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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8화

68화. 비무 대회 (4)

 

 

 

비무 대회 세 번째 날.

올라온 여덟 명은 두 명씩 짝을 지었기에 모두 네 경기가 이루어졌다.

이들 여덟이야말로 사실상 용봉대의 최정예라 할만했다.

일룡 장후성.

일봉 남궁이화.

일승 현공.

일재 제갈수.

이 넷에다 아미파의 후연과 남궁세가의 남궁천기, 하북팽가의 팽수아를 더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자리가 바로 백단영이었다.

이 가운에 앞서 언급한 일곱은 사실상 누구나 그 무위를 인정하던 바였으나, 백단영의 팔강 진출은 모두에게 뜻밖이었다.

“하필 구진광이 그날 배탈이 나서 그렇게 됐지.”

모두가 백단영의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 바람에 백단영의 다음 시합은 초유의 관심사가 됐다.

백단영의 다음 상대는 하북팽가의 팽수아였다.

그것도 오늘의 첫 시합. 백단영은 비무대 위에서 팽수아를 기다렸다.

팽수아는 명문세가 출신임에도 남궁이화 쪽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연향의 군소방파 쪽에도 끼지 않았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홀로 독불장군처럼 생활했다.

팽수아는 여인으로서는 드문 커다란 도를 사용했다. 백단영이 사용하는 연검과 달리 도신이 넓어 대조가 됐다.

“시작하라!”

풍사검객의 선언이 있고 난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검과 도를 겨눴다.

“과연 다르다.”

백단영은 팽수아에게서 전해지는 압박감에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곱 중에 그나마 가장 만만해 보이는 상대가 팽수아였는데 직접 맞서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최근에 급격히 성장한 터라 용기를 내어 연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공격은 백단영이 먼저 시작했다.

그녀는 보법을 발휘해서 최고의 속도로 팽수아에게 접근했다. 동시에 연검이 낭창 휘어지며 팽수아의 허리를 휘감아갔다.

순간 팽수아의 도가 허공을 가르며 연검과 만났다.

챙!

백단영은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파에 하마터면 연검을 놓칠 뻔했다.

하북팽가가 도에 일가견이 있다더니 정말이었다. 단 일합의 겨룸만으로도 백단영은 연검의 장점인 변화와 속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휘리리릭-

금방 그녀의 공세에 변화가 일었다.

백단영의 신형이 팽수아의 좌우로 급하게 이동하면서 그녀의 연검이 상대의 허점을 찔러 갔다.

백단영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회전하면서 그녀의 연검 역시 어디를 공격하는지 알아보기 힘들 만큼 사방에서 흔적을 만들었다.

“흐음.”

그러자 팽수아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도를 휘두르며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놀랍게도 백단영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열심히 공격하는 반면 팽수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채챙!

팽수아는 비바람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고목과 같아 보였다.

백단영은 무애잡아함경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상대를 공격했다. 화려한 녹색빛이 그녀의 연검에서 폭사됐다.

의외로 치열한 접전에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백단영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은 것이다.

무흔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단영의 급성장이 말문을 막히게 했다. 과거 은옥상과 겨루었을 때와 비교하면 백단영의 무공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였고, 이틀 전 유연향과의 대전 때와 비교해도 확연히 달라졌다.

‘무공 천재인가?’

그녀의 빠른 성장에 무흔은 새삼 그녀가 여주인공이란 점을 다시 깨달았다.

여태까지의 성장 속도라면 한두 달 뒤면 백변연환검법을 대성할 기세다. 그때가 되면 적어도 지금의 남궁이화 수준에 근접하지 않을까.

무흔은 자신이 전해준 무공 비급 덕분이라는 사실에 내심 뿌듯했다.

어쨌든 백단영이 사부를 만날 때까지 그녀를 계속 인도해주어야 한다. 아마 운경각에서 추가로 무공 비급을 찾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콰앙!

그때 예상외의 폭음이 비무대에서 울렸다.

백단영이 팽수아가 뿌린 회심의 일격을 연검으로 받아내면서 뒤로 우르르 밀려났다. 내공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모습이었다.

