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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3화

63화. 삼 층 서고 (2)

 

 

 

만박노사이 요구사항을 드러냈다 .

“첫째, 삼 층 서고의 비급은 절대 밖으로 유출해서는 안 되네, 어떤 경우도. 사실 이 조항은 자네뿐만 아니라 나나 맹주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야. 맹세할 수 있겠나?”

무흔은 가진 능력 때문에 굳이 비급을 밖으로 유출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만박노사가 흡족한 표정으로 다음 요구조건을 말했다.

“둘째, 삼 층 서고에 있는 비급을 필사해서 외부로 유출해도 안 되네. 당연히 암기해서 외부인에게 알려주어도 안 되고. 지킬 수 있겠나?”

두 번째 조건은 조금 문제가 있다.

여차하면 괜찮은 무공을 빼내서 백단영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삼 층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니까.

“네, 지키겠습니다. 당연하지요.”

“좋아, 셋째. 삼 층 서고에 어떤 비급이 있는지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네. 가능한가?”

“알겠습니다.”

어차피 말해줄 사람도 없으니 그가 지키기에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넷째. 앞으로 정파 무공의 보완 및 발전에 노력해 줄 수 있나?”

마지막 조건은 다소 애매했다. 얼핏 보면 그를 장기적으로 붙잡아 두려는 술책처럼 보이긴 하지만…….

무흔은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제게 평생 운경각에서 책만 분류하고 있으란 말씀은 아니겠지요?”

“허허허.”

만박노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무흔은 괜히 머쓱해져서 머리만 긁적였다.

“그럴 리가 있나. 무림맹에서 가장 염려하는 점은 삼 층 서고에 있는 비급의 내용이 사파로 전달되는 것이네. 이곳에서 일하다가 무림맹을 그만두고, 사파를 위해 무공을 전수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가장 나쁜 경우라 보는 거지. 즉, 앞으로 절대 사파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무흔이 이곳 무림 세상에 발을 디딘 이유는 마교의 위험에서 백단영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런 그가 사파로 빠져들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당연합니다. 설사 무림맹을 나가더라도 사파와는 담을 쌓을 겁니다.”

“좋아.”

만박노사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서랍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낸 만박노사가 그에게 넘겼다.

“여기에 삼 층 서고에 들어가는 방법이 적혀 있네. 숙지한 이후 없애버리도록. 그럼 패천마군의 비급은 삼 층 서고에 가져다 두게나.”

무흔은 엉겁결에 양피지를 넘겨받았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만박노사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무흔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파천마군의 비급을 들고서 몸을 돌렸다.

 

**

 

무흔은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운경각의 삼 층 서고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우쭐해진 무흔은 운경각에 도착하자마자 서고 관리인부터 방문했다. 그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어깨에 힘을 팍팍 줬다.

그러자 한가하게 졸고 있던 서고 관리인이 찜찜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뭡니까?”

나이 서른의 서고 관리인도 허구한 날 운경각을 지키려면 당연히 무료할 것이다.

무흔은 상대를 향해 하얀 이빨이 드러나도록 웃어줬다.

“하하,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그럽니다.”

“말씀하시죠.”

관리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흔은 나지막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삼 층 서고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순간 관리인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다시 턱이 닫힐지 의문시될 만큼 크게 열렸다.

“왜 그러십니까?”

무흔의 의아한 표정에 관리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그에게 꾸벅 인사했다.

“혹시…….”

그 모습에 무흔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관리인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소림은 아니시고…… 무당, 아니면 화산이십니까?”

“네?”

“에이, 아시면서…….”

관리인이 은근슬쩍 친한 척해왔다.

“무슨 말입니까?”

“삼 층은 원래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삼 층 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맹주님 친인척이거나 유명 문파 자제가 아니면 불가능한…….”

“아, 그런 것 아닙니다.”

무흔이 극구 부인했으나 관리인은 그의 팔을 붙잡으며 애정을 표시했다.

