도 범상치 않은 자질이 느껴지는 영준한 외모가 돋보였다.

“무림맹이 그럴 능력이 있나?”

장후성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흑의청년을 주시했다.

“당신은 누구지?”

“그대가 알 필요가 있을까? 능력이 있다면 검사해보라.”

실로 오만한 말투에 장후성은 안면을 찌푸렸다. 오기가 발동한 장후성은 걸음을 성큼 옮기며 수레 앞으로 다가갔다.

푸슉-

갑자기 돌조각 두 개가 위협적으로 날아왔다. 장후성은 상체를 흔들어 재빨리 피한 후 흑의청년의 완맥을 잡아갔다.

다음 순간 흑의청년이 발을 차며 한 바퀴 돌리자 돌멩이 수십 개가 솟구쳐 올랐다. 돌멩이는 흑의청년의 가슴팍까지 올라온 다음 흑의청년의 손짓에 장후성을 향해 빗살처럼 쏘아졌다.

돌멩이의 놀라운 기세에 깜짝 놀란 장후성은 급히 검을 뽑아 휘둘렀다.

쨍- 쨍-

장후성의 검에 돌멩이가 튀어 나갔다.

돌멩이에 엄청난 위력이 포함된 것을 알아챈 장후성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누, 누구냐!”

장후성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흑의청년이 산악 같은 일장을 날렸다.

꽈릉-

장후성은 화산의 절기를 펼쳐 장력을 깨트렸으나 가슴이 막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놀랍게도 사실상 그가 상대하기 힘든 고수였다. 후기지수 가운데 최강이라는 그를 능가하는 청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강렬한 승부욕을 느낀 장후성은 곧바로 허공으로 몸을 날려 흑의청년을 공격했다. 그의 모든 내력과 초식이 집중된 일도양단의 공세였다. 검강에 준하는 검격이 허공을 가르며 흑의청년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았다.

흑의청년은 가벼운 비웃음과 함께 손바닥을 뒤집었다.

콰앙-

장후성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 날아갔다.

“장 소협!”

남궁이화를 비롯한 용봉대원들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장내를 메웠다.

흑의청년이 재차 장후성을 공격하려고 손을 젓는 순간 강력한 검격이 공세를 흩트렸다.

콰앙-

장후성을 구한 사람은 바로 풍사검객이었다.

“오호! 풍사검객? 그렇게 물품을 검사하고 싶나? 좋아, 검사해보게나.”

놀랍게도 흑의청년은 풍사검객이 나타나자 순순히 물러섰다.

상대가 놀리고 있음을 안 풍사검객과 장후성의 안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무흔은 오래지 않아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예상과 다른 전개가 이어졌으나 아직 좌절할 때는 아니다.

그는 품에서 준비했던 것을 꺼냈다. 어제 동굴을 봤던 만큼 동굴 속에서 필요한 것을 일부 챙겨왔다. 물이 침범하지 않도록 기름종이와 두꺼운 천으로 싼 내용물을 꺼냈다. 부싯돌과 불을 붙일 수 있는 잡다한 도구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작은 화섭자가 만들어졌다.

비록 불빛이 미치는 범위가 매우 좁았으나 없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동굴이 막혀 탈출이 불가한 것은 둘째 문제고 중요한 것은 궤짝이다. 이 궤짝 내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적황쌍마의 말로는 비급과 천년적화초라는 영초가 있다고 했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 챙기고 나면 무슨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움푹한 곳에 숨겼던 궤짝을 평탄한 곳으로 옮기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무흔은 화섭자를 한쪽에 세워두고 허리춤에서 검을 꺼냈다.

퍽-

몇 번 칼자루로 내려치고 검날로 쑤시고 하다 보니 궤짝의 한쪽이 떨어졌다. 놀랍게도 궤짝 내부는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어 물에 전혀 침습되지 않았다.

“화섭자 땔감으로 쓰면 딱 맞겠네.”

물에 젖지 않은 내용물이 쏟아져나오며 향긋한 냄새가 주위를 휘감았다.

