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0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8화
108화. 마교의 준동 (3)
서고로 들어선 사람은 바로 서옹이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무흔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내가 와서 싫으냐?”
“싫긴요.”
무흔은 서옹에게 자리를 권하며 탁자 위에 놓인 종이를 챙겼다.
휘익-
서옹이 손을 젓자 종이 하나가 서옹의 손으로 날아갔다.
“헉! 안 되는데…….”
무흔이 급하게 종이를 낚아채려 했으나, 이미 종이는 서옹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내용을 쓱 읽어본 서옹의 표정에 놀라움이 일었다.
“흐음, 이건 무슨 무공이냐?”
그가 창안한 천강무흔비가 워낙 특이한 무공이라 어떻게 둘러댈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무흔은 사실대로 말했다.
“이건 천강무흔비라 하고요…….”
“무흔?”
“아, 제 이름 한번 넣어봤습니다.”
“호오!”
“꼭 제 이름이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흔적이 없어서 무흔이라 넣었다니까요.”
서옹이 피식 웃더니 다시 적힌 내용을 훑었다. 그도 잠시 내용을 보던 그의 안면이 점차 굳어졌다.
“나머지를 봐도 되겠느냐?”
“그렇게 하세요.”
남이 무공 연습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실례라고 하는 판에 무공 구결을 보는 것은 금기다. 그런 까닭에 서옹이 양해를 구한 것이다.
하지만 무흔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만의 독문 무공으로 창안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무공이야 앞으로도 무한정으로 새로 만들 생각이니.
그만큼 무공 창안이 흥미로웠고 성과도 따라왔다.
서옹이 그가 적어놓은 내용을 다 읽고 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천재로군.”
“에이, 뭘 이 정도를 가지고…….”
“이 무공은 한 문파의 대표 무공으로 손색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너의 재능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챈 내가 대단한 게 분명하구나.”
어? 자화자찬. 뭔가 말이 이상하다. 무흔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돌아갑니까?”
“무공 창안에 관한 재능을 제일 먼저 꿰뚫어 본 사람이 바로 나 아니냐? 나 아니었으면 넌 아직 춘화도 분류나 하고 있었어.”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흘러온 것을 보면 서옹의 역할이 대단히 컸던 것도 사실이니까.
무흔은 입을 삐죽이며 무공을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제가 창안했다기보다 기존의 무공을 조금 바꾼 겁니다. 패천마혼비라고…… 과거 패천문의 비전 무공을 참고했거든요.”
“그게 바로 재능이고 능력이지.”
서옹이 무공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으며 무흔을 유심히 바라봤다. 괜히 민망해진 무흔이 신경질을 팍팍 냈다.
“아니, 갑자기 왜 쳐다보십니까?”
“너, 외부로 강기를 내뿜을 수 있느냐?”
“설마요.”
뜨끔해진 무흔이 곧바로 부인했다.
순간 서옹이 손을 휙 저었다. 무흔이 벼루에 내려놓은 붓이 둥실 떠오르더니 곧장 무흔의 얼굴로 직행했다.
“헉!”
놀란 무흔의 얼굴이 경직되면서 반사적으로 강기가 외부로 뿜어졌다. 날아오던 붓이 무흔의 코앞에서 딱 멈추었다.
“흘흘, 진짜 맞군. 조금 전에 잘못 봤나 했어.”
앞서 종이를 낚아채려 했을 때 기운을 뿜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무흔이 아직 서툰 탓이었다. 서옹이 낄낄 웃으면서 기운을 거두었다.
쭉 미끄러지던 붓이 무흔에 의해 안전하게 벼루 위에 착륙했다. 멋쩍어진 무흔이 머리를 긁으며 투덜댔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흘흘, 내 추측을 확인해봤을 뿐이다. 네놈이 만혈대에서 사라졌다가 돌아온 후 내공이 급증했다는 것을 느꼈거든. 거기에서 또 기연을 얻었느냐?”
“아니, 기연이 저만 따라다닌답니까?”
발끈해서 대답을 거절하는 무흔에게 서옹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그걸 나에게 물으면 어찌 아누? 그럼 단영이도 무공이 급증했겠군?”
무흔은 투덜대며 대답을 거부했다.
“그건 아가씨에게 물어보세요.”
