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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7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71화

71화. 혈살이마존 (2)

 

 

 

백단영을 비롯한 일행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무림맹 청룡대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장후성과 백단영이 머리를 모아 작전을 짰고, 그 작전에 맞추어 개봉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개봉이 달리 개봉이 아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해변에서 모래알 찾기처럼 사실상 불가능. 그들은 바로 손을 들고 말았다.

온종일 헤매다가 반쯤 포기하고 들린 곳이 바로 이 객잔이었다.

간편한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있을 때 이 층 주루의 두 사람이 수상하게 보였다.

“뭔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아?”

백단영이 위를 힐끔거리면서 속삭였다.

남궁이화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외지에서 넘어온 평범한 상인 같지 않냐?”

“외지가 중요한 거야.”

백단영과 남궁이화 사이에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두 사람이 위층 주루 손님을 신경 쓰는 동안 장후성과 모용예는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고, 구진광은 부러운 눈초리만 보내고 있었다.

“그냥 잡상인이야.”

남궁이화의 결론에 백단영은 포기하고 식사를 빨리했다. 금방 음식이 동이 났고 그들은 식후 차를 마셨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구진광이 의사를 물었다.

“무림맹으로 돌아가야죠.”

백단영의 말에 구진광이 바로 손을 저었다.

“그 갑갑한 곳을 왜 자진해서 들어가? 오늘은 밖에서 외박하자고.”

어째 백단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진광의 의견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어디에서 묵을지 의견이 갈리고 있을 때 이층 주루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백단영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백단영과 의견이 갈렸던 남궁이화 역시 그녀를 따라 시선을 이 층 주루에서 내려오는 손님 둘에게 두었다.

상인 차림의 두 사람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상인, 혈살이마존이 백단영 일행을 쭉 훑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백단영은 그 미소에서 섬뜩함을 느꼈으나 피하지 않고 그들의 행색을 살폈다.

그렇게 혈살이마존이 문을 열고 밖으로 사라졌다.

백단영이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운데 뒤늦게 남궁이화가 벌떡 일어났다.

“저 자식들 뭔가 이상하지 않냐.”

“뭐가?”

장후성의 물음에 남궁이화가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엄청난 고수야. 상인이 고수란 건 이상하지 않냐?”

“그것도 둘 모두!”

백단영이 동조했다.

그제야 장후성과 구진광도 관심을 가졌다.

“설마 그들이 혈살이마존이란 거야? 용모가 알려진 것이랑 달라. 혈살이마존은 수염도 없었고…….”

“수염이야 붙이기 나름이니까요.”

백단영이 답변하며 남궁이화를 따라 일어났다.

덩달아 장후성과 구진광도 두 사람을 따랐다. 그들은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어디로 간 것인지 두리번거리던 그들은 저쪽 멀리 걸어가는 두 상인을 볼 수 있었다.

방향을 보니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이어지는 관도였다. 이 밤에 외곽으로 나가는 모습이 어째 더 수상해 보였다.

“더 이상하죠?”

백단영은 남궁이화와 의견을 교환했다.

확인해봐야겠다고 결심한 두 사람이 재빨리 추적하고 나머지가 뒤를 따르는 모양새가 됐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경신술을 사용하여 걸음을 빨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남궁이화는 금방 상대가 자신들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근히 무시당한 반발심과 승부욕이 발동했다.

“단영, 저 자식들 무조건 잡자!”

“자, 잠깐, 위험할 수도…….”

이미 결심한 남궁이화가 더욱 속도를 내자 백단영도 어쩔 수 없이 관도를 질주했다.

야밤에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쭉 뻗은 관도에 정신없는 추격전이다 보니 순식간에 개봉에서 엄청나게 멀어졌다.

그들은 관도를 벗어나자마자 두 상인을 따라잡았다.

사실은 목표지점인 산길로 접어들었기에 혈살이마존이 속도를 늦춘 것이지만 두 사람은 그런 점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남궁이화가 바로 검을 빼 들고 소리쳤다.

“멈춰라!”

남궁이화가 혈살이마존의 앞을 막아섰다.

혈살이마존 둘이 눈빛을 교환하며 엉거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혈살이마존의 앞을 남궁이화가 뒤쪽을 백단영이 막아선 형국이 됐다.

“누구냐?”