백단영은 비무대의 가장자리에 이르러 간신히 몸을 수습하고는 다시 발을 박찼다. 한 마리의 백조처럼 그녀의 신형이 허공을 날면서 연검이 팽수아를 휘감았다.

팽수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을 개시했다. 하북팽가의 비전 도법이 전면으로 뿌려지며 백단영의 신형을 강타했다.

“크윽!”

백단영이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더니 비무대를 한참 벗어난 지점에 그대로 처박혔다.

깜짝 놀란 남궁이화와 모용예가 달려갔다.

백단영은 이른바 혼절 직전이었다. 그리고 비무대 중앙에서는 팽수아가 도를 세우고 묵묵히 백단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팽수아 승!”

풍사검객의 판정이 내려지자 백단영의 몸이 축 늘어졌다.

“다, 단영!”

남궁이화가 다급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남궁이화가 백단영의 부상을 점검하는 사이 비무대에서는 후속 대결이 이어졌다. 모두 네 명이 떨어지고 네 명이 올라갔다.

현재 백단영의 무공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4강에 올라선 사람은 장후성, 현공, 남궁이화, 팽수아였다.

다음날 준결승전이 벌어졌다.

장후성은 팽수아와 대결해서 가볍게 압승을 거뒀다. 과연 정파 후기지수 최강이라던 명성 그대로였다.

남궁이화와 현공은 사실상 혈투를 벌였다.

최선을 다한 두 사람의 비무는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남궁이화는 끊임없이 남궁세가의 절기를 쏟아냈고, 현공 역시 손에서 소림사의 절학이 펼쳤다.

서로 밀리지 않는 공방을 장시간 거듭한 끝에 아슬아슬하게 우세를 잡은 남궁이화가 승리를 거뒀다.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순간 드러났던 현공의 허점을 남궁이화가 적절하게 응징한 덕분이었다.

두 사람의 비무는 용봉대 모두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용봉대원은 실전 경험에 버금가는 성장을 이루게 된다. 백단영이나 무흔도 마찬가지였다.

최종 결승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장후성과 남궁이화. 모두가 인정하는 고수이기에 마지막 날 벌어질 결승전이 더욱 기대됐다.

 

***

 

결승전 전날 밤. 무흔은 운경각에서의 일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갔다.

비무 대회 기간에는 굳이 운경각을 출입할 필요가 없었으나, 준결승이 단지 두 차례의 비무로 끝났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덕분에 무흔은 오후 내내 운경각에서 비급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삼 층 서고를 출입하기 시작한 뒤로 무공에 관한 지식과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무공 초식 종류로만 따진다면 수많은 무공, 그것도 꽤 쓸 만한 무공으로 다량을 읽었기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더구나 그는 읽으면 5성까지 바로 연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빨리 무공을 습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 얻은 가장 큰 이득이라면 이전에 익혔던 잔백수라십이검을 12성까지 연성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열심히 수련해서 얻은 결과물은 아니고, 다른 비슷한 수준의 무공을 희생해서 12성을 얻어냈다.

가장 부족함을 느꼈던 보법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바로 삼 층 서고에서 찾아낸 추혼천상보를 통해서다. 그는 추혼천상보 역시 12성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실제로 지하 서고에서 보법을 연습함으로써 몸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패천문 비급에 적혀 있던 패천마혼비도 12성까지 연성했다. 패천마혼비는 강기의 파편을 암기처럼 날리면서 활용하는 특이한 무공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 비천삼검은 12성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같은 급의 다른 무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비천삼검 숙련도는 이제 7성, 완숙한 경지인 12성은 까마득했다.

이렇게 최상급 무공을 완벽하게 숙련한 데다 귀의의 도움으로 녹여낸 엄청난 내공이 뒷받침되자 그는 절정고수로 거듭났다.

천년적화초와 심령망혼사의 효험은 예상보다 더욱 대단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무공은 장후성이나 남궁이화에 비해 부족했다. 단지 천단비화심공의 효용과 비천삼검의 패도적인 위력으로 그들보다 뛰어난 고수인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이제는 질 것 같지 않다. 아니, 질 자신이 없다.”

