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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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9화
69화. 비무 대회 (5)
콰앙!
묵직한 두 자루의 검이 부딪히며 폭음이 일었다.
남궁이화는 검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깜짝 놀랐다. 상대의 내력이 예상보다 훨씬 심후했다.
비록 죽립 때문에 표정을 보기 어려웠으나, 놀랍게도 상대는 그리 전력을 다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무극서생이었다.
어쨌든 남궁이화는 자신이 우러러보던 무극서생과 비무를 한다는 사실에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동시에 다시 얻기 힘든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으로 그녀는 최선을 다해 무극서생을 공격했다.
그녀의 검이 묵직한 기운을 내뿜으며 밀려가자 무극서생의 검이 날카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무흔은 잔백수라십이검을 전력을 다해 펼치고 있었다. 남궁이화가 최선을 다한 검초는 무흔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상대하기 쉽지 않았으니까.
무흔은 남궁이화와 검이 부딪힐 때마다 귀의에게 감사했다. 만일 귀의가 끌어낸 내력 향상이 없었더라면 절대 남궁이화를 이렇게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무가 격렬해졌다.
일전에 무흔은 중후하고 무거운 학선검법을 펼치는 대호를 상대로 잔백수라십이검의 날카로움과 빠름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요리했다.
그런데 남궁이화의 경우는 비슷한 유형을 펼치는 대호의 경우만큼 쉽게 처리하기 어려웠다. 잔백수라십이검은 상성에서 그리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못했다.
‘역시 남궁이화다!’
무흔은 비무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실력에 감탄했다.
예상대로 남궁이화는 그에게 좋은 비무 상대였다. 그가 체득하기 힘들었던 실전 감각을 확실하게 잡아주었으니까.
콰앙!
전력을 다해 검을 후려친 남궁이화의 검초가 돌변했다. 더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검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무흔도 변화를 줬다. 지금까지 삼류 무공인 공공십팔보를 이용해 하체를 움직이던 것을 최근에 익힌 추혼천상보로 변경했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무흔의 신형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남궁이화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빠르게 공세를 취하던 무흔의 검이 수배나 더 빨라지는 효과를 보였다.
“허걱!”
남궁이화는 갑자기 빨라진 상대의 검에 당황해서 뒤로 밀려났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해볼 만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머리로 검이 들어온다 싶으면 어깨로 공격이 들어왔고, 허리로 공격이 들어온다 싶으면 가슴으로 검격이 치고 들어왔다.
수세에 몰린 남궁이화가 반격에 나섰다. 그녀의 검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며 무극서생의 허리를 노리고 베어들었다. 현공을 물리칠 때 펼쳤던 바로 그 절기였다.
무흔은 검을 피해 허공으로 뛰어오른 후 묵천신검으로 상대를 겨냥했다. 그러자놀랍게도 강기의 파편이 비수처럼 날아 남궁이화를 공격했다.
“헉!”
대경한 남궁이화가 검신을 이용해 강기의 파편을 막았다.
따땅!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남궁이화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예상 밖의 위력을 보이는 강기에 그녀는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이게 뭐죠? 검강?”
무흔이 펼친 무공은 패천마혼비였다.
강기를 신체 일부나 무기를 통해 암기처럼 뿌리는 무공이다. 패천마혼비를 이용해 묵천신검의 검극으로 파편을 뿌리자 흡사 검강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물론 무흔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검을 쥐지 않은 좌수를 이용해 다시 패천마혼비를 시전했다.
푸슉-
강기의 파편이 남궁이화를 직격했다. 놀란 남궁이화는 다급하게 검막을 펼쳤다.
따땅-
패천마혼비에 맞은 그녀의 검신이 부러질 듯 휘어졌다. 대단한 위력이었다.
“이, 이게 무슨!”
남궁이화의 입에서 감탄이 터졌다.
손으로도 펼치는 것을 봤으니 검강이 아님은 분명했다.
문제는 그 위력이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뿌리는 강기의 파편을 의식하다 보니 쉽게 공격을 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검만이 아니라 발까지 묶이는 효과가 발생했다.
허나 이대로 밀릴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공을 평가하고 나아가 무극서생의 무공 수위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장후성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아껴두었던 초식을 꺼내들었다.
