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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5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51화

51화. 대붕산 산채 (2)

 

 

 

작전 개시는 내일. 한시가 급하다 보니 내일 아침 일찍 대붕산채로 떠나기로 했다. 아마 저녁쯤에는 산채에 도착할 것이고, 그때부터 산적 무리와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처음과 달리 백단영은 협상에 가담하기로 했다. 협상에서 상단주 가족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그동안 정파 기재들은 인질을 찾는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무력 면에서 절대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작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인질의 안전만 염려되는 상황이다.

회의가 끝나자 무흔은 조용히 안채에서 물러났다.

그도 별달리 의견을 낼 것이 없었다. 그가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진행 과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 그가 안채를 벗어나고 있을 때였다.

“무흔!”

그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절로 무흔의 행동이 경직됐다. 돌아보지 않아도 안다. 백단영이란 것을.

“언제 왔어?”

그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백단영이 그를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왔습니다. 인사차 들렀다가 소가주님 납치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혹시 오다가 아무 일 없었어?”

백단영의 질문에 무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가주의 납치와 고산령 일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무흔이 대답 없이 고개만 젓자 백단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당부했다.

“알았어. 나는 내일 대붕산으로 떠날 거야. 넌 따라오지 말고 여기에 있어.”

“네?”

“지난번 대정문 사건 때처럼 네가 왔다가 괜히 위험에 처할 것 같아서 그래. 그때 나 때문에 네가 무척 위험했었잖아.”

당시를 돌이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흔은 어딘지 모르게 섭섭했다.

하기야 정파 기재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그가 옆에 있으면 그녀에게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으려는 그녀의 걱정이라고 이해했다.

“알았어요.”

그는 꾸벅 인사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뒤통수로 그녀의 시선이 꽂히고 있을 것 같아 다소 긴장이 되었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면서 무흔은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대붕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소가주가 납치된 이유가 자신 때문일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절대 빠질 수 없었다. 장후성 등이 활약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뒤에서 몰래 도와준다면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는 자신의 몸 내부를 점검했다.

여전히 응어리진 두 기운이 아랫배를 점령하고 있었다. 최근에도 천단비화신공에 매진하고 있지만 내공으로 흡수되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천단비화신공은 그 기운을 검법을 포함한 각종 기법에 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는 검법과 지법에 주로 사용했었다. 장법과 권법에 천단비화신공을 응용하는 것은 아직 익숙지 않다.

‘이만하면 굳이 일류고수 아바타를 욕심낼 이유가 없지.’

바탕은 이류고수라도 현재 그의 무공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특히 묵천신검과 결합하면 사실상 일류고수를 훌쩍 뛰어넘어 절정고수와 겨룰 수준이다.

내일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생각을 굳히니 마음이 급해졌다. 조금이라도 수련에 박차를 가해 심법의 숙련도를 높이고 내공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바로 무공을 연마하자면 대호가 싫어하려나.”

대호가 어떻게 말하든 그는 수련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

 

울창한 삼림이 펼쳐진 산 중턱에 작은 전각이 오순도순 어울려 있었다. 이곳 대붕산을 휘어잡고 있는 산적 무리가 거주하는 대붕산채다.

보통 사람들은 대붕산채를 일개 산적 소굴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규모 면으로 본다면 그 범주를 넘어선 게 사실이다.

이곳은 중원 전역에서 가장 큰 산적 소굴 열여덟 개에 들어가는 대형 산채다. 최근 녹림 총채주인 녹림신군이 휘하 녹림십팔채의 조직을 다지면서 이곳의 중요성이 커졌다.

오늘 대붕산채에는 외부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산채 두령은 대붕일마라는 이름이 붙은 초로의 노인으로, 그는 젊었던 시절 낭인으로 떠돌다가 십 년쯤 전에 대붕산에 안착한 사람이다.

“자, 이제 어떡하면 좋겠소? 백가상단에서 보낸 사절단이 오늘 저녁에 도착할 거요.”

