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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9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90화

90화. 신화문 해후 (1)

 

 

 

무림맹 깊숙한 곳에 네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이곳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면면은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의 인사였다.

우선 무림맹주인 의천진인.

현 무당파 장문인의 사숙인 의천진인은 사실상 현 무림의 최강자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젊어서는 멸사제마에 앞장섰고, 늙어서는 무림맹 맹주를 맡아 헌신했다. 무당이 낳은 최고의 영웅인 그가 있기에 무림맹이 유지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의천진인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이들은 무림맹 책사인 만박노사와 용봉대 대주인 풍사검객, 예속 부대 대주인 서옹이었다.

“드디어 마교와의 전쟁이 시작인가?”

의천진인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말이 쏟아졌다.

만박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백 년 전 대벽산 만혈대에서 벌어졌던 정마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교와의 일전이 벌어질 겁니다. 마교 쪽에 심어둔 세작에 의하면 조만간 마교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 하더군요.”

“그들의 세력은 얼마나 되나?”

의천진인의 질문을 서옹이 받았다.

“제가 그동안 중원에 심어진 마교의 세력을 확인해왔습니다. 의외로 소문 없이 곳곳에 뻗어 있더군요. 정파 쪽 소규모 문파의 일부가 마교에 포섭됐고 사마련은 사실상 마교와 연합한 상태입니다.”

서옹은 그 예로 신화문을 설명했다.

여기에 사마련과 마교 간에 최근에 체결되었다는 문서가 증거로 제시됐다.

“소규모 문파가 이탈할 경우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삼자인 무림맹이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두고 보고 있었는데 마교가 준동한다는 것은…….”

만박노사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핀 후 설명을 계속했다.

“마교가 자체뿐만 아니라 중원에서의 준비도 끝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도 기회가 됩니다. 이를 계기로 무림맹이 직접 개입이 가능해지니까요.”

“이 기회에 신화문을 비롯하여 마교에 오염된 군소 방파를 구원해야 합니다.”

서옹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의천진인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질문했다.

“하필 왜 지금 마교가 움직이려는 걸까요? 단순히 준비가 끝나서입니까?”

만박노사가 길게 설명했다.

마교가 움직였던 가장 최근은 대략 백 년 전이었다.

당시 정파와 사파는 사활을 건 대전투를 벌였는데, 그때 사파 세력의 핵심이 마교였다. 마교 교주였던 파천마종이 이끄는 마교 무리는 중원 무림을 휩쓸고 무림맹을 거의 괴멸로 이끌었다.

최후의 정마대전이 벌어졌던 곳은 대벽산 만혈대. 마교의 비밀 성지였던 이곳에서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고 당시 정파 사파를 비롯한 최강고수들이 이곳에 묻혔다.

마교 교주였던 파천마종이 이곳에서 숨을 거두면서 마교는 가장 중요한 신물을 잃었다. 이 신물은 마화령이라 불리는 보물로 마교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상징물이었다. 마화령이 없는 마교 교주는 아무래도 그 권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백 년간 마교에서는 붕괴된 만혈대를 수색하려 했으나 무림맹의 방해로 실패했다.

무림맹 또한 만혈대 탐사가 불가능했다. 마교에서 이를 방해했던 데다 만혈대 내부에 마교가 설치했던 복잡한 미로와 기관 진식을 뚫기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결국 만혈대는 무림맹도 마교도 발길이 닿지 못하는 성지로 변했다.

“궁극적으로 마교가 노리는 것이 만혈대 내부에 숨겨진 마화령이란 말이지?”

의천진인의 질문에 만박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교가 어떤 식으로 시작할지 모르지만 당장의 목표는 만혈대이겠지요.”

“끙”

의천진인이 신음을 터트렸다.

대정문과 흑사방의 전투에서 장후성이 얻어낸 장보도가 바로 만혈대의 미로를 그려 놓은 지도였다. 지금까지는 설치된 기관진식 때문에 만혈대 지하미로에 들어가기 어려웠으나 장보도를 입수한 이후로 달라졌다. 이 장보도를 책사인 만박노사와 일재 제갈수 등이 심혈을 기울여 해석했으니까.

