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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7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76화

76화. 월성문 (3)

 

 

 

다음날 저녁때쯤 무흔 일행은 월성문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들의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거리였다.

예상대로 월성문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월성문에서는 잔칫날이라 문을 개방하고 손님을 자유롭게 맞이했다. 물론 무흔 일행도 그 틈에 끼어들기는 했다.

그들 가운데 그 누구도 혼주에게 별호나 소속 등을 밝히지 않았다.

들었던 대로 혼례의 주역은 월성문주의 딸이었다. 상대인 남자는 태호방에서 잘 나가는 제자, 무림의 선남선녀가 눈이 맞은 혼례식에 모두가 축하를 보냈다.

축하사절도 주변 방파에서 상당히 많이 왔다.

무흔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혼례식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무흔은 혼례식 전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현대인인 그에게 이런 장면은 그야말로 구경거리였기 때문이다.

붉은 옷으로 화사하게 치장한 신랑 신부는 예뻤다.

원래 신랑 신부는 아름다운 법이지만 이들은 확실히 훤칠하고 잘생긴 남녀였다.

어쨌든 신랑 신부가 맞절하는 장면을 보면서 무흔 일행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손뼉을 치던 무흔은 문득 옆에 선 백단영을 바라봤다. 마침 그녀와 시선이 만났다. 백단영이 그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물론 그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무흔은 알 수 없었다.

“자, 먹자고.”

잔칫상에 자리를 잡자마자 서옹이 모두를 부추겼다. 무흔은 대단한 늙은이란 생각을 했다. 이럴 때는 확실히 낯이 두꺼운 서옹이 부러웠다.

“얼마 만에 만나는 진미냐!”

서옹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솔직히 무흔은 이런 화려한 요리를 처음 접했다.

사천 지방 특유의 다양한 요리가 상에 쫙 깔렸다. 그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들 일행은 잔칫상에 앉아 마음껏 배불리 먹기 시작했다.

무흔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연히 아는 사람은 없다. 아니 딱 두 사람 있었다. 오다가 만났던 태호방 제자들이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태호방의 하대남과 송성국이 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두 사람이 먼저 서옹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어서 곧바로 장후성과 남궁이화 옆에 붙었다. 태호방 사람들에게 화산과 남궁세가는 친목을 다지고 싶은 그런 곳이었으니까.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웠지만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하대남과 송성국은 이 일대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인 데다 오늘은 무려 신랑의 사형인 중요 인물이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장후성과 남궁이화에게 모였다.

여기에다 남궁이화와 백단영이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다 보니 그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얻어먹는 처지라 무흔만 심장이 뛰고 난처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물론 백단영도 먹는 모습이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얼핏 사천 특유의 유별난 요리를 막상 먹기 어려워하는 그런 표정이다. 부잣집에서 살았던 백단영이 이런 요리에 익숙지 않을 까닭은 없겠지만. 아마 부잣집에서 살다 보니 얻어먹는 거에 눈치가 보였으리라.

“아, 이분들이 그 유명한 화산과 남궁세가 분들이시군요.”

자연스럽게 부근에 앉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됐다.

서옹은 이런 분위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돼지 수육을 젓가락질하고 있었다.

식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월성문주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왔다.

비록 초청하지는 않았지만 구대 문파 사람이 와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어선 것이다. 물론 이런 기회에 안면을 익혀두면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전 오늘 잔치의 주인, 월성문주입니다. 오늘 결혼한 여식의 아비 되는 사람이고요. 어르신께선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월성문주가 서옹에게 포권을 취해 인사했다.

서옹이 먹는 행동을 멈추지 않고 열심히 씹으면서 대답했다.

“축하하네. 난 서옹이라 하고, 무림맹에서 왔네.”

무림맹이란 이름은 이런 촌구석에서는 나름 위력을 발휘한다. 물론 무림맹에서 왔다고 해서 꼭 무림맹의 유명인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저들 젊은이와는 어떻게 되십니까?”

“흘흘, 쟤는 화산파고, 쟤는 남궁세가인데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야.”

서옹의 대답에 월성문주가 내심 감탄사를 터트렸다.

