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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8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88화

88화. 무공의 융합 (2)

 

 

 

마교 소교주인 사마극은 자신의 전각 앞에 있는 그네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견 매우 평화로운 풍경처럼 보였으나, 이 행동은 사마극이 새로운 구상에 몰입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무심한 듯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사마극의 시선이 정면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흐릿한 그림자가 어리더니 이내 한 노인이 나타났다.

나이를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었다.

그는 적색 마의를 걸치고 있어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적색의 분위기는 화려한 흑의 무복을 입은 사마극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노야, 무슨 일이오?”

사마극이 안면에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반겼다.

마심노야. 그는 사마극을 어릴 때부터 보필했던 그림자 같은 인물이었다. 마교 내에서의 서열 역시 교주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실력자다.

“소교주님, 조만간 교주님의 허락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중원 무림 정벌 말인가?”

“그렇습니다. 만혈대에서 백 년 전에 벌어졌던 정마대전 이후 웅크렸던 우리가 드디어 비상하려나 봅니다.”

마심노야의 목소리는 울분에 차 있었다. 사실 고립된 마교의 역사가 그의 인생 백 년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정작 사마극은 무덤덤한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잘 됐군. 그동안 갑갑했었는데 말이지.”

“예전 선조처럼 중원을 누비며 마교의 기상을 떨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좋아, 교주께서 중원정벌을 선언하는 대로 우리는 만혈대 탐사를 시작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만혈대에는 백 년 전 마교 교주의 신물인 마화령이 묻혀있었다.

물론 마교 교주뿐만 아니라 당시 정마대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영웅의 유물도 함께 묻혀있다.

사마극은 당시 잃어버린 교주의 신물과 마검, 마공이 담긴 비급 등을 떠올렸다. 그 모든 것이 마교의 부흥을 위해서 꼭 필요했다.

마심노야가 고개를 숙였다.

“먼저 교주님께서 구대문파를 쳐서 이목을 돌리실 겁니다. 만혈대는 그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알았네. 달리 할 말은?”

다시 무심한 눈빛으로 돌아간 사마극이 물었다.

“잔혼객과 혈궁마혼이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진노할 일이건만 사마극의 의외로 담담했다.

“그들은 적황쌍마 등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보냈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는 족족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흠, 용봉대 후기지수의 능력이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거지. 이상한 일이군.”

사마극은 예전 팔곡산에서 부딪혔던 용봉대를 떠올렸다. 의심할만한 자는 없었다.

“조사는 해봤나?”

“개봉으로 돌아가는 마차를 습격했던 듯합니다. 그곳에는 용봉대 예속 부대주 서옹과 용봉대원인 장후성, 남궁이화, 백단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심노야가 한차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잔혼객은 검에 의해 죽었는데 시신이 사실상 거덜 나서 검흔을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혈궁마혼의 주된 사인은 가슴에 뚫린 검상이었고 온몸에 화산파의 검법으로 추정되는 검흔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장후성이 관여했다는 것으로 보이는군.”

“그 싸움에서 서옹이 크게 다쳤었나 봅니다.”

잔혼객과 싸웠으니 서옹이 다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사마극은 문득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서옹의 수준은 의문이 있지만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안다.

과연 이들만으로 잔혼객과 혈궁마혼을 살해할 수 있었을까?

문득 그는 남은 한 명의 이름을 어디에선가 들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무림맹에 다녀왔던 은옥상이 관심이 가는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머릿속에서 은옥상이 말했던 그 두 사람을 간신히 기억해냈다.

“백단영의 역할은?”

“그녀의 무공은 보잘것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피하기 급급했겠죠.”

“또 한 사람, 무흔이라고 들어봤나?”

“이번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공통 인물은 장후성과 남궁이화였고 여기에 굳이 더 끼워 넣자면 백단영 정도였다. 믿고 싶지 않은 결과였으나 우연이 계속된다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적어도 장후성이나 남궁이화가 예상보다 높은 실력을 감추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심노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사마극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만혈대가 열리면 모두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그때 제대로 검증해보도록 하겠다.”

사마극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맴돌았다.

 

***

 

무흔은 서옹이 넘긴 복마십팔검법을 열심히 읽었다.