마교 측에서는 무림맹에 마교의 신물을 비롯한 각종 유물을 빼앗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도 만혈대에는 백 년 전에 이곳에서 죽었던 여러 문파의 유물이 매장되어 있는 만큼 반드시 파헤쳐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교 세력을 약화시키면서도 만혈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림맹의 주력인 청룡대와 백호대는 마교와 전투를 치르고, 유물을 원하는 각 문파 주요 인사와 용봉대가 만혈대를 파헤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었다.

“흐음.”

만박노사의 설명에 모두가 신음을 토해냈다.

백 년 전 무림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당시의 난리가 생각난 까닭이다. 이대로 흘러가면 어마어마한 대립과 전투가 벌어진다.

마교가 최근에 세력을 키웠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과연 무림맹도 이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절로 회의적인 시각이 일었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챈 듯 만박노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싫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교의 준동이 곧 시작되리란 사실은 명약관화하니까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싸움을 주도할 것이냐 아니면 끌려가느냐의 결정뿐입니다.”

만박노사의 뜻은 명확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먼저 거는 것이 유리하다. 용봉대로 만혈대를 먼저 탐사한다면…….

풍사검객과 서옹의 눈빛도 의욕적으로 빛났다.

무림맹주의 허락만 남은 상황. 의천진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실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의천진인이 맹주 자격으로 선언했다.

“책사께서는 계획대로 추진하시지요. 무림맹의 모든 자원을 이용해서 밀어드리겠습니다. 대의를 위해 우리가 앞장섭시다.”

“먼저 만혈대 내부 진입을 막고 있는 장애물부터 걷어내겠습니다.”

 

 

**

 

 

용봉대 출정 일자가 잡혔다.

본격적인 작전 투입에 대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대원 대부분은 이 상황을 반겼다. 무림맹 내부에서 수련만 반복하는 상황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용봉대원들은 자신들의 무위에 자부심이 높아 강호로 나가면 큰 활약을 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했다.

평소처럼 백단영은 달인 약을 가지고 서옹에게로 갔다. 서옹이 다친 부분은 겉보기에 거의 아물었고 내상도 사실상 완치된 듯 보였으나 그녀는 여전히 수발을 계속했다.

그녀가 주는 약탕을 쭉 들이킨 서옹이 평소와 달리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봤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라며 고민하는 그녀에게 서옹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무공은 좀 늘었느냐?”

“늘긴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용봉대에서 비무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풍사검객이 별도로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어서 백단영도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다.

탕 그릇을 넘기면서 서옹이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요즘엔 무엇을 익히고 있느냐?”

“백상검법이라고…….”

잠시 대답을 주저하던 백단영은 사실대로 설명했다.

“무흔이 저에게 익히라고 준 검법이 있어요. 말로는… 복마십팔검법을 조금 수정했다고 하던데요.”

“흘흘, 그 녀석이 이제는 새로운 무공을 창안할 수준에 이르렀나 보군.”

서옹이 코를 후비적거리면서 혼잣말을 했다.

내친김에 백단영은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런데 어르신, 무흔이 정말 무공 연구에 재능이 있어요?”

“네가 보기엔 어떠냐?”

“운경각에 있는 비급 가운데 딱 맞는 것만 골라주는 것을 보면 재능이 있어 보이긴 해요.”

“흘흘, 내가 보기에도 그렇구나.”

더 분명한 대답을 듣기 원했던 백단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게 뭐예요?”

“흘흘, 마침 저기 오네. 직접 물어보려무나.”

백단영은 서옹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무흔이 떡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꾸벅 인사하는 무흔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아니, 아침부터 두 분께서 뭐하십니까?”

무흔이 묘한 기시감에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옹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네 아가씨께서 네가 알려준 무공이 어째 좀 시원찮다고 말하는구나.”

무흔은 백단영을 한차례 본 후 서옹을 향해 떡을 툭 던졌다.

“앞으로 굶고 싶으신 거죠?.”

서옹은 웃음을 터트리며 떡을 질겅질겅 씹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개방 출신이라 착각할 정도다. 백단영이 옆에 조용히 물잔을 올려놓았다.

