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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7화

67화. 비무 대회 (3)

 

 

 

그날 저녁 예속 부대에서는 때 아닌 내기 열풍이 일었다.

모두 서른 명의 예속 부대원 가운데 진풍이 내건 내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다섯. 나머지 스물다섯 명이 백단영과 구진광의 비무 내기에 참석했다.

당연히 구진광에게 건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백단영에게 건 사람은 오직 두 사람. 바로 무흔과 대호였다.

“자, 내기에 걸린 돈을 알려줄게.”

진풍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무흔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모두 은자 두 냥씩. 무려 스물두 사람이 진광 형님에게 걸었어. 이것만 모두 마흔네 냥. 여기에 내가 열 냥. 합계가 쉰네 냥이야. 반대로 백 소저에게는 대호가 두 냥인데…… 넌 얼마 걸 거냐?”

예상대로 구진광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이었다.

“흠, 그러냐? 거기에다 무려 넌 열 냥씩이나 걸었어?”

“흐흐, 돈 밭이 보이는데 내버려 두면 바보지.”

사실 은자 한 냥은 만만찮게 큰돈이다.

표국에서 일반 낭인 무사를 한 달 고용하는 비용이 서너 냥 정도이니까 거의 월급의 절반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렇게 판이 커진 것은 진풍 때문이겠지. 진풍이 대원들을 꼬드겨 많이 걸게 유도했을 것이다.

진풍 이 녀석이 털어먹으려고 작정을 했나 보다. 열 냥이면 아마 가진 돈 전부가 아닐까. 이 자식을 거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무흔은 비웃음을 머금으며 고민에 잠겼다.

그때 진풍이 빈정거리며 도발했다.

“흐흐, 어차피 넌 돈도 없지? 그래도 조금은 걸어야 하지 않겠냐? 아니면 아가씨가 섭섭해하실 텐데.”

“그러지 뭐. 그래서 얼마면 되나? 아……, 내가 쉰두 냥 걸면 되겠네. 그럼 딱 맞아떨어지지?”

“그래, 쉰두……?”

무심코 따라 하던 진풍이 입을 쩍 벌렸다. 쉰두 냥이면 쉽게 갖고 있을 돈이 아니었다.

진풍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무흔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거지인 네 녀석이 그런 돈이 있어?”

“어허, 백가상단을 우습게 보냐? 거기는 무공 쪽이라면 몰라도 재력으로는 절대 안 밀려.”

“백가상단 재력이랑 네놈이 무슨 상관이야!”

“다 연관이 있지. 걱정 마라. 돈 떼먹지는 않을 테니.”

재력 이야기가 나오자 진풍이 바로 찌그러졌다.

딱 깨 놓고 말해서 곤륜파가 부자는 아니다.

미심쩍어하면서도 진풍이 내기 상황을 적은 책자에 쉰두 냥이라고 썼다.

“그런데 넌 뭘 믿고 백 소저에게 거냐? 설마 백 소저가 진광 형님을 이기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슬슬 진풍이 술수에 걸려 들어오는 느낌이다. 무흔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비무 봤지? 유연향 소저를 이기는 거.”

“그야…… 비슷비슷하게 공방을 벌이다가……, 백 소저가 운이 좋았지.”

“허허, 넌 하나만 보고 둘을 보지 못하는군. 우리 아가씨 무공이 휴가 전이랑 완전히 달라. 휴가 때 백변연환검법이란 무공을 익혔거든. 그거 오늘 처음 실전에 써먹은 거야. 내일 되면 익숙해져서 위력이 두 배는 더 증가할걸?”

무흔의 상세한 설명이 쭉 이어졌다.

그에 진풍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설명을 듣다 보니 정말인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연검을 쓰는 백단영의 몸놀림은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 훨씬 빨랐고 위력적이었다. 그 위력이 두 배가 된다면…….

“그, 그래도 진광 형님이 이겨!”

진풍이 큰 소리로 두려움을 상쇄하고는 저쪽으로 사라졌다.

무흔이 그 뒷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라면 분명히 제 꾀에 넘어갈 것이다.

 

***

 

비무 대회 기간에도 무흔이 할 일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침 일찍 식자재를 검사일을 했다.

식자재 검수 후 주방으로 재료를 옮기고 서옹이 주문한 떡을 사러 막 떠나려 할 때였다.