뚱한 표정으로 무공을 적은 종이를 정리하는 무흔에게 서옹이 품에서 서찰을 꺼냈다.
“흘흘, 너도 외부로 나가고 싶지? 이걸 장후성에게 전하거라.”
무흔은 눈앞에 떨어진 서찰을 보자 생각이 복잡해졌다.
최근 사마련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올라왔다.
사마련에 속한 여러 문파의 정예부대가 현재 대치 중인 점창파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다급한 보고였다. 당연히 무림맹에서는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무림맹에서는 용봉대를 두 개의 조로 나누어 파견했다. 사마련 정예부대를 이동 중에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작전은 위험성 때문에 예속 부대는 참가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작전이 개시되었을 것이다.
“또 서찰을 전해요? 제가 전서구인지 아십니까?”
찌뿌둥한 표정으로 서찰을 바라보며 무흔은 전서구를 떠올렸다.
“뭐가 또냐? 넌 신화곡에 서찰 전하면서 몸이 확 좋아지지 않았더냐?”
어째 이 늙은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속일 수가 없다.
무흔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서찰을 품속에 넣었다.
“이것만 전하면 됩니까?”
“갔다가 여차하면 도와주거라. 흘흘.”
“제가 도움 받아야 할 처지라니까요.”
무흔은 투덜거리며 출구를 가리켰다. 그만 나가시란 뜻이다.
서옹이 빙그레 웃더니 뒷짐을 지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떠나거라.”
***
어둠 속에서 검광이 번뜩였다.
“으악!”
비명이 울리면서 수 명의 사람들이 장내에 뛰어들었다.
마침 숲속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 무리의 무림인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비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했다.
연이어 비명이 터지면서 일방적인 도살이 시작됐다.
서걱-
검이 반짝일 때마다 쓰러진 시신이 늘어났다.
공터를 점하고 있던 사람들이 반격의 태세를 갖추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황을 인식한 사람들이 소리 높여 대응을 명했다.
“무림맹의 기습이다! 정신 차리고 대응하라!”
채챙-
초반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그들은 점차 대형을 갖추고 반격의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원래 사십 명에 이르던 그들은 이미 절반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어 남은 자는 불과 이십여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네놈들! 흑룡곡과 진마방이지?”
기습한 자들 가운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년이 포효를 터트리며 물었다.
“그렇다! 너희는 누구냐?”
“우리는 무림맹 용봉대다. 무림맹의 이름으로 그대를 처단한다!”
이 청년은 바로 장후성이었다.
장후성이 검을 들고 번개처럼 상대진영을 뚫고 들어갔다.
그에 남은 용봉대원들 역시 호응하며 앞으로 나갔다.
흑룡곡과 진마방 무인들은 이를 악물고 용봉대원의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모두 힘을 합쳐 포위망을 뚫어라!”
흑룡곡 우두머리의 명령에 그들은 일제히 포위망에서 가장 약하게 보이는 한쪽으로 집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곳은 남궁이화와 백단영이 포진한 방향이었다. 겉모습으로만 판단한 명백한 오판이었다.
남궁이화의 검이 기회를 맞아 춤을 췄다.
서걱-
달려들던 흑룡곡 무인이 가슴에 검을 맞고 쓰러졌다. 쓰러지는 녀석을 뛰어넘은 그녀는 곧바로 다른 녀석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에 실린 거대한 위력에 흑룡곡 무인들은 감히 대항할 용기를 잃어버렸다.
옆에 있던 백단영도 연검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사방을 휘저었다. 그녀의 검에 걸린 무인들의 사지가 잘리며 순식간에 적의 대열이 무너졌다.
가장 약하리라 판단했던 방향에서 오히려 큰 타격을 입자 녀석들의 사기가 완전히 떨어졌다. 사실상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장후성이 달려들던 녀석을 쳐내고 허공을 날았다. 빛살 같은 검광이 우두머리에게 쏘아졌다.
“헉!”
흑룡곡 우두머리가 급하게 검으로 방어했으나 힘에서 확연히 밀렸다.
장후성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그 기세에 밀려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간 것이다. 미처 몸의 균형을 잡을 새도 없이 장후성이 재차 녀석의 목을 베었다.