평소 일하던 운경각의 자리에 앉아 모든 일을 미루어두고 읽기를 반복했다.

사실 단 한 번만 읽으면 그는 자연스럽게 5성의 경지에 이른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보다 확실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복마십팔검법의 첫 권을 끝낸 무흔은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십팔 식 가운데 초반 육 식이 선명하게 눈에 떠올랐다. 검이 주어지면 바로 펼칠 수 있을 만큼 감각이 선명했다.

“일단 첫 권을 완전히 소화했어. 이제 마지막 권을 시도해보자.”

무흔은 마지막 권을 폈다.

예상대로 십삼 식부터 적혀 있었다.

정확히 중간 부분이 빠져 있었다.

무흔은 꼼꼼하게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밤이 되었을 때 그는 셋째 권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는 다시 눈을 감고 방금 읽은 복마십팔검법을 떠올렸다.

눈앞에서 복잡한 검로가 일 식부터 천천히 그려졌다. 그렇게 육 식까지 그려졌을 때, 그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칠 식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놀라움은 팔 식, 구 식으로 이어져 결국 십이 식까지 완벽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오오! 이게 왜 되지?”

사실 그의 능력으로 본다면 되는 게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경험은 그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막 되어버리면 어떡하냐? 이젠 중간이 빈 비급은 모두 복원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순간 그는 각 문파의 잃어버린 절기를 복원해주고 떼돈을 버는 자신을 상상했다.

이미 돈은 많지만…… 그래도 다른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어진 십삼 식부터는 그가 비급에서 읽은 것이다. 눈앞에 그려진다고 이상할 일은 없다.

그렇게 십팔 식까지 모든 검로가 완벽하게 그려졌을 때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손목엔?”

그는 소매를 걷었다. 복마십팔검법 5/12가 손목에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그 위치는 높지 않았다. 이것은 무흔이 삼 층 서고에 있는 수준 높은 비급을 다양하게 읽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복마십팔검법도 삼 층 서고에 비치될 수준의 비급이었다.

“이야! 정말 중간 부분이 복원됐어. 이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감탄이 절로 발해졌다.

무흔은 혈우파천만겁공의 경우와 비교했다. 혈우파천만겁공은 첫 권을 읽었을 때, 둘째 권 내용을 전해 알 수 없었다, 사실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었다.

즉, 첫 권을 익힌다고 하여 둘째 권이 저절로 익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복마십팔검법은 중간의 보지 않았던 내용이 저절로 복원됐다.

대체 그 차이는 무엇일까.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그에게 주어진 능력 때문임이 분명했다. 어쨌든 생각대로 복원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이 무공은 검초의 기본적인 성격으로 보아 대호와 양이설에게 적합한 검법이다. 그들이 익혔던 기존의 무공보다 더 나은 검법이니까.

“이젠 다음 단계인 융합과 창조를 시도해보자.”

무흔은 복마십팔검법의 둘째 권을 기록하기에 앞서 무공의 융합 및 창조 가능성부터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마치 심법을 운용하는 것처럼 무흔은 정좌를 한 상태로 눈을 감았다.

그는 복마십팔검법과 무상벽라검법을 동시에 떠올렸다.

눈앞에 두 종류의 검법이 동시에 나타나 검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검로를 살피면서 두 검초를 섞어 융합을 시작했다.

마치 그림자 인간이 검법을 시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눈앞에 검초가 그려졌다.

하지만 금세 벽에 부딪혔다. 검초의 연결이 불완전해지고 그 위력에서 오히려 한계를 드러냈다.

무흔은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을 시도했다. 한 시진도 안 되어 수십 가지 방법으로 두 검법이 융합됐다. 하지만 이전의 검법보다 더 부족한 검법이 만들어졌다.

그는 새로운 무공의 창조가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슷한 두 검법을 융합하는 것도 어려우니 완전히 새로운 무공을 창조하는 것은 얼마나 천재여야 할까.

무흔은 일단 가부좌를 풀고 지금까지 했던 노력을 되새겼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이 즈음해서 포기했을 것이다.

허나 무흔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재도전!”

그는 가부좌하고 앉아 눈을 감았다.