관리인은 삼 층 출입이 가능한 사람은 맹주와 책사 이외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차세대 책사로 불리는 제갈수도 딱 한번 밖에 출입 못 했던 곳이 삼 층 서고임을 떠올린 관리인은 무흔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에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무흔이 말릴 사이도 없이 관리인이 머리를 직각으로 숙여 인사했다.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굳이 혼자 오해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다. 첫날 이곳에 왔을 때 퉁명스럽게 대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니 전혀 딴 사람 같다.

괜히 심술이 난 무흔은 질문을 던졌다.

“흠, 그래서 관리인 나리께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전 문하룡이라 합니다.”

무흔은 상대의 이름을 다시 되뇌고선 은근슬쩍 속삭였다.

“제가 이번에 삼 층 서고까지 맡게 되어서 손이 약간 딸립니다.”

무슨 말인지 모를 서고 관리인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흠, 그럼 송구스럽지만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지하 서고에서 일반 서적과 무림 비급을 구분하는 일을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삼 층에 가서 자리를 비우는 동안만 말입니다.”

“물론이지요.”

문하룡이 씩씩하게 말했다.

그러자 무흔은 미소를 머금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그럼 앞으로 부탁드립니다.”

할 일을 일부 덜어냈다.

덕분에 훨씬 많은 시간을 삼 층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무흔은 여전히 허리를 굽히고 있는 담당자를 뒤로 두고 서고를 올라갔다.

이 층 서고를 지나자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내려진 거대한 석문이 보였다. 무흔은 석문 앞에 서서 감개무량한 감격을 누렸다.

드디어 이 석문을 통과하게 됐다.

그는 만박노사가 건넨 양피지를 펼쳤다.

삼 층으로 올라가는 석문에는 기관진식이 숨겨져 있었다. 문 입구에 장식된 부조물을 순서대로 누르면 열리는 구조다.

무흔은 용맹한 사자가 그려진 부조물의 입과 눈을 차례로 번갈아 눌렀다.

그긍-

그러자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육중한 석문이 회전했다. 그리고 그 뒤로 어두컴컴한 계단이 드러났다.

저벅 저벅.

무흔은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다행히 삼 층 서고는 이 층과 큰 차이가 없었다. 벽으로 난 작은 구멍으로 외부로부터 햇빛이 들어와서 밝기도 적당했다.

삼 층 서고에는 커다란 책장 두 개와 물건이 진열된 선반이 놓여 있었다. 예상대로 책과 물건은 많지 않았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선반에 놓인 장검이었다.

보석이라도 박힌 듯 번쩍이는 검집만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 분명했다. 장검 아래에 간략하게 설명이 적혀 있었다.

무당파 삼대 장문인 혜천진인이 사용하던 멸사검.

역시 검의 외양만큼이나 유서 깊은 설명이었다. 무당파 장문인의 검이 왜 무당에 보관되지 않고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멸사검 옆에는 각종 무기류가 가지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도, 창, 활을 비롯하여 장갑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이곳에 있는 하나하나가 그 가치로 따지면 강호를 경동 시킬만한 물건이었다. 실제 성능으로 따지더라도 무흔이 소유한 묵천신검에 절대 밀리지 않을 그런 신물이다.

무흔은 대충 눈으로 선반을 쭉 훑고는 옆 책장으로 갔다.

두 개의 커다란 책장에 무공 비급으로 보이는 수십 권의 책이 가지런하게 꽂혀 있었다. 그 양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하긴 강호를 경동시킨 무공이 많을 리가 없고 설사 있다 해도 각 문파가 아닌 무림맹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을 리 없다.

무흔은 가장 가까운 책장에 있는 서적을 꺼냈다.

백보신권.

“헉! 이건 소림사 칠십이예?”

놀랍게도 소림사의 무공이 이곳에 있었다.

당연히 진본이 아닌 필사본이겠지만 소림의 무공이 비치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물론 어떻게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옆의 비급을 살폈다.

제운종.

무당파가 자랑하는 경공술이다.

“무당파의 무공도 이곳에 있다니…….”

물론 소림이든 무당이든 이곳에 비치된 무공은 아주 일부다.

