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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8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85화

85화. 독망지주 (2)

 

 

 

은옥상이 오만상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째려보더니 독제의 앞에 앉았다. 왠지 은옥상이 귀엽게 느껴져 무흔은 내심 웃음을 지었다.

“자, 나에게 등을 보인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라.”

은옥상이 독제의 앞에 정좌하고 앉았다.

준비가 끝나자 그녀는 독제가 넘겨준 독단을 삼켰다. 그녀가 고통에 안면을 찡그리기도 잠시, 그녀의 명문혈에 양손을 붙인 독제가 독공을 일으켜 기운을 유도했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독단이 내부에서 녹고 진기와 함께 혈맥을 일주천 하면서 몸에 흡수됐다.

독단에 든 독은 몸 내부에서 내성을 형성해서 앞으로 몸 내부로 침범한 독을 방어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한참 스스로 운기를 해보던 은옥상이 마침내 눈을 떴다.

“괜찮아?”

무흔의 질문에 은옥상이 배시시 웃었다. 뜻밖의 기연에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만독불침이 되었다는데 아무 느낌이 없어. 평소랑 같아.”

독제가 독망지주 한 마리를 다시 잡아 으깬 후 독단을 빼냈다.

“자, 너도 앉아 보거라.”

무흔은 독제에게 독단을 받았다.

“자, 너도 얼른 삼키고 운기할 준비를 하게.”

무흔은 손바닥에 올려진 독단을 살폈다. 시커멓고 반들반들한 타원형의 모습이 어릴 적 먹던 과자 같아 익숙한 느낌이다.

잠시 독단을 살피던 무흔은 독제를 향해 꾸벅 인사한 후 주머니에 넣었다.

독제가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어? 자네는 독단을 복용할 생각이 없는가?”

“저는 이 독단을 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저보다는 그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그분께 드리려 합니다.”

뜻밖의 선언에 독제가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그 독단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이야. 말했다시피 나의 인도가 없이 그 독단을 복용하면 독에 중독되어 죽게 되네. 그 독단이 필요하다는 그 사람도 복용이 어려울 걸세.”

무흔도 그런 정도는 이미 안다. 그래서 이미 그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흐음…….”

독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으나 무흔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독망지주의 독단이 무림인에게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또 만독불침이 되면 강호에서 활동하기에 얼마나 유리해지는지 익히 아는 상태에서 독망지주를 포기하겠다는 그의 행동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한참 무흔을 쳐다보던 독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내가 졌어. 독망지주의 독단을 하나 더 주도록 하지.”

독제가 손을 휘젓자 독망지주가 한 마리 또 끌려왔다. 독제는 바로 독망지주에서 독단을 꺼냈다.

“자, 앉아라.”

그의 버팀은 성공했다. 백단영을 위해 어떻게든 하나를 더 얻고 싶었기에 승부수를 걸었었다.

“감사합니다.”

무흔은 절을 크게 한번 한 다음 정좌를 하고 앉았다.

신호와 함께 독단을 입에 넣었다. 독단이 바로 녹아들며 쓴맛이 입안을 채웠다. 곧바로 몸 내부가 마비되는 듯한 중독 증세가 느껴졌다.

명문혈을 통해 독제의 진기가 밀려 들어왔다. 그 진기는 몸 내부로 스며드는 독단의 기운을 완화한 다음 일주천을 유도했다. 잠시 느껴지던 고통이 점차 사그라들고, 정상적인 운기조식으로 이어졌다.

명문혈을 통해 독의 퍼짐을 유도하던 독제의 내력이 사라졌다.

무흔은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하며 방금 받아들인 독단의 기운을 자신의 내력과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흔은 눈을 떴다.

눈앞에서 독제와 은옥상이 담소를 나누며 복숭아를 먹고 있었다. 입안에 남은 쓴맛을 지우기 위해 그도 얼른 복숭아를 입에 물었다.

이것으로 만독불침의 몸이 된 것인가.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 만독불침은 아니다.

독망지주가 내성을 가진 독에만 효능이 발해지니까. 하지만 무림에 알려진 대부분 독이 해당하기에 앞으로 그가 독에 중독될 일은 드물다고 할 수 있었다.

매화곡 방문과정에서 그가 계획했던 중요한 일이 완료됐다.

훗날 장후성이 다시 이곳을 방문해서 마찬가지로 기연을 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그 일은 이제 그와 무관하다.

