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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1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11화

111화. 마교의 기습 (3)

 

 

 

나타난 다섯 인물은 얼핏 보기에 스님처럼 보였다. 머리를 박박 깎고 몸에는 헐렁한 가사를 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손에는 염주를, 다른 손에는 긴 선장을 들었다.

“소림?”

백단영의 반응에 남궁이화가 고개를 저었다.

“소림은 아냐. 뭔가 다르잖아.”

그녀의 말대로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님으로 보기에는 가사와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제갈수가 바로 정정해줬다.

“번승이야.”

번승이란 서역 쪽에서 중원으로 넘어온 승려를 가리킨다. 같은 불교도이지만 여러모로 수행방식이 달랐다. 하물며 강호에서 접하는 번승의 무공은 중원의 무승과 차이가 있었다.

그들 모두는 처음 맞이하는 번승 무리에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상대를 주시했다.

저벅-

다섯 명의 번승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번승들은 장내에 쓰러진 사마련 인물을 훑어보고는 불호를 외며 안면을 찌푸렸다.

보다 못한 장후성이 앞으로 나가서 번승을 맞이했다.

“스님들께선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아미타불, 시주들이 이런 짓을 했소?”

“저희는 무림맹에서 나왔습니다.”

“살생을 금하라 했거늘…… 사악하도다.”

다짜고짜 적의를 내비치는 번승의 행동에 장후성은 일순간 당황했다. 그가 재차 번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순간 무지막지한 압력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헉!”

상상하기 힘든 압력에 장후성은 재빨리 저항하며 상대를 노려봤다. 다섯 번승 가운데 중앙에 선 번승이 가장 체구가 크고 뚱뚱했다. 그를 내력으로 짓누르는 자는 바로 이 뚱뚱한 번승이 확실했다.

장후성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번승이 짓누르는 압력에 저항했다.

“으으…….”

어깨에 걸린 거대한 압력은 장후성일지라도 쉽게 저항하기 어려웠다.

그는 신음을 흘리며 더욱 내력을 집중했다. 상대는 상상하기 힘든 내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번승 역시 쉽지 않은 듯 염주를 한 손으로 돌리면서 구결을 외웠다.

둘 사이에 가공할 내력 대결이 펼쳐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강기가 맞부딪혀 파문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헉! 이런 일이!”

순식간에 엄청난 기의 대결이 펼쳐지자 놀란 제갈수가 경악의 외침을 발했다.

그제야 다른 용봉대원도 사태를 파악했다.

장후성이 번승과 내력 대결을 벌이는 사이 다른 네 번승이 용봉대원에게 접근했다.

“아미타불! 이 세상의 사악한 마귀를 제압하러 왔노라!”

네 번승이 제각기 흩어지며 용봉대원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다시 전란에 휩싸였다.

용봉대원은 모두 여덟. 장후성을 제외한 일곱이 네 번승을 맞이하는 형세가 됐다.

가장 고강한 남궁이화가 혼자서 번승 하나를 상대했고 다른 사람들은 둘씩 짝을 지어 번승을 상대했다.

백단영 역시 연검을 들고 번승의 선장을 막았다.

쩡-

번승의 선장과 부딪힌 연검이 튕기면서 화려한 섬광이 일었다. 선장을 휘두르는 번승의 초식은 대단할 것이 없었으나 그들의 내공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최근 불사신승의 내력을 흡수하여 내공 면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룬 백단영은 충분히 번승과 싸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런 그녀와 짝을 이루어 번승을 공격하는 동료는 바로 제갈수. 백단영이 번승과의 겨룸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사실을 확인한 제갈수는 그녀를 재평가했다.

번승의 선장을 막고 신형을 솟구친 백단영은 재빨리 균형을 잡으며 백변연환검법을 펼쳤다. 번승의 강력한 내공과 무게감 있는 선장 공격을 손쉽게 파훼하는 방법은 빠름과 변화를 중시하는 백변연환검법이 최상이었다.

까까깡-

현란한 연검의 변화가 번승을 압박하는 가운데 제갈수의 공세가 끼어들었다. 제갈수는 커다란 섭선을 무기로 사용했는데 그 공세가 대단히 날카로웠다.