남궁세가에서 가주를 제외한 나머지 직계에게 전수되는 최강의 초식, 창궁평천을 펼쳤다. 한 마리의 거대한 대붕이 먹이를 낚아채듯 위맹한 검력이 무극서생에게 몰려갔다.
이것은 무흔이 예상했던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는 묵천신검을 활용해서 패천마혼비를 다시 뿜어냈다.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강기의 파편이 덩어리를 이루고 날아가 창궁평천과 부딪쳤다.
콰아앙!
남궁이화가 전력을 다한 검초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흔이 뿌린 강기의 파편이 조각조각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뿌려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창궁평천 역시 산산이 깨졌다.
“크윽!”
남궁이화는 온몸을 들쑤시는 듯한 충격에 주르르 뒤로 밀려났다.
먼저 공격한 것은 그녀였건만 상대가 뿌린 강기를 버티기가 힘들었다. 내력의 차이이자 동시에 무공 초식의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남궁이화는 이를 악물고 재차 상대를 공격하려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승부욕을 끌어올리는 그녀을 보던 무흔이 검을 아래로 내렸다.
금방 그녀는 무극서생의 뜻을 깨달았다.
이대로 비무가 계속되면 그녀는 자칫 내상을 입을 우려가 컸다. 내일 장후성과의 일전을 앞둔 그녀는 지금 무리하면 안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남궁이화도 검을 거뒀다.
무흔은 묵천신검을 검집에 넣고 묵묵히 몸을 돌렸다. 그때 뒤쪽에서 남궁이화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고맙습니다. 도움 많이 되었어요.”
무흔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당연히 무흔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에도 또 비무 해줘요.”
무흔은 못 들은 척 추혼천상보를 펼쳤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남궁이화는 멍한 표정으로 무극서생이 있던 곳을 쳐다봤다.
“대, 대단했어. 그는 그냥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 같았는데…….”
남궁이화는 오늘 무극서생이 펼친 무공 가운데에는 그날 구가장에서 풍운쌍마를 난도질했던 절정 무공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실은 명백하게 오늘 무극서생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대체 무극서생의 무공은 어디까지인가…….”
그녀는 감탄사를 발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무림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객잔에 용봉대원 다섯이 모였다.
장후성, 남궁이화, 모용예, 구진광, 그리고 백단영까지. 항상 함께 몰려다니는 다섯 사람이다.
이들은 비무 대회를 모두 마치고 회포를 풀기 위해 객잔에 모여 회식을 즐겼다.
그런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무흔 역시 이들 사이에 끼었다. 백단영이 무흔도 같이 가야 한다며 극구 주장했기 때문이다.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는 무흔이 끼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고, 구진광은 노골적으로 싫은 태도를 보였으나 백단영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쟁쟁한 후기지수 다섯 사이에 끼어 있으니 무흔은 기분이 이상했다.
지난번 매화곡의 은옥상이 함께했던 회식 자리에서 별도로 앉았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긴 했지만 그에게는 어차피 그게 그거였다. 같은 상에 앉았다고 하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그런 위치는 아니었으니까.
비무 대회 우승자를 위한 축하주가 돌았다.
최종 우승자는 역시나 장후성이었다. 절치부심했던 남궁이화는 고배를 마셨다.
“역시 장 소협이야!”
“남궁 소저도 잘했어.”
모두가 환호하며 축하주를 마셨다.
“그래도 차이가 크게 났어. 난 더 열심히 해야겠더라.”
남궁이화는 깨끗하게 패배를 선언함으로 장후성은 모두에게 최강자로 각인됐다.
“하하, 모두 고마워.”
남궁이화가 축하주를 넙죽 받아 마시며 싱글벙글 웃음 짓는 장후성에게 한마디 했다.
“내년엔 내가 이길 거니까 기대해라.”
“좋아, 열심히 해서 올라와. 흔쾌히 받아줄게.”
대회가 끝났어도 평소처럼 남궁이화는 무공 증진에 의욕을 보였고 장후성은 그녀의 도전 선언을 받아줬다.
무흔은 전날 남궁이화와의 비무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그녀의 의욕을 잘 알기에 그녀가 상심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장후성은 달랐다. 그는 장후성이 이 무림 세상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다시 되새겼다.
