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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0화

60화. 패천문 (2)

 

 

 

‘망했다!’

무흔이 당황하는 가운데 자루 입구로 각종 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별빛 속에서도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집기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미부도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한동안 쏟아진 금은보화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하더니 간신히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도둑이냐?”

“넌 도둑 잡는 경찰…… 아니, 순라군이냐?”

어차피 들킨 것, 무흔은 강하게 치받았다.

미부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야밤에 금 그릇을 훔쳐가는 도둑이라…… 흥미로운 일인데?”

무흔은 죽립 사이로 안광을 쏘아내며 허리에 찬 묵천신검으로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미부가 막 무흔이 빠져나온 구멍을 가리켰다.

“저 안에서 가져온 거냐?”

미부가 저 동굴을 의심하는 순간 무흔은 결심했다. 이 미부를 살려둘 수 없다. 동굴 내부에 남아 있는 금은보화를 모두 넘겨줄 수 없지 않은가.

묵묵히 노려보고 있는 무흔을 살피던 미부가 다시 물었다.

“넌 누구냐?”

“그러는 당신은 누군가?”

처음으로 무흔은 상대에게 되물었다.

“오호호! 감히 나에게 누구냐고 묻다니! 그래 말해주지. 난 월광요희라 한다.”

일반 무림인이라면 그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무흔은 그 이름을 알았다. 예전 소설에서 월광요희는 주요인물은 아니더라도 마교와 용봉대의 대전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무흔은 그녀의 이름을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다시 물었다.

“서열이 어떻게 되나?”

월광요희의 안면이 뻣뻣하게 굳었다. 상대가 마교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이십삼 위……”

무의식적으로 대답한 월광요희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네놈은 누구이기에 그런 것도 다 아느냐?”

대답 대신에 무흔은 묵천신검을 뽑았다.

스르릉-

무흔은 패천문의 비동이 이곳에 있음을 눈치챈 월광요희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마교의 인물이라면 더더욱.

“난 무극서생.”

“무극서생?”

월광요희가 들어보았을 리가 없었다.

“어디 이런 잡것이……”

그녀는 무흔이 별호만 그럴듯하게 가장해서 떠돌아다니는 좀도둑으로 생각했다.

야밤에 자루를 들고 숨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딱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까. 적어도 웬만한 작은 문파 하나를 한 손으로 절단 내버릴 고수가 바로 그녀다.

분노한 월광요희가 무흔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손에서 내력이 휘몰아치며 무흔의 가슴을 향해 밀려왔다.

무흔은 가볍게 상체를 젖혀 공격을 피하고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깡!

언제 꺼냈는지 월광요희가 둥근 쇠봉을 손에 쥐고 검을 막았다. 묵직한 충격파에 무흔도 놀랐지만 월광요희의 놀람은 더욱 컸다.

“헉!”

그제야 상대의 무공 수위를 알아본 월광요희가 재빨리 몸을 날려 뒤로 물러났다.

“네, 네놈은 누구냐?”

“무극서생이라 했을 텐데…….”

무흔은 곧장 월광요희를 따라붙으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다시 검과 봉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

까깡!

정신없이 검과 봉이 충돌을 일으키며 요란한 소음이 정적을 갈랐다.

귀의를 만난 이후로 무흔은 내력이 엄청 증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월광요희가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마교인에 비해 더 높은 순위임에도 불구하고 내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엄청난 열세였던 내공 차이를 이제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어, 어디서 이런 놈이!”

월광요희는 연신 뒤로 밀리면서 당황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녀는 중원에 들어온 이후 암약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고수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야밤에 산 중턱에서 이런 호적수를 만났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간을 본 무흔은 상대를 요리할 작전을 완성했다.

그는 공공십팔보를 이용해서 그녀의 측면으로 돌아간 다음 잔백수라십이검의 제 일 검을 펼쳤다. 묵천신검이 갑자기 빠르고 날카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까깡!

“이! 이게 점점!”

월광요희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날카롭게 휘몰아치는 상대의 검초를 접하면서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봉의 움직임을 바꾸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초식이 펼쳐지며 상대의 검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그러자 무흔의 검초도 바뀌었다.

일 검 대신 삼 검을 펼치자 검에 쏟은 내력 역시 증가했다. 물론 묵천신검의 위력 역시 배증했다.

“허억!”