화산이나 남궁세가의 제자들을 데리고 있다는 것은 서옹 역시 무림맹에서 대단한 존재일 확률이 높다. 비록 서옹이란 별호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월성문주의 질문에 대답하던 서옹이 이번에는 닭고기를 손으로 후비적거렸다.

얼핏 예의 있는 행동이 아니긴 한데……. 강호에 기인이사가 많다 보니 이 노인장도 그런 부류인가.

월성문주는 문득 화산에도 속가제자가 있고, 남궁세가에도 먼 방계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혹시 잔칫상 먹으러 온 거지들인가?’

월성문주는 문득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에 서옹과 함께 온 사람들을 다시 살폈다. 장후성을 비롯하여 남궁이화나 백단영의 외모가 범상치 않다.

“마음껏 드시다 가십시오.”

월성문주는 다시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뒤통수에서 서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흘흘, 들었지? 마음껏 먹어. 당분간 굶어야 하니까.”

돌아서던 월성문주의 걸음이 절로 멈추었다. 하는 행동을 보니 이들이 무림맹에서 왔다는 것 자체를 믿기 어려울 판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마음을 다스린 월성문주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으하하하!”

난데없이 광오한 웃음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월성문주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시선을 입구로 옮겼다.

순간, 난데없이 월성문주에게 술잔이 하나 날아들었다.

팟-

월성문주는 엉겁결에 술잔을 받았다.

“헛!”

월성문주는 손으로 전해지는 충격에 가벼운 신음을 삼켰다. 적어도 이 술잔을 던진 인물은 그의 아래가 아니었다.

눈을 부릅뜨고 상대방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탁한 적의를 걸친 인물들이 대문 앞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정체를 파악한 월성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 네놈은 적석곡주?”

적석곡은 월성문과 함께 이 지역의 패권을 쥔 방파였다. 사파 쪽인 적석곡은 월성문과 정과 사라는 숙명적인 관계 하에 서로 대립했다.

“으흐흐흐.”

적석곡주가 부하를 데리고 천천히 장내로 들어왔다.

모두가 안하무인격인 그의 태도에 안면을 찌푸렸다. 적어도 남의 잔칫날에 무례를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던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감히 남의 잔치에 와서 훼방을 놓다니!”

월성문도로 보이는 건장한 중년인이 검을 들고 적석곡주를 가로막았다.

적석곡주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흐흐,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나누는 법이라 했거늘…… 우리는 월성문을 축하하러 왔소.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초청도 받지 않고 찾아온 것은 결례 아닌가?”

“저들도 초청받지 않고 이곳에 온 것으로 알고 있소만.”

적석곡주가 장후성 쪽을 가리켰다.

순식간에 장후성 등이 주목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흔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째 적석곡 무리가 목표로 삼은 대상이 월성문이 아닌 무흔 일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막 들어온 자가 무흔 일행이 초청장이 없이 왔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무흔은 적석곡주를 비롯한 그 문하생을 쭉 살폈다. 역시나 이상한 녀석들이 보였다.

적석곡주는 그 휘하에 모두 여섯을 대동하고 등장했다. 이 가운데 넷은 바로 뒤에 붙어 곡주를 호위하고 있었다. 문하생다운 행동이었다.

정작 무흔의 눈길을 끈 것은 그 뒤쪽의 두 사람이었다.

마치 유람 나온 듯 느긋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무흔은 바로 감이 왔다. 비록 옷차림은 적석곡 사람과 같았지만 저들은 적석곡 문도가 아님이 분명했다.

“설마?”

무흔의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흑사방에서 만났던 적황쌍마. 지금 저들 두 사람의 분위기도 당시의 적황쌍마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무흔은 저 두 사람이 마교인이라고 사실상 단정할 수 있었다.

그날 흑사방에서처럼 우연일까? 하지만 저들이 장후성 등을 지목하며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분명히 우연이 아님을 의미했다. 저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도무지 짐작이 어려웠다.

“흐흐, 문주는 얼른 술을 대접하라!”

적석곡주가 호통을 치며 한 손을 휘저었다.

휙!

적석곡주의 손에서 뾰족한 암기가 튀어나와 전면에 나섰던 월성문도에게 뿌려졌다.

놀란 월성문도가 급하게 상체를 눕혔으나 암기가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크윽!”

“초, 총관님! 이게 무슨 짓이냐!”