무흔은 궤짝 안에서 커다란 화분을 하나 들어냈다. 꽤 무거운 화분에는 한 뼘가량 되는 높이의 풀이 자라고 있었다. 밖에 꺼내놓고 나니 그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범상치 않은 약초란 사실을 깨달았다.

적황쌍마의 말대로라면 이 풀은 천년적화초다.

궤짝 내부를 살펴본 무흔은 궤짝 자체가 이 영초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귀한 물건이라 추측됐다.

푸른 잎사귀가 몇 개 달린 영초 줄기 끝에 딸기처럼 생긴 빨간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열매는 모두 두 개. 동굴 안을 진동시키는 향기도 이 열매에서 뿜어졌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천년적화초란 이 영초는 적어도 내공을 수십 년 키워줄 영약이 분명했다. 그들이 이 열매를 화분에 심은 채로 옮겼다는 사실은 이 열매를 따는 순간 즉시 복용해야 함을 의미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고생스럽게 옮기지 않았을 테니까.

무흔은 영초를 조심스럽게 옮겨 놓고 궤짝 내부의 다른 물건을 뒤졌다.

잡다한 물건 사이에서 예상대로 무공 비급 두 개가 발견됐다. 비급의 두께는 얇았고 다행히 물에 잠기지 않아 번짐도 없었다.

그의 눈이 빠르게 비급을 훑었다.

천단비화신공(天丹飛火神功). 비천삼검(飛天三劍).

제목만 보면 그럴싸하긴 한데 실제는 어떨지.

물론 믿을 구석은 있다. 별 볼 일 없었으면 마교에서 몰래 옮기지도 않았을 테니.

무흔은 마교가 비밀리에 옮긴 움직임 자체가 이 비급의 대단함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이 비급은 마공 비급일까? 물론 무흔은 상관없었다. 정파의 무공이든 사파의 무공이든 무슨 상관인가. 그의 목표는 무조건 강해지는 것이니까.

궤짝 내부의 물건을 모두 확인한 무흔은 내부에 들어있던 쓸모없는 것들을 이용해서 화섭자를 유지했다.

급한 일이 사라지자 영초에 달린 붉은 열매가 자꾸 그를 유혹했다.

무흔은 영초에 달린 붉은 열매로 손을 뻗었다.

“시간 있을 때 먹어 치우자.”

주저하다 녀석들이 나타나면 후회막급이니까. 열매를 따는 순간 뜨거운 기운이 훅하고 밀려왔다.

“헉!”

어떻게 이런 열기가? 이름에 천년이란 말이 붙어 있더니 설마 천 년 동안 자연의 기운을 응집한 것이려나? 어쨌든 대단한 영약임은 확실했다.

무흔은 망설이지 않고 입속으로 열매 두 개를 모두 털어 넣었다.

뜨거운 기운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놀랍게도 입안에 들어간 열매는 씹거나 삼키기도 전에 바로 녹아서 천천히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허억!”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무흔은 어쩔 수 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생각해보니!

“컥! 씨불! 여, 여긴 아까 그 자식이 오줌 싼 곳이잖아!”

오줌물이든 뭐든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무흔은 물속에 전신을 푹 담갔다. 그나마 열기가 조금 사라졌다. 아, 찝찝해.

무흔은 뱃속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려 애썼다.

바로 옆에 물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원래 내공이라고는 전혀 없던 그인지라 몸 내부에서 영초의 기운은 거리낌 없이 그의 혈맥을 타고 돌았다.

참을 수 없는 무지막지한 고통이 몰려와서 물속에서 고통을 참으며 허우적거렸다.

열기를 잠재우지 못하고 끙끙대던 무흔은 불현듯 뭔가를 깨달았다. 몸 내부에서 이글거리는 뜨거운 기운은 특이한 속성의 내력과 마찬가지 아닌가.

내력을 제압하려면 결국 심법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는 물속에서 가부좌를 취했다.

“으으으……, 심법! 심법으로 내기를 다스려야 해.”