남궁이화가 내공을 끌어올리며 검으로 상대를 겨눴다. 백단영 역시 연검을 풀어 상대를 견제했다.

혈살이마존은 그리 당황한 표정은 아니었다. 대답 대신 두 사람을 쓱 훑어보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남궁이화는 그들의 태도에서 이들이 이상한 놈들이라 확신했다. 혈살이마존이란 확증은 없기에 다른 자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수상한 자였다.

“난 남궁세가의 남궁이화다. 누구냐?”

남궁이화가 재차 윽박질렀다.

혈살이마존은 대답 대신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갑자기 양쪽으로 몸을 날려 도망쳤다. 둘은 순식간에 남궁이화의 좌우로 한 사람씩 산비탈을 이용해 모습을 감췄다.

“어?”

그들이 이런 식으로 도망칠 줄 몰랐던 남궁이화는 당황했다. 부아가 치밀어오른 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둘 중 하나를 잡으려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 자식들이!”

갑자기 혼자 남게 된 백단영은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남궁이화가 오른쪽으로 쫓아갔으니 자신은 왼쪽으로 추격해야 할까.

하지만 금방 백단영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남궁이화는 그들을 상인이 아닌 무림 고수라고 했다.

방금 도망치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그녀보다 무공이 높았으면 높았지 낮지 않다. 그녀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놈들이란 판단이 섰다.

그렇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남궁이화를 돕는 것이다. 상대가 정말 혈살이마존이라면 남궁이화 혼자서는 버거울 테니까.

그녀가 막 오른쪽으로 달려가려 할 때 그제야 장후성 등이 나타났다.

“어떻게 되었어요?”

장후성이 다급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백단영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남궁이화 쪽으로 자신이 따라가 보겠다고 말했다.

장후성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가 가보도록 하죠. 다른 분들은 여기에서 기다리세요.”

장후성이 남궁이화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야밤에 산 중턱에서 백단영과 모용예, 구진광만 남게 됐다. 구진광이 발로 나뭇가지를 툭툭 차며 중얼거렸다.

“이화가 저쪽으로 추격하면 당신은 다른 녀석을 추격했어야죠.”

“네?”

뜻밖의 힐난에 백단영이 되물었다.

“그들은 도망치려고 수를 부린 겁니다. 추격자를 따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산개(散開)죠. 병법에 나와 있는 책략 아닙니까. 그들이 싸우려 했다면 절대 양쪽으로 헤어져서 도망치지 않았을 겁니다.”

구진광의 일목요연한 설명에 백단영도 수긍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혈살이마존이 아닌 평범한 좀도둑이었던 것일까.

“그래서 다른 한 녀석은 어디로 갔습니까?”

구진광이 그녀를 윽박질렀다.

백단영은 몸을 움츠리며 왼쪽을 가리켰다.

“둘이 반대로 사라졌으니까…….”

왼쪽도 숲이 울창해서 추적이 쉽지 않을 듯했다. 구진광이 짜증 난 표정으로 투덜거리다가 산 위쪽을 가리켰다.

“제가 잠시 돌아보고 오지요.”

구진광이 숲 사이로 사라졌다.

졸지에 어두운 산길에서 백단영과 모용예만 남게 됐다. 백단영이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모용예가 그녀를 달랬다.

“구 소협이 원래 말하는 게 좀 거칠어요. 괜히 마음 쓰지 말아요.”

“아, 알아요.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깊은 산중에 모용예와 둘이 있자니 백단영은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별일이야 있겠냐만 만일 그 두 상인이 계획적으로 추격을 유도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들의 만만치 않은 경신법을 보자면 적어도 고수 반열에 들어선 자들임이 분명했다.

한 녀석이 남궁이화를 의도적으로 유인한 것이라면? 그쪽이야 장후성이 곧바로 따라갔으니 별일은 없으려나.

문득 왼쪽으로 도망갔던 다른 한 녀석이 떠올랐다.

계획적이라면 그들은 누구를 노렸던 걸까. 남궁이화인가 아니면 자신인가? 만일 자신을 노렸다면 그자는 도망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눈치 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까지 구진광이 함께 있다가 이제 모용예와 자신만 남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용 소저!”

“네?”

“지금 우리가 무척 위험할…….”

백단영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모용예가 의식을 잃고 푹 쓰러졌다.