“무흔, 나 잠시 볼래?”

식자재를 인수하여 막 요리를 진행하려던 찬모가 무흔을 불렀다.

서른 후반인 이 찬모는 고향이 백가상단이 있는 낙양이라 무흔과 유독 친했다.

“아, 무슨 일이세요?”

찬모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무흔이 다가가자 찬모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를 끌고 갔다.

“전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찬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인데요?”

“진풍이라고 있지?”

“아, 발발거리는 그 자식요?”

“응, 그 녀석이 이걸 주더라고.”

찬모가 품에서 작은 종이에 싸인 물건을 꺼냈다. 무흔이 펼쳐보니 연노란색 가루가 나왔다.

“이게 뭐예요?”

“글쎄, 나도 잘 몰라. 이걸 백단영 소저가 먹는 국에 넣으라고 하더라고.”

용봉대원은 식기가 개인별로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식판이 누가 먹는 것인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네? 그래요?”

무흔은 찬모에게서 가루가 담긴 종이를 받아 자세히 살폈다.

약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이게 대체 무엇인지 알 재간이 없었다. 어쨌든 진풍이 술수를 쓴다는 건 분명했다.

무흔이 찜찜한 표정으로 노란 가루를 뒤적거렸다.

“이거 좀 이상하지?”

찬모가 어떻게 처리할지 의견을 물었다.

무흔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진풍은 매일 식자재를 넘겨주며 주방 담당과 정을 쌓은 무흔의 인맥을 간과했음이 틀림없다.

돈 한두 푼으로 어그러질 인맥이 아니다.

“좋은 건가 보죠.”

“좋은 거?”

“좋은 건 돌려줘야죠. 이 가루, 구진광 소협의 국에 넣어 주세요. 진풍이 설마 나쁜 걸 주기야 했겠어요?”

“그럴까? 알았어.”

찬모가 흔쾌히 승낙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

 

아침 식사 후 비무 대회가 재개됐다.

현재 올라간 사람은 모두 열여섯.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두 사람씩 모두 여덟 번의 비무가 벌어질 예정이었다.

비무를 구경하며 진풍은 머릿속으로 오늘 벌어들일 열 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열 냥이라면 적은 돈이 아니다. 특히 그 돈이 무흔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더욱 기분을 좋게 했다.

열 냥이라면 고급 기루에서 꽤 괜찮은 기녀와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의 입가에 절로 음흉한 미소가 감돌았다.

‘흐흐, 승부는 결정 났어.’

진풍은 구진광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비교해봐도 상단 출신의 백단영에 비해 구대 문파 출신의 구진광이 확연히 우세했다. 지닌 무공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오늘 아침에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백단영의 국에 설사를 유발하는 하제를 투약했다. 하제를 먹은 백단영은 비무는커녕 뒷간을 들락거리기에 바쁠 것이다.

진풍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부근에 앉은 무흔의 표정을 살폈다. 어째 조금도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려 쉰두 냥이나 잃을 사람 같지 않다.

“건방진 자식.”

진풍은 내심 무흔을 욕하고는 다시 비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마침 백단영과 구진광의 비무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비무대 위에는 백단영이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구진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한쪽 손에 들린 연검이 빛을 발했다. 어째 그녀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진풍은 슬그머니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백단영이 예쁘긴 하지만 저런 모습도 이제 마지막이 될 터였다. 그의 계획대로면 이제 곧 뒷간으로 뛰어가야 할 테니. 잠시 후면 용봉대원과 예속 부대원 모두가 재미있는 광경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백단영의 쪽팔림은 무흔의 쪽팔림이다. 복수라는 생각에 진풍은 가슴이 뿌듯했다.

“구진광은 어디 갔나?”

비무대 위에서 풍사검객이 구진광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진광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진풍은 슬그머니 걱정이 일었다. 잠시 후 저쪽에서 구진광이 열심히 뛰어왔다.

그러자 풍사검객이 노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 어디에 있다가 왔나?”

“아…… 그, 그게…….”

구진광이 비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머뭇거리며 변명했다.

“이미 많이 기다렸으니 바로 비무를 시작하지.”

풍사검객이 그를 노려보고는 비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누군가가 구진광에게 검을 전했다.