눈앞에 복마십팔검법과 무상벽라검법이 물 흐르듯이 그려졌다. 그는 끈질기게 재도전했다. 점차 요령이 생겼다. 무흔은 빛을 보는 것 같았다.

 

***

 

연무장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일과가 끝나고 모두에게 각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운경각을 벗어난 무흔이 백단영을 찾아갔다.

그는 최대한 그녀에게 방해되지 않을 시간을 골라 용봉대 숙소 부근에서 얼쩡거렸다. 그가 백단영의 하인이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에 그를 본 어떤 사람이 백단영을 불러줬다.

잠시 기다리자니 백단영이 반갑게 뛰어왔다.

“무흔, 어쩐 일이야?”

“아가씨,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응, 그럭저럭. 넌?”

“저야 뭐…… 바쁘게 보냈죠.”

“서동 어르신께 이야기는 들었어. 고생한다고.”

백단영이 무흔에 대해 많은 걸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하여 무흔은 가슴이 뿌듯했다.

“지난번엔 미안했어. 네가 은 소저랑 엮이고 싶어 엮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백단영이 먼저 사과를 해왔다. 어째 오늘 그녀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무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혹시…… 아가씨 오늘 뭔가 잘 못 드셨어요?”

“왜?”

“저녁 식사 때 사과 드신 것 맞죠?”

“어휴, 네가 꽁해 있을 것 같아서 그런다. 그럼 다시 버럭 화낼까?”

“아뇨.”

무흔과 백단영은 웃으며 연무장을 거닐었다.

무흔은 모처럼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그녀를 만나면 인생의 위안을 얻는다. 무공 융합을 하느라 며칠 고생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하긴 백단영은 현실에서도 항상 그에게 즐거움을 줬다. 그러니 매일 밤에 올라오자마자 소설을 읽었지.

“몸은 괜찮아요?”

독단의 후유증이 없는지 먼저 물었다.

“괜찮아. 평소와 차이점을 이젠 못 느끼겠어. 원래 이런 것 맞나?”

“네. 평소엔 잠재되어 있다가 체내에 독이 들어오면 맹렬하게 반응하죠. 정상입니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보여 무흔은 안심했다.

그는 품에서 비급을 꺼냈다.

백단영을 위해 복마십팔검법과 무상벽라검법을 융합하여 새롭게 창안한 검법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연검과 그녀의 심법에 적합하게 만든 것이다.

“이게 뭐야?”

“백상검법이라고요…….”

“백상?”

“제가 밤낮으로 연구해서 새롭게 만든 검법이죠.”

“진짜 만들었어?”

물론 백단영도 이제는 무흔이 새롭게 무공을 창안했다 하여 그리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마 적당히 흉내 낸 정도라고 단정했다.

“이름을 짓기 힘들어서 그냥 백가상단을 줄여서 백상검법이라 정했고요. 하남백가의 독문 무공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순간 백단영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 와서 유명 무가에 얼마나 치였던가. 독문 무공은 없냐고 숱하게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때로는 그녀를 무시하기 위해 답이 정해진 그런 질문을 일부러 하는 자도 많았었다. 그런데 독문 무공이 생기다니.

비록 대단한 무공은 못 될지 모르지만 백단영은 독문 무공이란 말만으로도 고마웠다.

마음이 울컥하여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던 백단영이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비급을 받았다.

“정말 고마워.”

“아마 이미 익히고 있는 백변연환검과 적절하게 보완이 될 거예요. 위력만으로 보면 훨씬 나을 거고요.”

“위력은 중요하지 않아. 새로운 검법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지난번 잔혼객을 만났을 때, 백단영은 자신이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했었다. 그녀를 구하려다 서옹이 다쳤음에도 정작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 괴한들이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도 어쩔 수 없었던 괴물이었음은 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몸을 간수할 무공 수준이 무척 부러웠다.

무흔이 직접 만들었다면 조금 미덥지 못할지 모르지만 없는 것보다 나을 것 아닌가. 비급을 골라준 그의 능력을 생각하면 기대가 되기도 했다.

“고마워.”

연신 고맙다는 백단영을 숙소로 들여보내고 무흔은 예속 부대 막사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무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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