대붕일마가 좌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좌우에는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네 장한이 호위하듯 앉아 있었다. 바로 대붕사흉이라 불리는 자들로 사실상 산채를 책임진 정예였다. 대붕일마를 포함한 이들 다섯은 무공을 익힌 무인들로 대붕산채의 주축이었다.

“일마께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일개 상단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붕일마의 맞은편에 앉은 무리 가운데 가장 인상이 험상궂게 생긴 청년이 말했다. 그는 진한 붉은색의 반들거리는 무복을 걸친 자였다. 얼핏 보기에 산적이라기보단 사파 무인의 분위기가 났다.

“물론 녹림팔괴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놓입니다만…… 방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구파와 세가의 후기지수가 합세했다고 합니다.”

대붕일마가 정중하게 반박했다.

이곳을 찾은 녹림 총채의 손님은 모두 열 명이다. 바로 녹림신군의 수제자라 할 녹림팔괴와 사자인 흑백이귀였다.

이들 가운데 두 사람이 상처를 입은 듯 가슴팍과 허리를 흰 붕대로 감았다. 바로 흑귀와 녹림팔괴 중의 칠괴였다.

아무리 총채에서 온 정예가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산채를 책임진 대붕일마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건물의 파손과 인명 피해는 오롯이 산채의 몫이었으니까. 게다가 향후 상단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산채의 일이다.

“우리는 그 자식들에게 복수하려고 여기 모인 것이잖소?”

녹림팔괴 중 칠괴가 씩씩거리며 분을 터트렸다. 칠괴와 팔괴는 얼마 전 객잔에서 백단영 일행을 만났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두 사람은 여차하면 물러날 생각이었는데 남궁이화와 백단영의 도발에 걸려들었다. 결과는 당연히 대패. 칠괴는 가슴에 큰 상처를 입으며 도망쳤었다. 백가상단에 대한 원한과 함께.

“그렇소. 녹림의 힘을 보여야 합니다.”

듣고 있던 흑귀가 가세했다. 그는 고산령의 일을 떠올리며 낙양 무관에 이를 벅벅 갈았다.

녹림팔괴의 수장인 일괴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일마께선 그들이 두렵습니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더듬거리는 대붕일마에게 일괴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대붕일마의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물들었다. 아무리 그가 산채를 휘어잡은 거마라 해도 정파의 정예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총채에서 방문한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저들의 처지를 보면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흑백이귀란 작자는 낙양 무관에 맞고 왔고 녹림팔괴란 놈들은 백가 상단의 딸이란 여자에게 맞고 이곳에 와서 복수를 운운하고 있으니.

그래도 총채에서 방문한 손님이라 어쩔 수 없이 저들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급하게 추진한 작전이 바로 낙양 무관이 호위하는 백가상단을 터는 것. 백가상단의 소가주와 상행 중인 물건을 압류했다.

처음 납치할 때는 은자 일천 냥을 받고 석방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태가 커졌다. 녹림팔괴와 흑백이귀는 끝까지 복수를 운운하고 있고, 소가주 납치 소식을 들은 상단에서는 정파 후기지수와 함께 대대적인 산채 토벌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후우.”

한숨을 깊게 내쉬는 대붕일마를 향해 일괴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일마께선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시지요.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녹림팔괴 모두가 자신감 넘치는 의욕을 불태웠다.

“그, 그렇겠지요. 녹림팔괴가 누구신데.”

마지못해 저들의 호기에 응해주며 대붕일마는 전력을 가늠했다.

“끙, 알았소. 우리 대붕산채에서도 힘껏 도우리다.”

대붕일마는 마지못해 그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총채에서 온 자들의 말을 거스를 수 없는 데다, 전쟁터가 대붕산채이니 다른 선택의 여지조차 없긴 했다.

이어서 녹림팔괴와 흑백이귀가 서로 머리를 맞대었다.

“이 기회에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어떻게?”