천년 소림이 지금까지 개발하고 발전시킨 무공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이곳의 비급에는 그 중 아주 일부만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 가볍게 비급을 대할 수 없었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그런 무공이니까.

무흔은 비급 하나하나를 살폈다. 놀랍게도 구대 문파와 오대세가의 각종 무공이 실린 비급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 뒤로도 아마도 과거에 이름을 떨쳤을 명문정파의 비급이 가지런하게 꽂혀 있을 것이다.

무흔은 당장 읽고 싶은 유혹을 억누르며 옆 책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이쪽은 사파의 사공과 마공서였다.

아마 무흔이 무림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 비급들에 수록된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금방 파악했겠지만, 지금의 그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볼 수 없었다.

한두 권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사이한 느낌이 그의 몸을 떨리게 했다.

무흔은 삼 층 서고를 한차례 쭉 둘러보고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과연 이곳에 있는 비급은 상상 이상이란 기분이 들었다. 비급을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5성을 터득하는 무흔에게 이곳은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만박노사와의 약속을 떠올린 그는 백단영에게 전할 무공은 포기하고, 대신에 그가 익힐 무공을 찾기로 했다.

“가장 필요했던 무공은 경신법과 보법이야.”

사실 어떤 무공이든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보법이 필요했다. 그만큼 보법은 전투에 들어갔을 때 모든 무공의 기본이 된다.

책장에서 비급을 뺐다 넣었다 하던 무흔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경신법 책을 꺼냈다.

추혼천상보.

어느 문파의 무공인지 누가 사용하던 무공인지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무흔의 눈길을 끈 장점이 있었다. 바로 경신법과 보법으로 자유자재로 변화 가능한 특징의 무공이었다.

하나로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 더 좋은 보법이 없다.

우선 삼 층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위력을 보증하니 그 부분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한나절 걸려서 무흔은 추혼천상보를 모두 읽었다.

그는 팔목을 걷어 새겨진 위치를 봤다. 천단비화신공 다음에 추혼천상보가 새겨져 있었다.

어째 발이 근질근질했다.

무흔은 추혼천상보의 구결을 떠올렸다.

머릿속으로 추혼천상보의 보법이 익숙한 것처럼 이어졌다.

“자, 해볼까?”

삼 층 서고는 책장이 몇 개 되지 않아 공간이 많았다.

무흔은 천천히 보법을 밟기 시작했다.

처음엔 느렸다. 복잡한 보법을 책에서 본 자세를 떠올리며 한발 한발 정성 들여 밟아나갔기 때문이다.

점차 그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움직임이 점차 빨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흔의 모습이 서고에서 사라졌다. 단지 흐릿한 그림자만이 책장 사이에서 어른거렸다.

 

***

 

현실로 돌아온 박무훈은 자정이 되자 올라온 천향무후 최근 편을 읽었다.

“백단영이 무엇을 하고 있나…….”

백단영 소식을 플랫폼에 올라온 소설로 확인하니 이상하긴 했다. 떨어져 있더라도 이렇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마치 뉴스를 접하는 느낌이라 신기하다.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어.”

소설 속에서 백단영은 친구들과 함께 화산파를 방문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꾸준히 무애잡아함경을 연마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무애잡아함경은 기존에 익히고 있던 심법에 비해 월등했기에, 그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력 증진 효과를 얻었다. 어려서부터 온갖 영약을 섭취했을 때 남아 있던 영약의 기운이 제대로 된 심법을 익히면서 체내로 흡수된 것이다.

또 하나의 무공인 백변연환검법 역시 그녀는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시작했다.

똑똑한 그녀는 이 검법에 숨은 묘리를 어렵지 않게 터득했다.

백변연환검법이 기존의 무공보다 훨씬 위력적이란 사실을 깨달고 이참에 애검을 연검으로 바꾸었다. 마침내 그녀가 자신에게 딱 맞는 무공을 익히게 된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었기에 박무훈도 아낌없이 응원했다. 무림에서도, 현실에서도 예전처럼 백단영의 팬으로 돌아온 것이다.

“재밌긴 한데…….”

문득 댓글 창에서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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