월광요희가 기겁해서 상대의 공격을 막으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봉을 쥔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그녀는 오늘 이 상황이 길보다 흉이 많음을 짐작했다.

상대도 상대지만 손에 쥔 묵빛 검은 그 위력이 상상 초월이었다.

반면 무흔은 신바람을 냈다. 내력이 향상된 후로 모든 무공의 위력이 달라졌다. 잔백수라십이검 뿐이 아니라 하다못해 삼류인 삼재검법의 위력도 과거와 천양지차였다.

그는 월광요희가 도망칠 기회만 노리고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여기서 도망치면 앞으로 골치 아플 일이 많아질 테니 절대 그녀를 놓아줄 수 없다.

월광요희가 제대로 몸의 균형을 잡기도 전에 무흔은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다시 잔백수라십이검이 펼쳐졌다. 앞의 초식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움직임이 생성됐다. 바로 육 검이었다.

월광요희의 봉에 막힌 검이 공격 방향을 회전하여 측면을 파고들었다. 이런 변화가 잔백수라십이검의 장점이다.

서걱-

뒤로 물러나는 그녀의 옆구리를 검이 스쳐 지나갔다.

월광요희는 옆구리가 뜨끔하게 달아오르자 몸을 움츠렸다. 상대방 검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잔인하여 도무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이 순간 월광요희가 취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경공이 떨어지는 무흔은 월광요희가 도망치려고 작심하면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

하지만 마교 서열 이십삼 위의 고수의 머릿속에는 상대를 피해 도망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 전에 마교의 전사가 중원의 이름 모를 녀석에게 패한다는 생각 자체도 하지 않았다.

옆구리가 화끈해지자 월광요희는 더욱 투지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있는 내력을 모두 응집하여 봉 끝으로 밀어 넣었다.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죽어랏!”

거대한 기운이 마치 도끼로 내려찍듯 허공에서 아래로 강타했다.

강봉의 위력이 주위를 휩쓸며 무흔의 머리에 퍼부어졌다. 페도적인 위력을 담은 이 기세가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며 무흔이 휘두른 검막을 압박했다.

무흔은 상대가 작정하고 내지른 무위에 전율했다.

하지만 그 역시 강대강의 부딪침에는 자신이 있었다. 예전이라면 전혀 가능하지 않았을 전략이 내공이 증가한 지금은 오히려 좋은 전략이 됐다.

이처럼 힘을 앞세워 부딪쳐오는 상대를 저격하기 좋은 초식이 있다. 바로 잔백수라십이검의 제 십 검이다.

중후하면서 잔혹한 검격이 사선을 그리며 월광요희의 강봉을 맞이했다.

콰아앙-

허공에서 내리찍는 강봉과 이를 맞아 비상하는 묵천신검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월광요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강봉을 통해 거대한 충격이 엄습한 것도 잠시 강봉이 절반으로 뚝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과연 묵천신검은 명검이었다.

그래도 마교의 교수답게 월광요희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도 바로 정신을 수습했다. 반 토막 난 강봉으로 내려오는 속도를 이용해 무흔의 머리를 노렸다.

무흔 역시 이어진 상대의 공격에 당황하지 않았다. 위에서 덮치듯 내려오는 그녀의 신형을 피해 보법을 펼치면서 몸을 회전시켰다. 동시에 묵천신검을 다시 위로 쭉 뻗었다.

푸욱-

허공에 떠서 순간 움직임이 느려진 월광요희의 가슴을 묵천신검이 뚫었다.

“커윽!”

내려오던 속도 그대로 묵천신검에 가슴이 꿰뚫린 월광요희는 피 분수를 뿜었다. 사실상 그녀의 목숨은 강봉이 부러지는 순간 끝이 났다.

맨손으로 신검을 상대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리 위에서 피 분수가 쏟아졌다.

무흔은 비를 맞은 듯 피를 뒤집어썼다.

가슴에 검이 꽂힌 월광요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흐흑! 가, 감히 네놈이…….”

월광요희는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무흔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몇 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피를 내뿜다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무흔은 검을 뽑았다. 그는 검신에 묻은 피를 월광요희의 옷자락에 쓱쓱 닦으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젠 할만하다!”

예전 적황쌍마나 육지신마 등을 상대할 때는 항상 열세였다.