그는 검을 받은 다음 비무대 한가운데에서 백단영과 대치했다.

이제 끝났다는 기분으로 비무대를 주시하던 진풍의 눈에 들어온 구진광의 표정이 심상찮아 보였다. 안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것이 어딘가 아픈 환자처럼 보였다.

비무 시작 소리가 울리자 구진광이 급하게 백단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일격필살의 강력한 일초였기에 백단영은 감히 맞서지 못하고 몸을 틀어 피했다. 그로 인해 상대를 잃은 구진광의 검이 곧바로 방향을 꺾고는 재차 그녀를 몰아쳤다.

백단영은 처음부터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대응하기에는 구진광의 기세가 너무 사나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곤륜파의 절기를 사용한 구진광의 검이 중후하게 그녀를 압박해왔다. 그에 백단영은 입술을 깨물며 내공을 끌어올린 다음 연검으로 상대의 검격을 방어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향해 내려치려던 구진광의 검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응?”

진풍은 구진광의 행동에서 이상한 구석을 알아챘다.

일초에 끝내려던 공격이 실패한 후 구진광의 손발이 엉키고 검이 느려졌다. 평소와 달리 서두르고 불안했다.

그렇게 다시 몇 차례 백단영을 압박하던 구진광이 급기야 검을 내던지고는 비무대를 내려갔다.

“으아아.”

구진광이 마치 귀신에게 쫓기는 것처럼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두가 어떻게 되었는지 웅성거리는 가운데 진풍이 분통을 터트렸다.

“아이 씨, 진광 형님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가더라도 이기고 가야지.”

그때 진풍의 귀로 무흔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긴, 뒷간 갔지.”

진풍이 고개를 홱 돌려 무흔을 째려봤다.

“뒷간엔 왜?”

“뭔가 잘못 먹었나 보지.”

무흔은 빙그레 웃으며 진풍의 안면을 살폈다.

그러자 진풍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무대 위에는 백단영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갑자기 상대가 사라져 버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풍사검객의 안면이 딱딱하게 굳어지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비무대를 제멋대로 이탈한 구진광의 패배를 선언한다. 백단영의 승이다.”

“와아!”

무흔과 대호 둘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예속 부대원의 반응은? 몇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으나 나머지는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질렸다. 급기야 그 화살이 진풍에게 쏟아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의에 깜짝 놀란 진풍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진풍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진광이 사라진 방향으로 냅다 도망쳤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의 예속 부대와 달리 용봉대원들은 백단영을 열렬히 응원했다.

어떻게 올라갔건 용봉대에서 팔강까지 올라간 백단영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보상을 얻은 것 같아 우쭐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진정되고 장후성이 처음으로 비무대에 등장했다. 장후성의 압도적인 위압감에 장내가 내려앉았다.

잠시 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후성은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

 

그날 저녁, 무흔은 진풍의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뭐, 뭐야?”

진풍이 움찔해서 소리를 높였다.

“내기했잖아? 얼른 줘야지.”

“그, 그거 제대로 승부가 나지 않았잖아?”

“뭐가 제대로 안 나? 대진표 안 봤냐? 백단영이 올라가고 구진광에 시커먼 선이 그어졌더만.”

진풍이 계속해서 하소연했으나 무흔이 받아줄 리가 없었다.

“너 이미 내기 건 사람들에게서 돈 다 받았잖아? 어딜 떼먹으려고…….”

무흔이 눈을 부릅뜨고 윽박지르자 진풍이 마지못해 품에서 은자를 꺼냈다.

그러자 무흔은 보란 듯이 은자를 세었다. 그가 걸었던 은자까지 되돌려 받아서 모두 일백 하고도 넉 냥이다.

“오! 예!”

무흔이 감탄사를 터트렸지만 진풍은 무슨 소린지 모르는 눈치다. 당연히 알 리가 없다.

“으으…… 무, 무흔.”

“왜?”

“나 파산했거든…….”

“그래서 어쩌라고?”

무흔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돌아섰다.

사실 무림맹 내에서는 먹여주고 재워주니 별달리 돈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진풍이 파산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마 진풍이 유일하게 돈이 필요한 때는 개봉사걸을 매수할 때가 아닐까.

무흔은 보란 듯 은자를 절그럭거리며 막사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진풍이 분노의 눈을 부라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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