서걱-
녀석의 목이 떨어지며 이들의 저항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미 완전히 전멸한 상황. 남은 자는 불과 여섯. 전의를 상실한 녀석들이 검을 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장후성이 냉정한 표정으로 녀석들을 노려봤다.
이럴 때 백단영은 고민에 빠진다. 이들은 살려줘도 세상이 이로운 짓을 할 자들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나중에 무림맹을 공격할 녀석들이다. 그런데도 투항한 저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그녀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물론 지금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은 백단영이 아니라 장후성이니 그녀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곤혹스러웠다. 아직 완벽하게 무림인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서걱-
그때 장후성이 바로 녀석들의 목을 베었다.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여섯 사람의 몸뚱이가 쓰러졌다.
인상을 찡그리는 백단영에게 남궁이화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때로는 잔인해져야 해. 자비를 베풀다가 반대로 죽을 수 있으니까.”
“그, 그래.”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백단영은 남궁이화를 따라 연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제갈수가 그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의 작전을 폈고 모두 성공했어. 이제 마지막 한 곳 남았어. 그 한 곳만 임무를 끝내면 우리는 다시 복귀할 거야.”
이번 작전은 제갈수가 모든 지휘를 도맡았다. 그는 세 차례 작전 동안 효율적인 기습을 계획해서 사실상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자, 떠나자고.”
제갈수의 독려에 모두가 시신을 한군데 모으고 짐을 챙겼다.
그들이 승리한 기쁨을 만끽하면서 숲을 떠나려 할 때였다.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모두 넷. 야밤에 숲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행색이 수상쩍었다.
용봉대원들은 섬찟한 기분을 느끼며 걸음을 멈추었다. 자연스럽게 일행은 다가오는 무리를 주시했다.
투박한 박도와 긴 강봉을 든 네 사람은 얼핏 보기에 산적 무리와 비슷했다. 산적 따위에 겁먹을 용봉대가 아닌지라 구진광이 모두에게 손짓했다.
“별 것 아니네. 가자고.”
“잠깐만.”
남궁이화가 구진광을 저지했다.
구진광이 낄낄대며 그녀를 놀렸다.
“왜? 산적이라도 잡아 관가에 넘기게?”
남궁이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본능이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었다.
용봉대원들은 구진광과 남궁이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 사이 네 녀석이 앞에 나타나 박도의 날을 들이대며 물었다.
“누구요?”
“우리는 무림맹 사람이요.”
구진광이 대신해서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수고하십니다.”
네 녀석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가던 길을 가는 듯했다.
일반 산적이라면 무림맹이란 소리를 듣는 순간 꽁지가 빠지라 도망쳐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매우 여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쳐 지나가던 녀석들의 박도가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다.
서걱-
누구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의 가슴에 길게 검상이 그어졌다. 바로 팽수아와 구진광이었다.
“크윽!”
팽수아가 가슴을 손으로 붙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 분수가 뿜어졌다. 그녀는 용맹한 하북팽가 출신답게 팽수아는 가슴의 상처를 안고 반격했다. 구진광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적들의 이차 공격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장내는 피 튀기는 전투에 돌입했다.
“조심해! 강하다!”
상대와 일합을 겨루어본 장후성이 적의 수준이 예상 밖이란 사실을 깨닫고는 소리를 질렀다.
과연 기습한 네 무인의 무공은 대단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후기지수의 수준을 뛰어넘는 초강고수였다.
“마교다! 기습이다!”
제갈수가 적들의 무공으로 그 정체를 파악해냈다. 실제로 마교, 그것도 마교의 정상급 고수가 아니라면 후기지수를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았다.
무엇보다 팽수아의 상황이 매우 나빴다.
초반 기습에 당한 상황이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남궁이화가 급히 지원한 후에야 팽수아는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채채채챙-
사태는 급하게 돌아갔다.
제갈수는 금방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나타난 네 마교인은 그날 만혈대에서 부딪혔던 수준의 마교인이었다. 마교인 하나가 후기지수 둘 이상의 무력을 뛰어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 제갈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한 사람씩 맡았으나 그들마저 밀렸다. 남은 적 둘을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강자인 팽수아는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 실력 발휘가 어려웠고, 다른 사람은 적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위기를 인식한 용봉대원들은 간신히 연합하여 상대의 공격에 저항했다.
백단영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연검을 쥔 손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드디어 활약할 시간을 맞이했다.