“가끔 시간 되면 들리겠습니다.”

무흔은 은옥상과 꾸벅 인사를 했다. 만독불침을 선사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다.

독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얼른 가보라고 손짓했다.

“그래, 올 때마다 복숭아를 가져오도록 하거라.”

오랜만에 맛본 복숭아가 어지간히 맛있었나 보다. 아마 복숭아는 은옥상이 자주 가져다줄 것이다. 여기는 매화곡에서 멀지 않으니까.

 

***

 

매화곡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무흔은 연신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은옥상에게 물었다.

“어때? 독단을 먹은 소감이?”

“생각지도 못한 기연을 얻었어. 고마워.”

은옥상이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어째 저럴 때의 모습은 사악한 마교 소교주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소교주라면 어릴 때부터 온갖 영약을 많이 먹지 않나? 그러다 보면 독에 대한 내성이 꽤 생겼을 것 같은데?”

“그래 봐야 독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독에 대한 내성은 무리야. 솔직히 독공을 익히는 것은 너무 괴로워서 하기 싫거든.”

은옥상이 뭐라고 주절주절 설명했지만 무흔은 제대로 듣지 않았다.

어쨌든 그를 따라오는 바람에 공짜로 얻은 기연을 무척 만족해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이렇게 신뢰를 형성해두면 앞으로 도움을 요청해도 거절하지는 않겠지. 마교 소교주인 사마극을 상대하는 새로운 방법이 생겨난 셈이다.

물론 무흔이 바라는 최상의 관계가 있긴 하다.

즉 은옥상이 그를 마교의 서고로 데려가 준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가 마공을 익히게 된다면 향후 벌어질 정마대전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됨은 물론 백단영의 운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미래를 기대하며 이번 매화곡 방문에서 자신이 무극서생임을 드러냈고, 마교인을 죽인 당사자임을 노출했으며, 그녀에게 독망지주 내단도 선물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무흔은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분 만큼이나 날씨도 화창했다.

그의 상념은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는 은옥상의 행동 때문에 깨졌다.

“그런데 말야, 독단 하나 챙긴 거 누구에게 줄 거야?”

무흔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너의 그 아가씨…… 백단영이구나?”

귀신이 따로 없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그에게 은옥상이 입을 쭉 내밀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 아가씨에게는 정말 지극정성이네. 질투 나게끔.”

“하하, 이제 알았어?”

“아니, 무림맹에서 비무할 때 네 눈빛 보고 이미 알았지.”

은옥상이 투덜대면서 흥 소리가 나도록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곧바로 그의 눈치를 슬며시 살폈다. 역시 기연을 줬더니 함부로 대들지 못한다.

무흔은 피식 웃으며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은옥상은 그와 백단영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단순히 주인 아가씨와 머슴의 관계로 볼까. 아니면 그보다 더 가까운 관계라 생각할까. 어떻게 보더라도 그녀가 이 무림 세계에 와 있는 목적이 그녀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죽지 않도록 도와야 하기에 독망지주의 독단이 필요한 것이다.

무흔은 품에 넣어둔 독단을 슬그머니 확인했다.

 

***

 

며칠 후 무흔은 복원을 끝낸 혈우파천만겁공의 전반부를 넘겼다.

말이야 복원이라지만 실제로는 그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써서 비급으로 만들어 준 것에 불과했다.

은옥상은 이미 무흔이 혈우파천만겁공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기에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정작 비급을 받고 나니 그 감격이 남달랐다. 이 세상에 어떤 천재가 후반부 비급만으로 전반부를 다시 복원해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복원에 그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익히기까지 했다.

“정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

은옥상이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큭큭, 그렇지?”

“야! 이참에 너 매화곡에 더 있으면 안 돼?”

잔뜩 허세를 부리는 무흔을 향해 은옥상이 등짝을 한 대 치며 제안했다.

당연히 무흔은 들어줄 생각이 없다. 아니, 실제로는 있다.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그건 안 돼. 난 우리 아가씨 시중들어야 하니깐.”

“아…… 정말! 그 아가씨 누군지 몰라도 정말 엄청 챙기네.”

은옥상이 볼멘소리를 연발했다.

무흔은 슬쩍 미끼를 던졌다.

“나를 마교 서고에 들어가게 해주면 다음에 또 들릴 수도 있어.”

“그건 어려운 일이야.”