“저들은 분명히 양동작전을 펼칠 거야. 겉으로는 협상을 외치면서 뒤로는 인질을 구출하려고 습격하겠지.”

“역시 똑똑하시군요.”

“흐흐, 이 기회에 정파에서 위명이 자자한 녀석들의 싸대기를 날려보자고.”

“그러다 보복당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마라. 문파의 명예 때문에 입도 뻥긋 못할 거다.”

“아예 후기지수마저 인질로 잡읍시다.”

“흐흐, 그럴까? 그날 보니 제법 예쁘장하던데…… 재미도 좀 보고.”

입으로는 못할 말이 없다. 모두 열 명이나 되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어지럽게 쏟아졌다.

이어서 그들은 과거의 무용담을 입 밖에 냈다. 사실 대부분이 허풍이란 사실을 서로 알고 있었지만 긴장감을 줄이고 사기를 북돋우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애초부터 인질을 활용해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구상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굳이 별달리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은 정파 후기지수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겠다는 달콤한 전과만 떠올렸다.

 

**

 

“나타났습니다!”

산 아래에 박아둔 전령이 뛰어와서 소리쳤다.

백가상단의 협상단이 산어귀에 나타났다는 뜻이다.

“모두 불을 밝혀라!”

대붕일마는 부하들에게 일갈했다.

졸개 몇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등에 불을 밝혔다. 그러자 산채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모두 모여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각 곳곳에서 산적이 쏟아져 나왔다.

대충 넝마와 마찬가지인 옷을 걸치고, 손에는 별별 무기를 든 녀석들 수는 백을 훌쩍 넘었다. 이만하면 소규모 문파에 버금가는 숫자다.

물론 이 가운데 무공 고수는 다섯이고, 절반은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떨거지다. 그렇더라도 숫자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총채에서 오신 분들은 어디 계신가?”

“별채 뒷마당에 모여 계십니다.”

대붕일마의 질문에 곁에 선 부하 하나가 대답했다.

적들이 양동작전을 펴리라고 예상되는 만큼 그들도 둘로 나누기로 작전을 짰었다. 백가상단과 정파 정예를 붙여 상대하는 것은 버거워 보였으니까.

녹림팔괴는 인질을 데리고 산채 내부에서 적을 상대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대붕산채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작전이 실패했을 때 인질을 위협한 쪽은 산채가 아니라고 발뺌 가능하니까.

“좋다. 자, 일천 냥 벌러 가자!”

대붕일마는 부하들을 이끌고 산채 입구로 내려갔다.

그는 걸음을 옮기면서 대붕산 봉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붕산이 대붕이라 불리는 이유는 정상에 솟아 있는 높은 바위 때문이다. 그 바위의 모습이 비상하는 대붕과 닮았다 하여 대붕산이라 불렸다.

‘저 대붕은 언제쯤에나 날아오르려나.’

저 대붕의 비상을 보면 운수대통이란 전설이 있었다. 날아오르지는 않더라도 꼼지락대는 것이라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따라 대붕 형상의 바위가 어두워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어?”

대붕일마는 대붕의 머리 부분이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째 어두운 바위의 윤곽이, 그것도 머리 부분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폈다. 확실하게 윤곽이 움직였다.

운수대통이다. 적어도 오늘 목숨을 잃을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

 

무흔은 대붕산채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아래에서 보면 마치 대붕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의 눈으로 전체적인 상황이 확 들어왔다.

무엇보다 산채 중앙에 잡아 놓은 인질이 보여 그는 안심했다. 그 주위로 포진하고 있는 산적 무리까지 확인한 그는 인질을 구할 가장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삼엄한 경비로 보아 혼자서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었다. 후기지수들이 혼란을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들이 성공하면 상관없지만 실패하면 그가 뛰어들 생각이다.

멀리 산기슭에서 백단영을 위시한 상단 무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는 산채 부근에 숨어 있는 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의 마무리는 대호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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