그는 자신이 아는 심법을 떠올렸다. 다행히 운경각에서 읽은 삼류 무공 중에 심법이 있었다. 무허심법이라는, 이름만 그럴듯한 가장 기초적인 토납법이다.

무허심법은시중에 알려진 가장 흔한 심법이었다. 문제는 그런 심법마저 지금 무흔에게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가 익힌 무허심법은 5성이 아니라 1성. 이곳에 파견 나오는 동안 공공십팔보를 12성으로 극대화시키느라 하필이면 무허심법을 1성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으헉! 재수도 오지게 없지. 하필이면 그걸 1성으로 만들어서!”

1성이란 수준은 사실 있으나 마나. 그의 몸 내부를 떠돌던 거대한 기운은 제대로 인도되지 못하자 결국 아랫배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막대한 내력이 그의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잠재된 기운으로 남게 된 것이다. 사실상 아직 열매에 담긴 내력을 그는 대부분 흡수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몸속에서 요동치던 기운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무흔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뭔가 뜨거운 것이 몸 깊은 곳에 잠재한 기분이 느껴졌지만 딱히 내력이 생겼다는 느낌은 없었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제대로 된 심법이 없으니 내력도 뜬구름인 모양이었다. 괜찮은 심법을 익히고 다시 시도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물에서 빠져나왔다. 몸에 오줌이 밴 기분이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서성거리던 그는 궤짝 옆에 주저앉았다.

“비급이나 훑어볼까.”

그는 궤짝에서 나온 비천삼검을 펼쳤다.

- 하늘에서 뇌성이 울리고 벼락이 내려치니 인세에 구현된 적이 없는 검기가 허공을 가르고…….

그는 비천삼검 비급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던 삼류 무공비서와는 내용이 완전히 달랐으니까. 이게 검법을 설명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책을 넘기면서 그는 점차 비급에 빨려 들어가듯 몰두했다. 책이 두껍지 않았기에 오래지 않아 그는 끝까지 독파했다.

“음……, 이게 뭐지? 알 듯 모를 듯…….”

책에 따르면 비천삼검이란 천하무적이라는 검초 삼식을 모은 무공이었다. 뭔가 엄청난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의심스러웠다.

문득 무흔은 자신의 사기적인 능력이 생각났다. 무엇이든 읽으면 바로 5성까지 터득되는 그 기이한 능력. 그는 황급히 왼쪽 손목을 걷었다.

14:38:15. 돌아갈 시간까지 14시간 남짓 남았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동굴에 갇힌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안면을 찌푸렸다.

이어서 팔목에 적힌 그의 무공 능력치를 살폈다.

아!

능력치 맨 앞에 비천삼검 5/12가 적혀 있었다. 가장 앞에 표시되었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익힌 삼류 무공과 다르다는 점을 의미했다.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무흔은 다른 책으로 손을 뻗었다.

천단비화신공.

같이 있던 비천삼검 무공이 대단하다고 추측되는 만큼 이 천단비화신공도 보통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대를 품고 비급을 넘겼다.

-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니…….

마찬가지로 뜬구름 잡는 내용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무슨 비급이 하나같이 이리 고리타분한 말로 시작하나…….”

평소라면 바로 덮어버렸겠지만 비급을 읽으면 그 오의가 자연 체득된다는 사실 때문에 그는 끈질기게 책장을 넘겼다.

천단비화신공 비급 역시 그리 오래지 않아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천단비화신공의 전반부는 심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신공을 연성하면 내부에 뜨거운 불의 기운이 축적되고 내력이 생성됐다. 후반부는 이렇게 축적된 기운을 장법이나 지법, 심지어 검법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책을 내려놓은 그는 다시 팔목을 들여다봤다. 비천삼검 옆에 천단비화신공 5/12가 나타나 있었다.

“흐음?”

주위로 눈길을 돌리던 그는 화들짝 놀랐다. 시야가 밝아졌다. 화섭자가 거의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그는 사물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물론 낮과 비교하기 어려운, 어둑어둑한 상황이지만 화섭자 없이 동굴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 변화는 천단비화신공과 관련되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하여 내력을 형성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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