불가능하다는 듯 은옥상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금방 뭔가를 생각해낸 은옥상이 손바닥을 딱 쳤다.

“아! 데리고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거기에 있는 책을 갖고 나올 수는 있어. 혈우파천만겁공처럼.”

이 방법도 다소 불편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본교에 갈 때마다 몇 권씩 대여해 올 테니까…….”

“그래, 그럼 그때 한 번씩 들리도록 하지.”

무흔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은옥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였다. 어째 백단영에게 진 기분이 들어 기분이 영 찜찜했다.

“이제 그만 간다. 아가씨에게도 열흘 내에 돌아간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할 일도 다 끝냈고.”

“우리 동맹은…… 유지되는 거지?”

“흐흐, 당연하지.”

무흔은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렸다.

은옥상이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

 

무흔은 말을 한 마리 사서 개봉까지 내달렸다.

덕분에 그는 백단영과 거의 같은 날에 개봉에 도착했다. 서옹 일행이 마차로 움직이다 보니 무흔보다 느린 데다 서옹의 치료 때문에 중간 중간에 쉬어갔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옹은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당장 몸을 쓰기는 힘들었으나 그마저도 한두 달이면 회복될 것이다.

덕분에 무흔만 바빠졌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서옹 때문에 온종일 옆에 붙어 시중을 들어야 했으니까.

백단영도 서옹의 약 배달을 마다하지 않았다.

원래 용봉대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 것도 있고, 서옹과 생사를 함께했다는 인연 때문에 백단영은 흔쾌히 서옹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당연히 서옹은 좋아했다.

이 덕분에 무흔에게도 좋은 점이 생겼다. 바로 백단영이 약을 타러 갈 때 호위를 핑계로 동행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너, 놀고 싶은 거구나?”

백단영이 시장을 걸으면서 무흔을 타박했다.

“아니라니까요. 이것은 순수하게 아가씨의 안전을 위한 겁니다.”

무흔은 자신이 원래 백단영의 호위무사임을 상기시켰다.

“어휴, 호위는 무슨…….”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백단영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나 보다.

의방을 찾아 길을 재촉하던 무흔은 길 한쪽에서 당과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당과 앞에는 아이들이 잔뜩 늘어서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가씨, 우리 저거 하나씩 먹으면 안 될까요?”

“으이그, 애냐? 당과 먹고 싶어서 나 따라온 거지?”

“아니라니까요, 호위하려는 순수한 마음인데.”

무흔의 넋두리에 백단영이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사줄게.”

백단영은 무흔이 돈이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자신이 사겠다고 했다. 가게 앞에 늘어선 아이들 덕분에 한참 걸려서야 당과를 샀다.

“두 개 주세요.”

“아니, 세 개요.”

무흔은 재빨리 당과 개수를 수정했다.

“이게 자기가 돈 안 낸다고…….”

백단영이 눈썹을 찌릿 치켜떴다.

길거리에서 당과를 먹으면서, 아니 단물을 쭉쭉 빨면서 둘이 나란히 걷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둘만의 이런 시간이 만족스러운 듯 백단영의 입가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그건 누가 먹을 거야?”

당과를 먹어 치운 백단영이 무흔의 손에 포장된, 남은 당과 하나를 노렸다.

“예쁜 아가씨요.”

“나?”

“그쪽은 못생긴 아가씨고요.”

퍽!

등을 가격당한 무흔은 철퍼덕 넘어졌다. 그래도 당과만은 꼭 지켰다.

평소 약을 타오던 의방 부근에 왔을 때 무흔이 그녀의 옷자락을 끌었다.

“아가씨, 제가 최근에 좋은 의방 한 곳을 개척했거든요. 거기로 가요.”

어차피 약을 타는 일이라 어디로 가더라도 상관없었다.

“의방이 좋아 봐야…….”

“아뇨, 거기 진짜 괜찮아요.”

무흔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백단영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바로 연연의방.

마침 손님이 없어 한적한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 놀고 있던 곽연연이 무흔을 발견하고 후다닥 뛰어왔다.

“아저씨!”

“연연 안녕!”

무흔은 가져온 당과를 연연에게 건넸다.

그러자 당과를 입에 넣은 연연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 맛있다.”

당과를 들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백단영은 무흔을 다시 봤다.

무흔에게 저런 자상한 면이 있었던가. 한편으로는 꼬마보다 자신이 못생긴 게 맞는지 열심히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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