장후성과 남궁이화에게 쏠렸던 관심이 백단영에게로 옮겨갔다. 모두가 백단영의 급속한 성장을 칭찬했다.
“정말 무흔의 덕이 컸어. 내가 여덟 명까지 올라갔던 것은.”
백단영이 살갑게 무흔에게 감사하며 그에게 먹을 것까지 챙겨줬다. 그녀에게서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아보는 무흔이 당황했다.
“무흔의 덕?”
남궁이화가 무슨 소리인지 백단영에게 물었다.
그러자 백단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무흔이 운경각에서 무공 비급을 빌려줬거든.”
“아…….”
무흔이 운경각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에 그들은 금방 어떻게 된 연유인지 이해했다.
“삼 층 서고는 아니었을 테니, 이 층 서고에도 쓸 만한 게 있었나 보네?”
“그런가 봐.”
남궁이화의 질문에 백단영이 대답했다.
모두 운경각의 삼 층 서고가 금지구역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남궁이화가 무흔을 힐끔 살피더니 갑자기 질문을 툭 던졌다.
“이 층 서고에 쓸 만한 비급 좀 있냐?”
“네?”
무흔은 당황해서 멀뚱거렸다.
“아, 아냐.”
남궁이화가 피식 웃으며 금방 질문을 거두어들였다.
그렇더라도 무흔은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
어젯밤에 그녀는 새로운 무공, 더 강한 무공을 갈망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최고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아쉬움을 다른 무공으로 풀 방법을 찾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남궁이화와 엮이는 것은 정체 발각 위험 때문에 여러모로 부담됐다. 무흔은 다시 묻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대화는 금방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무림 대회가 끝나고 이틀간 공식적인 휴식이 주어졌기에 놀 거리를 찾았다.
“지난번처럼 청담호에 가서 배를 탈까?”
“아, 거긴 싫어.”
구진광이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술을 마시려면…….”
일행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지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무림인이었다.
그들 가운데 대표로 보이는 한 사람이 장후성에게 손을 흔들었다.
“후성아!”
“아, 사숙!”
장후성이 벌떡 일어나서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무흔은 몰려온 사람들을 살폈다. 장후성의 사숙이라면 화산파의 인물인가? 그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무림맹 소속으로 보였다.
장후성이 모두에게 소개했다.
“모관청 사숙이셔.”
무흔은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구인지 금방 기억 해냈다.
무림맹이 자랑하는 핵심 무력부대인 청룡대 소속의 무인이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청룡대 대주 바로 아래 직급으로 기억했다. 즉 청룡대 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수였다.
한 사람씩 인사하는 가운데 구진광이 물었다.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실은 수배령이 내려진 놈들을 추적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수배령요?”
무림맹에서는 잔인한 위험인물에 대해 무림 공적으로 수배령을 내렸다. 주로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이거나 여인을 겁탈하는, 질이 나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놈들이 하필이면 무림맹이 있는 개봉으로 도망와요?”
“그러게 말이다. 개봉이 도시가 크다 보니 숨어 있기 유리해서라고 생각한다만…….”
모관청이 한탄하며 중얼거렸다.
“대체 누굽니까?”
남궁이화의 호기로운 질문에 모관청이 한숨을 내쉬었다.
“혈살이마존이야. 현재 청룡대 수십 명이 개봉을 샅샅이 뒤지고 있어. 아마 곧 잡힐 거야.”
혈살이마존이란 말을 듣는 순간 무흔의 머리에 익숙한 사건이 강타했다.
예전 소설에서는 혈살이마존의 정체가 혈마존, 살마존이라 불리는 마교의 고수 둘이었다. 무림의 공적으로 무림맹에 쫓기다가 결국 마교에 투신하고 훗날 새롭게 등장했다.
모관청이 혈살이마존의 행적을 설명했다.
혈살이마존이 하북 쪽에서 살인과 겁탈 사건을 저지른 후 이쪽으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무림맹 청룡대에서 추적 중이라고 했다.
모관청은 바쁘다며 일행 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을 때 장후성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틀 쉬는 동안 우리가 혈살이마존을 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