두 사람의 연합공격에 결국 번승이 버티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승기를 놓칠 리 없는 백단영은 더욱 매섭게 상대의 어깨와 허리를 번갈아 공격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엿보았다.

“제법이구나!”

화가 난 번승이 선장에 내력을 더욱 집중했다.

쾅!

선장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백단영의 연검과 충돌하며 충격파가 일었다. 백단영은 충격파를 타고 몸을 이동시키며 연검을 휘날렸다. 날카로운 검기가 빛살처럼 번승의 목으로 날아갔다.

“컥!”

번승이 다급하게 선장으로 검초를 막으려 했으나 선장의 속도는 연검에 비해 너무 느렸다.

서걱-

연검이 번승의 목을 절반가량 파고 들어갔다.

동시에 백단영이 몸을 회전하자 연검이 허공에서 반원을 그렸다. 연검을 돌린 그녀는 재차 공격을 펼치려 했다. 목이 절반가량 잘린 번승은 피를 내뿜으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고 선장을 휘둘러왔다.

“장 소협을 도와!”

다급한 제갈수의 외침에 백단영은 막 출수하려던 연검을 회수하며 시선을 돌렸다.

장후성과 번승의 내력 대결이 점입가경에 처해 있었다. 번승의 심후한 공력을 견디지 못한 장후성은 온몸이 땀에 젖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는 무릎 부분까지 땅에 박은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는 상태였다. 사실상 한계점에 이른 것이 눈에 보였다.

다급해진 백단영이 발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백단영은 부근의 나뭇가지를 박차고 방향을 바꾼 다음 곧바로 장후성과 대결 중인 번승의 어깨를 찔러 갔다.

번승의 호신강기가 연검의 진입을 방해하면서 파공음을 발생시켰다.

내력 대결 중인 번승과 장후성은 사실상 꼼짝할 수 없는 상황. 둘 다 내력을 거둘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난해한 상황이었다.

번승이 이를 악물었다. 내력이 한층 증가하며 호신강기 역시 두터워졌다.

이전이었다면 백단영의 검은 바로 튕겨 나가거나 검이 부러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백단영은 번승에 육박하는, 어쩌면 그를 능가하는 고수였다.

파아악-

연검이 호신강기를 꿰뚫고 번승의 어깨를 찔렀다. 동시에 내력 대결을 벌이던 두 사람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

“커윽!”

번승이 뒷걸음질 치면서 어깨를 감쌌다. 그의 입가에선 한줄기 선혈이 새어 나왔다. 백단영의 공격에 어깨를 다친 것은 물론 내력의 흐름이 깨져 내상을 입은 것이다.

장후성도 무사하진 않았다. 그 역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자세를 유지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백단영이 아니었다. 그녀의 연검이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으며 한층 위력이 더해졌다.

백상검법!

무흔이 그녀를 위해 창안했던 검법이 펼쳐졌다. 내상 때문에 운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번승이 그녀의 쾌검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연검의 빠르기는 묵직한 선장의 움직임을 완전히 압도했다.

서걱-

“커윽!”

연검이 오른쪽 어깨를 재차 가격했다. 번승의 다친 어깨는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선장을 든 번승의 한쪽 어깻죽지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경악한 번승이 남은 한쪽 손으로 장력을 일으켜 그녀를 후려쳤다.

백단영의 연검은 어깨를 잘라낸 직후라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장력에 그녀의 왼손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불사신승의 절학인 천강십이수가 펼쳐졌다.

꽈릉-

이미 내상을 입은 번승은 백단영의 천강십이수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번승이 방출한 장력이 산산조각으로 깨지면서 백단영의 하얀 소수가 번승의 가슴을 그대로 쑤셨다. 그녀의 손 앞쪽에는 하얀 수강이 어려 있었다.

푸욱-

번승의 가슴팍이 파열하며 피 분수가 뿜어졌다. 백단영은 천강십이수를 회수하며 그 반력을 이용해 신형을 허공에 띄웠다. 한 손에는 연검을 들고 다른 손은 피로 범벅이 된 그녀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다.

장후성과 대결하던 번승이 쓰러졌다.