사실상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를 허점을 이용해서 간신히 물리쳤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서열이 더 높은 자임에도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며 물리쳤다. 이 모든 것은 귀의의 대법으로 인한 내력 증가 덕분이었다.

꽤 큰 소리가 주위로 퍼져나갔기에 그는 잠시 분타 공사장 쪽을 바라보며 만일을 대비했다. 다행히 적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는 비탈 아래로 월광요희의 시신을 굴렸다. 나중에 그녀의 시신이 발각되더라도 패천문 비동의 위치는 숨기기 위함이었다.

월광요희의 시신은 골짜기 아래로 사라졌다.

자루 속에 물건을 다시 집어넣고 자루 입구를 묶었다.

남은 것은 비동 입구를 숨기는 일이다. 흙더미를 이용하여 입구를 위장했다.

처리가 완료됐다.

애초의 목표였던 패천문의 보물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마교인을 만났으나 증진된 내공을 시험해보는 과정에 불과했다.

“끙.”

무흔은 보물이 든 자루를 어깨에 메고 산비탈을 내려갔다.

물론 그가 걸어가는 방향은 마교 분타가 위치한 곳과는 반대쪽이었다.

 

***

 

마교의 첫째 소교주인 사마극이 거주하는 전각은 마교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점에 자리했다.

그 전각 주변에는 특히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았다. 우아하게 뻗은 소나무 가지가 전각 주변에 그늘을 드리우는 광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사마극이 전각 바로 옆 가장 커다란 소나무 둥치를 무심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나무 둥치를 쳐다보던 사마극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그는 손가락 다섯 개를 겨누고 나무둥치를 향해 뻗었다.

스스스스-

마치 불에 타는 듯 검은 재가 우수수 떨어지며 손가락이 둥치에 쑥 박혔다. 손가락의 절반을 나무에 박아 넣은 사마극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사마극이 손가락을 회수하자 나무 둥치에 새겨진 구멍 다섯 개가 선명히 드러났다. 다섯 개의 구멍은 매우 깔끔하고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극강의 무공이 아니라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였다.

구멍을 살피던 사마극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직 부족하군.”

마치 신이 새긴 듯한 무위를 선보였음에도 실망한 표정을 짓는 사마극의 목표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돌아서는 사마극 앞에 자의궁장 차림의 한 여인이 나타났다.

바로 셋째 소교주인 은옥상. 그녀는 바로 일전에 무림맹을 방문했었던 여인이었다.

“또 죽었다고 하더군요.”

은옥상의 목소리에 사마극의 시선이 그녀를 잠시 향했다가 다시 먼 곳으로 돌아갔다.

은옥상이 입가에 살짝 조소를 띠며 물었다.

“지금까지 모두 몇 명이죠?”

“다섯.”

“놀라운 일이네요. 그들 하나하나는 어디에 내놓아도 건드릴 수 없는 초강고수죠. 그런 고수가 모두 다섯이나 죽었는데 아직도 단서를 찾지 못하다뇨.”

빈정대는 듯한 말투에도 사마극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들의 실력이 부족했던 거지. 하지만 단서가 전혀 없지는 않다.”

“단서가 뭐죠?”

“이번에도 부근에 무림맹 용봉대원이 있었다.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그날 산적에게 잡힌 인질을 구출하러 그곳에 갔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 두 사람을 범인으로 한정하시는군요?”

은옥상의 질문에 사마극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범인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연이 연속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니까.”

그의 말투에서 이미 모든 것을 단정한 분위기가 풍겼다.

사마극이 먼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무림맹에 갔던 것은 어떻게 되었나? 그 둘을 만나봤나?”

“재밌었어요. 심심한 이곳에 비하면 천국이었어요.”

그 말에 이미 답을 얻은 듯 사마극은 다시 무관심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은옥상은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그의 행동에 입술을 삐죽였다.

“장후성과 남궁이화의 무공은 놀라웠지만 육지신마를 상대할 정도는 아녀요.”

“내가 내린 판단과 비슷하군.”

“보는 눈은 마찬가지니까요. 어쨌든 난 그자들에게 흥미를 잃었어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사마극은 은옥상의 반응에 놀라지 않았다. 은옥상은 변덕이 죽 끓듯 심하여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금방 식었으니까.

“그런 말 하려고 온 것 같지는 않고…….”

그제야 사마극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 돌아왔다. 은옥상이 안면에 은근한 홍조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사람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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