월성문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적석곡주를 포위하고 기세를 높였다. 정작 적석곡주는 눈썹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흐흐, 월성문주! 이 경사로운 날에 술 한 잔 안 준단 말이지?”

“감히 어디에서 행패냐! 선전포고인가?”

월성문주도 소리를 높였다.

팽팽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그제야 뒤쪽에서 어슬렁거리던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적석곡 사람과 같은 탁한 붉은 옷을 입었으나 풍기는 기도가 가히 대단했다. 나이는 대략 사십 대 정도, 두 사람은 마치 스님처럼 머리를 박박 깎았다. 벗은 머리가 햇빛에 반들거렸다.

“넌 또 뭐냐?”

암기가 스쳤던 월성문의 총관이 소리를 지르며 검을 휘둘러 공격을 가했다.

순식간에 검날이 적석곡 두 사람의 박박 깎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챙!

가벼운 금속음이 울리며 놀라운 상황이 전개됐다.

월성문도가 휘두른 검이 머리를 내려치기 직전에 멈추었다. 총관이 내려친 검날을 빡빡머리 적석곡 장한이 불과 손가락 두 개로 잡고 있었다.

절정에 이른 무공이 아니라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난도 기술이었다.

“헉!”

월성문주는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적석곡에 저렇게 어마어마한 고수가 있었던가.

그는 적석곡의 두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네, 네놈들은 적석곡 사람이 아니지?”

적석곡주가 사악한 미소를 드리우며 응수했다.

“흐흐, 월성문의 경사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내가 특별히 초빙했소. 저 두 사람은 독두이마라 불리는 절정고수요.”

독두이마. 대머리의 두 마두란 뜻이다. 허나 특이하게도 이 자리의 그 누구도 독두이마란 별호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흔은 저 둘이 마교인인지, 그렇다면 마교 서열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차마 질문할 수 없었다. 단지 풍기는 기도만으로는 예전 구가장에서 만났던 흑백쌍마와 비슷한 수준처럼 느껴졌다.

“독두이마이건 대머리 두 놈이건 감히 대 월성문을 얕잡아 보다니!”

월성문 총관이 검을 독두이마의 손끝에서 빼내어 재차 성질 급하게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총관이 선두에 서자 부근에 있던 다른 문도 역시 일제히 검을 빼고 공격을 시작했다.

“흐흐, 버러지 같은 놈들!”

독두이마가 대머리를 문지르던 양손을 확 펼쳐 기를 발산했다. 장력의 폭풍이 앞으로 쭉 뻗었다.

강력한 압력에 월성문 총관이 휘두르던 검초가 바로 깨졌고, 다른 문도들 역시 썰물에 휩쓸리듯 우르르 뒤로 밀렸다.

예상치 못한 무위에 월성문주가 경악한 신음을 토했다.

“어, 엄청난 고수다…….”

잔치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

손님으로 왔던 일반 양민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쳤다. 월성문과 평소에 교류를 맺어왔던 무림인들은 한쪽에서 서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으나 독두이마의 놀라운 무위에 감히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적석곡주는 두려움에 싸여 있는 월성문 무인을 살피면서 득의의 웃음을 터트렸다.

“핫핫, 정신이 번쩍 드나 보구나!”

적석곡주의 시선이 오늘 막 식을 올린 신랑 신부에게로 넘어갔다.

“흐흐, 너희 둘이 오늘의 주역이냐? 내 말을 잘 들으면 더는 방해하지 않고 물러가 줄 수도 있다만…….”

신랑 신부는 적석곡주의 시선을 받자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적석곡주가 음탕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려 노부가 직접 와서 축하주를 달라고 했는데 거절한 죄를 물을 것이다. 얼굴도 반반하니 오늘 하루 내 옆에서 수청을 든다면 무사히 보내주겠다. 어떠냐?”

당연히 말도 되지 않는 요구였다.

“이놈이!”

모욕을 느낀 월성문주가 검을 들고 적석곡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벅-

흥분한 월성문주의 검은 쉽게 검로를 잃었다. 월성문주와 적석곡주 사이에 독두이마가 끼어들어 단번에 제압했다.

“크윽!”

뒤로 밀려난 월성문주가 분통을 터트리는 가운데 독무이마가 천천히 장후성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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