“흘흘, 둘이 함께 있으니 말할 게 생겼어. 잘 들어라.”

무흔과 백단영이 서옹의 곁에 모여 앉았다.

“용봉대가 곧 작전에 투입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게야.”

“무슨 작전입니까?”

무흔이 급하게 물었다.

“이거 알려주면 안 되는 건데…….”

당연히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알려주겠다는 뜻이다. 무흔은 실소를 머금었다.

“알겠지만 예전에 대정문에서 얻어왔던 만혈대 비도를 현지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만혈대란 말이 나오는 순간 무흔과 백단영이 동시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들도 만혈대의 의미가 얼마나 중대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일은 대단히 위험하지. 마교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둘 다 갈 거냐?”

“당연하죠.”

무흔과 백단영이 동시에 의욕을 드러냈다.

무흔은 이 작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백단영에게 이 작전은 매우 중요하다. 백단영은 만혈대에서 진정한 사부를 얻어 절정고수로 거듭나니까. 그녀는 반드시 만혈대 수색 작업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말이지…….”

어째 불길한 어투로 서옹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무흔아, 신화곡 문제 말이다. 벽해결 소협 문제도 해결해야 하거든.”

무흔이 벽해결을 서옹에게 연결해준 후 며칠 지난 시점, 갑자기 벽해결이 이 자리에서 왜 나오는지 혼란스러운 무흔에게 서옹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무흔아, 너는 백 소협을 데리고 신화곡에 다녀오거라.”

“예? 만혈대에 안 가고요?”

“만혈대 가봐야 네가 할 일이라고는 밥하는 것 외엔 없지 않냐? 신화곡에 가서 북악신군과 벽해결을 만나게 해주어라.”

벽해결이 서옹을 만난 이후 이렇게 결정한 모양이었다.

무흔뿐 아니라 백단영도 놀랐다.

“그럼 무흔은 만혈대에 안 가나요?”

“왜? 너도 같이 갈래?”

서옹이 묘한 표정으로 백단영을 바라봤다. 백단영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무흔은 적잖게 당황했다. 어쨌든 백단영은 반드시 만혈대로 가야 한다. 가지 않으면 훗날 그녀가 천향검후로 발돋움할 근본이 사라지니까.

“아, 아뇨. 저 혼자 갈게요.”

무흔은 어떻게든 신화곡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만혈대로 달려갈 생각을 했다. 그의 대답에 백단영의 얼굴에 얼핏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이어서 무흔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저 혼자 신화곡에서 뭘 어쩌란 말입니까? 거기 마교 소굴이라면서요?”

“어차피 신화곡에는 우리가 직접 개입하기 힘들어. 명확하게 마교 녀석들이 작당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넌 벽 소협과 함께 북악신군을 구하고 마교의 개입 증거를 찾아오면 돼.”

“그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전 용봉대원이 아니고 예속 부대원이라고요.”

“그래서 단영이를 붙여준다고 하지 않았냐? 거절하고서는…….”

무흔은 꼼짝 못 하고 입을 닫았다. 이러다가 백단영이 만혈대 작전에서 빠지면 정말 골치 아프다.

안색이 변한 그를 향해 서옹이 작전을 설명해줬다.

“신화문과 정면대결할 게 아니면 사람 수가 적을수록 좋아. 북악신군이 산꼭대기에 갇혀 있다며? 거기만 몰래 다녀오거라.”

무흔이 이미 그곳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어 내부 사정을 잘 알고 벽해결 역시 그곳 지리에 익숙하기에 서옹의 작전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긴 했다.

“그러다가 거기에서 마교인이라도 만나면 어떡해요?”

“그러니 은밀히 잠입해야지. 필요하면 단영이를 붙여준다니까.”

“에이.”

무흔은 백단영을 슬쩍 봤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넌 내가 미덥지 않나 보네?”

살짝 날이 선 목소리로 백단영이 무흔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무흔이 손을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아니고요. 위험…… 아니, 아가씨는 만혈대로 가는 게 경험을 위해서도 훨씬 나을 것 같아서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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