백단영은 허공에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손에 한 명의 번승은 숨을 거두었고 다른 한 명은 목이 절반 잘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모두 다섯이었던 번승이 사실상 셋으로 줄었다.

문제는 그 셋과 상대하는 다른 대원들의 상황 역시 그리 좋지 않았다.

홀로 번승을 상대한 남궁이화는 사실상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남은 두 번승과 이대일로 싸우는 대원들 또한 연신 위험을 맞이하고 있었다.

“타앗!”

백단영은 남궁이화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급히 몸을 날렸다.

그녀의 접근을 눈치챈 번승이 곧바로 남궁이화를 버려두고 백단영으로 돌아섰다. 남궁이화는 이미 강하게 몰아붙여 사실상 급하지 않은 데다, 동료를 해치운 백단영의 활약상에 분노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번승이 작정하고 휘두르는 선장은 무지막지했다. 산악 같은 거력을 동반한 선장이 접근하는 백단영을 후려쳐갔다. 선장의 끝에서 강기가 칼처럼 날카롭게 뻗어 나왔고 그 주변에 무지막지한 압력이 걸렸다.

백단영은 선장의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경악했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꼼짝하기 힘들었다. 이대로는 번승의 선장 공격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백단영은 곧바로 연검의 검초를 변화시켰다.

그녀가 익힌 최강의 무공! 천상신모의 천상비연검법이 펼쳐졌다.

번쩍! 번쩍!

현란한 검광이 천지를 밝히는 순간 백단영의 연검이 수백 개의 빛으로 쪼개져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번승에게 몰려갔다. 실로 장관이었다.

검광은 선장의 기세를 파괴하며 번승을 난도질했다.

퍼석-

번승의 육체에 수백 개의 작은 균열이 생기면서 살점이 터져나갔다. 놀라운 백단영의 무위였다.

검광이 사그라들었을 때 번승의 육신 또한 무너져 핏물과 조각난 살점만이 바닥에 고였다.

“아아!”

남궁이화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무위가 백단영에 의해 펼쳐졌으니까.

백단영도 놀라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실전에서 처음 써보는 천상비연검법의 위력에 그녀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바로 이것이었나. 그토록 갈망하던 최강 위력의 무학이!

그녀가 만든 전세의 균열은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쳐 남은 번승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전력을 다한 용봉대원의 공격에 다섯 번승이 모두 쓰러졌다.

“하아!”

제갈수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황을 점검했다.

용봉대의 피해도 작지 않았다. 장후성의 내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남궁이화 역시 자잘한 부상이 가볍지 않았다. 게다가 두 명의 대원이 꽤 심각한 부상으로 사실상 전투력을 상실했다. 전투가 가능한 자는 무리해서 장후성까지 포함한다손 치더라도 여섯이 전부였다.

“그래도 이렇게 끝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제갈수는 탄식하며 동료를 모았다.

“이들 번승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사마련 소속인가? 아님 마교?”

모두가 가지는 의문이었으나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 보니 더욱 답답해졌다.

그들 모두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 이 사태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절반은 백단영의 무위에 넋이 나갔고, 절반은 생각지도 못한 무위를 지녔던 번승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또 오지는 않겠죠?”

한 대원의 말에 제갈수는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적어도 저쪽에서 전해지는 사이한 기운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면이 딱딱하게 굳어진 제갈수의 시선은 숲속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

남궁이화를 비롯하여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말이 씨가 되었을까. 어둠 속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얼굴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지막지한 기운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용봉대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어 한발 물러났다.

백단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눈앞에 나타난 두 사람에게서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두 사람이 한발 다가서며 중얼거렸다.

“흐흐, 번승을 개입시킨 보람이 있었어. 그동안 우리 마교인을 살해했던 자를…….”

아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넓게 용봉대원을 포위하며 중얼거렸다.

“적황쌍마, 풍운쌍마, 육지신마…… 등을 제거한 중원의 후기지수가 누구였나 했더니 바로 너였더냐?”

제갈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무슨 소리요? 당신들은 누구요?”

두 사람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마교 서열 십팔 위, 천뢰혈신이다”

“나는 서열 십칠 위, 유령겁마다.”

어마어마한 신분에 용봉대원 모두는 경기를 일으키며 꼼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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