그는 자신의 무공에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아직 풍사검객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겠지만 여차하면 풍사검객이라도 한번 겨루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속으로 스멀스멀 피어나는 오만한 생각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류고수로 시작한 이 세상에서 무림맹에서 손에 꼽는 고수 수준까지 발돋움했다면 자부심을 느껴 봐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백단영의 운명을 바꿀 사람인데 좀 오만해져도 되지 않을까.

무흔은 이제는 다방면에서 제대로 갖추어진 고수가 된 듯해서 어깨를 으쓱이며 막사로 향했다.

그렇게 연무장을 지나던 도중 어둠 속에서 수련 중인 한 사람이 보였다.

“남궁이화?”

멀리서 누구인지를 알아본 무흔이 걸음을 멈췄다.

내일 오전이 결승전인데 전날 밤에도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니.

그녀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벌레라더니, 무공에 죽고 산다는 그녀의 그런 기질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문득 무흔은 색다른 기회를 떠올렸다.

그녀의 무공 열정을 잘 이용하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남궁이화는 밤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내일이 마지막 결승이었다. 오늘 있었던 현공과의 비무는 그야말로 대접전, 아슬아슬하고, 위기 상황도 많았으나 결국은 승리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무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수준으로는 장후성을 이기기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동안 장후성과는 자주 비무를 했었기에 어렵지 않게 장후성과 자신을 비교할 수 있었다.

“창궁무애검법만 익혔어도…….”

남궁세가에는 역대 가주에게만 전해지는 최강의 무공이 두 가지 있었다.

바로 창궁무애검법과 제왕검형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차기 가주가 될 몸이 아니었다. 여자이지 장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이 둘을 제외한 다른 가전 무공만 허용됐다. 반면 함께 용봉대에 들어온 남궁천기는 차기 가주 신분으로 이 둘을 익혔다. 물론 겨우 3성 수준의 성취도는 실전에서 절대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오빠가 무척 부러웠다.

“더 강한 무공을 익혀 더 강해지고 싶다…….”

남궁이화가 수련하다가 검을 멈추고 밤하늘을 쳐다봤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도 단영에게 비하면…….”

더 강한 무공을 갈망하면서 그녀는 백단영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다. 자신보다 훨씬 불리한 처지에 있는 백단영에게 감정이 이입된 것이다.

“나도 운경각에서 무공을 찾아볼까…….”

남궁이화는 운경각에서 무공을 건졌다고 말한 백단영을 떠올렸다.

최근 백단영이 익힌 검법은 그녀에게 딱 맞는 옷처럼 보였다. 남들이 들으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말이긴 하지만 그녀는 남궁세가의 무공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수련을 시작하려고 검을 움켜잡을 때였다.

남궁이화는 오 장가량 떨어진 어둠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누, 누구?”

무심코 상대를 경계하던 그녀는 상대에게서 익숙한 기운을 확인했다. 죽립을 쓴 호리호리한 사내. 둔탁하게 보이는 커다란 장검과 중후하게 상대를 억압하는 기운. 그녀가 예전에도 만났었던 무극서생이었다.

“아! 무, 무극…….”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놀람 속에서도 반가웠다. 무극서생은 그녀가 몇 차례 인연을 맺은 무림의 강자가 아닌가.

그녀가 닮고 싶은 절정고수. 그를 본 이후로 그를 따라 강호를 떠돌며 협의를 행하는 그런 삶을 꿈꾸게 되었다.

저벅저벅.

무극서생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남궁이화는 상대의 기세에서 숨 막히는 압박을 느끼면서도 어딘지 모를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꼈다. 이율배반적인 느낌에 당황하면서도 그녀는 검을 굳게 잡았다.

그녀의 앞에 멈춘 무극서생이 묵천신검을 꺼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뜻이 통했다. 남궁이화는 무극서생이 자신에게 검을 겨누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하앗!”

남궁이화는 기를 끌어올리며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을 펼쳤다.

야밤에 때 아닌 비무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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