놀라서 입을 쩍 벌린 그녀의 눈에 모용예 뒤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중년인이 보였다. 분명히 앞서서 왼쪽으로 도망쳤던 그 상인이었다.

위기를 의식한 백단영은 재빨리 연검을 들고 상대를 겨눴다.

“누, 누구냐?”

“흐흐, 누구냐고? 혈마존 송상군이라 하지.”

백단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역시 상대는 혈살이마존이었다. 그렇다면 남궁이화가 쫓아간 사람은 살마존인 반도석일 것이다. 금방 그녀는 혈살이마존의 소문을 되새겼다. 

그 둘의 무공은 굉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실상 사파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 즉 무림맹으로 따지면 거의 풍사검객에 가까울 수준이다. 감히 그녀가 상대할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둘의 악명은 천지를 진동한다. 살인에 겁탈에…….

순간 백단영은 겁에 질려 한걸음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들이 노린 것은 일화인 모용예였던가.

송상군이 그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네년도 일화 못지않구나. 누군지 모르겠다만……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닐 터.”

음흉한 비웃음을 머금는 송상군을 향해 백단영은 입술을 깨물고 공격을 개시했다. 이대로 자신이나 모용예가 납치될 수는 없었다.

휘리릭-

연검이 낭창 휘어지며 상대를 압박했다.

송산군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의 연검을 피했다.

“호오, 대단한데?”

백단영은 최선을 다했다.

상대가 감당 불가능한 고수란 사실을 알았기에 곧장 백변연환검법에서 최강 초식을 꺼냈다.

서걱-

그녀를 얕보고 덤벼들던 송상군의 소맷자락이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송상군의 안색이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년이 보자보자하니까…….”

송상군이 작정하고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둘 사이의 공방이 수차례 이어졌다. 백단영은 공력과 초식 모두에서 열세를 보였다. 그녀는 싸움이 계속될수록 상대의 거친 공세를 피할 재간이 없어졌다.

“아악!”

마침내 송상군의 손가락이 번뜩이더니 그녀의 마혈이 화끈해졌다. 백단영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흐흐, 제법 버텼다만…… 그 정도로는 감히 혈살이마존을 어쩔 수 없지.”

송상군이 양쪽 어깨에 백단영과 모용예를 들쳐 멨다.

그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무림맹에서 할 일을 마무리한 무흔은 다시 번화가로 나왔다.

야심한 시각이었으나 길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는 약속했던 장소에서 개봉사걸을 기다렸다.

잠시 후 한 녀석이 뛰어왔다.

“혀, 형님, 기다리셨습니까?”

“그래, 뭔가 좀 알아냈어?”

“제가 사람을 동원해서 개봉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으나 상당히 고생해서 찾아다닌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두 사람에 타지인이라면 모두 확인해본 거지?”

그들이 변장했을 우려가 있기에 낯선 두 사람이면 모두 확인해보라고 했었다.

“물론입니다.”

개봉사걸 중 한 녀석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내비치며 씩씩하게 말했다. 뭔가 건졌다는 느낌이 팍 왔다.

녀석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쪽 정주에서 들어오는 관도에서 장후성 소협을 비롯한 용봉대원을 봤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흠, 그런데?”

“그들이 어떤 상인 두 사람을 정주 방면 관도로 추적했다고 하더라고요.”

“상인 둘?”

직감적으로 그 녀석들이란 느낌이 팍 왔다. 관도를 탔다면 꽤 거리가 될 것 같다.

“전형적인 상인 차림새였으나 낯선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다 용봉대 사람들까지. 거의 확정적 아닙니까?”

“그렇군!”

무흔이 주먹을 꾹 쥐었다.

대충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혈살이마존을 백단영과 친구들이 추적 중인 것으로 보였다.

무흔은 예전 소설 내용을 되새겼다.

역시 당시는 백단영이 끼지 않아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단지 장후성 일행이 추적에 실패했다는 것뿐.

백단영이 합류하는 바람에 상황이 변했을까, 아니면 예전처럼 추적하다가 놓쳤다는 뜻인가. 무흔도 어느 쪽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단지 백단영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들이 혈살이마존이라면 어디에서 일을 벌일지 대충 감이 잡혔다.

“그래서 다른 개봉사걸은 어디로 갔냐?”

“헤헤, 우리가 누굽니까, 당연히 나머지 형제들은 추적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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